우리 사회의 위대함은, 바로 나같은 사람마저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데 있다. 아. 나는, 정말이지 세상에서 정치가 제일 재미없고 싫은데, 일주일 전에는 시시각각 그저 '숫자'에 불과한 투표율을 새로고침하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선거비용 관련한 규정들을 찾아보게 만든다.  


처음엔 당혹스러웠고, 곽노현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 나는 좀 상황이 이해가 된다. 물론 아주 얕은 지식에서 나 혼자, 내멋대로, 인간적 선입견을 마구마구 가지고 이해해본 것에 따르면....


1) 교육감 선거는 당에 소속되지 않은 채 개인 비용으로 치르게 된다.
2) 선관위는 최소 득표율 10%을 이상 득표한 경우에만 해당 비용을 보전해준다.
3) 우리는 '단일화'를 늘 쉽게 요구하지만, 사실 단일화를 하게 되면 단일화를 위해 사퇴한 후보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된다.  
4)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단일화를 위해 사퇴한 심상정의 경우는 아직까지도 당에서 그 선거 비용을 갚고 있다고 들었다.
5) 하지만 당에 속하지 않는 개인의 경우, 그 비용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 된다.
6) 곽노현은 선거 비용 35억 2천만원을 보전 받았고, 박명기는 한 푼도 보전 받지 못했다.



선의로, 무려 2억이나 줬다는 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매우 큰 돈이기도 하겠지만, 상대의 양보로 당선되고 홀로 보전 받은 35억 2천만원에 비한다면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게다가 나로 인해 포기한 누군가는 그 빚을 고스란히 지고 있다면, 보전 받은 입장에서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짐을 나눠 지는 편을 택하는 쪽이 오히려 더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직 밝혀진 건 없지만, 밝혀진 후 뒤통수를 맞더라도, 아직까지는 믿어주고 싶다, 그 선의. 밝혀진 게 없으므로, 보아왔던 것들로 미루어 믿고,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최종적으로 판가름난 후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싸워본 적 없이, 입바른 소리만 하던 사람들이 펜대로만 내세우는 고결한 원칙들이, 이때다!!!! 하면서 파고드는, 늘 그래왔던 사람들의 야만보다 더 속상하다. 여러모로 입체적으로 고민해볼 수는 없을까. 앞으로도 야권에서는 단일화가 논의될 일이 많을텐데, 그럼 이 문제는 다름 아닌, 자신의 문제로 언젠가 다가올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럴 때일 수록, 오히려 이런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고, 후보 단일화시에 협의할 수 있는 건강한 합일점을 공식화할 수는 없는 걸까, 싶은 마음도 들고. 무튼,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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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1-08-29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일화로 인한 선거비용 사적보전을 합의하였다, 그게 바로 검찰의 기소 내용입니다.(좋게 표현하자면요)
부끄럽지 않은 사실임에도(사실이라면) 곽노현 교육감으로서는 시인하기 어려운 사실이겠네요.

웽스북스 2011-08-30 12:55   좋아요 0 | URL
예. 아직 정황만 있고 증거는 없는 상황이고요. ㅎ
아침엔 뉴스를 못봐서 어찌됐는지 모르겠어요.

turnleft 2011-08-30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제아무리 선의라 하더라도 남몰래 돈을 주고받는 방식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도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공론화를 통해 해결하던가 해야지, 이런 식이면 정말로 상대 후보를 매수하는 경우와 어떻게 구분하겠어요. 물론 이걸 꼬투리 삼아 패악질을 해 댈 놈들을 보면 속이 뒤틀리지만, 스스로 자충수를 뒀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드네요. 진보 진영이 두고두고 잊지 말아야 할 교훈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웽스북스 2011-08-30 12:56   좋아요 0 | URL
방법적으로 지혜롭지는 못했다는 건 인정이요. 하필 상대가 또 후보였던 사람이고. 뭔가 아마추어틱한 행동이죠. 교훈으로 삼을 건 당연히 교훈으로 삼아야겠지만, 그저 심적으로는 그 선의를 믿어주고 싶다는 말이랍니다.

다락방 2011-08-30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웬디님의 추측이 별로 틀리지 않을것 같고 그렇게 믿고싶지만, 그렇게되면 우리가 그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요. 그렇게 선의를 받아들이고 이해한다고 하면 다른 정치인들의 행위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할바가 없잖아요. 물론 정말로 다른 경우일 수 있었겠지만 그가 택한 방법에 있어서 우리가(혹은 내가) 그를 마냥 편들어주긴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일들이 반복되고 국민들은 다시 또 선거에 참여해야하고.. 참 써요.

웽스북스 2011-08-30 13:04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게 뭐가 나쁠까 싶어요. 그 잣대라는 게 결국은 그간 겪어왔던 모습들에 근거해서 들이대게 될 수 밖에 없는 건데요. 정말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건데, 그런 스스로를 엄격하게 검열하면서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각자에게도 다 판단의 기준은 있으니까요.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저는 다락방님이 누군가를 협박해서 1만원을 뺏었다, 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다른 누군가가 누군가를 협박해서 1만원을 뺏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도저히 같은 잣대를 들이밀 수가 없는걸요. '아닐거야' 로부터 시작하는 사람과 '어쩐지' 로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판단하는 잣대는 결국 그 사람이 살아온 삶, 내게 비춰진 이미지 등이 아닐까 싶어요. 결론은, 다락방님 사랑합니다. (응?)

2011-08-30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1-08-3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일로 여러가지 배웠습니다.

비로그인 2011-08-3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코 짧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요. 웬디양님, 저도 정치를 무쟈게 싫어해요.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나 같은 사람도 정말이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관심을 갖는다고 해봤자 큰 관심은 아니라도, 눈에 보이는 건 있는 거니까요. 웬디양님처럼 의견을 낼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저도 저 나름대로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빨대라도 꽂아놓고 있어야겠어요. 신민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