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정원 - 안티 - 스트레스 컬러링북 조해너 배스포드 컬러링북
조해너 배스포드 지음 / 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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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미술 시간이었다. 수학 교과서에 네덜란드 화가 에스허르 작품이 나와 있어 그걸 모방하는 작품을 하려다가 문득 컬러링 북 <비밀의 정원>이 생각났다. 작년 말에 알라딘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이 궁금하던 차였다. 혹시 도서실에 있나 알아봤더니 다행히 있었다. 이걸로 하면 좋겠다 싶어 책을 대출했다. 에스허르 그림보다는 아이의 만족도가 클 듯하였다.

 

  점심 시간, 대부분의 아이가 운동장에 놀러나간 사이, 휘리릭 책을 들춰봤다. 초3 아이가 할만한 게 있을가 살펴봤다. 가장 쉬운 것을 선택했다. 다행스럽게도 교수학습지원센터에 수채색연필이 36색이 있어서 그것도 빌려왔다. 그게 아니면 그림이 아주 세밀해서 색칠하기가 힘들다. 이 책 덕분에 수채색연필도 많이 팔렸다고 알고 있다.

 

  왜 이 책이 그렇게 많이 팔리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을까. 고작 해야 컬러링 북, 즉 색칠공부인데 말이다. 색칠 공부를 별로 좋아히지 않는 나로선 이해가 좀 안 되었다. 그 문제를 가지고 얼마 전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은 우리 나라 작가가 엄청난 선인세를 받고 다른 나라에 컬러링 북을 판매했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컬러링 북이 대세인가 보다. 출판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이 시점에 왜 컬러링 북이 주목뱓고 있을까. 그 까닭을 알고 싶었다. 남편과 내가 내린 결론은 현대인의 스트레스가 엄청 나다는 것과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이 책을 힘들여 읽는 것보다 색칠 만으로도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컬러링 북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비밀의 정원>이후로 컬러링 북이 여러 권 나온 걸로 알고 있다. 도서실에도 몇 권 있다고 하니 살펴봐야겠다. 아이 집중력 높이는 데 좋을 듯하다. 성취감도 크고 말이다.

 

  책의 실체를 보니 디자인이 장난이 아니었다. 색칠을 해 놓고 보니 정말 근사하다. 초3 정도 되면 색칠 공부를 시시하고 지루해 하는 편인데 이건 디자인이 예술 그 자체이니 입이 쩌억 벌어졌다. 어제 우리 반도 아주 열심히 색칠 하였다. 대충 그린 그림이 아니라 엄청 정교한 그림에 색을 입히는 작업이므로 정신을 집중하여 하는 게 눈에 보였다. 한 아이가 " 선생님, 스트레스 줄여주는 거 맞아요? 이거 하니까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데요" 한다. 색칠하다보면 그런 느낌이 들 지도 모르겟다 싶었다.

 

  집에 가서 아들과 함께 색칠을 해 봤다. 나비 몇 마리를 색칠하는데도 꼼꼼히 잘하려고 하니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작업하는 내내 무념무상이었다. 오로지 색칠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아들도 결과가 아름다우니 즐겁게 작업을 하였다. 하루에 다 하려고 하면 스트레스가 쌓일 듯하여 나눠서 하자고 하였다. 어제는 나비, 오늘은 꽃을 하기로 약속했다. 딸이 하면 진짜 멋질텐데 요즘 중간 고사 준비하느라 그림 그릴 시간이 전혀 없다. 다음에 시험 끝나고 여유 있으면 슬쩍 내밀어봐야겠다.

 

 아들과 협력하여 이틀 만에 완성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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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3 2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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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4 14: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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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4 08: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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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4 14: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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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여행 - 2014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에런 베커 지음 / 웅진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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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꽃이 흐드러지게 피니 멀리 떠나고 싶다.

홈쇼핑에서 여행 상품 나오면 침을 질질 흘리며 보곤 한다.

올 한 해는 여행 다운 여행은 못할 듯하니 더욱 여행이 그립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책으로 여행을 떠난다.

 

요즘에 만나본 그림책 중에서 베스트는 <머나먼 여행>이라는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지난 번 도봉도서관에서 발견한 이 책 덕분에 며칠 전 공개 수업도 무사히 마쳤다.

이 그림책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였다.

 

이 그림책 명성을 예전부터 듣고 있었으나

그림책 좀 그만 사라는 옆지기의 성화 때문에 못 사고 있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보자마자

' 그래, 이 책으로 공개수업 하면 되겠다' 싶어서 구매를 결정하였다.

공개 수업 자료로 책을 사는 것까진 말릴 수 없었던 옆지기는 그냥 모른 척 해주었다.

 

예전에 읽었던 앤서니 브라운의 <마술 연필>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거기서는 꼬마 곰이 마술 연필로 여러 가지를 그리는 내용이었던 듯하다.

그 그림책은 약간 유아스럽다면

이 그림책은 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훨씬 철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운 소녀가 우연히 방에서 발견한 빨간 마법 펜.

그 마법 펜으로 벽에 문을 그리자 진짜 문이 된다.

외롭고 답답했던 소녀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러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글자 없는 그림책의 매력은 바로 독자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글자가 없기 때문에 그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 그림책도 그렇다.

 

그림에 집중하다 보니 소녀의 외로움과 슬픔이 눈에 들어온다.

첫 장에서 보라색 펜을 들고 있던 소년도 보인다. 그냥 쓱 지나치면 안 보인다. 자세히 봐야 보인다.

둘째 장에서 소녀가 타고 있던 씽씽카가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른 물체로 바뀌는 것도 보인다.

아마 글자가 있었더라면 간과했을 부분이다.

 

그림책이 주는 메시지 또한 참 마음에 든다.

외로운 소녀가 마법 펜을 통해 여행을 하면서 점점 더 용기를 가지게 되고

급기야 친구마저 얻게 되는 내용이 뭉클하게 한다.

여행은 '나'를 성장시키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첫장에 나왔던 보라색 펜을 들고 있던 소년과 빨간 마법펜을 든 소녀가

마지막 장에서 또 다시 만나게 되는 기막힌 구성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수퍼남매와 함께 읽을 때

남매는 보지 못했던 소년을 나만 봤던 터라

은근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래서 처녀작인데도 불구하고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하였구나 싶었다.

 

공개 수업을 하면서

소녀가 위기 때마다 빨간 마법 펜으로 무엇을 그리는지 상상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두 번이나 작가의 생각을 고스란히 맞추는 아이가 있었다.

평소에도 호기심과 상상력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상상력이 필요한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나도 그림책을 보면서 과연 소녀가 무엇을 그릴까 생각해 보곤 했지만 번번히 예상이 빗나갔는데 말이다.

글자 없는 그림책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아주 훌륭한 소재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봄꽃이 유혹하는데

막상 떠나지 못하는 나 같은 분이 있다면

책으로의 여행을 권유해 본다.

한결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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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9 0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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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9 1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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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비 이야기
송진헌 글 그림 / 창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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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반 아이 중 몇 명이 친구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이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인성교육을 하였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먹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모르는 척> <양파의 왕따 일기><우아한 거짓말>

등 왕따 즉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하는 책은 언제 읽어도 마음이 답답해지고, 안타깝다.

우리 아이들 모두,

그 누구도 가해자가 되어서도 피해자가 되어서도 침묵하는 방관자가 되어서도 안 되는데....

 

삐비라는 아이가 있다.

막대기로 자신의 머리를 "딱딱" 치는 이 아이를 동네 아이들은 함께 놀지 않았고,

심지어 "절름발이, 바보"라고 놀리기까지 하며 가까이 가면 뭐라도 옮을까 봐 곁에 가지도 않는다.

화자인 "나"또한 여느 아이들처럼 삐비 곁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늘 지켜본다.

그러던 어느 날, 숲 속에서 삐비를 발견하고 함께 깊은 숲에 가게된 후부터

"나"와 삐비는 단짝 친구가 된다.

하지만 "나"가 학교에 들어가고부터 사정은 달라진다.

삐비와 어울리면 "나"까지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을까 봐

" 나"는 학교 생활에 적응해야 해서, 바쁘니까 등으로 삐비와 더 이상 놀지 않는 자신을 합리화한다.

그 후, 삐비는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고 만다.

삐비는 어떻게 되었을까.

 

얼마 전 우연히 본 영화 <우아한 거짓말>도 내용이 이와 비슷하였다.

요즘 왕따가 학년이 좀 내려온 경향이 있다.

초등 저학년에서 따돌림을 경험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아마 나이가 어려서 사리 분별을 못한 나머지

친구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행동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리 어려도 따돌림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재미 삼아 해서도 안 되고, 친구를 따라해서도 안 되며

따돌리는 것을 보고도 침묵해서도 안 될 일이다.

자신이 따돌림을 당한다고 생각해 보면 그게 얼마나 나쁜 일인지 알 터인데...

 

겨우 손 내밀어 준 한 친구마저 등을 돌리고 다른 아이들처럼 피해 다닐 때

삐비의 절망감, 배신감이 얼마나 컸을까.

아마 삐비가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나"의 외면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이 놀리고 비웃고 했을 때의 아픔보다

잠시나마 자신에게 손 내밀어주고 함께 놀아주며 친구였던

"나" 마저  삐비를 등졌을 때 삐비는 더 아팠을 것이다.

한 가닥 남아있던 희망마저 포기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장성한 "나"가 자신의 아이인 듯 보이는 꼬마의 손을 잡고

삐비와 함께 놀았던 그 숲에 온 것이다.

"나"는 내민 손을 거두어 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에 늘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고

자신의 비겁함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기 위해서 삐비가 자취름 감춘 그 숲에 왔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 더 이상 삐비가 생겨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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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5 15: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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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6 1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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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섬 오동도 우리나라 그림책 12
강벼리 지음, 유기훈 그림 / 봄봄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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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거리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던 무렵,

때마침 여수 엑스포도 하였던 기억이 떠오른다.

노래와 엑스포는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였다.

덕분에 여수를 찾는 사람이 갑절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3년 전, 그 때는

어딜 가나 "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들렸었다.

방학 때,  학교 도서실에서

여수에 있는 작은 섬 "오동도"에 대한 그림책이 나온 걸 보고 무지 반가웠다.

 

여수는 내 고향이기도 하다.

특히 오동도는 우리 집과 정말 가까와 산책 삼아 다니던 곳이었다.

그림책으로 보니 감회가 새로왔다.

난 대학 때문에 서울에 왔고,

부모님까지 서울에 온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부모님이 여수를 떠나오신 후론 안타깝게도 여수에 가 본 적이 없다.

친척이라도 있다면 갔겠지만서도

여수에 살 때도 우리 가족만 있었다.

그러니 더 이상 여수에 갈 이유가 없었다.

그러던 차, 여수 엑스포가 열렸고

언니 2명이 부모님을 모시고 여수에 다녀왔지만

난 아이들이  어려 동행을 못 했었다.

그렇게 여수는 내 마음의 고향으로만 존재하였다.

 

우연히 고향 여수 오동도를 배경으로 한 이 그림책을 보니 정말 반가웠고

그리움이 샘 솟았다.

여수는 어떻게 변했을까? 오동도는? 돌산 대교는? 만성리 해수욕장은? 향일암은?

내가 다니던 학교들은? 우리 동네는?

여수의 현재가 정말 궁금해졌다.

더구나 글 작가 또한 나처럼 유년 시절을 여수에서 보냈다고 하니 갑자기 동질감이 느껴졌다.

오동도를 숱하게 다녔지만

그 섬에 얽힌 전설 같은 걸 들어본 적이 없는데

작가는 도대체 누구한테서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까!

오동도에 얽힌 전설을 들었다손 치더라도 나 같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을 텐데

역시 작가가 될 사람은 다른 듯하다.

강벼리 작가는 그 이야기를 고이 마음에 새겨 이렇게 멋진 책으로 냈으니 말이다.

여수가 고향인 한 사람으로서 작가에게 오동도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줘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림책에는 오동도에 얽힌 전설 세 가지가 나온다.

왜 이름이 오동도인데 오동 나무가 한 그루도 없는지

왜 토끼는 소리를 못 내는지 (이 그림책을 보고나서야 토끼가 소리를 못 내는 걸 알았다. )

그리고 마지막 슬픈 어부 부부의 이야기까지.

 

한 가지만 소개해 볼까나.

오동도에 왜 오동나무가 없게 되었냐 하면 사연인즉 이렇다.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동도에 오동 나무가 많아 봉황이 엄청 날아들었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신돈이

봉황이 많이 날아 온다는 것은 오동도에서 귀한 인재가 날 기운이라 생각하여

왕께 고하여 오동 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렸다고 한다.

그 때부터 오동도에는 오동 나무가 한 그루도 없게 되었다고 한다.

신돈도 왕도 자신의 권력을 누군가에게 뺏길까 봐 두려웠던가 보다.

 

책을 덮고나서 시리즈를 한 번 찾아봤다.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 그림책" 시리즈를 꽤 읽었다.

어릴 때 즐겨 보던 프로그램 중에 "전설의 고향"이 있었다.

삼천리 방방 곡곡에 있는 숨은 전설을 알려주곤 하였는데 이 시리즈가 그런 듯하다.

이 그림책 시리즈도 우리 나라 곳곳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귀한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내주길 바란다.

 

그림책을 읽고나니 내 고향 여수에 정말 가고 싶어진다.

친정 식구들 말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하던데.

전에 기차를 타고 갈 때는 6시간 정도가 걸려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는 KTX가 생겨 훨씬 시간이 단축되었다고 하니 한결 부담이 줄어들어 가볼만하다 싶다.

수퍼남매에게도 엄마가 자란 곳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가보면 왜 "한려수도"라는 말이 생겼는지 저절로 알게 될 거다.

 

그림책을 보니 오동도의 대나무 숲과 동백꽃은 예전 그대로인 듯하다.

오동도엔 지금쯤 빠알간 동백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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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1-3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수가 고향이시군요^^
여수 밤바다 예쁘다고 하던데~~~
오동나무 전설! 이런...

수퍼남매맘 2015-02-02 18:33   좋아요 0 | URL
네 그렇답니다.
세실님 고향은 청주?


2015-02-02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2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 - 지구촌 평화 그림책 내인생의책 그림책 53
오진희 글, 김재홍 그림 / 내인생의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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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이 무엇일까? "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할까?

어떤 아이는 비행기, 어떤 아이는 원자 폭탄, 어떤 아이는 엄마라고 대답할 지도 모른다.

이 그림책은 아이가 힘이 세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글 작가는

" 아이에게 언제나 최고가 될 것을 가르치는 부모님과 선생님들 

최고가 되려고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드립니다." 라고 밝히고 있다.

그림책을 여러 번 찬찬히 읽으면서 힘이 세다는 것, 최고가 된다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 

힘이 세다는 것과 최고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면 

자라서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향해 갑질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아이가 이 그림책을 통해 힘셈과 최고의 참의미를 깨닫기 바랄 뿐이다.


그림작가는 <영이의 비닐 우산>을 그린 김재홍 작가이다.

김재홍 작가만의 묵직함이 묻어나오는 그림이 묵직한 주제와 잘 어울린다. 

다양한 면분할은 다소 어두울 수 있는 분위기를 전환시켜 주는 양념 역할을 한다.

언제 봐도 김재홍 작가의 나무 그림은 감탄스럽기 그지 없다.

(나무 그림은 후반부에 나온다.)


겉표지는 굉장히 평화로워 보인다.

커다란 나무 아래, 어떤 아이가 트럼펫을 불고 있고, 주변에 꽃이 만발, 나비가 나폴거리고 있다.

부제가 "지구 평화 그림책"이듯 작가는

지구촌이 지금 이 모습처럼 어디서나 평화롭기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장면을 그렸을 것이라 여겨진다.

평화로운 세상을 꿈 꾸며 최고가 되고 싶었던 "먼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이름도 없는 작은 티끌, 먼지가 있었다.

우리가 그러하듯 먼지도 뭔가 의미 있고 훌륭한 것이 되고 싶었다.


어느 날, 바람이 먼지를 어디론가 이끌고 갔다.

어쩐지 바람의 모습이 순수해 보이지 않아 보인다.

힘센 것이 되고 싶다는 먼지를 꼬드겨 뭘 하려는 걸까!


바람에 이끌려 산골짜기에 온 먼지는 힘센 것이 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린다.

그렇게 먼지는 단단해져갔다.

흙이 된 먼지는 또 기다린다. 힘이 세진다고 하니 지루하고 힘들어도 참아낸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급기야 뭔가에 담겨져 뜨거운 것으로 들어간 먼지는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다.

세상을 지배할 강철 무기가 된 것이다.

의미 있고 훌륭한 것이 된 게 맞을까!

얼마 후, 강철 무기가 된 먼지는 모래 바람이 부는 사막으로 갔다.

사람들이 자신을 피하고 두려워 하는 모습이 보인다. 


먼지는 의미 있고 훌륭한 일을 하고 싶었고 이제 무엇보다 힘이 세졌다. 힘을 이용해 닥치는 대로 세상을 부수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면 그래야 된다고 지배자가 말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의 표정이 고통스러워 보이지?

강철 무기를 향해 어린이들이 돌멩이를 던지기 시작한다. 먼지는 혼란스럽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그날 밤, 꿈에서 돌멩이와 대화를 나눈다. 

"너는 힘센 것이 되려는 욕심에 네 진짜 마음과 생각을 잊어버린 멍청한 쇳덩이일 뿐이야"

꿈에서 돌멩이와 나눈 대화로 먼지는 혼란스럽다. 그리고 "생각"이란 걸 하게 된다.

계속되는 전쟁에 사막은 페허가 되어가고 사람들은 가족을 잃은 채 만신창이가 되어가며 먼지 또한 지쳐간다.

전에는 지배자가 시키는 대로 복종하여 건물을 부수고 사람을 죽이는 강철무기였지만

생각이라는 걸 하기 시작하니 사람들의 고통이 보이기 시작한다.

'난 그저 의미 있고 훌륭한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먼지의 고뇌가 느껴지는 명장면이다.


자! 이제 먼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돌멩이의 지적처럼  지배자의 명령에 복종하며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멍청한 쇳덩이로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님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지배자에게 저항할 것인가?

부디 먼지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길 바랄 뿐이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그림책은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나와는 상관 없는 일처럼 느껴질 지 몰라도

작가의 후기에 보면 3개 나라 중 1개 나라가 전쟁 중이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도 굳이 나라 간의 전쟁이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전쟁이 쉼없이 벌어진다.

모두가 "최고"와  "힘셈"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마지막 부분에 바람이 다시 등장한다.

먼지는 되묻는다.

"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은 무엇인가요?"

바람이 대답한다.

" 내가 세상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보니까 가장 힘센 것은 사랑하는 마음이더라. 서로 사랑하는 마음 말이야.

훌륭한 일이란 사랑하는 마음을 이쪽 시작에서 저쪽 끝까지 전하는 일일 거야.

사랑하는 마음이 되려면 용기가 필요해.

용기란 힘이 센 것이 아니라, 아무리 작아도 내 생각과 마음을 잃지 않는 거야"

라고 알려준다.

바람의 깨달음을 우리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덮으면서 깨달을 수 있을까!

적어도 최고가 된다는 것이 약자를 지배하고 착취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님을 기억해줬음 좋겠다.


마지막 결론 부분-가장 힘센 것은 사랑이더라-이 약간 도식적인 게 느껴지긴 하지만 

뚜렷한 주제와 멋진 그림이 충분히 상쇄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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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07: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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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16: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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