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여행 - 2014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에런 베커 지음 / 웅진주니어 / 201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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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꽃이 흐드러지게 피니 멀리 떠나고 싶다.

홈쇼핑에서 여행 상품 나오면 침을 질질 흘리며 보곤 한다.

올 한 해는 여행 다운 여행은 못할 듯하니 더욱 여행이 그립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책으로 여행을 떠난다.

 

요즘에 만나본 그림책 중에서 베스트는 <머나먼 여행>이라는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지난 번 도봉도서관에서 발견한 이 책 덕분에 며칠 전 공개 수업도 무사히 마쳤다.

이 그림책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였다.

 

이 그림책 명성을 예전부터 듣고 있었으나

그림책 좀 그만 사라는 옆지기의 성화 때문에 못 사고 있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보자마자

' 그래, 이 책으로 공개수업 하면 되겠다' 싶어서 구매를 결정하였다.

공개 수업 자료로 책을 사는 것까진 말릴 수 없었던 옆지기는 그냥 모른 척 해주었다.

 

예전에 읽었던 앤서니 브라운의 <마술 연필>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거기서는 꼬마 곰이 마술 연필로 여러 가지를 그리는 내용이었던 듯하다.

그 그림책은 약간 유아스럽다면

이 그림책은 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훨씬 철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운 소녀가 우연히 방에서 발견한 빨간 마법 펜.

그 마법 펜으로 벽에 문을 그리자 진짜 문이 된다.

외롭고 답답했던 소녀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러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글자 없는 그림책의 매력은 바로 독자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글자가 없기 때문에 그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 그림책도 그렇다.

 

그림에 집중하다 보니 소녀의 외로움과 슬픔이 눈에 들어온다.

첫 장에서 보라색 펜을 들고 있던 소년도 보인다. 그냥 쓱 지나치면 안 보인다. 자세히 봐야 보인다.

둘째 장에서 소녀가 타고 있던 씽씽카가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른 물체로 바뀌는 것도 보인다.

아마 글자가 있었더라면 간과했을 부분이다.

 

그림책이 주는 메시지 또한 참 마음에 든다.

외로운 소녀가 마법 펜을 통해 여행을 하면서 점점 더 용기를 가지게 되고

급기야 친구마저 얻게 되는 내용이 뭉클하게 한다.

여행은 '나'를 성장시키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첫장에 나왔던 보라색 펜을 들고 있던 소년과 빨간 마법펜을 든 소녀가

마지막 장에서 또 다시 만나게 되는 기막힌 구성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수퍼남매와 함께 읽을 때

남매는 보지 못했던 소년을 나만 봤던 터라

은근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래서 처녀작인데도 불구하고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하였구나 싶었다.

 

공개 수업을 하면서

소녀가 위기 때마다 빨간 마법 펜으로 무엇을 그리는지 상상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두 번이나 작가의 생각을 고스란히 맞추는 아이가 있었다.

평소에도 호기심과 상상력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상상력이 필요한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나도 그림책을 보면서 과연 소녀가 무엇을 그릴까 생각해 보곤 했지만 번번히 예상이 빗나갔는데 말이다.

글자 없는 그림책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아주 훌륭한 소재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봄꽃이 유혹하는데

막상 떠나지 못하는 나 같은 분이 있다면

책으로의 여행을 권유해 본다.

한결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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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9 0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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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9 1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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