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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비 이야기
송진헌 글 그림 / 창비 / 2003년 4월
평점 :
지난 금요일, 반 아이 중 몇 명이 친구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이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인성교육을 하였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먹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모르는 척> <양파의 왕따 일기><우아한 거짓말>
등 왕따 즉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하는 책은 언제 읽어도 마음이 답답해지고, 안타깝다.
우리 아이들 모두,
그 누구도 가해자가 되어서도 피해자가 되어서도 침묵하는 방관자가 되어서도 안 되는데....
삐비라는 아이가 있다.
막대기로 자신의 머리를 "딱딱" 치는 이 아이를 동네 아이들은 함께 놀지 않았고,
심지어 "절름발이, 바보"라고 놀리기까지 하며 가까이 가면 뭐라도 옮을까 봐 곁에 가지도 않는다.
화자인 "나"또한 여느 아이들처럼 삐비 곁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늘 지켜본다.
그러던 어느 날, 숲 속에서 삐비를 발견하고 함께 깊은 숲에 가게된 후부터
"나"와 삐비는 단짝 친구가 된다.
하지만 "나"가 학교에 들어가고부터 사정은 달라진다.
삐비와 어울리면 "나"까지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을까 봐
" 나"는 학교 생활에 적응해야 해서, 바쁘니까 등으로 삐비와 더 이상 놀지 않는 자신을 합리화한다.
그 후, 삐비는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고 만다.
삐비는 어떻게 되었을까.
얼마 전 우연히 본 영화 <우아한 거짓말>도 내용이 이와 비슷하였다.
요즘 왕따가 학년이 좀 내려온 경향이 있다.
초등 저학년에서 따돌림을 경험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아마 나이가 어려서 사리 분별을 못한 나머지
친구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행동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리 어려도 따돌림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재미 삼아 해서도 안 되고, 친구를 따라해서도 안 되며
따돌리는 것을 보고도 침묵해서도 안 될 일이다.
자신이 따돌림을 당한다고 생각해 보면 그게 얼마나 나쁜 일인지 알 터인데...
겨우 손 내밀어 준 한 친구마저 등을 돌리고 다른 아이들처럼 피해 다닐 때
삐비의 절망감, 배신감이 얼마나 컸을까.
아마 삐비가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나"의 외면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이 놀리고 비웃고 했을 때의 아픔보다
잠시나마 자신에게 손 내밀어주고 함께 놀아주며 친구였던
"나" 마저 삐비를 등졌을 때 삐비는 더 아팠을 것이다.
한 가닥 남아있던 희망마저 포기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장성한 "나"가 자신의 아이인 듯 보이는 꼬마의 손을 잡고
삐비와 함께 놀았던 그 숲에 온 것이다.
"나"는 내민 손을 거두어 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에 늘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고
자신의 비겁함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기 위해서 삐비가 자취름 감춘 그 숲에 왔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 더 이상 삐비가 생겨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