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각의 소유자로 익히 알고 있는 철학자 니체와 칸트, 그리고 소로 이외에도 루소, 랭보, 간디, 프루스트 등의 걷기에 대한 철학과 사유를 바탕으로 걷기,를 철학한 책이다. 세계와 나를
사유해볼 수 있는 제법 유용한 책.


소로의 월든,은 다른 어떤 여행이야기보다 더 매혹적이다. 실제로 극단적인 모험을 진부한 것으로 만드는 전이에서는 급진성이 느껴진다. 걷기 위해 아주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무리 자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걷기의 참뜻은 이타성(다른 세계들, 다른 얼굴들, 다른 문화들, 다른 문명들)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화된 세계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걷는다는 것, 그것은 바깥쪽에 있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 바깥쪽에, 고속도로 바깥쪽에, 이익과 빈곤의 생산자들 바깥쪽에, 그리고 겨울해의 부드럽고 연한 빛과 봄에 부는 미풍의 상쾌함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나은 할 일이 있는 진지한 사람들 바깥쪽에 있는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진리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다. 걷는다는 것, 그것은 곧 현실을 체험하는 것이다. 순수한 육체적 외재성이나 어떤 주체에게 중요한 것으로서의 현실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으로서의 현실이다. 즉 그것은 견고함과 저항의 원칙이다. 걷는다는 것, 그것은 곧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그 원칙을 시험하는 것이다. 땅이 버텨내기 때문이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나의 몸무게는 받침점을 발견하여 튀어 오르고 도약한다.

견고한 배경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월든>

p14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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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발칸유럽 - 낯선 세상으로의 설레는 점프
한경순 지음 / 성하Books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여행 전문 종사자가 쓴 책으로 일목요연하다.
서정적이며 감성적인, 좋은 문장도 장마다 만날 수 있어 정보와 감성 사이에 균형을 유지한다.
사진정보도 괜찮다.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는 전쟁 때 집중폭격을 맞은 곳 중 하나이다. 내일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려고 지금 산장같은 숙소에 누웠다. 옥탑방 느낌으로 고즈넉하고 공기 또한 청량하다. 산 위로 놀이 붉게 지던 풍경도 한밤을 맞고 새벽으로 가고 있다.
사진은 Trog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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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6-1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떠나본 여행이 저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어느날 문득` 떠나는 여행이요.
다녀오시면 들려주고 쓰고싶고 말하고 싶으신 것들이 많아지시겠지요? ^^
모쪼록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프레이야 2015-06-13 03:39   좋아요 0 | URL
네, 건강히 잘 다니고 내일이면 돌아가네요. ^^

moonnight 2015-06-12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즐거운 여행되시기 바래요^^

프레이야 2015-06-13 03:39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달밤님~

cyrus 2015-06-1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로아티아가 멋진 풍경이 있는 명소가 많이 있다고 들었는데 내전으로 나라 사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프레이야 2015-06-16 07:36   좋아요 0 | URL
크로아티아, 지금은 괜찮고 관광여행지로 급부상했네요. 사라예보와 베오그라드에선 전쟁의 상흔이 남아 ‥옛날을 잊지말자는 글귀가 있더군요.

마녀고양이 2015-06-1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여행 중이시군요.
너무 부러워요, 즐거운 여행 되세요. 그리고
바쁜 마음이 조금 한가해지기를 바라며, 덧붙여 제 마음도. ^^

프레이야 2015-06-13 03:42   좋아요 0 | URL
마고님 오랜만이죠. 일은 더 바빠지셨나요? 몸도 마음도 건강하길 바라요. 저는 돌아가면 일거리들이 주욱~^^
 

 

 

 길과 걷기, 그리고 삶에 대한 통찰이 빛나는 산문집

 내용과 어울리게 배치한 낡은 흑백사진들도 영감을 준다.

 

 

 

 

 

 

 

 

 

 

 

"세계가 우리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파악하기 어려워질 때 그 지주로서 남는 것은 몸이다. 몸은 알쏭달쏭하여 감이 잡히지 않는 삶 속에서 살을 다시 찾아 가질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다. 몸을 다듬는 것은 세계에 매달리는 하나의 방식으로 변했다. 몸은 무한히 재조정되는 어떤 아이덴티티의 부대사항으로 승격했다. 외관은 가장 밀도 짙은 깊이의 장소가 되었다. 폴 발레리가 말했듯이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 그래서 <걷기예찬>은 삶의 예찬이요 생명의 예찬인 동시에 깊은 인식의 예찬이다."

 

 - 김화영 '옮긴이의 말' 중에서

 

 

 

 

걷기는 언제는 미완상태에 있는 실존의 이미지를 잘 보여준다. 걷는다는 것은 끊임없는 불균형의 놀이이기 때문이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보행자는 규칙적 리듬으로 바로 앞서의 운동에 그와 상반되는 또 하나의 운동을 즉시 연속시켜야 한다....... 보행은 세상을 향한 자기개방이므로 겸손과 순간의 철저한 파악을 요구한다. (88p)

걷기는 사람의 마음을 가난하고 단순하게 하고 불필요한 군더더기들을 털어낸다. 걷기는 세계를 사물들의 충일함 속에서 생각하도록 인도해주고 인간에게 그가 처한 조건의 비참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상기시킨다. 오늘날 걷는 사람은 개인적 영성의 순례자이며 그는 걷기를 통해서 경건함과 겸허함, 인내를 배운다. 길을 걷는 것은 장소의 정령에게, 자신의 주위에 펼쳐진 세계의 무한함에 바치는 끝없는 기도의 한 형식이다. (237p)

걷는 사람은 낭패감 속에서도 자신의 삶과 계속 한몸을 이루고 사물들과 육체적 접촉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행복하다. 온몸이 피로에 취하고,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저곳으로 간다는 보잘것없지만 명백한 목표를 간직한 채 그는 여전히 세계와의 관계를 통제, 조절하고 있다. 물론 그는 방향감각을 잃기도 하지만 아직은 알지 못할 어떤 해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걷기는 하나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 되어 불행을 기회로 탈바꿈시킨다. 인간을 바꾼다는 영원한 임무를 다하기 위하여 길의 연금술이 인간을 삶의 길 위에 세워 놓는다. (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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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5-2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걷기예찬>은 삶의 예찬이요 생명의 예찬인 동시에 깊은 인식의 예찬이다.˝ 참 좋으네요.
저도 걷기를 좋아하니 더 와닿아요^^

새벽녘 이슬 머금은 길을 걷는 느낌은 마치 나니아 연대기로 들어가는 느낌이어요^^

프레이야 2015-05-21 17:28   좋아요 0 | URL
표지 사진 멋지죠. 걷기를 많이 좋아하진 않지만 좋은사람들과 걸으면 다르겠죠. 때론 혼자걷기도 필요하구~^^

아무개 2015-05-2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걷는거 좋아하는데
요샌 미세먼지땜시
쫌만 걷고 와도
콧물 줄줄줄 ㅡ‥ㅡ


프레이야 2015-05-21 22:25   좋아요 0 | URL
알레르기 비염 있으시나 봐요. ㅠ
환절기에 특히 심하던데요. 그래서 아주머니들이 복면을 쓰나 본데
갑자기 보면 식겁합니다. ㅎㅎ
저는 다행히 미세먼지에는 그닥 예민하게 반응하진 않더라구요.

페크pek0501 2015-05-2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걷는 것 즐겨요. 요즘도 매일 걷고요.
해질 무렵에 산책하러 나가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많이 걸어 지루할 땐 폰에 이어폰 연결하여
음악을 들어요
처음엔 소화불량 때문에 매일 한 시간씩 걷기 시작했던 게 이젠 습관이 되었어요.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지켜야 할 수칙 중 하나는,
`매일 걷는 시간을 가져라`가 될 것 같아요.
걷기가 건강에 참 좋다고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걷기에 관련한 에세이가 많더라고요. ^^

프레이야 2015-05-23 21:30   좋아요 0 | URL
네 소화 때문에 산책하신단 말씀 기억나요. 저는 사실 잘 안 걷는데 요즘은 일상에서라도 조금씩 걷는 걸 늘려가려고해요^^

처음처럼 2015-05-26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았어요. 이 책....
걷기에 관한 글을 쓸 때면 꼭 한 번은 다시 뒤적이곤 하지요.
^^*

프레이야 2015-05-26 20:38   좋아요 0 | URL
통했어요. 님 ^^ 마음이 고요해지더군요
 

제12회 부산국제연극제
러시아 발틱하우스 극단의 `Macbeth`

설치미술작을 옮겨놓은 듯 압도적인 철제 무대장치가 작품전체를 대변한다.
그것은 욕망에 찬 맥베스의 심적 갈등이 극도에 달할 때면 더욱 심하게 흔들린다.
내면에 바람이 불면 찢어질 듯 불어대는 금속성의 소리, 무의식의 상징인 숲의 정령들이 너울대는 나뭇가지들, 심연의 어두운 숲, 그곳에 사는 마녀들, 그들이 건네는 유혹의 속삭임.‥
우리 모두는 맥베스가 아닐까.
맥베스의 아내는 맥베스가 안고 가야 할 자신을 닮은 영혼, 즉 또다른 자아. 사악하나 연약하고 불쌍하기 그지없는‥
상징과 비유, 시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전위무용인 듯 여배우들의 몸짓언어가 특별하다.

사진은 연극 후 아티스트 토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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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5-20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재미있었을것 같아요.. 멕베스를 보면 항상 맘이 아팠는데...이제는 점점 마음이 그 부인한테로~~

프레이야 2015-05-20 13:39   좋아요 0 | URL
네, 이 연극에서도 보는 이의 연민이 더했고 멕베스보다 비중이 있어 보였어요. 여배우 연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에로틱한 장면도 자주 있었어요. 19세 이상 관람

moonnight 2015-05-20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머, 멋지시다.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5-05-20 13:41   좋아요 0 | URL
ㅎㅎ우와 달밤님
오늘 날씨가 넘넘 화창해요. 신록은 눈부시고 바람은 산들산들~~좋은하루 보내세요^^

AgalmA 2015-05-20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멕베스...패스벤더와 꼬띠아르가 나오는 영화 곧 개봉인데, 이또한 놓치시지 않겠군요^^!

프레이야 2015-05-20 18:35   좋아요 1 | URL
아, 몰랐던 소식이에요. 주연배우들만 봐도 확 구미가 ^^ 꼭 봐야죠
 

5월이 시작될 무렵부터, 청보리밭을 가고 싶었다. 차일피일 못 가고 있지만 유명한 고창 청보리밭과 경주의 둔덕이 있는 청보리밭 정도를 마음에 봐두고 날을 보고 있었다. 어느새 5월도 중순을 지나 하순으로 가고 있어 올해 청보리밭은 물건너 간 풍경이 될 것 같다. 마음 속으로만 그리는‥

고창이라 하니, 선운사는 다시 안 가더라도 고창읍성과 미당 시문학관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 하순 문학기행을 그곳으로 잡아두고 기대중이다.

육명심의 `문인의 초상`에는 미당을 `천 년에 한 번 나올까하는 천재`라고 숭배하는 김구용 시인과 그런 미당의 사진이 들어 있다. 육명심의 간결한 글과 그들의 영혼을 담은 흑백 초상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육명심은 미당의 시에서 느꼈던 성과 속의 양면적 인상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한 시인에게 이같이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요소가 공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의 세계가 원대하고 광활하며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130p)

김구용 시인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그의 시는 이상의 시보다 어렵다할 정도로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한다.

˝그는 미당 선생과 자기의 시를 감히 비교한다면 무위와 유위의 차이라고 말했다. 미당은 거미가 거미줄을 뽑듯이 그렇게 시를 뽑아내는데 자기는 책상에 엎드려 틀로 기름을 짜듯 머리를 쥐어짜 시를 만들어낸다고, . . . ˝(46p)

이 사진책의 부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72인, 그 아름다운 삶과 혼을 추억하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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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5-19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경리 문학관은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미당 시문학관은 제가 가본 국내 문학관 중 최고였습니다. 마을 풍경하며, 바닷길로 이어지는 그 길들이 참 좋더군요.
제가 생각하기엔 이상 시인은 작법상의 이해가 까다롭다면, 김구용 시인은 그 명상적인 깊이에 쉽게 다가가기 힘든 거 같아요. 실례가 아니길 바라며, 김구용 시인의 제가 아끼는 시 한 편 선사합니다 :)


반수신半獸身의 독백



어느 날, 내 몸이 나의 우상偶像임을 보았다. 비가 낙엽에 오거나 산새의 노래를 듣거나 마음은 육체의 노예로서 시달렸다. 아름다운 거짓의 방에서 나는 눈바람을 피하고 살지만 밥상을 대할 때마다 참회하지 않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생을 두려워 않는다. 언제나 일월성신日月星辰과 함께 괴로워 않는다. 추호라도 나를 속박하면, 나는 신을 버린다.
순간이라도 나를 시인하면, 나는 부처님을 버린다. 몸과 정신은 둘 아닌 것, 비단과 쇠는 다르다지만 그러나 나에게는 하나인 것, 언제나 여기에 있다.
시침이 늙어가는 벽에 광선光線을 긋는다. 산과山果는 밤에도 나뭇가지마다 찬란하다. 돌은 선율로 이루어진다.


사람 탈을 쓴 반수신은 산속 물에 제 모습을 비쳐 보며, 간혹 피 묻은 입술을 축인다.


김구용 [뇌염](2001, 솔)

붉은돼지 2015-05-19 09:54   좋아요 0 | URL
미당 시문학관이 최고라니 한번 가봐야 할 듯...

저는 김구용이 시인인줄 몰랐던 것 같아요..국어시간에 배운 듯도 하고...
김구용하면 동주 열국지 만 떠오릅니다. ^^

프레이야 2015-05-19 15:50   좋아요 0 | URL
바닷길로 이어지는 길도요?
기대됩니다~ 김구용의 시 몇번을 읽게되네요. 감사합니다.

AgalmA 2015-05-19 17:31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길 바라서, 제 서재에 미당 시문학관 풍경을 올려 봤습니다.

붉은돼지님, 동주 열국지라니...그쪽은 또 제가 익숙치 않은...역사 공부 좀 열심히 해야하는데...

cyrus 2015-05-1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석우의 `벽모의 묘`도 난해하기로 유명해요. 이 시가 우리나라 최초의 난해시입니다.

프레이야 2015-05-20 00:0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찾아보겠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05-20 0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6년전에 갔던것으로 기억하는데 기석나는것은 국화그려진 지붕이 있는 마을과 파란하늘만 기억에 남아있어요. 그렇게 아름다운곳이었군요~ 다시 기회를 만들어 가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15-05-21 13:22   좋아요 0 | URL
언제부터인가 그렇고그런 벽화로 마을을 꾸민 곳이 많지요. 그곳에도 벽화마을이 있더군요. 검색해보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