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사이 등대
M. L. 스테드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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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서 가본 곳이라고는 시드니 인근의 몇곳에 불과합니다. 그래서인지 오스트레일리아를 무대로 한 이야기책에 관심이 가는 편입니다. 어느 책에선가 보고 읽어보겠다고 적어놓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탓에 어느 책이었는지는 기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MI 스테드만의 장편 소설 <바다 사이 등대>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 책읽기였습니다. 독후감 쓰기에 앞서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야누스록섬과 파르타죄즈 곶을 구글지도에서 찾아보았지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인공지능에게 물어보았더니 서호주에서 약 100마일 떨어진 인도양과 남극해의 경계에 위치한다는 가상의 섬이었고, 파라타죄즈 곶 역시 가상의 마을이라고 했습니다.


시대적으로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제대한 장교 톰 셔본이 전쟁을 치루는 동안 받은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등대지기가 되기로 합니다. 직업훈련을 받고 훈련기간을 거쳐 발령을 받은 곳이 바로 야누스록 등대였습니다. 등대지기 외에는 주민이 없는 섬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결혼한 등대지기를 부임하도록 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톰은 총각이었기 때문에 단신 부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찾아갔던 파르타죄즈에서 이저벨이라고 하는 처녀를 만나 사랑이 싹트고 결혼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섬에서 신혼을 보내게 되는 두 사람은 안타깝게도 두 차례의 유산을 겪게 됩니다. 그러던 가운데 어느날 섬에 조각배가 표류해 오는데, 배안에는 젊은 남자가 죽어있고 어린 여자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야기를 기적이 일어나던 날이라고 시작하였습니다만, 이는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쪽으로 정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유산으로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던 이저벨이 아이를 키우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워낙이 등대지기는 섬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즉각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데, 톰은 아내의 간절한 요청을 거절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원칙을 지켰어야 많은 사람들이 받았어야 할 고통을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이저벨의 무모한 욕심이 남편 톰을 위기로 몰아넣고, 여자 아이의 친모 뿐 아니라 여자 아이까지도 겪어야만 했던 긴 고통의 시간을 줄여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이 겪어야 했던 전후 외상 후 불안장애의 정체에 대하여 누구도 깊이 알지 못했던 까닭에 전쟁이 끝난 뒤에 전쟁의 여파로 커다른 고통을 겪거나 죽음을 맞는 불행한 일이 무수히 많았던 것입니다. 다행이도 톰은 외상 후 불안장애가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전장에서 끝났어야 할 목숨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바칠 수 있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필귀정이라고 합니다만 결국 톰과 이저벨이 키웠던 여자 아이 루시는 친모를 만나 원래 이름인 그레이스에 루시를 더한 이름으로 살게 되지만 키워준 톰과 이저벨과는 단절된 삶을 살게 됩니다. 후일담으로 붙인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이저벨이 죽은 뒤에 루시 그레이스가 톰의 집을 찾아온다는 결말이 조금은 아쉬웠던 것은 등장인물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었더라면 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구조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 싶었고, 이야기의 전개 역시 극적이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작가가 묘사한 상황설명도 흥미롭고 상세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등대의 내부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 슈피리어 호수의 남쪽 귀퉁이에 있는 덜루스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스플릿 락 등대에서 구경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는 이 책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역량을 주옥같은 대사에서도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야누스록에 대한 설명으로, “일 년에 단 네 차례 오가는 생필품을 배편 하나로 연결된 야누스록은 실이 풀린 단추처럼 이 직품 가장자링 느슨하게 매달려 있었다. 금세라도 떨어져서 남극으로 흘러가버릴 것처럼.(34)” 같은. 참전했던 4년 동안 톰을 지탱해준 것에 대해서는 톰은 무언가 구체적인 것에 매달려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정신과 영혼이 추를 잃은 풍선처럼 어딘가로 날아가버릴지도 몰랐다.(51)” “섬 북쪽에 있는 화강암 절벽은 그 아래 대양을 향해 굳은 턱을 벌리고 있는 듯 보였다.(54)” “등대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은 밝히지 못한다.(254)” “생각한 것과 실제로 겪는 것은 전혀 달라요.(397)” “살다 보면 시련이 닥치기도 해. 때로는 삶이 나를 물어뜯고 갉아 먹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 삶이 되돌아와 또 다른 걸 뜯어가기도 하지.(424)” 루시의 친부모인 프랭크와 해나가 나누는 증오와 용서에 관한 말도 좋습니다. “내가 선택하는 거지. 과거에 사로잡혀 허우적대며 살아갈 건지, 우리 아버지처럼 지난 일을 두고 사람들을 증오하면서 평생을 보낼 건지, 아니면 모든 일을 용섷고 잊을건지. () 그런데 그게 훨씬 편해. 용서는 한 번만 하면 되잖아. 원망을 하루종일, 매일매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쁜 일들도 계속 떠올려야 하고, 명단을 만들어야 할걸. 그것도 아주아주 긴 명단을. 모든 사람을 고루고루 적당히 증오하려면 말이야. 제대로 증오하려면 독일식으로 철저히 해야 할 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선택할 수 있어. 누구나 마찬가지야.(442)” 마지막으로 저무는 해의 평형추처럼 보름달이 하늘로 밀고 올라오고 있었다. 모든 끝은 다른 무언가의 시작이다.(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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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도시를 만나다 - 걸작을 탄생시킨 도시들의 이야기 전원경의 예술 3부작
전원경 지음 / 시공아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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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읽은 <예술, 역사를 만들다>를 쓴 전원경교수님이 그때로부터 7년에 걸쳐 <예술, 도시를 만나다><예술, 인간을 말하다>를 출간하면서 예술 부문의 3년작을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예술, 역사를 만나다>의 경우, 보건의료신문 라포르시안의 양기화의 BOOK소리에서 소개한 바 있으며, 2021년에 출간한 <아내가 고른 양기화의 BOOK소리>소리에도 실었습니다.


<예술, 역사를 만나다>를 읽은 독후감은 이집트미술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시기에 미술, 음악, 문학, 건축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일이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터이나, 그 시대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잘 정리해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마무리했습니다. 그렇든 전원경교수님의 예술 연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나머지 책들을 읽을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연작의 두 번째 작품 <예술, 도시를 만나다>는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예술, 도시를 만나다>는 걸작을 감상하기 위해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예술여행자들에게 길을 안내해주기 위한 책이다,(9)”라고 했습니다. 여행과 예술을 같이 묶어낸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여행을 하는 이유도 다양합니다만 필자의 경우 여행을 통하여 앎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원경 교수님은 확실한 용도도, 실용적인 목적이나 이유도, 그리고 돌아온 후의 구체적인 보상도 없는 것을 여행의 특징으로 꼽고 있습니다. 나아가 쓸모없음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합니다. 필자의 경우는 여행를 바탕으로 한 책을 두 권 낼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만큼 이를 여행의 보상이라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자는 재미있게도 여행과 함께 쓸모없음이라고 평가할만한 분야가 예술이라고 했습니다. 작가 역시 예술에 대한 광범위한 앎을 정리하여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해왔던 것을 본다면 과연 쓸모없음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술, 도시를 만나다>는 서울에 있는 예술의 전당의 인문강좌에서 진행된 예술, 여행을 떠나다라는 강의가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일종의 도시 여행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여행기를 정리할 때, 그나라와 그 도시의 역사를 정리한 뒤에 건축을 중심으로 한 볼거리를 소개합니다만, 때로는 문학작품, 영화, 미술 등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예술, 도시를 만나다> 역시 같은 양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역사를 먼저 소개하고, 그 도시의 건축물, 그 도시와 관련된 작가와 미술가를 소개하면서 그 작품까지도 간략하게 설명을 하였습니다. 영화는 다루지 않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예술, 도시를 만나다>17세기 중반에 시작하여 해외여행의 원조가 되는 유럽 귀족들의 수학여행, 그랜드 투어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랜드 투어를 떠나는 귀족들의 목적지는 이탈리아의 로마였습니다. 당시로서는 예술의 본고장이라 할만한 도시였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귀족들 말고도 일반 사람들도 이탈리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고, 상업여행도 생겨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 도시를 만나다>는 런던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와 노르망디를 거쳐 파리로 연결됩니다. 모두 22꼭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만, 런던의 경우처럼 도시를 대상으로 한 꼭지가 있는가 하면, 스코틀랜드와 노르망디처럼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스칸디나비아처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고 핀란드까지 여러 국가를 하나로 묶은 경우도 있습니다.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 그 지역에 들어 있는 여러 도시를 다루어야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워낙이 방대한 지역과 도시들과 역사, 건축, 문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다 보니 설명이 다소 깊이가 부족한 느낌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도시와 지역이 유럽인데 마지막으로 뉴욕을 포함한 이유가 어디에 있었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대목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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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겨내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 마음을 수술하는 의사 이병욱 박사의 희망 메시지
이병욱 지음 / 비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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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펀트래블 여행사의 일본근대문학기행을 다녀올 때 들고 갔던 책이었습니다. 당연히 독후감을 썼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찾아볼 일이 있어 확인해보았더니 독후감을 쓰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읽은 책은 무조건 독후감을 쓴다는 원칙이 무너질 뻔 했습니다.


<암을 이겨내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15년을 외과의사로 활동하고, 보완통합의학 의사로 22년을 활동해온 이병욱 선생이 암환자를 진료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보통 암을 발견하게 되면 상황에 따라 수술이나 항암, 방사선 요법으로 치료를 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암을 제거하여 당장 암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에 남아 있으면 치료가 물거품이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암을 극복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 힘은 바로 마음에서 나옵니다.”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암 치료의 원칙, 고민과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암을 잊고 사는 방법, 암에 걸린 가족을 돌보는 방법, 맛있게 식사하는 방법, 가족력을 극복하는 방법, 수술 후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하루 하루 몸과 마음과 영혼을 돌보는 삶을, 암이랑 동행하는 마음으로 살라고 권합니다.


모두 6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에서는 암을 진단받았을 때는 마음가짐을 이야기합니다. 저처럼 재발이 의심되는 상황을 맞는 환자에게는 스스로 존귀해질 때 암 재발에서 멀어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존귀해지지 못했던 것일까요? ‘2부 행복한 투병을 위한 치료방향에서는 진단을 받은 암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치료과정에서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합니다. ‘3부 건강한 마음과 정신이 나를 살린다‘4부 무엇보다 내 몸을 소중히 할 것’, 그리고 ‘5부 삶의 질을 지켜주세요-가족과 함께등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부분인 듯합니다. 마자믹 ‘6부 마지막을 준비하기에서는 그렇듯 암치료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맞아야 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암을 비롯한 모든 병들이 비슷비슷해 보여도 환자 나름대로의 특징적인 점이 있어서 절대로 꼭 같은 모양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자는 암을 삶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으십시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발견하라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삶을 고쳐야 암을 고칩니다.(28)“라고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저 역시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암이 발견되어 치료를 시작하면서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동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 보았던 것입니다.


또 하나 공감이 되는 대목은 암밍아웃입니다. 암을 커밍아웃이라는 말과 합성한 것입니다. ‘돈은 숨기고 병은 알리라는 옛말을 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만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이미 병밍아웃이라는 조어를 사용했던 것을 보면 저자가 이를 차용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말 사용을 우선하는 제 시각으로 보면 그리 좋은 표현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조금은 찔끔한 생각이 드는 대목도 있습니다. 바로 검사결과에 일희일비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제가 진단받은 전립선 암의 경우 진단을 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수술 등 근치적 치료를 받은 뒤에 재발여부를 감시하는 검사로는 아주 좋은 PSA검사가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수술 후에 3개월마다 검사를 하게 되는데, 저는 매달 검사를 해왔습니다. 검사값이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떨어진 다음에는 더 큰 폭으로 오르곤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너무 검사에 매달리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만, 사실 저는 자신을 시험대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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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U. R. - 로줌 유니버설 로봇 이음스코프
카렐 차페크 지음, 유선비 옮김 / 이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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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무는 책읽기였습니다. 최근에 읽은 <평범한 인생>의 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에 쓴 <R.U.R. 로줌 유니버설 로봇>에서 로봇이라는 단어와 개념을 처음 소개했고 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로봇은 우리의 삶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습니다만, 그 개념이 벌써 100년도 넘은 옛날 소개되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R.U.R. 로줌 유니버설 로봇>은 희곡으로 1921125, 체코 프라하의 국립극장에서 초연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로봇(robot)은 외부의 지시나 명령에 의해 행하는 노동이라는 의미를 가진 체코어 로보타(robota)를 작가가 변형한 단어로 노동, 노역이라는 뜻을 가진다고 했습니다. 작중에 등장하지 않는 로줌 시니어가 10년의 연구 끝에 남자 로봇을 개발하였지만, 겨우 3일을 살았다고 합니다. 로줌 시니어가 만든 로봇은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 일종의 인조인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를 발전시킨 것은 로줌 시니어의 조카이자 공학박사인 로줌 주니어였습니다. 로줌 주니어는 해부학을 공부한 끝에 인간의 신체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고 해부학적 조직을 단순화하여 살아있고, 지적이며 노동에만 종사하는 기계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러니까 영혼이 없는 인조인간, 즉 인간형 로봇을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공장에서 대량생산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과정에서 주어진 업무만을 행할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작가에 의하면 로봇은 인간이 아니고, 기계적으로 인간보다 더 완벽하고 명석한 사고력을 가졌지만, 영혼은 없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R.U.R. 로줌 유니버설 로봇>에는 철학적 장치를 두었습니다. 로봇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데 성공한 천재적 인물들 로줌(Rossum)이성, 지능이라는 의미를 가진 체코어 로줌(rozum)에서 가져왔으며, 로줌 유니버설 로봇의 대표 도민은 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도미누스(dominus)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로줌 유니버설 로봇사를 대표하는 도민이 생각하는 세상은 지금까지 인간이 해온 노동을 로봇이 대신하고 인간은 삶을 즐기는 낙원 같은 세상을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민의 부인이 되는 헬레나는 그리스 신화에서 트로이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헬레나처럼 미모를 자랑하면서 로봇이 기계에 불과하다고 인식하는 로줌 유니버설 로봇사의 사람들과는 달리 그들에게 영혼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신화에서처럼 로봇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그런 인물입니다.


회사의 생리학과 실험부장 갈 박사가 헬레나의 요구에 맞는 실험적 로봇을 제작하게 되었고, 이렇게 만든 로봇이 반란을 주도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인간을 닮은 로봇은 서로 죽이고 죽는 인간의 취약한 점을 따라가게 됩니다. 반란을 일으킨 로봇들이 모든 인간들을 살해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문제는 헬레나가 로줌 시니어와 주니어가 남긴 로봇제작에 관한 기술서를 태워버렸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모두 사라지자 공장에서는 새로운 로봇을 제작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됩니다. 결국 로봇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더라는 데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인간을 대체한 로봇들의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 작가는 밝히지 않은 것입니다.


로봇이 실제로 우리 삶의 현장에 처음 등장한 것은 산업현장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기계에 대하여 이 책에 처음 등장했던 로봇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입니다. 그렇게 등장한 로봇은 발전을 거듭하여 미리 입력한 정보에 따라 이동이 가능하며 움직일 수도 있는 인간형 로봇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발전된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최선의 방식을 선택하는 수준에서 스스로 사고하여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면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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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지련 세계문학의 숲 25
장아이링 지음, 임우경 옮김 / 시공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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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국현대문학기행을 적고 있습니다. 상해에 있는 영화 <·>의 촬영현장을 찾아갔던 인연으로 작가 장아이링의 <적지지련>을 읽었습니다. 1920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청나라 관료의 후예이자 수구파였던 장즈이(張志沂í)와 해외유학파 신여성 황이판(黄逸梵)의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홍장 북양대신의 외증손녀였습니다. 상하이의 성모여학교를 졸업하고 홍콩대학 영문과에 진학했습니다. 1941년 일본이 홍콩을 점령하고 상하이로 돌아와 생계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상하이를 접수한 뒤에도 활동을 이어갔지만, 사회주의 건설의 낭만주의가 시들고 정치적 광증이 거세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1952년 홍콩으로 망명하였다.


이 무렵 홍콩주재 미국 공보처의 지원을 받아 <앙가(秧歌)><적지지련(赤地之戀)>을 썼습니다. 하지만 홍콩에서 정착할 수 없었던 그녀는 1955년 난민자격을 얻어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창작활동을 이어 갔지만 전성기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습니다. 그리고 1995년 죽음을 맞았습니다. 사후에 전성기 시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1980년대에는 타이완 문단의 어머니로 칭송되었고, 사회주의 역사관이 물러난 대륙에서도 복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는 그녀를 친일작가, <앙가><적지지련>은 그녀를 반공작가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앙가><적지지련>은 지금도 대륙에서 출판되지 못하는 금서입니다.


<앙가>는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이후 토지개혁을 거치며 기아에 허덕이던 농민들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내용입니다. <적지지련>은 역시 주인공이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시행된 토지개혁과 삼반 운동, 그리고 한국전쟁에 참전하는 등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이징 대학을 갓 졸업한 류취안은 공산정권이 주도한 대학생 토지개혁단의 일원으로 시골 마을 한자퉈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황쥐안이라는 여학생을 만나 호감을 갖는다. 봉건적인 대지주의 재산을 몰수해 빈농에게 재분배한다는 토지개혁운동이었지만, 이미 부패한 당 지도부의 잇속차리기와 원칙 없는 일처리를 보면서 두 사람은 실망하게 됩니다. 토지개혁운동이 마무리될 무렵 류취안은 상하이로 발령을 받고, 황쥐안 역시 다른 사업에 참여했다가 상하이로 옮겨오게 됩니다. 상하이의 당 기관지 해방일보에서 일하게 된 류취안은 미모의 여간부 거산과 엮이지만, 상하이로 발령을 받은 황쥐안이 찾아오면서 관계가 복잡해집니다. 그러던 중에 류취안이 신문사 내부의 횡령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누명으로 공안국에 체포되고, 황쥐안으로 인하여 없던 혐의를 뒤집어 쓰고 사형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면서 황쥐안은 류취안의 목숨을 구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에 실망한 류취안은 은 거산에게 도움을 청하고, 거산은 황쥐안에게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황쥐안은 류취안을 구하기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영문도 모른 채 풀려난 류취안은 뒤늦게 진실을 알고 괴로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다. 항미원조[抗美援朝, 미국에 대항하여 북한(조선)을 돕는다]를 내세운 중국인민지원군으로 참전한 것입니다.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부상을 입고 한국군에 투항한 류취안은 반공포로로 분류되었다가 마지막에 중공해설원의 회유에 응하여 타이완이 아닌 중공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합니다. 그 이유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중국 소설은 제목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적지지련(赤地之戀)>의 적지(赤地)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사전적으로는 가뭄이나 병충해 등으로 황폐화된 땅인데 붉은 땅, 즉 공산화된 중국에 대한 은유로 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련()은 청춘남녀의 사랑을 가리키는가 하면, 적지(赤地)에 대한 주체의 애정을 가리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직접 정한 영문판 제목이 <Naked Earth>인 점을 보면 헐벗은 땅에 대한 작가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보기 드물게 한국전쟁에 관한 소설 가운데 중공군의 시각을 담은 책이라는 점,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중국 공산당의 민낯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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