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불태우다 - 고대 알렉산드리아부터 디지털 아카이브까지, 지식 보존과 파괴의 역사
리처드 오벤든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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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도 인연을 따라간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에서 자신의 책을 찾아 불태우는 작가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보들리 도서관의 관장인 리처드 오벤든이 쓴 <책을 불태우다>는 이라크 지역을 지배했던 고대 앗시리아 제국의 앗슈르바니팔이 니네베에 조성했던 거대한 점토서판의 도서관으로부터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의 파괴와 발굴 과정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박물관과 기록관들이 왜,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살펴봅니다.


저자는 진실이 있었고, 거짓이 있었다. 그리고 당신이 온 세상과 맞서면서까지 진실을 고수한다면 당신은 미친 것이 아니다(11)”라는 조지 오웰의 말을 인용하면서 도서관과 기록관이야말로 진실을 고수하는 곳이라고 설명합니다. 역사의 모든 시기에 도서관과 기록관은 공격의 대상이었고, 사서와 기록관리자들은 지식 보존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잃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책을 불태우다>역사 속의 중요한 에피소드 몇 가지를 탐구해 지식 보관소 파괴의 서로 다른 동기들과 그에 저항하기 위해 종사자들이 개발한 대응을 제시해보려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습니다.


저자는 영국이 가톨릭과 결별하고 성공회를 국교로 정하면서 국내에 산재한 가톨릭 수도원을 폐쇄하면서 소장도서들이 파괴된 사실을 비롯하여 현대에 들어서도 정치적, 이념적인 이유로 도서관들이 파괴된 사례들을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로버트 베번의 <집단기억의 파괴>에서는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 사람들은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의 건축물을 비롯한 문화유산을 파괴한 사건을 다루었습니다만, <책을 불태우다>에서는 당시 도서관과 기록관이 파괴의 중점 대상이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미국이 독립을 선언하자 이를 제압하기 위하여 출정한 영국군은 미국 의회 도서관을 파괴하여 소장품을 불태웠습니다. 벨기에 루뱅대학의 도서관은 독일군에 의하여 불탔습니다. 침략군은 도서관이나 기록관을 불태우기도 했지만, 소장품들을 약탈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주로 유럽에서 일어난 도서관 파괴행위의 역사적 사례들을 정리하는 한편 미주대륙과 아프리카, 중동지역까지 대상을 넓히고 있습니다. 약탈과 파괴행위를 막기 위하여 도서관이나 기록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항하고 대응했는지도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자료의 한계 때문인지 동아시아 지역은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사건을 비롯하여, 강화도에 침입한 프랑스군이 조선왕조의 기록물을 약탈해간 사건도 포함했더라면 좋았겠습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국사에 관한 내용을 정리한 실록(實錄)을 편찬하고, 이를 지키기 위하여 분산하여 보관하였습니다. 고려시대에는 개경의 사관과 해인사에 보관하였고, 조선시대에는 내사고인 춘추관 실록관과 외사고인 충주, 전주, 성주 등 4대 사고에 보관하였던 것입니다. 임진왜란 때 춘추관 사고를 비롯하여 충주와 성주사고가 불타 멸실되었지만 전주사고가 살아남아 조선왕조실록이 오늘날까지 전해진 것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이 조선의 역사기록물을 파괴한 행위와 이를 지키기 위한 조선의 저항을 소개했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관련부서에서는 우리의 역사적 사실 저자에게 알려 이 책의 개정판에 반영토록 하면 좋겠습니다.


저자는 도서관과 기록관의 파괴의 역사를 소개한 끝에 이들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 책을 마무리합니다. “첫째, 그들은 사회 전체 및 그 안의 특정 공동체의 교육을 지원한다. 둘째, 그들은 지식과 사상의 다양성을 제공한다. 셋째, 그들은 시민의 행복과 개방 사회의 원칙을 뒷받침한다. 핵심적인 권리를 보존하고 의사결정의 완전성을 고무한다. 넷째, 그들은 고정된 평가기준을 제공해 진실과 거짓이 투명성검증인용재생력을 통해 판단될 수 있도록 한다. 다섯째, 그들은 각 사회가 그들의 문화적역사적 정체성 속에 뿌리내리도록 돕는다. 그 사회와 문화의 문자화된 기록을 보존함으로 써다.(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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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바람의 그림자 1~2 - 전2권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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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여자의 인생에 답하다>라는 책에서 소개받은 책읽기였습니다. 스페인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훌리안 카락스라는 무명작가가 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바람의 그림자>는 주인공 대니얼 샘페레의 성장소설이기도 합니다.


서점을 운영하는 대니얼의 아버지는 대니얼이 열한 살 생일을 앞둔 1945년 초여름의 어느 날 새벽 대니얼을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 데려갑니다. 산타 모니카 데 람블라 거리 어디쯤 있다고 했습니다. 저도 가본 람블라 거리는 카탈루냐 광장에서 해안으로 이어지는 거리입니다. 라발지구에 있는 잊혀진 책들의 묘지는 세월과 습기에 의해 검게 변해버린 세공된 목조 대문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천사의 모습이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들어찬 회랑과 대리석으로 된 돌계단을 지난 궁전 같은 통로를 따라 도착한 커다란 원형 홀에는 책으로 가득 찬 책장들이 미로처럼 들어서 있었습니다.


이 장소는 중고서적상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만을 위한 일종의 성전(聖殿)입니다. 이곳에 보관된 책들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책들, 시간 속에서 길을 잃은 책들로 언젠가는 새로운 독자를 만나게 되기를 기다리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대니얼의 아버지는 한권의 책들은 그것을 쓴 사람과 그것을 읽고 살면서 꿈꾸었던 이들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묘지의 회원인 중고서적상들은 가게를 물려줄 자식을 이곳에 데려오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가족 이외의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이는 누구나 책을 한 권 고르는 것이 관습입니다. 그리고 그 책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을 거라 믿으며 그걸 자기 양자로 삼는다고 했습니다. 대니얼의 고른 책이 바로 훌리안 카락스라는 무명작가가 쓴 <바람의 그림자>였습니다.


<바람의 그림자>는 어머니가 임종 때 알려준 친부를 찾아 나선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친부를 찾는 여정은 환상적인 모험으로 변하는데,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잃어버린 유년기와 소년기를 되찾기 위하여 싸우고, 마지막까지 그를 괴롭히는 저주받은 사랑에 대한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대니얼이 손에 넣은 <바람의 그림자>는 금세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바르셀로라는 중고서적상은 대니얼에게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면서 그 책을 팔라고 합니다.


대니얼은 <바람의 그림자>를 쓴 저자 훌리오 카락스를 뒤쫓기 시작합니다. 파리의 그저 그런 카페에서 피아노를 연주하여 생계를 이어가면서 소설을 써내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시원치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꾸준하게 내주는 출판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대니얼이 <바람의 그림자>를 얻은 1945년 이후 시작한 카락스의 삶에 대한 추적은 10여년에 걸쳐 진행이 됩니다. <바람의 그림자>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뒤쫓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문들이 등장합니다. 교사, 수공업자, 졸부, 정 많은 보모, 창녀, 학자, 내전과 독재정권 속에서도 출세한 경찰 등입니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도 생겨납니다. 출판사에서 카락스를 담당하던 누리아 몽포르트도 희생자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예견한 그녀가 남긴 글에서 카락스를 둘러싼 비밀들이 드러납니다. 스페인 내전을 거쳐 들어선 프랑코 독재 정권 아래서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들이 뿌린 씨앗이 어떤 파국을 초래하였는지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정치적 상황에서 빚어진 끔찍한 범죄행위들이 대니얼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묘사됩니다.


사건은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젊은 남녀의 사랑이 결국은 배다른 형제의 비극을 잉태하고 결국은 파국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바람의 주인공>의 저자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이 비극적인 결말을 보이는데 반하여 그들을 추적하던 대니얼은 진정한 사랑을 찾는 훈훈한 마무리가 대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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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48
알베르 카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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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우한 폐렴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진즉 읽었어야 하는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를 읽었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공감가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14세기 초 중앙아시아의 건조한 평원지대에서 시작하여 서진한 페스트는 유럽 전역을 강타하여 7,500만 명에서 2억 명이 희생된 사상 최악의 대유행전염병입니다. 14세기 대유행 이후에도 산발적인 유행을 보였고, 지금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발병 양상에 따라서 림프절 폐스트, 폐 페스트, 패혈성 페스트로 구분합니다. 항생제가 개발된 이후로는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과거에는 폐 페스트로 발전하는 경우에는 8일 이내에 80%의 환자가 사망하였습니다.


까뮈는 <페스트>에서는 프랑스령 알제리 북부 해변에 있는 작은 도시 오랑에서 페스트가 발생하여 수습되기까지의 1년여의 과정을 그렸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유럽사회가 뒤숭숭하던 194X년입니다. 페니실린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설파제는 막 상용화되어있던 시기라서 페스트에 혈청요법으로 페스트를 치료하던 시기입니다.


오랑시를 혼란에 빠트린 페스트는 416일 층계참에 죽어있는 쥐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무심하게 치워버렸지만, 거리에 쏟아진 쥐의 사체는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예고합니다. 가래톹이 붓고 고열이 나는 환자가 속출하면서 의료진은 페스트의 가능성을 떠올리지만 페스트 환자를 직접 경험한 의사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서에 의거하여 페스트의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시당국은 애써 이를 부인하려합니다. 심각한 유행병도 조기에 적절하게 대응하면 범유행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만, 당국의 미적지근한 대책은 페스트 환자의 급격한 확산으로 이루어집니다. 림프절 페스트가 폐 페스트로 발전하면서 쥐벼룩에 물려 림프절 페스트에 걸리던 것이 폐 페스트로 발전하면서 호흡기 전염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뒤늦게 시 전체를 봉쇄하여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였습니다. 페스트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갇혀있는 사람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경비병을 매수하여 탈출을 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봉쇄된 상황에서 외부와의 밀거래를 통하여 폭리를 취하는 사람도 나타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페스트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자발적인 형태의 보건대가 발족하여 방역과 환자구호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역시 인간정신의 위대함을 느끼게 됩니다.


초기 대응에 미적거리는 모습이라거나 격리된 사람들의 관리, 출입통제의 허술함 등등, <페스트>에서 그려지는 당국의 모습들은 3년째 겪고 있는 우한폐렴의 사태에서 우리 당국이 보이는 우왕좌왕하는 모습과 그대로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힘없는 서민들이 고통을 받는 모습도 닮았습니다. 하지만 <페스트>에서는 혼란 속에서 개인이 비정상적인 수단으로 폭리를 취하는 한편, 우한폐렴 사태에서는 권력의 배려로 특혜를 얻어 폭리를 취하는 누군가 있다는 사실이 다른 점이라고 할까요?


당국자들은 이번 사태를 맞아 <페스트>를 읽어보기나 했을까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신문에서 볼 때 정세의 두드러진 특징은 시민들이 보여준 냉철과 침착의 감동적인 실례였다. 하지만 그 자체 속에서 갇혀진 한 도시에서, 그리고 거기에서는 무엇이고 비밀이 될 수 없는 그 도시에서는 아무도 당국이 제시하는 실례따위에 속는 사람은 없었다.(256)”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시기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유행에 관련된 모든 사정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응방안 역시 의학적 근거에 입각하여 수립하고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과연 우리는 당국의 그런 모습을 보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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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살아내야지!
황영희 지음 / 베다니출판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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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에 처음 출간한 졸저 <치매 바로 알면 잡는다>의 세 번째 개정판 <치매 고칠 수 있다>를 출간하였습니다. 새로 근무하게 된 병원의 간부님들께 인사를 겸해서 한 권씩 드렸는데, 명예이사장님께서 <아프지만 살아내야지!>를 보내주셨습니다. 황영희 명예이사장님은 제가 일하고 있는 샘병원을 설립하신 분입니다. 명예이사장님께서는 산부인과를 전공하셨습니다. 그리고 산부인과를 전공하신 분들 가운데 큰 병원과 의과대학을 설립하신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전공하겠다는 의사가 없어서 어려운 분위기입니다만 한때는 가장 잘 나갔던 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용을 읽으면서 가슴이 울컥하는 대목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열심히 공부하여 의사가 된 이야기가 남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안양은 서울에서 멀지 않지만 의료환경은 그리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불모지에 의원을 열어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기 시작한 끝에 종합병원으로 발전시켜낸 것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의술이 아닌 돌봄과 베푸는 의술을 추구해 오셨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대입을 앞둔 고3시절에 시작한 신앙생활은 명예이사장님의 삶을 정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프지만 살아내야지!>에 담으신 당신의 삶의 족적의 대부분은 신앙에 대한 굳건한 마음에서 나온 것들로 범인들은 생각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안양에 처음 세운 의원이 안양샘병원으로 발전하고 지금은 군포 지샘병원, 샘여성병원, 샘한방네트워크, 샘국제병원 등 모두 1,000개 병상을 가진 병원그룹으로 발전하면서 선교병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질병과 힘들게 투쟁하는 환자들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한 원내 선교활동과 제3세계의 주민들을 위한 지원과 선교를 활발하게 전개해오셨다고 합니다.


명예이사장님께서 추구해 오신 삶의 기조는 예수 사랑은 근간으로 한 치료치유그리고 회복이었다고 합니다. 세 가지의 기조를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치료라 함은 말 그대로 육신의 질병이나 상처를 잘 다스려 낫게 하는 행위이다. ‘치유는 치료와 비슷한 의미를 가졌지만, 심리적인 안정감과 더불어 영혼이 평안을 누리는 상태라 하겠다. 거기에 더해 회복이란, 영육간에 상호보완적인 치료와 치유를 통해 한 개인의 삶이 두루 균형 잡힌 상태를 말한다.(184)”


전인치유, 통합치유의 개념입니다. 최근에 많은 중증의 암환자 진료에 이런 개념이 참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치료법이 나오고 건강검진 등을 통하여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말기암으로 병원을 처음 찾는 암환자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증으로 병원을 찾는 암환자는 암을 치료하기 위하여 정신적으로 안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샘병원의 통합암진료체계는 암환자들이 치유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군포에 있는 지샘병원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샘병원이란 이름에 담긴 사연이 궁금했습니다. ‘여호와가 너를 항상 인도하여 메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하게 하며 네 뼈를 견고하게 하리니 너는 물 댄 동산과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을 것이라라는 이사야서 제5811절의 대목에서 영감을 얻으셨다고 하는데, 안양샘병원이 자리한 안양 5동의 옛이름이 냉천동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연을 듣고 보니 요르단의 페트라로 가는 길에 들렀던 와디 무사에서 모세의 샘을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에게 샘은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물이 없어 고통 받는 민족을 위해 바위를 쳐서 물길을 만든 모세는 결국 여호아의 명을 어긴 셈이었습니다. 그 발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이승을 하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병원이 질병의 고통으로 영혼이 메마른 환자들에게 정신적 갈증을 풀어주는 샘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의료인으로서 반드시 가져야할 기본자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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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과 나날 - 프루스트 첫 단편소설집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최미경 옮김 / 미행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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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두 번째 읽고 있습니다. 국일미디어판으로 처음 읽었고, 민음사판이 나오면서 따라 읽고 있습니다. 민음사판은 갇힌 여자까지 나와있어서 사라진 알베르틴되찾은 시간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프루스트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쾌락과 나날>1896년에 출간된 프루스트의 첫 번째 작품집으로 시, 산문, 단편들이 담겼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면서 느낀 점이었는데, <쾌락과 나날>에서도 살롱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프루스트와 함께 살롱을 드나들던 작곡가 레날도 안과 그의부인 마들렌 르메르도 한 몫을 참여했습니다. 안은 악보를 르메르는 꽃을 그린 삽화를 여러 장 그려준 것입니다. 프루스트는 부유한 부모 덕에 젊었을 적부터 귀족들의 살롱을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작가, 예술가들을 만나 어울리면서 사교계의 딜레탕트로 유명세를 떨쳤다고 합니다.


딜레탕트는 향락적 문예도락이라고 옮기는 딜레탕티즘의 성향이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딜레탕티즘은 예술이나 학문, 특히 음악 등의 분야에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열렬한 애호하는 경향을 의미한다라고 나무위키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즐기다는 의미를 가진 동사 딜레타레(dilettare)에서 나온 이탈리아어 딜레탄테(dilettante)에서 온 단어있습니다. 딜레탕테는 ‘~덕후라는 요즘 쓰는 말로 설명이 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딜레탕트의 개념은 다소 모호한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도락가라고 부르면 될 것 같습니다.


<즐거움과 나날>이라고도 하는 <쾌락과 나날>은 당대의 문호 아나톨 프랑스가 서문을 쓸 정도였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비평가들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작가 장 로렌과는 총으로 결투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프루스트의 부탁으로 서문을 쓴 아나톨 프랑스는 그의 책은 보기 드문 매력과 정교한 우아함이 넘치는 젊은이의 얼굴과 가다. 이 책을 자연스럽게 진가를 발휘하고, 스스로를 알리고 추천한다라고 적었습니다.


프루스트는 이 작품집을 젊은 나이에 이질로 사망한 영국 문인 윌리 히스에게 헌정한다고 적었습니다. 병약했던 프루스트는 젊은 친구가 죽음을 맞은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죽음 속에, 아니 죽음이 다가오는 방식조차도 감춰진 힘, 비밀스런 조력, 삶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은총이 있었던 것이다. 연인들이 사랑을 시작할 때, 시인들이 노래할 때, 그리고 병으로 고통을 느낄 때 영혼을 더욱 가까이 느끼듯 말이다(13)”라고 적은 것을 보면 친구의 죽음에서 무언가 느낀 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고결한 양심을 가진 존재들의 영원히 죽기 않는 영혼을 그렸다. 또한 선하게만 그리기에는 부족하고, 악만을 향유하기에는 고귀한 그들의 고통을 아는 나는, 진심 어린 연민으로 그들을 그리며, 이 짧은 작품집이 연민으로 정화되지 않도록 애썼다.(15)”라고 적었습니다. 이 작품집에 실린 글들의 대부분은 스무살에 썼고, 몇 작품은 스물세 살 무렵에 적었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히스가 죽은 뒤에 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작품집의 첫 번째 작품, ‘실바니 자작,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과 마지막 작품 질투의 종말이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작품집을 내기 위하여 새로이 쓴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화자를 아껴준 실바니 자작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담았고, 마지막 작품은 오노레를 빌어서 화자가 스스로의 죽음을 느끼는 바를 적은 것 같습니다.


과연 죽음을 순간을 적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만, “일요일 밤에 질식하는 꿈을 꾸었고 그는 가슴이 짖눌리는 걸 () 그는 숨이 막혔다. 갑자기 그 무게에서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그의 무거운 짐이 멀어지고 멀어져서 거기에서 해방된 것 같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내가 죽었구나!’ 그를 짓누르며 숨 막히게 하던 모든 것들이 몸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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