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 루쉰문고 5
루쉰 지음, 한병곤 옮김 / 그린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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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트래블의 중국문학기행을 떠나기 전에 구해서 여행 중에 읽었습니다. 1924년부터 1926년 사이에 쓴 산문시 26편과 1927년에 쓴 제목에 붙여라는 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26편의 시 가운데 앞부분의 13편은 여사대 사건 전에, 나머지 10편은 여사대 사건 이후에 썼다고 합니다.


루쉰의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그의 정체성을 아직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서 중국문학기행의 기행문을 써가는데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루쉰은 1881년에 태어나서 1936년에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가 살았던 시기의 중국은 청나라가 몰락해가고 외세가 몰려드는 가운데 군벌들의 세력 다툼, 신해혁명, 국민당과 공산당의 충돌 등이 이어지던 격변기였습니다. 1937년 항일이라는 공통적 가치를 내세운 국공합작을 시작하여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게 1949년이니 루쉰은 국공합작도 보지 못한 셈입니다.


루숸이 중국근현대문학의 아버지로 꼽히게 된데는 마오쩌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1930 년 중국의 좌파 작가 연맹이 창설될 당시 루쉰 역시 힘을 보탰던데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마오쩌뚱이 중국 공산당을 주도 하던 시절에는 기승전 마오쩌뚱이었으니 그럴만도 했겠습니다. 루쉰의 정체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루쉰이 문화혁명 이후까지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들풀>을 우리말로 옮긴 한병관교수는 들풀의 해제를 적지 못하고 첸리췬의 해제를 인용했습니다. 그만큼 <들풀>이 난해함을 표하는 것 같습니다. 루쉰의 소설이나 수필도 어려운데 산문시를 읽고서 그 의미를 이해하는 일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할 일 같습니다. 다만 읽으면서 얻은 느낌을 첸리췬의 해설과 엮어 나름대로의 생각을 몇자 저어보려 합니다.


첸리췬 역시 26편의 산문시 전체를 다루지 못하였는데, 그림자의 고별을 이야기하면서 루쉰의 강력한 주체 정신과 의지가 담겨있다고 했습니다. 몇 작품을 읽어오면서 루쉰에 대해 느꼈던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나는 차라리 무지에서 방황하려 하오'라는 댕속을 존재에 대한 거부라고 해석한 점에 대하여 다른 관점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번역된 시를 읽을 때는 무지(無知)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주석을 보니 무지(無地)였습니다. 땅은 실체가 있는 것이니 시인이 무지(無地)를 헤맨다고 한 것은 공()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표한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작가 시인이 불교의 개념을 많이 다루어 온 점을 고려해서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늙은이, 여자아이, 그리고 길손이 등장하여 앞길에 무엇이 있는지, 돌아갈건지 계속 갈건지를 이야기하는데, 첸리췬은 루쉰 자신의 생명철학을 총괄한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길손이 앞을 향하여 나아가기로 한 것은 루쉰 생명의 마지노선 혹은 절대 명령으로 생명의 몸부림이라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거부한, 철저한 '()''()' 속에서 그가 유일하게 선택하고 견지한 것"이라면서 공()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무()를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입니다. ()는 실체가 없음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공()과는 개념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사라는 시에서는 편을 가르는 군벌의 어느 한 편에 가담한 지식인을 꼬집는 느낌인데, 그 결말이 무물(無物)의 진 속에 같혀 늙고 죽었다면서 결국은 무물(無物)의 물()이 승자였다고 했습니다. 결국은 국공 어느 편에 기댄 지식인도 결국은 무너질 것임을 암시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죽은 뒤라는 시의 주석을 보면 쑨원이 죽은 뒤에 일부 언론이 그의 과오를 지적하자 쑨원을 전사(戰士)에 언론을 파리에 비유한 전사와 파리라는 글을 쓰기도 했답니다. 쑨원은 중화민국의 건국자이지만 중화인민공화국에서도 기피인물이 아닌 점을 고려하였을 때 루쉰의 철학이 이해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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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이야기 1
무라사키 시키부 지음, 세투우치 자쿠초.김난주 옮김, 김유천 감수 / 한길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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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이야기>는 에치고 유자와로 가는 길에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소개하면서 조사한 자료를 보았더니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문학상 수상연설에서 <겐지 이야기>에 담긴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는 내용이 있어 짧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한편 50세가 되던 해에 전집을 발간하면서 학생 때 쓴 일기와 글들을 정리하면서 발표한 <소년>에서도 <겐지 이야기><겐지 모노가타리 고게쓰쇼>를 읽었다는 이야기를 통하여 <겐지 이야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치매 전문가 사이토 마사히코가 쓴 <알츠하이머 기록자>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겐지 이야기>를 읽어드렸다는 대목을 읽었고, 동네 도서관에 겐지 이야기(1-10)이 있는 것을 보고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겐지 이야기>는 서기 1000년 무렵 이치조 천황시절에 쓰여져 천황과 중궁을 비롯하여 황실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졌다고 합니다. 모두 54첩에 이르는 대하소설인데 이야기 초반에는 겐지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인 천황과 생모의 사랑이 그려지고, 후반에는 겐지가 죽은 후, 그의 자손들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따라서 겐지를 중심으로 하여 4대에 이르는 장편 연애소설인 셈이다.”라고 옮긴이는 적었습니다. 등장인물이 430명에 달하고 200자 원고지 8,000매에 이르는 대작입니다.


<겐지 이야기1>에서는 출생 전부터 겐지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까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겐지의 첫 여성관계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두중장, 좌마두, 식부승 등 가까운 이들과 궁궐의 숙직소에서 비오는 날 밤의 여인 품평회를 여는 장면에서 이미 무수한 여인들과 관계를 맺었음을 암시합니다. 이 무렵 죽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천황의 사랑을 받게 된 후지쓰보에 대한 연심을 품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결국 후지쓰보가 사가에 나가 있을 때 밀회에 성공하여 회임까지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열일곱살 때에는 지방의 영주의 후처 우쓰세미의 숙소에 잠입하여 억지로 관계를 맺게 됩니다. 하지만 우쓰세미는 겐지의 접근을 거부하게 됩니다. 이 무렵 좌대신의 딸 아오이와 혼인을 하게 되지만, 겐지의 여성편력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겐지 이야기2>는 열여덟살부터 스물다섯살까지의 여성편력을 담았는데, 스물두살 때는 정실부인인 아오이 부인이 분만 후에 갑자기 죽음을 맞습니다. 겐지는 자신과 관계를 맺던 육조 미야스도코로의 산 귀신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겐지의 여성편력은 나이의 고하를 가리지 않으며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측면에서 18세기 이탈리아 사람으로 바람둥이 혹은 난봉꾼으로 손꼽히는 자코모 카사노바를 연상하게 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카사노바는 마음에 둔 여성의 마음을 얻어 관계를 맺는데 반하여 겐지의 경우 마음에 들면 어둠을 틈타서 강제로 관계를 맺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겐지 이야기3>에서는 겐지가 스물여섯이 되던 해에 배다른 형제 스자쿠 황제가 사랑하는 오보로즈키요 상시와 밀회하는 장면이 아버지 우대신에게 발각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고키텐 황태후가 나서서 겐지와 후지쓰보 중궁과의 밀회에서 태어난 아들을 천황으로 옹립하려는 모반을 획책하고 있다고 꾸민 것입니다. 겐지는 유배형이 내려지기 전에 스스로 스마로 내려가 은거하게 됩니다. 사람들과의 왕래도 끊고서 말입니다. 25개월이 지난 뒤에 복권되어 다시 도읍으로 돌아오게 됩니다만, 아카시의 뉴도라는 유력자의 딸과 연분을 맺고서 딸을 낳게 됩니다. 도읍으로 돌아온 뒤에 스자쿠 황제는 겐지와 후지쓰보 중궁 사이에서 태어난 동궁에게 양위를 합니다. 겐지의 지위는 더 높아지고 조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전과는 달이 새로운 인연을 맺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겐지 이야기4>는 겐지의 나이 서른살의 겨울부터 서른여섯살의 초여름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겐지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아오이 부인의 아버지 태정대신이 죽고, 후지쓰보도 죽음을 맞아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냅니다. 겐지는 아카시 부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딸을 집으로 데려와 자식이 없는 무라사키 부인이 기르도록 합니다. 겐지는 식부경의 딸 아사가오 재원에게 연심을 품지만 아사가오 재원이 받아주지 않습니다. 젊었을 적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염문을 뿌리는 중입니다. 그리고는 육조원이라는 거대한 주택을 지어 자신의 연인이었던 여인들이 모여 살도록 합니다. 전개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서포 김만중이 1687년에 썼다는 <구운몽>이나 19세기 중반에 남영로가 썼을 것으로 짐작되는 <옥루몽>의 분위기와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겐지 이야기5>는 겐지의 나이 서른여섯 오월에서 서른아홉살 시월까지 3년반에 걸친 이야기입니다. 육조원에서 생활하는 다마카즈라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여기에는 작가 무라사키 시키부의 문학론이 겐지를 통하여 소개됩니다. “이야기란 지어낸 것을 근거 없는 허황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훌륭한 작가가 지은 이야기는 정말로 느껴져 감동한다. 일본기같은 역사서는 그 일부에 지나지 않고, 이야기야말로 신대로부터 이 세상에 생긴 온갖 일들이 적혀 있다. 좋든 나쁘든 이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가운데 그냥 보아 넘길 수 없고 그냥 들어 넘길 수 없어 마음에 남은 것들을 쓴 것이다. 착한 사람만 그리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을 쓰면 오히려 흥이 덜하다.”


<겐지 이야기6>봄나물 상봄나물 하가 합본되어 있습니다. 봄나물 상은 겐지의 나이 서른아홉에서 마흔한 살 봄까지의 이야기이다. 스자쿠 상황은 셋째 황녀 온나산노미야의 장래를 생각해서 겐지와 혼인을 시킵니다. 봄나물 하에서는 준태상천황에 오르는 등 영화의 극치에 이른 가운데 가시와기가 온나산노미야를 범하여 임신을 시킵니다. 겐지도 뒷통수를 맞을 수 있단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기사와기는 겐지와는 달리 심약했던 듯 죽음을 맞게 되었고, 겐지는 가시와기의 핏줄인 가오루를 자시의 아들인 듯 위장합니다.


<겐지 이야기7>에서는 겐지가 마흔 일곱 살 되던 해에 사랑하는 무라사키 부인이 죽음을 맞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구름 저 너머로라는 첩에서는 제목만 있고 내용이 없어 겐지의 죽음을 암시하합니다. 그러니까 <겐지이야기>가 실질적으로 끝나는 시점인 셈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겐지가 죽은 후에도 13첩의 이야기를 더 썼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겐지 이야기7>구름 저 너머로뒤로도 향내나는 분홍매의 두 편이 더해지는데, 이야기의 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이라고 합니다.


<겐지 이야기8-10>의 주인공은 겐지의 부인 온나산노미야와 기시와기의 불륜으로 태어났지만 겐지의 아들로 위장된 가오루와 겐지와 아카시 중궁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겐지의 핏줄 니오노미야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겐지의 배다른 형제인 하치노미야의 세 딸과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이야기는 두 사람의 성품이 선친들의 성품을 닮아 있다는 점일 듯합니다. 영화든 소설이든 속편의 재미가 본편만 못한 경우가 많은 것처럼 겐지 이야기의 속편에 해당하는 <겐지 이야기8-10>에서는 이야기를 너무 꼬아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무라사키 시키부의 작품이 맞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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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딜레마 - 의사들에 관한 서문 포함
조지 버나드 쇼 지음, 이원경 옮김 / 좋은땅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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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환자-의사 관계를 꼽기도 합니다. 환자와 의사가 서로 신뢰하는 관계였을 때 완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거래관계로 이해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환자가 제 역할은 다하지 않으면서 의사는 최선을 다해달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 한계를 두는 경향이 생기고 심지어는 방어적으로 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의사의 곤궁한 상황이 생기는 것입니다.


최근의 그런 경향 때문에, 그리고 버나드 쇼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읽어본 <의사의 딜레마>입니다. <의사의 딜레마>1906년에 초연된 동명의 희곡과 2011년에 쓴 의사들에 관한 서문이라는 제목의 수필 48꼭지를 담았습니다. 희곡 의사의 딜레마는 쇼가 콘월의 메비지시에 머물 때 세인트 메리 병원에서 저명한 외과의사 암로스 라이트 경을 만났을 때 있었던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당시 조수 한 명이 암로스 라이트 경에게 다가오더니, 새로운 옵소닌 치료법을 적용할 환자 모집단에 결핵 환자 한 명만 더 받아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치료할 수 있는 환자의 수는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암로스 라이트 경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까?”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어떤 요소가 중시되는가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연극의 주요 인물로 6명의 의사와, 타락한 화가 루이스 두비댓과 그의 매력적인 부인 제니퍼 두비댓이 등장합니다. 먼저 콜렌조 리전(콜리 경)은 창작의 계기를 열어준 암로스 라이트 경을 모델로 한 의사로서, 옵소닌을 발견한 공로로 극의 앞부분에서 기사작위를 받게 됩니다. 그가 개발한 옵소닌 치료는 아직은 대량생산되지 않은 상태로 이미 정해진 환자들에 추가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는 한 명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때 새로운 환자가 두 명이 등장합니다. 화가 루이스와, 리전의 동료 의사입니다. 화가는 뛰어난 예술가이지만 도덕적으로는 타락한 반면, 동료는 도덕적으론 나무랄 데가 없지만 의사로선 무능합니다. 도대체 누굴 살리는 게 더 나으냐가 리전이 당면한 곤궁한 상황입니다.


의사들에 관한 서문이라는 수필모음은 쇼가 희곡을 구실 삼아 쓴 48개의 수필로 구성되었습니다. 수필의 내용은 의료윤리와 공중보건, 생체실험의 폐해, 통계적 착각, 의료의 상업화, 약물과 수술의 오남용, 의사의 미덕과 고충 등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있습니다. 작가가 이 작품을 쓸 당시는 20세기가 열릴 무렵입니다. 작가는 수필을 통하여 당시 영국 사회의 의료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았는지를 낱낱이 짚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100년도 넘은 그때의 문제점 가운데 적지 않은 점들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은 문제도 있고, 새롭게 등장한 문제들도 있습니다. 특히 보건의료체계를 국가가 관리하게 되면서 의학과 의료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리자 집단이 정책의 방향을 주도하면서 현실을 외면하고 이상을 추구해온 까닭에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의 붕괴를 가져왔던 사건이 대표적인 새로운 문제점입니다. 필수의료 담당의의 수급부족을 단순히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채울 수 있다는 단순무식한 정책결정이 가져올 파국을 예견한 의료계의 집단반발을 구태의연하게 해왔던 집단 이기주의로 몰면서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면서 버틴 정책당국의 문제는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의료대란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일단 수습은 되었습니다만, 필수의료의 붕괴는 머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돌아가는 사정을 짐작하는 의료계 인사들의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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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이야기 중국 신화
김선자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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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펀트래블의 중국근대문학기행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중국문학과 관련된 자료들을 읽고 있는 중인데, 마침 중국신화를 다룬 <처음 읽는 이야기 중국 신화>가 눈에 띈 것입니다. 저자는 연세대학교에서 중문학을 전공하고, 중국연구원 신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신화를 연구한 결과를 담은 여러 책들을 출간해왔습니다. 그것도 문헌을 통해서만 중국의 신화를 만나지 않고 그 넓은 중국 땅을 답사하며 소수민족들에 내려오는 신화까지 모아 비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길 너머로 떠난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제목의 서문은 저는 을 좋아합니다. () 이동할 때도 눈을 크게 뜨고 길을 바라봅니다. 그 길 위에는 늘 누군가가 있고,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있거든요.(5)” 저는 그저 차를 타고 길을 이동하는 편이라서 이 대목에서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에 들어있는 것은 그 길 너머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해서입니다.


중국은 면적이 무려 960에 달하며, 인구는 2024년 기준 14억에 달합니다. 2022년까지는 세계 1위였지만, 2023년 기준으로 인도에 1위를 내주었습니다. 한족이 91%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됩니다. 소수민족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역사적으로 중국 대륙을 지배한 소수민족으로는 원나라의 몽골족, 청나라의 만주족, 요나라의 거란족 등이 있으며, 중국 대륙의 일부를 지배하며 영향을 미쳤던 민족으로는 516국시대의 흉노족, 남북조 시대의 선비족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이민족들은 한때 한족을 지배했지만, 결국은 한족에 동화되고 말았습니다.


중국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민족들은 나름대로의 신화를 가지고 있으며, 같은 구조의 신화도 세부사항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한족 중심의 중국신화는 물론 소수민족들에게 전해오는 신화를 비교하여 설명할 뿐 아니라 동아시아는 물론 중동, 유럽 등의 신화와도 비교하였고, 나름대로의 설명을 더했습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비교신화학이 되는 셈입니다.


10부로 구성된 <처음 읽는 이야기 중국 신화>는 무려 71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었고, 담아놓은 내용도 다양하여 개념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중국문헌과 발로 뛰며 수집한 소수민족의 신화까지 더해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전해오는 <견우 직녀>, <콩쥐팥쥐>, <우렁각시>, <선녀와 나무꾼> 등의 설화는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현상은 최근 중국이 주변 국가들의 문화가 자신들의 것이라는 오만한 입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 신화는 후대에서 세부사항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중국 고유의 신화나 설화라고 믿어온 것이 주변 문화에서 가져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앞서 짚은 것처럼 중국 본토를 지배한 이민족들이 있어서 그들의 문화가 한족, 즉 중국문화에 녹아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입니다.


10세상 밖의 또 다른 세상은 이민족에 관한 내용입니다. 경계 밖에 사는 사람을 이민족으로 치부했던 그리스문명처럼 중국 역시 경계 밖에 사는 이민족들을 야만족으로 치부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이민족이 야만이라고는 하나 같은 모습으로 인정했던 것과는 달리 한족들과는 이민족이 야만일 뿐 아니라 자신들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산해경>이야말로 대표적인 왜곡이라고 할 것입니다. 돌이켜보니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 기록된 동아시아에서 본 특이한 모습의 사람은 바로 <산해경>이 기록한 사람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르코 폴로는 자신이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라 <산해경>에 적혀있는 모습을 옮겨놓은 것에 불과했던 것이고, <산해경>은 중국에서 보았을 수도, 다른 곳에서 얻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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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좋아하세요?
보물섬 편집부 엮음, 김민설 그림, 김경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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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을 몇 가지 읽어왔습니다만, 그의 대표작으로 꼽고 있는 <상실의 시대>는 최근에 읽었습니다. 1월에 일본근대문학기행에서 도쿄 와세다 대학에 있는 하루키박물관을 방문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여행기를 정리하여 <설국을 가다>로 출간하는 과정에서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하루키를 좋아하세요?>를 읽게 되었습니다.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빠져있는 독자들이 적지 않은 반면 그의 작품에 호의적이지 않은 독자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입니다. 필자의 경우는 아마도 이도저도 아닌 중간이라는 생각입니다.


저도 여러 가지 이유로 전작읽기를 해본 작가들이 적지 않습니다만 전작 읽기에서 머물지 않고 작품 속에 나오는 장소를 찾아가기도 하는 충성도가 높은 독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일본에서 시작된 경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루키를 좋아하세요?>는 하루키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일본 독자 21명이 참여하여 하루키의 작품을 분석하는 노력을 담아낸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장은 하루키의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의 풍경, <세계의 끝>의 풍경, <양을 둘러싼 모험>의 풍경, <해변의 카프카>의 흔적을 찾아 등 4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찾아간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장에서는 하루키의 작품들을 장편소설, 단편소설, 에세이, 번역소설 등으로 구분하여 각각을 짧게 요약하였습니다. 3장은 하루키의 연대기를 정리했고 4장은 요리, 장소, 음악 등 20가지의 주제어를 통하여 하루키 문학의 비밀을 풀어낸다는 기획입니다. 5장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거리, 여성, 친구, 섹스, 인생, 식사, 풍경 등 7개의 단어와-엄선된 투명한 언어라고 했습니다- 잘 건조된 문장 위로 떠 오르는 심오한 하루키의 세계를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심오하다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이 기획에 참여한 독자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품들을 꼼꼼하게 읽는 것도 부족하여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 작품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보려한다는 점입니다. 웬만한 충성심이 없으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품에서 배경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은 경우에는 거의 탐정수사의 수준으로 탐사와 추리를 동원한 경우도 있는 듯합니다.


이런 움직임은 일찍이 우리나라 연속극 <겨울연가>를 시청하고 촬영지를 찾아오는 일본관광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아주 오래 전이었고, 요즈음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하니 이런 것도 유행이 되나 싶습니다. 생각해보니 필자도 책읽기와 여행을 묶은 <양기화의 BOOK소리-유럽여행>을 세상에 내놓았으니, 그런 부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루키를 좋아하세요?>를 읽어가다가 문득 의문이 든 대목이 있습니다. “LA로 향하는 기내에서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을 때 정말 심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요하고 어둑한 밀실에서 책을 읽으며, 나는 깊고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221)”라는 대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지만 눈물을 흘릴만한 대목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나이가 든 탓인지 눈물을 쏟는 그런 상황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동을 받으면 눈물이 울컥 치밀곤 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다보면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하루키의 작품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쓸 데 없는 풍경> 정도는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에 관한 수필이라는 것과 과연 쓸 데 없는 풍경이 있을까 싶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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