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거의 1년 동안 언어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이래로 작가에게는 자신이 과거에 썼고, 앞으로 쓸 수 있다고 느낀 문장 모두가 하나의 사건이 되었다. < 어느 작가의 오후, 페터 한트케. 첫문장>



크레마로 담아 놓은 도서들 중 2019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의 이 책! 42년생 노작가의 자전적 소설, 첫문장부터 밀도가 높다.

페터 한트케는 전직 천사였던 우리 모두에게 헌사하는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시나리오를 감독 빔 벤더스와 공동 집필했다. 시적인 대사와 시적인 장면 장면이 슬프고도 다정하고 아름다운 영화다. 고통 있는 사랑을 택하여 스스로 지상에 떨어진 전직 천사였던 우리. 전쟁과 장애, 외로움, 어떤 상흔도 스스로 치유하고 일어서는 자들이다. 베를린 장벽에 이어지는 그래피티들 중 아이그림 앞에서 놀고 있는 아무렇지 않고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특히 인상깊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를 리드미컬하게 반복하며 전직 아이였던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내레이션 중,

“ 아이가 아이였을 때는 사진 찍을 때 억지웃음을 짓지 않는다” 가 생각나네.
아이였을 때 찡그리며 불통한 표정으로 찍힌 사진들이 생각난다. 오래된 앨범과 졸업앨범을 펼치면 그런 사진들 투성이. 맞다 그랬던 거 같다. ㅎㅎ 언제부터 이쁜 척하며 혹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척 사진을 찍었더라? 그때가 아마 아이가 아이가 아니기 시작한 때였을 거다.

크레마는 큰딸이 작년 생일 선물로 사준 것이다. 딸애는 아주 잘 이용하며 독서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있다. 이동 중이거나 공간절약 면에서 좋은 거 같다. 제것보다 업그레이드된 사양이라며 같은 색 커버랑 같이 주문해 주었다. 종이책이 더 좋지만 이것도 장점이 많다며. 나도 갖고 싶었던 거라 흔쾌히 받고는 종이책에 미련을 끊지 못해 자주 열지는 못했다. 만져보고 쥐어 보고 냄새 맡기를 포기해야 하니까. 종이책이랑 겸해서 적절히 이제 좀 적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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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01-0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레마가 계속 업그레이드되어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평이 크레마가 좀 약하다고 하던데 프레이야님 써보시니 기기의 품질은 어떤한가요? 프레이야님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프레이야 2020-01-09 15:39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책장 넘김이 좀 느린 것 같고 구동이 아직 제 손에 덜 익숙한 거 같아요. 화면 글자 보기에는 좋으네요 ^^

서니데이 2020-01-11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도 크레마 쓰시는군요.
크레마 사용후기를 읽으면 좋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아직 써보지 않아서 관심있게 읽었어요.
벌써 저녁시간이네요. 맛있는 저녁 드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0-01-11 21:23   좋아요 1 | URL
조용한 저녁 시간이네요 서니데이님.
크레마는 무게도 아주 경량이라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아요.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게 늙음의 증거 중 하나라는데
안 그러려면 새로운 것들과도 친하게 지내야겠죠^^

페크pek0501 2020-01-1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새해에도 알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건필을 기원합니다.

프레이야 2020-01-12 21:11   좋아요 1 | URL
페크 님에게도 반사합니다 ^^ 발레도 계속 해주세요

희선 2020-01-13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딘가 멀리 갈 때는 전자책이 좋다는 사람도 많더군요 갈수록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종이책만은 못하겠지만...

새로운 주 시작이네요 프레이야 님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0-01-13 08:02   좋아요 1 | URL
네. 익숙해지려면 시간 좀 걸리겠지만 잘 써보도록 하려구요. 희선님도 기분 좋은 한 주 시작하세요^^

2020-01-13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3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7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7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8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프레이야 > The Constant Gardener & The English Patient

13년 전 그해 첫 영화로 잉글리쉬 페이션트였던 랄프 파인즈를 보았군요. 페이퍼를 다시 읽어 보니 작년에 보았던 <비거 스플래쉬> 에서 랄프 파인즈는 당시 희미하나 분명히 느껴졌던 다른 면을 온몸으로 잘 연기합니다. 누구든 다면이 있듯 세월이 묻어나며 또다른 면이 농익어 연출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랄까요. 치졸하고 우스꽝스러운 불쌍한 찌질남 랄프 파인즈의 연기도 훌륭한 영화, 과거의 영광이랄 것도 사랑이라 부를 만한 어떤 경로의 감정이랄 것도 시원한 빗줄기에 씻겨 웃고 치워져 버릴 한바탕 난리법석 비거 스플래쉬. 난민 문제까지, 묘하게 여운이 긴 영화. 오늘 오후부터 사흘간 비가 올거라는데 그래서인지 잔뜩 흐린 하늘이네요. 새해의 한 주 조용하고 나긋하게 시작할까요 ^^

상품넣기한 걸로 본 건 아니고 자막 있는 영화로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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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1-0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내리니까 겨울 날씨를 제대로 경험하게 되네요. 제가 느끼기에 2019년 대구의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았거든요. 감기 조심하세요. 프레이야님. ^^

프레이야 2020-01-06 23:19   좋아요 0 | URL
확실히 덜 추워지는 거 같아요 점점.
오늘이 소한이란 걸 아까야 알았네요. ^^
조용하게 유머 깃든 통쾌한 페이퍼 늘 감사합니다. 겨울비 내리는 밤에 고요히...

2020-01-08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숫자는 내게 늘 아리송한 활물이다. 그래서인지 현실감 제로에 속세를 떠난 인간이라는 말을 친구한테 듣는다. 연도와 날짜 같은 건 기억수첩에 자명하게 남을 때가 많다. 올해 2020은 7080 뭐 그런 것처럼 느낌 좋은 운율을 준다. 새해 해맞이는 지인들이 보내준 일출 사진으로 대신하며 상상에 맡겼다. 기억에 찍힌 몇 개의 역시 자명한 상으로 가능하다. 나쁘지 않다.



2. 다들 해맞이하러 나갔는지 나갔다 귀가해 늦잠을 자는지 새해 첫날엔 공항으로 가는 길이 차도 별로 없이 슝슝 뚫려 있었다. 연말에 태어난 큰딸아이가 며칠 휴가 와 있었다. 그전날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았는데 급히 처방책을 써서 좀 괜찮은 상태로 돌아가서 다행이다. 혼자 떨어져 출근도 해야 되는데 아프면 마음이 안 좋을 뻔했다. 에구.

오후에 고양이숨숨집을 찜해 놓은 분이 가지러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급히 커다란 비닐에 포장하여 버스정류장으로 들고 나갔다. 우리집 냥이는 반기지 않는 물건인데 필요한 곳에서 쓰이게 되었다. 어떤 분이 나오실까. 20대 여자분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나이 드신 인상 좋은 여자분이 자기는 캣맘이라며 인사했다. 집에 냥이 10마리에 바깥에서 돌보는 냥이까지 더하면 80마리 정도가 된단다. 가방에 물과 사료를 늘 넣어다닌다며 보여주셨다. 이 숨숨집도 추위를 견뎌야 하는 냥이들을 위해 곳곳에 놓아주려고 구하는 거란다. 핫팩도 깔아주고 캣맘들끼리 모여 활동도 하고 중성화 수술 건으로 구청에도 엊그제 다녀왔다고. 나는 들기 좋게 테이핑하여 손잡이를 만든 걸 건네주고 되돌아가시는 반대편 버스정류장을 가르쳐 드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밝은 얼굴로 돌아서 총총 뛰어가는 뒷모습을 일분 정도 바라보았다. 내 등이 다 훈훈해졌다.



3. 미셸 투르니에의 사진에세이 <뒷모습>을 좋아한다.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도 투르니에의 글도 생경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어떤 언어는 연달아 반복적으로 내게 온다. 마치 나 좀 얼른 알아채고 느끼고 담으라고 말하듯. 우연이 겹치면 인연이라는데. 여울님이 쓰신 <화영시경> 리뷰를 통해 미셸 투르니에가 언급한 점자책 관련 문장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2019 마지막 날, 겨울특강 첫 시간에 투르니에의 이 글을 다시 자료에서 만나게 되었다. 반가웠다. 그리고 투르니에 산문집을 바로 주문했다. 원제에 더해 번안제목에는 “긴 침묵”이 보태졌다. 번역자 김화영 님의 서문처럼 “그의 산문은 방만한 수필이 아니다. 그것은 등푸른 생선이다. 구워서 밥상에 올려놓은 생선이 아니라 이제 막 아침 빛을 받으며 바다위로 튀어오르는 생선이다.” 그리고 “그의 시적 산문은 때로는 의식속에 도전적인 불을 켜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때로는 일단 책을 접어놓고 깊고 멀리 몽상의 길로 접어 들며 이미지의 신선함에 참가하기를 독자에게 요구한다.” 투르니에는  24년생이다. 2016년 91세를 일기로 영면하였다.

손끝으로 만져서 온몸으로 느끼는 문자화된 언어, 그 육감적 독서를 물론 투르니에의 문학적 은유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점자읽기와 점자쓰기는 그리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 여울님과도 잠시 이야기 나누었지만 신비스러운 읽기라 보기에는 그 고충이 중노동에 버금간다. 텍스트 이해 이전에 문자 자체를 판독하기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어릴 때 점자를 배워 오래 훈련해온 경우는 좀 낫지만 후천적 장애로 나이 들어 점자를 배워 활용하기에는 끈기와 노력이 요구된다. 나는 실제로 두툼한 점자 자료물의 볼록한 점을 양 손으로 더듬어 더듬더듬 글자를 해독하는 그분들의 지극한 얼굴과 떨리는 손을 바라보며 처음 어떤 생각을 했던가. 경이로웠다. 두려웠다. 감각을 다해 더듬듯(투르니에는 애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시를 읽는데, 그 목소리가 한 발 한 발 어둠 속을 조심스레 나아가는 발걸음 같았다.(실제 그럴 때에도 주변 사물이나 벽을 손으로 더듬어 나아가신다.) 두 눈으로 읽어도 오독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점자는 읽을 때의 방향과 쓸 때의 방향이 좌우 반대다. 점자도서관에는 점역봉사를 오래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같은 낭독봉사자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파묵이 말한 “바늘로 우물을 파듯”이 비유가 아닌 실제다.

 

더구나 김화영 번역의 이 책에는 '장님'이라는 단어가 쓰여있다. 초판 1998년도에는 그렇다해도 2018년 2판9쇄에서는 '시각장애인'으로 썼어도 되지 않았을까. 실제로 나는 그분들과 하는 옛이야기 스토리텔링 수업에서 '장님'이라는 단어를 책에 있는 대로 발화했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부끄럽고 아팠다. 수업은 그대로 녹음되어 강의실로 나오지 못한 많은 회원들이 온라인을 통해 들을 수 있게 업로드되는데 한 분이 어느 회차 녹음분을 듣다가 그 단어에 그만 가슴을 찔려 눈물을 쏟았다는 것이다. 그분은 60대 남자분으로 30대에 실험실에서 비이커가 폭발하는 바람에 눈에 박혀든 유리파편으로 시력을 잃은 분이다.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늘 소년같고 열정적으로 읽고 쓰며 자신을 채찍질하시는 분이었다. 그 학기에는 나올 사정이 안 되어 집에서 듣는 걸로 내 목소리와의 만남을 이어오던 중이었다. 내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오셨고, 나는 실수를 깊이 사과 드리고 마음을 풀어드렸다. 이메일로 솔직한 마음을 전해 주신 것도 고마웠지만 나를 이해하시고 내 진심을 알아주셔서 감사했다. 내게 여러가지로 깨달음을 준 사건이었다. 책에 그렇게 쓰여 있어도 내가 다른 말로 바꾸어 들려드렸어야 했다. 사실 입 밖으로 그 단어를 내놓던 순간, 잘못을 알았는데 즉시 바로잡지 못했다. 그분들의 표정을 얼른 살폈고 희미하게 웃고 계셔서 그만 이해해 주시는 걸로 받아들이고는 슬쩍 넘어가버렸는데 정작 현장에 계시지 못한 분으로서는 화나고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투르니에의 이 좋은 산문집은 음성도서로 낭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듣다가 그 단어에 가슴 찔려 덮어둔 눈물샘 터져버릴 분이 있을 것이기에. 정**님, 새해엔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4 장락무극
2019 12월 라이카클럽 열번째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엔 2020년 2월 중순부터 뉴욕에서도 열릴 거라 포스터가 두 가지 언어로 나왔다. <화영시경>의 사진작가가 출품한 사진은 아래, 나무문이다. 김화영 님이 투르니에의 산문집을 일러 "시적 몽상이 개간해놓는 침묵의 넓이와 자유로움을 유감없이 드러낸다"고 했는데, 이 사진은 꾹 다문 입술처럼 닫힌 문과 그 틈으로 비추이는 햇살의 시적 몽상이 침묵의 넓이 만하다. 그 빛의 언사가 성성하다. 올해 내게 올 이미지들도 장락하고 무극하길^^

수구꼴통 노문우님이 새해 인사로 자필 “長樂無極”을 보내주셨다. 옳고 그름의 잣대에 한치 흔들림이 없는 그분들을 보면 한편 다른 생각이 든다. 부디 즐거이 오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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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3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3 1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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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 1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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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 1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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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 1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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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1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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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1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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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01-04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나무문틈 사이로 희미한 빗줄기가 새어나오네요 프레이야님 말씀처럼 2020이라는 숫자에서 리듬감이 느껴져요 프레이야님에게 2020년 새해 행복한 일만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투르니에 산문 정말 좋아하는데 다시 꺼내 읽기로 했네요^.^

프레이야 2020-01-04 23:41   좋아요 1 | URL
그 빛이 스콧님에게도 가득 비추이길 바랍니다. 새해 밝은 리듬 타면서 좋은 일 많이 엮어가시길요. ^^

水巖 2020-01-07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전시는 몰랐군요. 알려주시지 않고 많이들 가서 자리 차지하고 불편을 예전에 많이 들였지만....
그래도 두분 내외와 예전분들 만날 기회도 있었을법한데 아쉽군요.

프레이야 2020-01-07 08:35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에 가지 못했어요 수암님.
같은 날 저도 이곳 행사가 있었거든요.
올해는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일정 나오면 꼭 알려드릴게요 ^^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황이 없어 아무에게도 알리질 못랬네요 ㅠ

풀꽃선생 2020-01-2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프레이야 님, 오랜만에 미셸 투르니에....
님의 서재에서 책 정보를 얻으려 기웃거리다가, 프레이야님이 다른 이들과 나눈 댓글을 훔쳐봅니다. 따뜻한 분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만나본 이들도 님을 따뜻하다고 하네요. 글과 사람이 같으면 잘 살아온 거라는데요. 저 자신에게도 때때로 잊혀지고 있는 저의 서재에 들러주셔서 감사드려요.

프레이야 2020-01-23 00:06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
좋게 봐주셔서 기쁘구요. 자주 소통해요
 
 전출처 : 프레이야 > 가족의 탄생

13년 전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탄생한 나의 작은이모 가족은 지금 그니까 정확히는 한달 보름 전 갓난아기가 탄생하여 또하나의 가족을 탄생시켰다.
올해 봄 첫아들 혼사시키고 시어머니가 된 작은이모는 이제 육십 대 중반이고 여전히 곱다. 바지런하고 손맛도 좋아 김장김치를 벌써 한 통 안겨 주었다. 나는 배추 한 번 안 절이고 매년 맛난 김치를 얻어 먹는다. 꼬무락대는 어린생명 첫손자가 너무나 귀여워 이모부는 그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이다. 두 아들 중 이제 작은아들 혼사만 남았다. 시노모도 건강하시고 서로 사랑하며 알뜰살뜰 행복한 가족을 꾸리고 사는 작은이모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그날 희령이 웨딩마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입장하던 이모 가족의 탄생과 영화 “가족의 탄생”을 다시 생각해 본다. 왠지 마음 푸근해진다. 나는 그날 초록색 원피스형 롱코트를 입고 갔었는데 이제 그 코트는 여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풓. 그동안 다쳐서 오래 입원해 있던 이모부 간병하느라 고생하면서도 낙담하지 않고 일상을 꾸리고 강하고 잔잔한 작은이모는 여전히 몸피도 그대로다. 가족 모두 건강히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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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9-12-27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님에 대한 글을 읽으니 프야님이 이모님 닮으셨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여밈이 되지 않는 다는 그 초록색 원피스형 롱코트 아직도 갖고 계세요? 어떤 디자인인지 궁금해요, 멋쟁이 프야님!^^
어젯밤, 남편하고 그런 얘기 했었어요. 빨리 손주를 봤으면 좋겠다고,,,ㅎㅎㅎㅎㅎㅎㅎㅎㅎ 갑자기 할머니 같은 소리나 하고 있는;;;;;

프레이야 2019-12-27 15:23   좋아요 0 | URL
네. 아까워 못 버리고 ㅋ 걸려 있어요. 젊은엄마 시절의 옷가지. 외할머니 되기 금방이지요. 곧 그리 될걸요. 제 고교친구도 얼마전 외할머니가 되었는데 쪼그만 게 엄청 귀엽다고 막 눈꼬리가 흐물흐물해지더군요. 화영시경 중 “커피 끓이는 수녀님” 결미에 나오는 그 친구예요. 이쁜할머니 되실 라로님에게 또다른 행복이 대기하고 있구만요. 뢉이랑 영감 할멈 그러진 않겠지만 우짠지 저까지 막 므흣해진다우 ㅎㅎ 아 글고 이모와 전 닮았다는 말 자주 들어요. 체격도 아담사이즈로. 저 지금 뜨끈한 청귤차 한잔 들고 광안리 파도 소리 들으며 댓글 써요. 가까이 바다가 있으니 잠시 숨통이 트여요.
 
 전출처 : 프레이야 > 크리스마스

ㅎㅎ 기특한 북플! 이런 게 올라오네. 무려 14년 전 기록이다.
앞 줄 덩치 크고 통통한 아이가 둘째인데 지금은 교환 학생으로 베를린에 있다. 아침에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 캐롤 메들리를 보내왔다. 열에 들떠 아직 힘들지만 잠시 웃게 되네. 전공과는 무관하게 아이가 좋아하는 거라 보기에도 좋다. 기숙사에 피아노가 있는 음악실이 있다고 처음부터 아주 좋아했다. 돌아올 날이 두어달 남았다. 딸! 행복하고 풍성한 삶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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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계신가요.
따뜻한 연말과 희망 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늘 좋은 인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9-12-25 14:41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님 덕분에 마음 포근한 날이네요. 얼마남지 않은 2019년이랑 잘 지내기에요^^

moonnight 2019-12-25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년 전@_@;;; 꼬마아이가 베를린에서 혼자 생활할 정도로 의젓하게 잘 키우셨군요. 대견하시겠어요^^

프레이야 2019-12-25 18:31   좋아요 0 | URL
ㅎㅎ 의젓한 아이죠. 칠월에 가서 겨울을 잘 보내고 있네요. 참 좋은 나이인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요. 북플이 이렇게 추억을 불러주네요 달밤님.

hnine 2019-12-25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따님들 소식 궁금했어요.
지금도 기억하는, <악흥의 순간>이었던가요? 올리셨던 피아노곡이 생각나요. 둘째 따님인지 첫째 따님이었는지, 그건 생각이 안나네요.
두어달이 아주 길게 느껴지시겠어요.

프레이야 2019-12-25 19:01   좋아요 0 | URL
기억이 까무룩해요 나인님. 피아노곡이면 작은딸이구요. 클라식기타였다면 큰애였을 거지만요. 성탄 어찌 보내셨나요. 전 집에서 쿨럭거리며 영화 생일 보았네요 티비에서요. 펑펑 울었어요 전도연 설경구 따라. 다린이는 지금 몇 살이나 되었나요? 많이 자랐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