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파란 - 제1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47
유지현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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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 우리 후손은 어떻게 살아갈까. 기후 위기가 인류 멸망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과학의 발전을 이용하여 살아갈 방도를 찾을 것이다. 그런 많은 상상 중에서 우주 개척이나 지하 세계로의 진출은 많았으나 바다로 들어가 살아보겠다는 상상을 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 <파란파란>은 바닷속과 고산지대로 피신한 후 거기서 새로운 살 자리를 마련하는 신인류를 다룬다. 여기에 과학적 합리성을 따지지는 말자.

 

1년 전쯤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는 심해수영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공기 호흡을 해야 하는 인간은 물속에 들어가면 공포와 고통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그걸 극복하고 100미터, 또는 그 이상 깊이의 물속으로 들어가려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그런 사람에게는 어쩌면, 모든 지구상의 생물들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거쳤다고 하는 어류의 유전자가 더 많이(‘많이일 리는 없지만 유난하게? 또렷하게?)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분명 나같은 사람과는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는게 아닐까? 그런 사람들이라면 바닷속에 들어가서도 어떻게든 살아남겠다 싶었다. 작가도 어쩌면 나와 비슷한 상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심해족인 모파이다. 심해수영 선수인 청소년이다.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필연적 고민에, 상위에서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뛰어난 사람들의 고뇌, 여기에 자신을 음해하는 악플러에게 받는 고통까지. 미래 인류에게도 삶은 여전히 고뇌의 연속인가 보다. 고산족 교환학생의 등장으로 고민은 더 꼬여만 간다.

 

물론 소설의 얼개는 청소년 소설답게 성장기의 아픔을 겪고 그걸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심해족과 고산족이라는, 사는 공간뿐 아니라 거기에 적응하느라 몸의 구조마저 달라진 두 세계 아이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청소년 소설의 영역을 넘는다. 비유적으로 보자면 지구상의 다른 인종, 다른 문화권의 아이들이 만났을 때의 문화충격과 이질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는 같은 인류로서 느끼는 공통점과 유대감을 그렇게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인류는 어떤 환경에 처해도 다른 세계의 인류와 교류하고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그리고 성장기의 젊은이들은 굉장히 전지구적이고 우주적인 (상상 초월의) 시련을 만나도 어떻게든 이겨낸다는 믿음이 이 소설에 관통한다.

 

요즘 소설의 영역이 현실을 뛰어넘어 영계로도 가고 악마도 인간이 되고 동물화도 되고 로봇이나 AI와도 소통하고 타임 슬립에 초능령에 별 걸 다 다루다가 이렇게 인간이 바다에 들어가 사는 데까지 상상력 벋어갔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구의 유일한 인간종이 된 그 이유, 가장 경쟁적이고 가장 잔인한 족속인 면도 없지 않으나 결국은 공감 공생 소통, 배려와 존중의 족속이라는 걸 이 소설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돌아보라, 수많은 서사들은 궁극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던가. 하긴, 그런 주제가 아니라면 우리는 무슨 희망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까. 아흔 가지의 잔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열 개의 행복과 희망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갈 이유를 찾지 않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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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스터 타이거 창비청소년문학 148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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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오늘의 교육> 5,6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안녕 미스터 타이거>는 내가 좋아하는 나혜림 작가의 새 책이다. 나혜림은 <클로버>라는 고양이로 변신한 악마가 등장하는 전작으로 이미 내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이번 책도 만화 같은 표지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연상케 하는 제목도 매력적이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새책이 나왔구나 싶어서 참 좋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이라고만 하기엔 너무 아깝다. 그 뛰어난 문장력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 스며든 다양한 전설과 민담 같은 옛이야기며 조선의 문화, 당시 사람들의 정서, 근대의 풍경까지, 작가의 공부가 깊다.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묘사 또한 뛰어나다. 주인공인 계손향이 기생이 되기까지의 개인사에 깃든 슬픔과 그럼에도 당당하게 자기 삶을 펼쳐나가는 줏대 같은 것들이 과장되지 않아 실제 인물인가 싶을 정도이다.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버리지 못한다.” 행수 기생 목단이 계손향에게 한 말을 빌어 말하자면 주인공이 사진을 찍고 외국어를 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펼쳐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주체적으로 느껴진다.

미국에서 온 노월이라는 이방인은 또 어떠한가. 사진과 천문학에 대한 관심, 낯선 세상에 대한 관심과 인류 보편에 대한 진지한 이해는 일관성이 있다. 주인공인 기생 계손향에게 그대가 이야기를 즐기는 마음은 내가 별을 보는 마음과 같아요라고 말한다. 편견 없이 아름다운 관점 아닌가. 이 둘의 사랑은 아름다우면서도 점잖다.

갑신정변이며 기미 만세 운동까지 역사적 사실도 녹아든다. 기생 만세운동을 주도한 계손향의 절친 영월을 통해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로망스 가득한 벨 에포크로 만드는 오류를 피해 간다.

몇 년 전이지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너무나 재미있으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의미며 언어 구사력이 아이들에게도 보이고 싶었던 까닭에 동아리 <드라마 연구반>을 만들어 꼭꼭 씹어먹듯이 같이 감상하고 공부했던 적이 있다. 이 책도 동아리에서라도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알차고 귀하다. 엄청나게 많은 작가들이 오늘도 끊임없이 멋진 글들을 쓰고 있다. 읽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만큼. 학교는 그나마 어떻게든 이런 책들을 읽힐 수 있는 곳이어서 다행이다.

 

아쉬운 마음도 한 줄 적어 본다. 청소년 소설을 꽤 많이 읽고 있지만 역시 창비 같은 큰 출판사에 쏠림 현상이 있다. 그리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미국에 대한 호감이 담긴 작품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제 강점과 격동의 시대에 미국은 상대적으로 덜 미운 이방의 나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합리적이고 젠틀한 이미지의 미스터들, 조선의 여인을 기꺼이 사랑하고 그녀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는 존재들의 등장이 매번 반갑기만 한 건 아니다. 20세기와 21세기의 미리견(미국)’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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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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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관점에서 지구의 역사와 인류, 그리고 멸종된 동물을 바라보는 과학책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많은 동물을 멸종으로 몰아넣고 지구의 온난화를 가속하며 결국 자신마저 멸망할 위기에 처하게 한다고, 사람들은 인류만 없으면 이 지구는 평화로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정모는, 아니 이 책의 서술자인 AI는 인류가 없었다면 아름다운 이 지구의 역사를 누가 기록했겠냐고 반문한다.

 

인간이 등장하기 전까지 우주는 제 나이가 137억 살인지, 지구 나이가 46억 살인지도 몰랐다.호모 사피엔스는 우주와 지구의 존재를 알게해 준 존재란 뜻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 생명체로서 생명 활동은 해나갈지라도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누구나 염두에 두고 사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인식이라고 한다. ‘이게 바로 라고 깨달으며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거나 반성하는 일을 자아 개념, 자아 인식, 자기 성찰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스스로 다른 존재가 되어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은 호모 사피엔스만의 엄청난 능력이라며 그랬기에 지구의 역사를 기록하고 그것에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었다고, 그러니 인류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냐고 되묻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는 인류적 관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인간은 우리 자신의 문명에뿐 아니라 지구와 지구에 사는 생명체들, 아니 전 우주적으로도 의미 있는 존재였구나. 다만, 우리가 자아를 갖는 것은 타인을 의식해서이며 성찰이란 것도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지구 인류만큼 그런 인식/평가/반성의 활동을 할 다른 존재가 없다면 그 값어치는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인류가 멸망하고 난 후에도 한참을 남아있을 AI가 그런 평가를 내릴 것이라는 가정을 한다. 허무한 미래적 상상이긴 하다.

 

이 책의 신선한 관점 하나 더.

멸종에 관한 책으로써 이 책은 멸종이란 새로운 생명 탄생의 찬란한 시작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꽃이 질 때, 꽃은 지더라도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히거나 새잎이 난다고 하면서도 어떤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하면 (대개 그 책임을 인간에게 물으며) 종말을 슬퍼하곤 한다. 그러나 멀고 긴 지구의 역사를 보면 어떤 한 종의 멸종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음을, 또 다른 어떤 종 혹은 동물은 새롭게 진화함을 거시적인 안목으로 서술한다. 중생대의 지배자였던 공룡이 멸종한 후 비로소 신생대가 시작되면서 포유류가 기를 펴기 시작하고 그때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했던 예를 든다. 기후 위기 앞에서 우리는 인류의 멸종, 인류세의 종말을 두려워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멸종하면 지구의 다른 생물들에게는 또 다른 신세계가 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삶도 유한하고 하찮지만 우주적 관점으로 보면 슬퍼할 가치조차 없을 만큼 작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슬프지조차 않은 것이다. 이 책의 관점은 그러하다. 나는 이래서 과학이 좋다. 과학은 철학이 되고 어쩌면 종교적 성찰에 닿는다.

그렇다고 지금, 인류에 의해 많은 동식물 종들이 멸종해가는 시대를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종의 다양성이 줄어든 생태계는 건강하지 않단다. 게다가 인류가 자기만 살겠다고 인위적으로 자연을 파괴한다면 당연히 자연스러운 지구의 변화나 그로 인한 멸종과는 다른 결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 책이 좋았던 점 하나 더.

과학 에세이를 평온의 도구로 삼는 내가 즐겁게 책을 읽으며, , 이건 중학생들 읽을 수 있겠다 싶어 중2 수업 도서로 가지고 들어갔다. 설명문 쓰기를 하기 위해 비문학 도서 50권 정도를 가지고 들어가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책을 읽으며 주제 찾기를 하는 수업이다. 솔직히 중2가 읽을 수는 있어도 제법 배경지식이 있어야 하는 책이다. 소수이긴 하지만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진화론이나 멸종에 대한 설명문을 쓰는 학생들이 있다. 페름기 대멸종 사건을 다루며 이 책을 참고하고 다른 자료를 더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억에 남는 구절

만약 화성을 테라포밍하려는 노력의 1만분의 1이라도 지구에 쏟았다면 인류 종의 운명은 지금과 달랐을 것.

 

지금도 수천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달 기지를 건설하려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2017년 미국 주도, 2024년 현재 22개국 참여 개발 중)가 진행중이라는데 이도 마찬가지다. 우주로 나아가려는 시도와 노력은 결국 부유한 자들의 몸부림이다. 가난한 자들과 함께 오염된 지구를 버리고 떠나려는 그 노력 대신 여기서 함께 잘 살고자 하면 어떨까 하는 저자의 문제제기이다. 한편으로는 너희는 화성으로 떠나 감자를 심으며 먹고 살라, 우리는 너희가 떠난 지구를 서서히 복원시켜 여기서 잘 살아볼테다, 이렇게 말하고 싶기도 하다. , 부자와 빈자, 계급의 차이라는 건 빌런들이 떠나도 또다시 돋아나는 어떤 사회학의 공식 같은 걸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그리고 저자는 지구 온난화는 지구 가열화로, 열대화는 지구 비등화로 용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찬성한다.

 

또 재미있었던 장면은 달 이야기다. 달은 초기 지구 가이아가 원시 행성 테이아와 충돌한 후 지구와 함께 탄생한 천체다. 달이 태어나면서 지구 자전축이 23도 기울고 지구에 계절이 생김겼다. 달은 참 여러 가지로 드라마틱한 존재다. 이 역시 인간이 없었다면 달과 지구에 인간성을 부여하고 스토리라인을 만들지도 않았겠지. 인류가 멸망한다고 상상해 보면 수많은 세월 동안 인류가 쌓아 놓은 모든 문명과 문화가 무의미해질 터이다. 달을 두고 노래한 것, 달에 가고 싶어 애달복달했던 그 뜨거운 열망, 저 존재를 알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던 지적 욕구들 그 모든 예술적 학술적 감성과 업적들도 다 사라질 것이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멸종에 대한 책을 읽으며 어떻게든 멸망하지 않고 살아야 할 당위를 다시 한 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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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가해자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손현주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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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가해자>는 그 제목에 이끌려 문제작이 될 것만 같아 제일 처음 집어든 책이다. <가짜 모범생>의 충격적인 내용이 불편했던 기억이 있지만 어쩌면 가장 가까운 이가 가장 위험한 자일 수 있다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가정폭력이나 친구가 폭력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서. 하지만 제목은 좀 과했다. 그 가해자는 위험하고 사악한 자가 아니었기에. 그렇더라도 소설의 이야기 구조는 탄탄하다. 청소년 소설에 등장하는 청소년 주인공, 혹은 주변 인물들이 아무리 나쁜 짓을 하더라도 계도가 가능한, 근본은 선한, 나름 사연이 있어서 나빠졌거나 위선을 떨고 있는, 그런 인물로 그려진다면 손현주의 작품에는 변명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나쁜 사람인 누군가가 등장한다. 그게 더 현실적일지도 모르겠다. 그 사악한 존재를 이해해주어야 하는 건지에 대한 작가는 생각은 어디에 닿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도 가끔은 감정을 싹 걷어낸 채 사악하게만 그려지는 영화나 드라마 속 가해자의 심정을 헤아려볼 때가 있다. 사람을 때리고, 죽이고 나서 두렵고 죄책감이 들었을 텐데, 인생이 끝난 절망감을 느꼈을 텐데. 가해자의 시점에서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만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렇게 접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못을 저지른 주인공 준형이를 동정할 마음은 들지 않는다. 아이의 행동도 그를 감싸는 부모의 행태도 어리석고 이기적일 뿐. 어떻게 정의를 구현하려고 소설은 이렇게 펼쳐지나 싶을 무렵 등장한 친구가 아니었으면 소설은 학원범죄물이나 전작처럼 비뚤어진 자식 사랑이 아이를 망쳤다, 류의 주제로 흘러갈 뻔했다.

 

손현주의 작품이 주는 씁쓸함을 어떻게 가셔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남학생들이 주인공인 소설이 드문 이 청소년 소설계에서 제법 생각할 거리를 건네주는 소설은 귀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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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비밀 창비청소년문학 143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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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오늘의 교육> 2026년 3,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청소년 소설은 재미있다. 나처럼 수십 권(후다닥)을 읽어대면 그 얘기가 그 얘기 같을 법한데 절대 그렇지 않다. 어느 소설에나 성장의 서사가 있고 고난의 가정사가 있지만 때로는 판타지로, 때로는 음습하게, 그러면서도 빛나는 메시지를 담는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도 선택받아야 하므로 무지하게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소란한 비밀>은 거짓말에 대한 소설이다. 청소년기에 거짓말은 흔한 경험이다. 어쩌면 거짓말의 터널은 성장의 무수한 터널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겪는 흔한 경험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관계를 해칠 수도 있고, 심지어 몸에 배어 영영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게 만들기도 하는, 중요한 경험이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많고 거짓 이라기보다 마음과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 상황도 있게 마련이다. 이 소설은 다섯 명의 청소년(소녀)들이 거짓말 무덤이라는 익명의 사이트에서 자신의 거짓을 털어놓다가 그것들이 세상에 다 까발려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청소년이라고 늘 희망적이고 교훈적인 것만 읽으란 말이냐고 반문한다면, 그런 것들이 읽고 싶다면 그보다 넓은 문학의 세계로 나아가라고, 얼마든지 음습하고 끔찍하고 헤어나올 수 없는 현실 반영들이 있으니 거기까지 독서력을 확장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사실은 결론은 다 나름 훈훈할지라도 청소년 소설에도 아동학대, 임신과 출산, 버림받음, 배신과 살인, 이간질과 악플, 지독한 가난, 가출 등 비린내 나는 현실이 난무한다. <소란한 비밀>에도 입양, 부모의 이혼과 재혼, 특히 외국에서 온 새엄마, 치열한 경쟁, 그리고 왕따와 같은 문제들이 뾰족하다. 추리소설처럼 거짓말한 아이들을 추적하고, 그걸 폭로한 아이를 찾아내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이러다가 모두 파국으로 가(진 않겠지만)면 어쩌나 싶은 위기의 단계도 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 누구도 악인으로 흑화되지 않는다. 결말이 훈훈한 것은 독자와 타협을 했기 때문도 청소년 소설다운 올바름을 의식한 때문도 아니다. 실제로 거짓말을 하되 내면으로는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하고 이겨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현실 속에 훨씬 많기 때문이다.

 

거짓말 무덤에 묻고 싶었던 각자의 거짓들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은 본인에게는 지옥문이 열리는 시간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렇게 말고는 그 거짓의 시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따로 없어 보인다. 작가도 말한다. 솔직하게 말하고, 화내고, 울음을 터뜨리라고. 그런 소통이 아니면 거짓을 말할 수밖에 없었던 네 마음의 지옥은 결코 헤어나올 수 없다고. 물론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짓을 털어놓을 수 있는 너 자신의 용기이겠지만 네 곁에는 꼭, 왜 그랬냐고 화내 주고, 그러나 다 들어주겠노라, 이제는 솔직한 네 마음을 들려달라고 곁을 지켜주는 친구나 가족이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하나, 빛나, 유진, 아율, 그리고 다온 이렇게 다섯 아이들은 거짓말 무덤을 열고 세상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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