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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2014년 젊은 작가상 대상은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에 돌아갔다. 그러나, 그 해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였다. 그 후로 2년 만에 최은영의 단편집 <쇼코의 미소>가 나왔다. 그렇지만 굳이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웃 분들의 리뷰와 특히나 다락방님 - (나와 친한..... 응?) - 의 추천에 떠밀려 집어 들었다. 세상에, 얼마나 놀랐는지, 이런 글을 읽게 될 거라고 전혀 상상조차 못했다.
‘ <쇼코의 미소>이후 이런 글을 쓰고 있었던 거야!’
나이를 먹어서인지, 책을 읽다 자주 운다. 에스트로겐 작렬!! 공공 도서관에서 이런 책을 읽을 땐 참 난감하다.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새벽 3시 경, 집에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마 펑펑 울었을 거다.
독일에 가서 한국의 한 가정이 베트남의 한 가정을 만나 우애를 다진다. 누가 알았겠는가, 자신들의 잘못과는 상관없는 과거의 역사가 두 가정의 우정을 파탄 낼 줄이야.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부들부들 떨었다. <국제시장>에선 미국이 한국의 구원자처럼 묘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베트남의 구원자로 묘사된다. 인간이 얼마나 뻔뻔해야 이런 영활 만들 수 있을까. 한국군은 베트남의 구원자이긴 커녕 베트남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이미 한국군은 자국 민간인을 잔인한 방법으로 수 백만명 학살해왔는데, 베트남 민간인들에겐 그 잔인함이 어떠했을지는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데 구원자 한국이라니! 베트남 사람들이 <국제 시장>을 볼까 무섭다. 쪽팔려 죽겠다. (베트남 국민들에게, 한국 국민으로서 이런 쓰레기 영화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 너무 죄송스럽네요. 한국 국민 모두가 한국이 베트남의 구원자라고 생각하진 않으니 부디 용서하시길. ) <씬짜오 씬짜오>는 100억이란 돈이 들어가고, 천만 명이 넘게 관람한 영화 <국제 시장>과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값진 소설이다.
<씬자오 씬자오>에서 간신히 눈물을 참고 다음 단편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를 읽었다. 아우, 저절로 흐르는 눈물. 제 2차 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삼을 줄이야! 어떻게 이렇게 어린 작가가!!
<한지와 영주>에서는 한지와 영주의 러브 스토리. 그런데 한지는 밤이 되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쌔까만 아프리카 남자애다. 금발에 푸른 눈의 뉴요커가 아니고?!
<먼 곳에서 온 노래>에서 소은은 선배 미진을 통해 알게 된 폴란드인 율랴와 우정을 나눈다.
<미카엘라>는 세월호를 배경으로 한다.
책을 읽는 내내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에 대한 신형철의 글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신형철은 이렇게 말했었다. ‘고맙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이 그냥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고.
최은영 작가에게 말하고 싶다.
고맙다.
이런 글을 읽게 해줘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