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평범한 독자들도 '전세계'를 상대로 자신이 읽은 책들에 대해 '방송'으로 전달하는 시대가 됐다. 유튜브에서 '책'을 이야기하는 북튜버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의 오두막에서 홀로 생활하며, '9년 동안 무려 일곱 번이나 고쳐 쓴 책'을 가지고도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던 시절에 비하면 그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북튜버들이 '출판업계'는 물론 TV, 라디오, 신문에서까지 주목을 받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소식을 나는 최근에서야 겨우 주워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름난 북튜버들의 영상은 거의 보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을 흉내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열흘 동안에는 심심풀이 삼아 '여행 사진들'을 끌어 모아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았다. 나에겐 아직까지 유튜버에게 필요한 변변한 '장비' 하나 없으니까. 그러니 우선 유튜브에 '동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이란, 기껏해야 과거에 찍은 사진들을 100장 혹은 140장씩 끌어 모아 3초당 1컷씩 보여주는 식으로 '어거지 동영상'을 만들 수밖에.

 

책을 이야기하는 동영상을 작정하고 만들자면 각종 장비와 기술이 필요하다. 동영상 카메라, 마이크,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영상 편집 기술 등등은 기본이다. 물론 핸드폰 카메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무리해서 동영상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래도 혹시 '사진' 으로나마 조잡한 동영상 하나쯤은 만들어 볼 수 없을까 싶어 이리 저리 궁리하다가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찍어 두었던 '책 사진'을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얼른 컴퓨터를 뒤져보니 책 사진들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았다.내가 언제 이토록 많은 책 사진들을 찍었을까 싶었다. 그만큼 책을 '이미지화'하는 데 평소부터(?) 관심이 있었다는 반증이었다.

 

그래서 한 번 시도해 봤다. 책 사진 만으로도 '북튜버' 비스무리한 흉내를 내 볼 수는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 가지 난제는 있었다. 책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마이크'가 없으니 하고 싶은 말들은 모조리 '텍스트'로 전달해야 하는 게 문제였다. 북튜버 동영상이랍시고 기껏 만든다는 게 들리는 건 배경음악 뿐이요, 보이는 건 책 사진과 설명글 뿐이라면 너무 이상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만들어도 과연 독자들이 시청자들이 좋게 봐 줄까. 뭐, 상관 없다. 어차피 나에겐 나만의 방식이 있는 거니까.

 

그런데, 100장 가까운 사진들을 여기저기서 끌어 모아 동영상을 만들자니, 각각의 사진들에 대한 설명글을 만드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소위 '대본'에 해당하는 텍스트를 작성하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이건 글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특히, 제한된 공간에 '압축적으로' 사진을 설명하는 두세 줄짜리 텍스트를 만드는 건 그냥 줄줄 써내려가는 글쓰기와는 전혀 성격이 달랐다. 더군다나 동영상은 한 번 만들어 올리면 '수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니 쉽게 고쳐쓰는 글쓰기보다 얼마나 더 고역인가.

 

아무튼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유튜브에서 소개하고픈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한 번 만들어 밨다. 동영상 속에는 언젠가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동영상 제작 때문에 새로 찍은 사진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니 말이다. 어쨌든 극히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봤다는 사실이 내겐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책 소개 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 날이 올 테니.

 

(제가 만든 유튜브 영상입니다. 링크 주소는 ☞ https://youtu.be/Rzav5oH5Q4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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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11-13 0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하십니다.
투자된 시간을 생각하면 어마어마 하네요. 11분 26초 동영상 제작 시간 더하기 저 책 읽으시는데 투자하신 시간을 생각하면 보는 사람이 다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알라디너에게는 친숙한 노트, 손글씨라 더 반갑기도 하고, 월든을 제일 먼저 꼽으신 것도 웬지 oren 님이시라면 그러셨을 것 같기도 하고요.
새로 책을 구입하기보다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는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책 제목처럼 잃어버린 시간를 찾아가는 방법이 될수도 있겠다고, 혼자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밑의 자막도 도움이 많이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oren 2019-11-13 12:09   좋아요 0 | URL
hnine 님께서 격하게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동영상 만든 보람도 느끼고요.^^

유튜브 동영상들을 보면 ‘혼자 힘으로‘ 어떻게 그토록 훌륭한 영상들을 만들어 내는지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유튜버들은 사실상 ‘1인 방송국‘이나 마찬가지인데,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기획, 탐사 보도, 뛰어난 영상 편집 실력, 기발한 아이디어 등등이 조합되어, 기존의 방송국이 생각하지도 못하는 다양한 영역으로 발빠르게 침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저같은 경우야 완전 쌩초보니 이런 광경들을 멀치감치 떨어져서 지켜보기만 하는 구경꾼 같은 기분이지만, 뭔가 대단히 활발한 에너지가 유튜브를 춤추게 만들고 있구나 싶은 느낌은 듭니다. 고요한 절간 같은 알라딘과는 너무나 판이하기도 하고요.

앞으로 유튜브에서도 책 소개를 할려고 마음 먹고는 있는데, 이런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도 엄청나게 품이 드니 뭔가 주객이 전도되는 느낌도 없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글을 쓰는 게 훨씬 쉽겠다‘는 느낌도 들고요. 그나마 텍스트 만으로는 도저히 전달할 수 없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이미지나 영상으로 좀 더 풍부하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다시 한번 재독하면서 영상화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합니다.^^

페크(pek0501) 2019-11-13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영상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책이 너무 잘생겨서 보는 것만으로 좋은데, 음악까지 멋지고.
더 멋진 것은 오렌 님의 자막... 11분이 금방 지나가더군요.

세계 책의 날의 유래도 알게 되고, 위대한 작가 둘이 죽은 날이 동일한 날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정보가 풍성합니다.
혹시 유튜브에서 활동하시게 되면 알려 주십시오. 오디오북처럼 애청하겠습니다.
이 많은 정보를 혼자만 소유한다는 건 아까운 일이라 사료되는 바, 한 권의 책으로 묶어도 좋은 것 같습니다.

oren 2019-11-13 14:34   좋아요 1 | URL
페크 님께서는 소위 ‘풀 영상‘을 다 봐주셨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맨 처음엔 책이나 노트 한 컷마다 설명글을 두 줄 혹은 세 줄씩 자세하게 넣어봤더니, 자막을 제때 빠르게 소화하기가 힘든 어려움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원래의 대본‘을 절반 수준으로 전면 개고를 하게 됐답니다. 그런데도 한 컷당 4초 혹은 5초 정도로 노출시켜도 자막을 소화하기 벅찬 문제가 있더군요. 그래서 좀 더 과감하게 ‘한 컷당 7초씩‘ 배분되도록 다시 제작했더랬습니다. 이 정도는 돼야 자막을 소화하면서도 책 구경까지 하는 데 큰 무리가 없겠다 싶었으니까요.

배경음악도 원래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을 넣었다가,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다시 바꾸는 과정을 거쳤는데, 영상과 배경음악이 서로 어울리지 않으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왠지 조금은 겉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아무튼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좀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주저없이 올렸는데, 페크 님께서 열렬히 시청해 주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stella.K 2019-11-13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한 걸음이 어딥니까? 남의 아흔 아홉 걸음 보다 나의 한 걸음이 더 가치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미 북튜버신데 된다면이란 가정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설명을 읽으니
정말 고생 많이 하셨겠는데요? 이것도 페이퍼 쓰는 것만큼이나 쉬워진다면
저도 페이퍼 안 쓰고 그냥 말로 하겠습니다. 저는 기계와는 영 친하지가 않아서
아마도 이번 생은 못하지 싶습니다.ㅠ
영상 정말 근사합니다. 선곡도 탁월하신 것 같고.
언젠가 꼭 정식 북튜버가 되시길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oren 2019-11-13 15:34   좋아요 2 | URL
그 한 걸음이 어딥니까? 남의 아흔 아홉 걸음 보다 나의 한 걸음이 더 가치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 저는 스텔라 님의 이 댓글을 보고 『돈키호테』의 산초가 했던 말인 줄 알았습니다. 산초는 정말로 스텔라 님처럼 ‘똑 부러지게 & 핵심을‘ 말하거든요. ㅎㅎ

저는 유튜브에 거의 관심이 없다가, 얼마 전쯤에 등산을 함께 했던 선배들로부터 ‘유튜브‘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더랬습니다. 여행과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하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취미 삼아 & 꾸준히‘ 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말이지요. 그래서 무턱대고 아무런 장비 하나 없이 ‘동영상‘을 벌써 다섯 개나 만들어 올리고 있답니다. 완전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말이지요.

그런데도 ‘인사치레‘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Good! Good! 하는 반응을 보여주셔서 계속 시도해볼 참입니다. 알라디너 분들의 호의적인 반응도 큰 힘이 되구요. 암튼 삐약삐약 우는 햇병아리한테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 2019-11-14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렌님 이건 반칙입니다 !!!! 우직함이 묻어납니다 ㅎㅎㅎㅎ

oren 2019-11-14 15:35   좋아요 0 | URL
제가 ‘우직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기는 합니다. ㅎㅎㅎㅎ

오랫동안 사용하던 네이버 블로그조차 없애 버리고, 몇 년 전부터는 오로지 알라딘에서만 주구장창 글을 쓰고 있으니, 그런 점에서도 우직하든, 미련하든, 둘 중의 하나는 해당되겠지요.

조금조금씩 동영상 편집 기술을 익혀서 마침내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하고 올리는 시기가 언제일지는 저조차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유튜브 때문에 알라딘마저 헌 신짝처럼 내다버리는 일은 없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알라딘이야말로 저에게는 ‘디지털 세계의 고향 마을‘ 같은 곳이거든요.^^

페넬로페 2019-11-17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시 봐도 대단합니다.
동영상뿐만 아니라 그동안 읽어오신 책과 독서노트에서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을 느낍니다.
이 동영상을 도서관에서 하는 클래식 독서동아리 톡방에 공유했습니다.
감사합니다^^

oren 2019-11-17 13:06   좋아요 1 | URL
우와~~ 제가 만든 동영상이 드디어 ‘카톡방‘에서 공유되는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님.

사실 저로서는 그저 좋아하는 책들을 꾸준히 읽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왔을 뿐인데, 변변찮은 제 리뷰와 페이퍼에 대해서 많은 알라디너분들께서 적극적으로 공감해주셔셔, 제가 읽은 책들을 유튜브에도 공개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로 대단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도 ‘책‘이라는 사물은 내가 읽지 않은 책들을 읽은 사람이 ‘실제 이상으로‘ 훌륭해 보이는 묘한 속성을 지닌 탓이기도 할 꺼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이 동영상의 후속작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읽기]를 올렸는데, 글로 쓰는 것보다, 동영상 제작이 엄청나게 힘들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페넬로페 님도 『오뒷세이아』는 읽으셨을 테니 나중에 『율리시스』에도 한 번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그 책의 제 18장 제목이 ‘페넬로페‘ 거든요.^^

CREBBP 2019-11-18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말로 표현 못하게 훌륭하십니다.

TV로도 뉴스 제외하고는 거의 유튜브만 제가 봤을 때, 유튜버가 하는 고민들은 비슷비슷해보입니다. 소위 해당 장르에서 네임드가 되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거 라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음악선택에서부터 편집 등등 컨텐츠 외에도 여러가지가 필요하니까 영상 하나 만드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다음 번엔 오렌님 목소리로 자막을 읽어주시기를 기대해볼께요

저도 블로그를 하면서 늘 느끼는게, 이 내용들을 누가 꼼꼼히 읽을 것도 아니고.. 짧게 요약하고 ~어요 체로 바꾼 다음 유튜브로 내보내면 조금 더 책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ㅊ 힘들죠.. 영상이며 음악이며 편집이며 이런걸 생각하다가는 책읽을 시간이 없어질 거 같아요.. 그래도 언젠가 시간이 아주아주 펑펑 남아도는데 정말로 할 일이 없다 싶으면 시도해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리뷰 블로그 쓰는 일의 동기부여로 삼고 있어요.


oren 2019-11-18 12:14   좋아요 0 | URL
너무 격하게 공감해 주셔서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유튜브의 세계>는 근본적으로 ‘약육강식‘이고, ‘승자독식‘에 가까운 ‘정글‘ 같은 곳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CREBBP 님 말씀처럼 이미 상당한 지명도와 권위까지 확보한 유명 유튜버의 경우는 밀림에 나타나자 말자, 수많은 힘 없는 사용자들이 머리를 조아리다시피 우루루 몰려가 ‘찬양‘하는 형국처럼 느껴지고, 일반 유튜버들도 ‘수많은 무리들‘을 거느린 파워 유튜버들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소소한 영상으로도‘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니까 말이지요. 그들은 컨텐츠 제작에서도 비용을 아끼지 않을 수 있으니, 갈수록 빈익빈 부익부 경향이 심화될 가능성도 많고요.

사정이 그렇더라도, 유튜브의 매력은 분명 있는 듯합니다. 유튜브 입장에서도 ‘양질의 컨텐츠를 보유한 새로운 사람들‘을 유튜브로 꾸준히 유입시키는 게 매우 중요한 정책 방향일 테고, 그 때문에 소위 ‘스타트 업 유튜버들‘한테 나름대로 ‘성장 기회‘를 주기 위해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모습도 보이는 것 같으니까요. 결국 ‘길게 보면‘ 컨텐츠의 싸움이고, snowball 만들기 전략이 중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CREBBP 님 말씀처럼, 대다수의 일반 유튜버로서는 ‘동영상‘ 하나 제작하는 것도 엄청 힘에 벅찬 게 사실입니다.(저는 아직까지도 동영상 카메라조차 갖추지 않아서, 동영상 촬영은 물론 촬영한 동영상을 직접 편집해본 경험도 전무하지만요.) 저도 CREBBP 님 말씀처럼 알라딘 서재에 올린 글을 ‘그대로‘ 동영상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굳이 경어체로 바꿀 필요도 없이요.(<걸어서 세상 속으로> 스타일처럼요.) 그런데, 막상 텍스트로 만든 걸 ‘동영상‘으로 바꾼다는 게 생각보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여러가지 난점들이 있더라구요. 텍스트는 충분하고도 길이가 긴데, 그에 걸맞는 영상을 어떤 식으로 확보하느냐가 가장 큰 난점 같아요. 영상 속에 책이라든가, 텍스트의 이미지화라든가, 관련 이미지의 노출 등으로 메꾸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듯해서요. 내용에 맞는 BGM 선곡도 굉장히 신경쓰이는 문제고요.)
 

 

"호머(Homer), 초서(Chaucer), 그리고 세익스피어(Shakespeare) 시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전달 매체가 무엇이건 간에 중요한 것은 스토리와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기술이었다."

 - 마이크 아이스너

 

 * * *

 

때는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인가 보다. 여러 해 전부터 네이버 블로그도 접고, 오로지 알라딘 서재만 주구장창 이용했던 나조차도 유튜브를 기웃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영상 매체가 '압도적인 힘'으로 책을 밀어내고, 독서인구를 끊임없이 쪼그라들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대세임을 이제는 솔직히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영상물이 책을 끝없이 밀어내는 흐름 속에서 책과 유튜브는 과연 어떤 식으로 공존할까. 책 속에 담긴 눈에 보이지 않는 깊디깊은 생각들을 다양한 이미지와 목소리와 결합해서? 혹은 텍스트로는 도저히 전달할 수도 없고 보여줄 수도 없는 것들을 어떤 식으로든 영상으로 꾸며서?

 

물론 책과 영상과의 결합이 영영 이질적인 조합은 아닐 지도 모르겠다. 「TV, 책을 말하다」 혹은 「TV 문학관」과 같은 프로그램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으니까. 또한 소설과 영화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니던가. 『오만과 편견』이나 『안나 카레니나』만 하더라도 '영상'부터 떠올리는 독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한 작가들이나 교수들이 책을 주제로 삼아 텍스트가 아니라 직접 말로서 대중들에게 설명하는 '인문학 강좌'들은 얼마나 많은가.

 

요며칠 동안 유튜브에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란 사실들이 참으로 많은데, 그 가운데 하나는 내가 만약 '북튜버'로 활동하게 된다면 꼭 이야기하고 싶은 '책들'에 대해서도 이미 적잖은 '유튜버'들이 나름대로 뚜렷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책들은 가령,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사마천의 『사기』,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까라마조프 형제들』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등 (일일이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래도 내가 꼭 얘기하고 싶은 책들이 빠짐없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라든가, 몽테뉴의 『몽테뉴 수상록』, 혹은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나 『황폐한 집』, 혹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같은 특출난(?) 책들까지 '유튜브 동영상'들에 몽땅 점령당하고 만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그런데, 이런 책들을 과연 유튜브 동영상으로 만들 수나 있을까? 설사 그런 영상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걸 읽어 줄 유트브 독자들은 또 얼마나 될까?)

 

아무튼, <책의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책인 호메로스의 두 걸작시만 하더라도 어느새 '유튜브 동영상'에서 수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당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도 놀랍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800년 전에 쓰여진 눈 먼 음유시인의 <전쟁 이야기>가 이토록 급변하는 현대 문명에서도 여전히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야기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함과 동시에, 책 속에 쓰여진 훌륭한 이야기는 결코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웅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호메로스의 두 걸작 서사시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흔히 최초의 문학으로 간주된다. 이 두 작품은 모든 유럽 문학의 '근원이자 원천'이며, 새로운 사상의 대로로 향하는 '대문'이다. 합쳐서 2만 8천 행에 이르는 두 서사시는 그 전과 후의 수백 년 기간을 통틀어 '이 놀라운 업적에 필적할 만한 작품은 전혀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메로스의 재능은 그리스에서 아주 초기부터 인정을 받았다. 아테네인들은 마치 오늘날 경건한 그리스도교도가 성서를 대하듯이, 무슬림이 코란을 대하듯이 그의 작품을 대했다. 소크라테스도 자신의 목숨이 걸린 재판에서 『일리아스』의 구절을 인용했다.(190∼191쪽)

그리스에서 호메로스의 작품이 최종적인 형태를 갖춘 것은 대략 기원전 300년경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스라엘에서 히브리 성서(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구약성서)는 기원전 200년경에 이르러서야 온전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230쪽) 


성서보다 먼저 쓰여졌고, 숱한 고대의 비극작가들이 즐겨 자신의 작품의 소재로 삼았으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토록 자주 읽고 암송했으며,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중세의 몽테뉴의 손에서도 좀처럼 떠나지 않았고, 20세기 최고의 소설가인 제임스 조이스와 마르셀 프루스트에게까지 깊은 영향을 줬던 호메로스의 작품들이 유튜브 세상에서는 과연 어떤 식으로 살아남을 것인지를 관찰하는 것도 몹시 흥미로운 일이다.

 

이런 점들에 관해서는 『호메로스와 테레비』라는 몹시도 기이한 제목의 책을 쓴 데이비드 덴비의 견해가 '유튜브 혁명'과 관련하여 특별히 참고할 만하다.(그의 책을 직접 읽어보진 못했지만, 피터 왓슨이 쓴 『생각의 역사』만 살펴 봐도 그의 생각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19세기 초 대학 교육 관련 여러 자료를 분석하면서 레빈은 1929년 하버드 대학에서 문학사 학위를 받은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라는 사람이 이런 불평을 하는 대목을 제시했다. "우리가 공부에 흥미를 느끼도록 애쓰는 교수는 없었다. 『일리아드』가 무슨 늪지대라도 되는 양 여기저기 발이 푹푹 빠지면서 호메로스를 그저 읽어내는 게 과제였다. ······ 이 불후의 서사시가 담고 있는 영광과 찬란함과 부드러움과 매력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었다. 6음부 운율의 리듬에 대해서도 아무 설명이 없었다."(1110쪽)

문화 전쟁에 대해 가장 독특한 반응을 보인 책은 데이비드 덴비David Denby(1943∼ )의 걸작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Great Books』이다. 《뉴욕》매거진 영화평론가이자 《뉴요커》객원편집위원인 덴비는 1961년에 컬럼비아 대학에 입학해 교양과목 두 강좌를 들었는데 제목은 '문학 인문학'과 '현대문명'이었다. 1991년 가을 덴비는 컬럼비아대로 돌아가서 똑같은 강의를 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강의는 얼마나 변했으며, 지금은 어떤 식으로 가르치는지, 1990년대 학번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은 또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를 알아보고픈 호기심에서였다. 그가 영화평론가로 활동한 것은 1969년부터였다. 물론 여전히 평론 일을 좋아하지만 '스펙터클의 사회'에 이골이 나기도 한 터였다. 변화무쌍하고 간접적인 미디어의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미디어는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정보는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것이 되었다. 일단 그럴 듯한 것 같다가도 바로 흩어져버린다. ······ 누구의 정보도 확고하지 않다. 미국인들이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런 데 원인이 있다. 남들처럼 나도 지쳤지만 그래도 뭔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미디어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대의 틀 속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재미는 넘치지만 뭔가 몹시 불만스러운 상태 말이다. "덴비는 우리를 자신이 좋아하는 위대한 책들(호메로스, 플라톤, 베르길리우스, 성서, 단테, 루소, 셰익스피어, 데이비드 흄, 존 스튜어트 밀, 조셉 콘래드, 드 보부아르, 버지니아 울프) 곁으로 데려가면서 관심 없는 작가들(갈릴레오, 괴테, 다윈, 프로이트, 아렌트, 하버마스)은 무시한다. 그의 저서는 위대한 책들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유명하다. 고전을 영화와 연관 지어 설명하기도 하고, 아들 맥스가 오래된 목소리의 가치를 모른 채 겉만 번지르르하고 알맹이는 없는 미디어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그는 소수민족 출신 학생들이 왕왕 필독서 목록이 '백인 유럽인' 일색으로 짜인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혹감과 서글픔 같은 것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그의 논지는 이런 것이다. 백인 학생이든 흑인 학생이든 라틴계든 아시아계든 '독서 습관이 제대로 붙은 상태로 대학에 들어온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과거와 명목상의 연계 이상의 것을 가진 학생은 거의 없다. '백인 학생 대다수가, 흑인이나 황인종보다 우수하다고 하는 서구의 지적 전통에 대해 알지 못한다.' 호메로스, 단테, 보카치오, 루소, 마르크스의 세계는 이제 아주 낯설고 지금 우리와는 다르다 등등. 이어 덴비는 다음과 같은 놀라운 결론에 도달했다. "반드시 알아야 할 위대한 책 강좌를 많은 학생들은 대단히 불편하게 생각한다. 요즘 분위기에 맞지 않고, 수강생의 게으름이 들통 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동적인 기능을 한다기보다는 사실상 학부 커리큘럼에서 가장 급진적인 강좌다." 덴비는 학생 때 읽었고, 책을 쓰면서 다시 공부한 '위대한 책들'이 사람마다 다른, 독특한 해석이 가능하며, 문화적 우파가 원하는 식의 해석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새롭게 발견했다. 그러나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학생들은 '고전이 우리가 사랑을 할 때, 고통을 받을 때, 그리고 지식을 추구할 때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단계를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은 서구의 정전은 서구의 정전을 공격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백인이 아닌 사람들도] 전통적인 '백인' 문화를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다고 손해 볼 일은 없다."

덴비가 보기에 진짜 위협은 미디어다.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영상과 음향의 홍수에 그저 맥을 놓고 있다. 그런 속에서는 현재를 제외한 모든 순간은 이상하고 핏기 없고 죽은 것처럼 보인다." 사실 현대 세계는 뭐가 잘못 돼도 단단히 잘못 됐다고 그는 말한다. 1961년 대학에 들어갔을 때 팝의 열정은 뭔가 해방적인 분위기를 주었고, 답답한 교실에 신선한 공기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영화는 시들해졌고, 팝은 순응과 안락감을 대표하는 분야가 되고 말았다. 전통적인 고급문화가 그 낯섦과 난해함 때문에 오히려 학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충격으로 느낄지도 모르겠다. ······ 고전은 사람을 기죽게 하는 점령군이 아니라 서로 싸우고, 다시 또 독자와 싸우는, 길들여지지 않는 야수들의 왕국이다."(1122∼1124쪽)

 

'덴비의 생각'을 들어 보면 우리는 뭔가 부정적인 동시에 약간은 희망적인 몇 가지 결론에 쉽게 도달하게 된다. 첫째, 진짜 위협은 미디어다. 둘째, '위대한 책들'은 사람마다 다른 독특한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셋째, 고전은 사람을 기죽게 하는 점령군이 아니라 길들여지지 않는 야수들의 왕국이다.

 

한때 'TV 안보기 시민모임'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족한 적이 있었다. 이 모임의 선행 모델은 미국의 'TV 끄기 네트워크'였다고 한다. 문명의 총아인 TV의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사람을 수동화시키고, 주체적인 개인으로 설 수 있는 사고능력을 마비시키는 데 있다. 사람들은 TV를 보면서 그저 자신을 내맡긴다.

 

‘TV 끄기 네트워크’ 베스피 총재는 “세상의 모든 가치 있는 일들은 의식적인 힘과 노력을 요구하지만 TV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의학·보건단체 10곳은 TV 시청을 “인간이 깨어나서 하는 가장 정지된 행동”이라고도 규정했다. 과학자들은 TV가 뇌에 미묘한 이완감과 편안함을 준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계속 TV를 켜고 싶게 만드는 과정이 약물 중독과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책은 정반대다. 책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든다. 맹목적인 TV 시청은 결국 책에 적대적이며 우리들의 삶과 문화에서 깊이를 앗아간다.

 

그런데도 왜 유튜브는 날로 번창하는가. 사람들은 그저 입으로 던져넣기만 하면 되는 과자처럼 본능적으로 '영상물'을 좋아하기 마련이고, 영상물의 소비가 과거처럼 TV가 자리잡은 '거실'에만 국한되지 않고 어느새 우리들의 손바닥까지 바싹 옮겨 왔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들에 대해 『유튜브 레볼루션』이라는 책을 쓴 현직 '유튜브 최고 비즈니스 책임자'인 로버트 킨슬은 다음과 같이 극적으로 요약했다.

 

콘텐츠의 무료 유통, 안정적인 수익 창출의 기회, 카메라의 진화 이 세 가지 요인이 창의적 인재로 무장한 새로운 공급라인을 생성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그런 한편으로, 개인용 스크린의 확산은 새로운 수요의 물꼬를 텄다. 모바일은 우리가 영상을 시청하는 방식을 예컨대 책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바꿔놓았다. 폭넓은 선택권과 접근성으로 사람들 사이에는 같은 영상과 프로그램을 즐기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기성세대가 잘 모르는 크리에이터들이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것도 이런 변화 때문이다.

오늘날의 경쟁은 진열대나 케이블 상품을 두고 벌어지지 않는다. '시청자의 시간'이 경쟁의 대상이다. 광고주, 방송사, 신문사, 웹사이트, 콘텐츠 창작자, 앱 등이 모두 시청자의 관심을 갈구하고 있다. 관심을 얻어내야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를 유도하는 광고를 시청자에게 판매할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관심이 곧 '화폐 가치'가 되는 것이다.

관심이 디지털 시대의 화폐라면, 모든 기업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바로 영상 시청이다. 영상 시청은 인간이 여가를 보내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다. 미국인은 하루에 평균 다섯 시간을 무언가를 시청하는 데 쓴다. 이보다 더 오랜 시간을 소비하는 건 딱 두 가지, 일과 잠뿐이다.

 

 - 로버트 킨슬, 『유튜브 레볼루션』 중에서

 

 

일과 잠 말고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활동이 바로 무언가를 시청하는 시간이고, 그 무엇인가를 공급하는 주체는 어느새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던 수많은 미디어 기업으로부터 개인의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도 무덤덤한 채 계속 책을 붙들고 알라딘 서재에만 기웃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닐까. 알라딘 서재가 앞으로 얼마 동안이나 지금처럼 번창할 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일단 뭐라도 해 보자는 다급한(?) 심정으로 동영상 컨텐츠부터 뚝딱 만들어 봤다. 당장에는 '유튜버'에게 필수적인 각종 장비들이 하나도 없으니 '사진으로 동영상 만들기' 작업부터 시작하는 수밖에. 유튜브를 이러저리 둘러 봤더니 생각보다 여러 장비들이 필요한 것 같다. 동영상에 적합한 카메라, 마이크, 조명, 영상 편집 프로그램 등등. 나로서는 뭐하나 딱히 갖춰진 게 없다. 심지어 유튜브 관련 책조차 단 한 권 사지 않았다. 도대체 나는 그동안 무얼 하고 지냈길래 이토록 유튜브에 무관심할 수 있었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 *

 

책을 해설하는 '동영상'을 직접 만드는 일은 단단히 마음먹고 작업에 능숙해 지기 전까지는 적잖은 준비 과정이 필요할 듯하다. 노후화된 컴퓨터의 업그레이드부터,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까지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일단은 연습 삼아 무작정 '여행 사진 동영상'부터 만들어 봤다. 유튜브를 시작해 보라는 말을 듣고 유튜브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벌써 닷새는 지난 듯하다. 무료 배경음악 하나 다운받는 데도 한두 시간씩 휙휙 사라진다.

 

 

 

 

 

지난 주말에 열일 제쳐두고 동영상을 두 개씩이나 만들어 올리고 나니 문득 '삐악삐악 우는 게 너무 늦었소'라고 말했던 『돈키호테』의 산초가 생각난다. 구독자 수가 고작 26명에 불과한 햇병아리 신세라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세르반테스는 고맙게도 산초에게 다음과 같은 대화도 따로 준비해 두고 있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나리.」산초가 말했다. 혀에 종기가 나도 닭은 꼬꼬댁 울어야 하고, 오늘이 너의 날이면 내일은 나의 날이라지 않습니까요. …… 오늘 쓰러진 자 내일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침대에 있기만을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새로운 싸움을 위해 다시 기운을 차릴 생각도 없이 맥 빠져 있지 마시라는 겁니다요.」(806∼809쪽)

 

 - 『돈키호테 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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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9-11-04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겨울 서점 말고는 북튜버는 못보겟더라구용 ㅋㅋ 뭐랄까 북튜브 보는 시간에 책을 읽자! 모드가 된달까 ㅎ

oren 2019-11-04 20:17   좋아요 1 | URL
저도 겨울서점 채널은 언뜻 본 듯합니다.
공장쟝님 말씀대로 ‘알아두더라도 별로 쓸모가 없는‘ 북튜버들도 범람하고 있는 느낌도 들더군요.^^

공쟝쟝 2019-11-04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별별 콘텐츠가 범람하는 유튭 세계에서 양질의 콘텐츠로 정화작용 해주길 바라며 구독 버튼 누르러다녀올게요 ㅋ

oren 2019-11-04 20:20   좋아요 1 | URL
유튜브 세계에서는 ‘구독 버튼‘ 하나가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듯하더군요.
제 친구 한 녀석은 유튜브 채널 개설한지 6개월 되었다는데(구독자 274명),
구독자가 한 명만 빠져나가도 밤에 잠이 잘 안 올 정도로 예민할 때도 있다고 하더군요.
암튼 햇병아리인데도 구독까지 눌러주시겠다니 너무 고맙습니다.^^

카알벨루치 2019-11-04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렌님 클래식마니아 이신가봐요? 동영상에 bgm이 클라식입니다 ㅎ 이거 만드는데도 시간 엄청 잡아먹었을 듯 합니다! 잘 읽고 보고 갑니다^^

oren 2019-11-04 20:52   좋아요 1 | URL
동영상 두 개 만들면서, BGM으로 차이코프스키의 <봄의 소리 왈츠>랑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쓸 생각을 미리 떠올렸더랬습니다.^^

어쨌든, 비엔나에 가서는 빈 무지크페라인 음악공연 티켓도 현장 구매를 하고,
빈 슈타츠 오퍼에서의 음악공연 티켓은 한국에서 미리 사전예약을 하기도 했고,
빈 외곽에 있는 음악가 묘지까지도 일부러 꽃을 사 들고 가서 헌화할 정도쯤 좋아합니다.^^

그런데, 막상 원하는 BGM은 빤히 있는데, 그 음원을 어디서 어떻게 무료로 다운 받는지를 아는 데는 1시간 이상씩이나 걸리더군요. 정작 동영상으로 만드는 데는 각각 한두 시간 남짓 걸렸던 듯합니다.^^

카알벨루치 2019-11-04 21:59   좋아요 0 | URL
유튜버도 사진이나 글이나 음악에 대한 저작권을 알아보고 해야겠더라구요 만약 유튜브를 한다면 그런게 엄청 귀찮을 듯 싶습니다 ㅎㅎ

oren 2019-11-04 22:17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인물사진에는 초상권 문제도 걸려 있고요.
유튜브 강좌를 5주 동안 들은 제 선배 얘기에 따르면,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그대로 영상으로 녹화해서 테스트 삼아 올렸는데도,
유튜브에서 연락이 왔더라고 하더라구요. 저작권이 있는 음악이니 ‘해명‘을 하라고요.
상업 목적이 아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이다, 해서 해명은 됐지만,
구글의 인공지능 기능이 새삼 대단한 것 같다고 혀를 내두르더군요.

hnine 2019-11-05 1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영상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제가 최근에 다녀온 곳이라 체코 편은 특히 더 반가왔고요.
요즘은 검색을 youtube로 할 정도이니 안올라와 있는 테마가 거의 없을 듯 합니다. 그래도 같은 주제에 대해서라도 나는 나만의 내용을 담을테니까 같지는 않다고 봐요.
만드시느라 힘드셨지만 재미도, 보람도 있으실 것 같아요.

oren 2019-11-05 10:02   좋아요 0 | URL
hnine 님 반갑습니다.^^ 님께서도 최근에 체코를 다녀오셨군요. 5년 전에 제가 갔을 때만 하더라도, 거기에 한국 사람들이 그토록 많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한국 사람들이 많겠지요?

동영상을 만들고, 유튜브에 올리고 나서 보람이 있었던 게 ‘벌써‘ 두 번이나 있었어요. 한 번은 지난 일요일에 호수공원을 산책하다가 <17일 동안의 유럽 여행>을 함께 했던 분을 만났는데, 그 분한테 영상을 보여드린 일입니다. 무려 17일 동안이나 네 명이서 함께 여행을 하고도, 사진조차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었거든요.

두 번째는 지난주에 2박 3일을 함께 등산했던 친구 한 명이 대뜸 ˝동유럽을 가봐야 겠군.˝ 하는 멘트를 날려준 일이에요. 그 친구와는 히말라야도 함께 다녀왔는데, 주구장창 산만 찾아다니는 줄로만 알았는데(그 친구는 히말라야만 세 번 갔다왔으니까요.) 정말 보람이 느껴지더군요. 제 영상에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는 거니까요.^^
 

 

조국 후보자가 지명될 때부터 떠올린 우화가 하나 있었다. 전갈과 개구리에 얽힌 이야기다. 강을 건너려는 전갈이 개구리에게 '등 좀 태워 달라'고 한다. 독침이 무서운 개구리가 마다하자 '둘 다 죽는데 찌를 리 있겠느냐'고 달래 올라탄다는 얘기다. 강을 다 건너기도 전에 전갈은 결국 자신의 성질을 참지 못하고 개구리를 찌르고 만다. 원망하는 개구리에게 전갈이 한 말은 이랬다.

 

"미안해. 급하면 나오는 본능이야"

 

이 이야기는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중간에서 철회하든 끝끝내 임명을 강행하든 둘 모두에 적용이 가능하다. 전갈이 독침을 찌른다는 점에서는 임명 철회의 경우에 들어맞을 듯하지만, 다시 한번 음미해 보면 임명을 강행하는 경우가 훨씬 더 들어맞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공생관계이던 전갈과 개구리가 둘 다 물에 빠져 죽는다는 점에서.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던 신임 법무장관과 그를 끝끝내 법무장관으로 임명한 문대통령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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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9-09-09 14: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결국 국민은 압도적인 지지로 전갈 새끼를 대통령으로 뽑은 거네요. 국민이 개눈깔이네요. 전갈을 사람으로 보았다니 말입니다.
허허허허...

oren 2019-09-09 15:13   좋아요 1 | URL
그렇게까지 비약해서 해석할 수도 있는 거로군요. 허허허허.

아무튼 제가 이 우화를 떠올린 건 단순합니다.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듯이) 그 어떤 난관이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결국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리라 예상해 왔었고, 그런 무리수가 결국은 나중에 ‘재주복주(載舟覆舟)‘의 교훈처럼 실현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지지가 현 정부를 떠받쳐 왔듯이, 이제부터는 국민들의 분노의 강물이 결국 현 정부를 뒤집어 엎을 것 같은 불행을 예감한다는 것이지요.

돌궐 2019-09-09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쉽기는 한데, 이 일로 정부가 뒤집히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지켜봐야겠죠.

oren 2019-09-09 16:04   좋아요 1 | URL
박근혜 정부처럼 배를 완전히 전복시키고 배에 탄 사람들을 몰살시킬 정도는 아니겠지요.

그러나, 저 까마득한 군부통치 시절인 1987년의 4.13 호헌조치를 비롯해서, MB정부 때의 광우병 파동처럼 정권 자체가 휘청거릴 만큼의 ‘거센 파도‘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은 듭니다. 다만, 지금의 야당이 너무나 허약해서 국민들의 힘을 얼마만큼 결집시킬 수 있을진 잘 모르겠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9-09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은 신문기사 내용읍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교육학박사 학위 위조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사문서 위조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8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경력에서 교육학박사가 삭제됐다. 가짜학위 가능성이 제기된지 얼마 안 돼서 사실상 박사학위가 허위임을 인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교육학박사가 기재된 채 발부됐던 동양대 총장 명의 상장, 표창장은 모두 허위이고 최성해 총장이야말로 사문서 위조로 처벌받아야 한다. 검찰 뭐하나˝라고 반문했다.

최근 최성해 동양대 총장은 포털사이트 프로필에서 ‘교육학박사‘ 학위가 돌연 수정되면서 학력 위조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고일석 전 중앙일보 기자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양대학교 최성해 총장, 유령 학위 의혹‘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최 총장이 학위를 취득한 미국 소재 신학대학교가 당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학위 인정을 받을 수 없는 학교였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네이버 인물정보에서는 박사학위 부분이 삭제됐지만 한국대학신문에 게재된 그의 프로필에는 신학사(1991년), 교육학석사(1993년), 교육학박사(1995년)를 워싱턴침례신학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취득한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며 관련 사진을 첨부했다.

이어 ˝워싱턴침례신학대학교는 알 수 없는 시기에 버지니아 워싱턴대학으로 이름을 바꾸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면서 ˝문제는 최성해 총장의 프로필에 소개되어 있는 교육학석사, 교육학박사학위가 이 학교가 수여할 수 있었던 학위 목록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내 학술진흥재단은 미국 소재 신학교에서 수여하는 ‘가짜 박사학위‘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미국 신학교 단체인 신학교협의회(ATS)에 가입된 신학교만 정식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최 총장이 이 학교의 학위를 취득한 1991년부터 1995년까지의 시기는 ATS 가입 이전이라는 것이 고 전 기자의 설명이다. 또 이 학교가 ATS에 가입한 뒤에도 교육학은 여전히 승인 학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같은 의혹은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누리꾼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 최 총장의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 인물정보 학력사항에서는 현재 ‘교육학박사‘가 사라진 상태다. 8일 최 총장의 포털 프로필 학력사항에는 1978년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학사, 1985년 템플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과정수료 외에 워싱턴침례대학교 대학원 석사, 단국대학교 교육학 명예박사 등 학위가 수여 연도 없이 적힌 상태다.

동양대는 그동안 총장이 수여하는 졸업증, 장학증서, 표창장 등 상장에서 하단에 ‘동양대학교 총장 교육학박사 최성해‘라고 기재해왔다.

oren 2019-09-09 20:58   좋아요 0 | URL
저도 잘 몰랐는데, 방금 뉴스로 검색해 보니 최성해 총장은 자신의 박사 학위가 ‘명예 박사학위‘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더군요. 그런데 조국 후보자의 딸이 받은 표창장은 ‘위조 의혹‘으로 법원에 기소까지 된 사안이고, 의심을 받는 쪽에서 그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이 문제로 보입니다. 이 사안에 대해 어느 칼럼에 실린 글을 일부분만 덧붙여 놓겠습니다.

* * *

거짓말에도 예의가 있다. 거짓말이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 말하는 것이어서 거짓말하는 사람도 사실의 엄중함을 존중한다. 그래서 사실을 감추려고 기를 쓰고, 사실이 드러나면 당황하거나, 변명하거나, 사과를 하는 식으로 뒤늦게라도 사실을 인정한다.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사실을 밝힌 쪽에다 대고 거꾸로 거짓말이라고 뒤집어씌우는 일은 아무나 못한다. 사기꾼이 아니면.

조국 법무부 장관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 말을 했다. 가장 간단한 조국 딸의 표창장 위조 건을 보자. 동양대 최성해 총장은 “(조국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가 전화해 (딸의 총장 표창장 발급을) 본인이 위임받은 것으로 해달라고 한 뒤 조국을 바꿔줬다”고 5일 언론 인터뷰에서 분명히 밝혔다.

다음날 인사 청문회에서 조국은 ‘위임’이라는 핵심단어만 뽑아내 총장이 잘못 들은 것처럼 뒤집어 씌웠다. 자기 아내는 총장에게 “위임해주신 것이 아니냐”고 했다는 거다. 전에 표창장 발행 권한을 위임해주고도 왜 딴소리를 하느냐는 뜻이다.

거짓말도 이쯤 되면 사람 잡는 섬뜩함이 느껴진다. 최 총장은 조국과의 두 번째 통화를 하며 위임했다는 보도 자료를 내라는 압박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조국은 딱 한번 통화했다고 했다. 조국의 배우자가 표창장을 위조하는 데 그쳤다면, 조국은 권력형 압력을 가하고 사실 은폐까지 했다는 얘기다.

그런 조국을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이유다. 청문회 전까진 조국이 직접 위법행위에 관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청문회 직전 조국이 최 총장에게 권력형 위협을 가하고 은폐 조작을 종용한 것이 위법행위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 [김순덕의 도발]문 정권은 조국 식으로 국민을 속여왔나

곰곰생각하는발 2019-09-09 21:08   좋아요 2 | URL
아, 그 유명한 동아일보의 김순덕 칼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 즐겨 읽으시는군요. 반박을 하시려면 제대로 된 자료나 글을 가져오셔야죠. 알라딘 리뷰 쓰실 땐 책 인용 제대로 하시더니....


김순덕 사설에서는 최총장은 조국과 두 번째 통화를 한 것으로 말하는데 사실이 전혀 아닙니다. 찾아보세요. 최총장 스스로 2번 통화했다는 말을 바꿔 1번 통화했다고 정정했습니다. 뭐, 그리 변명을 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9-09 1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력 허위 기재로 사문서 위조한 총장, 본인이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학 박사가 아니라 단순한 명예박사라고 시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사실 확정이죠 ? 그리고 조국 후보 딸의 의혹은 사실 검증이 안된 수사 중입니다. 오렌 님은 조국 딸을 비판하기에 앞서 먼저 총장의 사문서 위조에 대해 비판해야 되는 것 아닐까요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교육학 박사와 교육학 명예 박사의 차이는 아시리라 믿습니다. 명예박사도 박사 학위라면 연예인 명예경찰도 결찰이 될 수 있죠. 참고로 박근혜도 서강대 명예 철학박사입니다.

에곤 실례 2019-09-09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께 댓글이 따로 달리지는 않는군요. 곰발님은 스스로 문빠라고 당당히 말씀하셨으니까 질문 한마디 합니다.
지금 문정부가 하는 방식이 좋은 정치입니까?
아니, 누구 때보다 낫다 그런 말은 아니고요.
정말 제대로 되어 가는 정부인것 같으냐구요.
예를 든다면 조국이 없어서 법무부 장관에 다른사람이 임명된다면 이 정부 무너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9-09 18:28   좋아요 2 | URL
조국이 없다고 해서 문 정부가 무너지지는 않겠죠. 이 말을 다른 식으로 말하면
조국이 있다고 해서 문 정부가 무너질까요 ?


에곤 실례 님은 같은 질문을 이 블로그 주인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 예를 든다면 조국이 있어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다면 이 정부 무너질까요 ? ˝

oren 2019-09-09 21:08   좋아요 0 | URL
조국 법무장관 한 사람 때문에 이 정부가 무너지느냐 마느냐를 단정적으로 결론내릴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고심 끝에 새로운 법무장관으로 임명한 사람이 대통령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너무나 많은 의혹에 휩싸여 있어서 수많은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비판과 분노를 사고 있어서, 자칫 정권의 존립 자체가 위험스러운 지경으로 치닫지나 않을까, 그게 큰 걱정이라는 말이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9-1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컷 뉴스 보니 최성해 총장은 최종 학력이 고졸이랍니다. 그 많은 학력이 모두 거짓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던데 오랜 님의 견해는 무엇인지요... 고졸인 최성해가 대학 총장으로 20년 넘게 좌지우지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위험한 범죄아닙니까 ?

oren 2019-09-10 22:26   좋아요 0 | URL
대학총장의 최종학력이 고졸이라면 해외토픽 감이겠지요.
 

 

역사의 기록을 점검하고, 또 당신 자신이 경험한 테두리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회상하면서 사적인 삶이나 공적인 경력에서 대단한 불행을 겪은 사람들 거의 모두-그들에 대해 당신이 읽었거나 전해들은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당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주의 깊게 생각해 보라; 그들 가운데 절대 다수가 겪은 불행은 형편이 좋았을 때, 다시 말해 가만히 앉아 자족했더라면 그저 좋았던 때를 그들이 몰랐기 때문에 생겨났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 아담 스미스(Adam Smith),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中에서

 

 * * *

 

조국의 아내가 기소됐다.

 

범죄 혐의는 사문서 위조였다.

 

자녀 입시에 사용된 대학총장 표창장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논란 끝에 마침내 사정이 여기까지 이르렀는데도 '조국 대전'은 끝날 줄 모르고 계속 진행중이다.

 

왜 이토록 어리석은 싸움을 누가 여기까지 이끌고 왔는지 도대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조국이 아니면 사법개혁은 좌초되고 만다는 식의 무서운 집착이 빚은 결과임은 분명하다.

 

사태가 이토록 악화되기 전에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대통령의 지명 철회 기회는 셀 수도 없이 많았고, 후보 지명자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모펀드 의혹과 사학재단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장학금 특혜 수령 의혹이 불거질 때만 하더라도 사태 전개 양상이 지금처럼 심각해질 줄은 몰랐다.

 

고교생이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드러났을 때가 아마도 맨 처음으로 찾아온 'STOP' 기회였는지 모르겠다.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사모펀드 투자금과 사학재단의 사회환원 카드를 내밀어 여론 반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분노한 민심은 수그러들 줄 몰랐고, 대학생들의 촛불시위로 번졌다. 그런데도 집권여당은 청문회 개최를 둘러싸고 야당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자 난데없이 '국민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한다.

 

간난신고 끝에 이틀간의 청문회 개최가 가까스로 합의되지만 후보자 가족 등을 포함한 증인 채택 문제로 또다시 교착에 빠진다. 그러는 와중에 급기야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착수한다. 이미 사모펀드 관련 핵심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고 해외로 도주하기 시작했으니 더 이상 수사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때부터 사태는 급류를 타기 시작하고 일파만파로 확대되기 시작한다. 검찰의 범죄 혐의 수사를 두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일'이라는 등 집권세력의 무모하고도 거센 비판이 마구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집권여당의 첫 번째 패착으로 보인다.

 

두 번째 패착은 청문회를 둘러싼 증인 협상 결렬을 빌미로 결국 '기자 간담회'를 강행한 것이다. 원래 목 마른 사람이 샘을 파는 법이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는 핑계로 버텨오던 후보자 입장에서는 무수한 의혹을 일거에 해소하고 싶은 갈망 때문에라도 그런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법무장관 후보자가 법에 정해진 절차까지 무시하고 기자들만 불러 '해명 간담회'를 열어봤자 악화된 여론을 되돌릴 수 없는 건 자명한 이치였다. 탄핵 직전까지 내몰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론이 최고조로 악화되었을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만 불러놓고 갖은 몸짓을 다해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거짓으로 해명하는 모습의 데자뷰일 뿐이었다.

 

특수부 수사 인력을 더욱 보강한 검찰은 내친 김에 동양대와 서울대 의전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고, 이튿날 아침에 갑작스레 터져 나온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은 숱한 관전자들을 경악 속으로 빠트렸다. 이번 사태가 전체 몇 막의 구성으로 그 장대한 결말을 마무리할 지는 몰라도 <조국 대전> 제1막 제1장의 클라이맥스라고 부를 만한 장면이 바야흐로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후보자 부인의 다급한 전화 통화 내용과 문자 메시지가 고스란히 드러났고, 후보자와 집권세력의 유력 인사들의 의심스런 통화가 잇따라 폭로되었다. 여론이 추스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어쨌거나 데드라인을 하루 앞두고 가까스로 합의된 맹탕 청문회만 건너뛰고 나면 무사히 '임명 절차'를 밟을 수 있으리라 믿었던 청와대는 스모킹 건이나 다름없는 '표창장 조작 의혹'을 덮기 위해 총력을 동원했고, 그런 무리수들이 결국 검찰과의 정면 충돌로 이어졌다. 급기야 청와대의 모 행정관은 검찰을 향해 “미쳐 날뛰는 늑대마냥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물어뜯겠다고 입에 하얀 거품을 물고 있다”는 극언까지 퍼부었다. 집권 세력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검찰의 행보에 대해 이토록 흥분하는 까닭이 도대체 무엇인가.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여권 전체가 약속이나 한 듯 검찰을 향해 온갖 험악한 비난을 퍼부은 것이 이번 사태의 세 번째 패착이었다.

 

어젯밤의 맹탕 청문회가 무미건조하게 막을 내리면서 제1막이 싱겁게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곧바로 1막 이상으로 드라마틱한 제2막이 활짝 열리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다시금 사로잡았다. 후보자 아내의 소환조사 마저 건너뛴 불구속 기소가 7년이라는 기나긴 공소시효 마감을 딱 한 시간 앞두고 전격적으로 단행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조국 대전>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물론 이번 대전의 깊숙한 정치적 배경이나 등장 인물들이 쏟아낸 수많은 명대사들은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TV나 뉴스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식상할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궁금한 건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의 전망'이다.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가장 싱겁게 끝나는 해피엔딩(?)은 갑작스레 드라마가 끝나는 것이다. 조기 종영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주인공이 일신 상의 사유로 갑자기 무대에서 내려오는 경우다. 물론 감독의 교체 사인이 중도 하차의 근본 원인일 수도 있다.

 

가장 불행한 네버엔딩 스토리는 드라마가 계속 이어지는 경우다. 이럴 경우에는 감독과 주인공뿐 아니라 관객들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물론 최악의 경우는 관객이 무대의 주인공뿐 아니라 감독까지 끌어내리겠다고 덤벼드는 국면이다. 그때는 말 그대로 파국으로 끝난다. 설마 그토록 흉악한 드라마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믿고 싶진 않다.

 

아무쪼록 사태가 여기서 더 크게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장 내일이라도 대통령이 법무장관 임명을 포기하면 그것으로 기나긴 싸움은 간단히 끝난다. 물론 그 싸움은 '집권세력의 완패'로 규정되면서 수많은 후폭풍을 불러올 게 틀림없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별로 안 보인다는 게 진짜 문제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어떻게 될까? 그리 되면 결국 '해피엔딩'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이번 사태는 결국 비극으로 끝맺을 수밖에 없다. 임명 강행이 '파국' 없이 어떻게 마무리될 수 있을까. 나 또한 임명 강행=불행한 결말을 예상한다. 단지 불행의 크기만이 문제될 뿐.

 

임명 강행 이후에 전개되는 소식들은 대략 어떤 것들일까. 외신에는 아마도 이런 뉴스들로 장식되지 않을까.

 

한국 대통령, 자녀 입시 비리로 검찰에 기소된 배우자를 아내로 둔 핵심 측근을 신임 법무장관으로 임명.

한국 사회, 신임 법무장관 임명 강행을 둘러싸고 여야 극한 대치, 대학생 및 시민들 대규모 항의 집회

한국 검찰, 최근에 임명된 신임 법무장관의 부인 강제 소환(혹은 구속영장 청구)

한국 검찰, 최근에 자녀 입시부정 스캔들에 연루된 법무장관 피의자로 소환

한국 사회, 신임 법무장관 퇴진 요구 및 반정부 시위 갈수록 확산

한국 검찰, 조국 사태 관련 수사 결과 발표, 법무장관 불구속 기소

한국 정부, 법무장관 사임 발표

한국 대통령, 대국민 사과문 발표

 

과연 <조국 대전>은 언제까지 전개될까. 지켜보는 관객들 가운데 극히 일부는 파국을 바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조기 종영을 바라마지 않는다. 이제껏 시달려온 내우외환만으로도 충분히 지쳤기 때문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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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019-09-08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 서재에는 정말 논리적으로나 지성으로 봐서 타 사이트들 보다 뛰어난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그래서 내가 자주 와서 여러분들의 글을 흥미롭게 읽고 있답니다.
게다가 자기 자신의 주장이나 글로써 다른사람들을 설득하는 재주들도 훌륭합디다.
그런데, 서울대 환경 대학원 2학기 다 장학금을 받은 문제나 부산 의전원 등록금 수여 문제만으로도
이건 분명히 뭔가 잘못되도 확실히 잘못된것 같은데,
이곳의 똑똑하고 젊고 깨어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조국을 염려하고 계속 지지하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을보면
도대체 이성이란 무엇인가 싶고 또 지성이란 무엇인가 싶더군요.
물론 그사안은 조국의 범법이 아니고 조국 자체로는 하자가 없다고 볼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정서라는게 있지않겠습니까.
과연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는 말을 정의를 전매특허라도 받은 냥 떠버리던 사람들이 할소리입니까?
내편이니까 괜찮다고 말하고 싶을까요?
쓸데없이 댓글이 길어져 버렸네요.

oren 2019-09-08 22:44   좋아요 1 | URL
이번에 한 달 가까이 진행된 <조국 사태> 때문에 깨닫게 되는 일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가장 큰 깨달음이자 충격은 이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정부 최대의 과제이자 구호가
그 얼마나 허구에 가득 찬 ‘대국민 홍보용 선전 문구‘에 불과하였는지를
<조국 사태>만큼 상징적이고 웅변으로 보여주는 사태는 일찍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두 번째 충격은 오로지 ‘진영 논리‘에만 갇힌 채,
조국 후보자의 명백한 거짓이나 불의나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서는 완전히 눈을 감아 버리고,
온갖 억지와 궤변을 총동원해서 무작정 그를 옹호했던 사람들의 위선적인 모습입니다.
거의 ‘인간 실격‘에 가까운 온갖 거짓 행태를 눈앞에서 셀 수도 없이 확인하고 나서도,
오로지 맹목적으로 그를 옹호하고 두둔하려는 눈물겨운 모습들 속에는
그 어떤 정당한 논리나 합리성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오로지 ‘내 편이니까 무조건 지지한다‘는 식의 ‘내로남불 사상‘밖에 찾을 수 없더군요.
출범 이후 줄곧 <국민의 정부>를 표방해온 문재인 정권이 결국 <그들만의 정부>임을
이번 사태만큼 역설적이면서도 도드라지게 드러낸 경우도 없었다고 보여집니다.

세 번째이자 ‘가장 좁은 범위‘의 충격은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인간적인 실망입니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평등, 공정, 정의‘를 위해 SNS에 남겼던 그 무수한 글들이,
도리어 ‘불평등, 불공정, 불의‘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그를 공격하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이번에 한 달 내내 전국민 앞에 표정 연기까지 곁들여 쏟아낸 저 무수한 거짓말들이
앞으로 과연 얼마 동안이나 그를 끊임없이 공격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그저 아득하기만 합니다.

지나간 과거의 삶 속에서,
불평등하고 부도덕하고 특혜 받은 일들은 참으로 많았지만,
최소한 ‘위법 행위나 범법 행위는 없었다‘는 조국 후보의 최후의 방어막이
앞으로 얼마만큼 속절없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지,
그걸 지켜볼 일만 남았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LAYLA 2019-09-0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극기 부대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역사에 남을 모먼트입니다.
 

 

집권당의 대표가 일식집에서 낮술을 먹은 걸 두고 논란이 뜨겁다. 그 날이 하필이면 '일본의 제2차 경제 침략'이 자행된 날이었으니 국민들의 펄펄 끓는 분노 게이지가 한 순간에 불끈 솟구치지 않았다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일일 터이다. 폭염만큼이나 짜증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워낙에 시국이 엄중한 때인지라 자칫 사소한 일이 크나큰 빌미가 되어 '천하에 몹쓸 짓을 한 사람'으로 내몰려도 할 말을 찾기 어려운 형국인데, 그걸 둘러싼 공방이 더욱 한심스럽다.

 

물론 대범하게 보자면 사과 한 마디쯤 건네고 그칠 일로 치부할 수도 있을 사안이다. 그런데 방귀 낀 놈이 성낸다고, 비난 받아도 별로 할 말이 없지 싶은 사람을 편드느라, 물불 안 가리고 마구 뛰어들어 온갖 궤변을 늘어 놓는 사람들의 언행들이 분노를 더욱 솟구치게 만든다. 일식집에 가서 사케 한 잔 먹는 것도 못마땅하냐? 그러면 일식집은 다 망하라는 말이냐? 하고 안하무인 식으로 상대편을 무턱대고 나무라고 도리어 꾸짖는 태도를 어느 누가 곱게 봐줄 수 있겠는가. 적반하장도 유분수요, 아전인수와 견강부회가 따로 없다.

 

이번 무역 갈등 사태가 확전일로로 치달은 데에는 (아무리 너그럽게 봐주더라도) 현 정부와 집권당에게 일말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일본이 아무리 치졸하고 부당하게 도발했더라도 양국 사이의 갈등을 최대한으로 누그러뜨리고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정부와 여당몫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를 두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사코 갈등을 부추기고 이만큼이나 일을 키워 온 데 대해 선봉장 역할을 떠맡아온 당사자들이 '일식당에서 사케 한 잔 먹은 게 무슨 잘못이냐'는 식으로 비판자들을 향해 도리어 도끼눈을 뜨고 달려드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이보다 더 황당하고 오만한 자세가 어디에 있는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에 가장 많이 언급된 '사자성어'가 하나 있다면 그게 바로 '내로남불'이다. 내로남불도 사자성어로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내로남불은 우리말의 '단순한 축약형'이지만, 고사성어에서 유래된 비슷한 뜻을 지닌 말들도 아주 많다. 대표적인 게 아전인수, 견강부회, 적반하장, 지록위마 등이다. 아전인수의 반대말이 역지사지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니, 내 논에만 물을 끌어대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견강부회나 지록위마에 담긴 뜻에도 '억지를 부린다'는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옳고,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틀렸다는 생각이야말로 초딩들에게나 어울리는 한심스런 생각이 아니고 무엇인가.

 

제발 좀 억지와 변명은 이제 그만 부리고 대범하게 위기를 풀어내는 쪽으로 머리를 맞대 보라. 백성들의 삶은 하루 하루 나락으로 내몰리는 판국인데, '사케 한 잔' 먹고 나서도 반성할 줄은 모르고, 도리어 비판하는 국민들과 상대편들을 향해 거센 언사들을 총동원해 이토록 뻔뻔하게 우길 참인가.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는 정부의 고관대작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벼슬이 꾸며주는 위세에 도취된 채 꼴사납게 으시대는 오만방자함을 날카롭게 꾸짖는 내용이 나온다. 어느 날 우연히 함께 휴가를 얻어 궁궐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의 고관대작은 혹시라도 저잣거리에 '성인 같은 사람이 숨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함께 수레를 타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그때 만난 인물이 점 집 주인인 사마계주였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과연 한마디도 이치에 어긋남이 없었다. 두 사람은 관의 끈을 고쳐 매고 옷깃을 여민 뒤 똑바로 앉아서 그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 * *

 

 

사마계주는 이렇게 말했다.

 

어진 이의 행동은 도를 바르게 실천하여 바르게 충고하고, 세 차례 충고해도 듣지 않으면 [벼슬에서] 물러납니다. 남을 칭찬할 때에는 보답을 바라지 않고, 남을 미워할 때에는 원망을 돌아보지 않으며, 나라에 편리하고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것을 임무로 삼습니다. 그러므로 벼슬이 자기에게 알맞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며, 봉록이 자기 공로에 알맞지 않으면 받지 않습니다. 바르지 못한 사람을 보면 그가 비록 귀한 지위에 있더라도 존경하지 않으며, 오점이 있는 사람을 보면 비록 그 사람이 높은 신분이라도 몸을 굽히지 않습니다. 벼슬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벼슬에서 물러나도 원통해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죄를 짓지 않았으면 몸이 묶이는 치욕을 당해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 공들께서 말하는 어진 사람이란 모두 부끄러워해야 할 자입니다. 몸을 낮추어 앞으로 나아가고 지나치게 겸손하게 말하며, 권세로 서로 끌어들이고 이익으로 서로 이끕니다. 도당을 만들어 바른 사람을 배척함으로써 높은 영예를 구하고, 나라의 봉록을 받고 있으면서 사사로운 이익만을 꾀하며, 나라의 법을 어기고 농민들을 착취합니다. 관직을 위세 부리는 수단으로 삼고 법을 무기로 삼아 이익만을 찾아 포악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자행하니, 비유하자면 흰 칼날을 잡고 사람을 위협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처음 벼슬에 나갔을 때에는 교묘한 수단으로 실력을 두 배로 보이게 하고, 있지도 않은 공적을 꾸며 말하며, 있지도 않은 일을 문서로 만들어 임금을 속입니다. 다른 사람의 윗자리에 있는 것을 좋게 여겨 벼슬에 임명될 때 어진 사람에게 양보하려 하지 않습니다. 공적을 말할 때에는 거짓을 보고하기도 하고, 사실을 과장하기도 하며,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하기도 하고, 적은 것을 많은 것처럼 꾸미기도 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권세와 높은 지위를 구합니다. 그리고 주연과 놀이를 일삼으며 미녀와 노래하는 여자를 좇느라 부모를 돌보지 않고, 법을 어겨 가며 백성을 해치고 나라를 텅 비게 합니다. 이것은 창과 활을 들고 있지는 않지만 도둑질하는 것이고, 칼을 쓰지는 않지만 남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부모를 속였지만 아직 그 벌을 받지 않고, 임금을 죽였으나 아직 그 벌을 받지 않은 것뿐입니다. 어떻게 그들을 높고 어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무리는] 도적이 일어나도 막을 수 없고, 오랑캐가 복종하지 않아도 평정할 수 없으며, 간사한 일이 생겨도 막지 못하고, 관직의 기강이 어지러워져도 다스릴 수 없으며, 사계절의 기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도 조절할 수 없고, 그해의 곡식이 흉년이 들어도 조절할 줄 모릅니다. 능력이 있는데도 이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국가에 대한 불충입니다. 능력도 없이 관직에 앉아 위에서 주는 봉록만을 탐하고 어진 사람을 방해한다면 이는 벼슬을 도둑질하는 것입니다. 도당을 거느리고 있는 자가 등용되고, 재물이 있는 자를 예우하는 것은 거짓된 행위입니다. 공들께서만 유독 올빼미(소인)와 봉황(군자)이 함께 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하십니까? 난, 지, 궁, 궁藭 같은 향기로운 풀은 넓은 들판에 버려지고, 蒿와 蕭가 숲을 이룹니다. 군자가 물러나 세상에 나타나지 못하게 만들는 자들은 바로 공들 같은 사람입니다. (773∼775쪽)

 

 - 사마천, 『사기 열전_2』, <일자 열전> 중에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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