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의 경이로운 문장들을 읽어보십시오, 그것들은 우리의 가장 절실한 체험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 마르셀 프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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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흘 남짓 동안에 『월든』과 뜻하지 않게 사투(?)를 벌였다. 유튜브에 올릴 『월든』동영상을 제작하는 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의 처녀작(?)은 완성되어 오늘 저녁에 업로드 됐다.
여러모로 아쉽고도 후련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인데, 그에 대한 소개를 흡족하리만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조금은 아쉽고, 나의 처녀작 동영상임에도 욕심을 꺾지 않고 밀어부친 끝에 무려 33분짜리 동영상을 기어코 만들어 올렸다는 점에서 후련하다.
유튜브 동영상은 누구나 만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시도해 보면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영상 녹화 프로그램은 어떤 걸 써야 하는지, 그 프로그램을 쓸 때 영상과 오디오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카메라와 마이크는 또 어떤 게 좋은지, 녹화 후 영상 편집 프로그램은 또 어떤 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로 '독학'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시행착오 끝에 33분짜리 동영상을 '혼자 힘으로' 만들어 올렸다는 점에서는 뿌듯하다. 그런데, 30분짜리 동영상 하나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엄청나다. 알라딘에서 페이퍼나 리뷰를 한 편 쓰듯이 만드는 '대본 작성 작업'은 그야말로 전체 공정에서 고작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간단히 말해서, 책 소개 동영상을 하나 만들자면 알라딘에서 리뷰나 페이퍼를 쓰는 작업의 10배에 가까운 품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물론 어느 정도 숙달되고 나면 그보다야 훨씬 나아지겠지만 말이다.
맨 처음엔 이 작업을 아주 우습게 생각했더랬다. 내가 알라딘에 올렸던 '월든 관련글'만 무려 147개나 됐고, 그 글들 속에는 내가 찍은 사진들도 적잖이 포함되어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 글과 사진들을 적당히 재활용하면 충분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동영상을 제작하려다 보니, 불과 몇 초 동안의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이미지'로 영상이 고정되기만 하면 그 영상 자체가 지루한 느낌이 들어서 견디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30분짜리 동영상에 들어가는 이미지들이 도대체 얼마나 필요하다는 말인가. 평균 3초에 하나씩만 바꾸더라도 무려 600개의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얘긴데, 이걸 도대체 무슨 수로 충당하겠는가 싶었다. 그래서 하나의 이미지들을 여러 차례 재활용하는 게 불가피했다. 가령 월든 호수의 이미지라든가 작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이미지가 그랬다.
그런데 나머지 이미지들은 끊임없이 알맞는 이미지를 찾아 인터넷을 뒤적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가령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할 때 있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하는 데도 골탕을 먹었다. '졸업장 제작에 드는 비용 1달러 납부'를 거부했다는 그 일화 때문에, 나는 하버드 대학교의 교정과 졸업식 장면과 대학 졸업장은 물론 '양'에 대한 이미지까지 찾아내야 했다! 왜냐하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졸업장'이 양피지로 만들어지는 사실을 알고 '자연보호의 선구자' 답게 그걸 다음과 같이 따끔하게 지적했기 때문이다.
"양가죽은 양들이 갖고 있도록 내버려둡시다."
이런 일화를 소개하면서 '양'을 등장시키지 않는다면 그 영상이 도대체 얼마나 썰렁하겠는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직업'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면서 겪었던 고통도 적지는 않았다.
소로우는 어느 날 하버드 대학교의 관리자가 '자신의 직업'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저는 교사-개인 가정교사, 측량사-정원사, 농부-페인트공, 목수, 벽돌공, 일용 노동자, 연필 제조공, 사포 제조공, 작가, 때로는 삼류시인입니다"
소로우의 이 짧은 대답 하나에 알맞는 이미지를 찾기 위해서 나는 무료 이미지를 다운받을 수 있는 곳을 여러 번 들락거려야 했다. 이 짤막한 일화 하나를 소개하는데 필요한 이미지를 구하는 데만 족히 30분은 넘게 걸렸던 듯하다.
가끔씩은 생각 밖으로 좋은 이미지들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 가령 소로우가 형과 함께 보트 여행을 떠났던 일화, 동물들과 어울리는 소로우의 모습, '독서'에 관한 장을 소개할 때 찾아낸 이미지 등이 그랬다.
(보트 여행에 대한 이미지)
(동물들에 대한 이미지)
(독서에 대한 이미지)
(독서에 대한 이미지)
몇몇 대목에서는 내가 한때 '소로우'를 떠올리면서 찍은 사진들을 쏠쏠하게 재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호수공원의 저녁노을)
(영덕 칠보산에서 만난 '소나무의 죽음')
(호수공원의 저녁 노을)
내가 두 번째로 만들고 싶은 책 소개 동영상은 몽테뉴 『수상록』인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은 그나마도 '자연'을 배경으로 삼은 이야기가 많아서 얼마든지 해당 이미지를 끌어들이는 게 가능했는데, 몽테뉴의 수상록을 소개할 때는 도대체 어떤 이미지를 골라 써야 할지 너무나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소로우만큼이나 좋아하는 몽테뉴를 제쳐두고 다른 작가를 미리 소개할 수도 없고 말이다. 어쨌든 일에 맞닥뜨려 보면 적당한 타협책이 있으리라 믿는다.
글을 쓰는 건 이렇게도 쉬운데 영동상 만들기는 도대체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이냐?!
대본 읽는 작업이 쉽도록 하기 위해서 얼굴 동영상은 아예 제외하고 목소리만 담았는데도 말이다!
(한밤중에 식구들 몰래 녹취하느라 목소리 톤이 너무 조용스러운 것도 조금 불만이다.)
(제가 만든 유튜브 영상입니다. 링크 주소는 ☞ https://youtu.be/VY9sw4nPX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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