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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거울



이동진, 박영선 그리고 캐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영화 << 캐롤 >> 을 분석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 제가 느끼기엔,  테레즈한테는 동성애적인 사랑이 필요한 게 아니고 캐롤이 필요한 겁니다.   근데 하필이면 캐롤이 여자였을 뿐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동성애를 다루는 영화에서는 상대방이 여자라는 게 핵심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성애적인 정체성에서 내가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라는 것이 그사람을 말하는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최근에 개봉을 앞두고있는 대니쉬걸 같은 바로 그 영화가 그런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아닌 것 같아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쉽고 선명하다. 동성애 코드를 이성애 코드로 전환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자는 제안이다.

 

그는 이 수사법을 적용하기 위해서 이상한 논리를 전개하는데,   " 동성애적 사랑 " 이라는 문장에서 < 동성애적 > 이라는 문장을 지우고 < 사랑 > 에 촛점을 맞춘다.  비로소 동성애'라는 의제는 흔적으로만 남는다.   그것은 일종의 매끈한, 흔적 없는, 이음매가 보이지 않는, 안전한, 깨끗한 봉합'이다. 그가 그런 방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주류 이성애 남성'이라는 데 있다.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 영화일 뿐입니다. 얼마나 영롱하고, 아아....... 깨끗한가요. " 그런데 이동진이 말하는 << 보편성 >> 은 사실 폭력적'이다.  왜냐하면 보편성은 항상 주류와 다수'라는 요소가 성립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보편성에는 비주류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동진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그는 그저 심심해서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졌을 뿐이다.

이성애자 남성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 당신이 여자이기 때문에 사랑한 게 아니라, 하필 당신이 여자였을 뿐... " 이라고 고백하는 경우는 없다.   이성애자 남성은 상대방이 반드시 여자이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다. 그렇기에 이성애자'다. 그렇지 않은가 ?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테레즈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캐롤이 " 여자 " 였다는 데 있다. 캐롤'이라는 고유명사는 여자'이기에 앞서 인간'이기도 하지만 사람이기에 앞서 여자'다. 어떤 것을 우위에 두는가에 따라서 정치적 스펙트럼이 드러난다.  테레즈가 < 사람 > 을 사랑하느냐, 아니면 < 여자 > 를 사랑하느냐는 문제는 결국 아가페적 사랑이냐 에로스적 사랑이냐에 대한 태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만약에 이동진이 이 영화를 아가페적 사랑으로 해석한다면 이 영화를 두고 " 멜로드라마의 역사가 장르에 내린 햇살 같은 축복 " 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 된다.   에로스가 빠진 아가페적 사랑을 두고 멜로드라마라고 하는 것은 꽤나 어색한 표현이 아닐까 ?    이동진은 보편성이라는 다수의 입장으로 소수를 억압한다. 마이클 키멜은  " 특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인종, 젠더, 계급이 보이지 않는다 "  라고 말한다. 백인 여자는 거울을 볼 때 여자를 보고, 흑인 여자는 거울 속에서 흑인 여자를 발견하고, 백인 남자는 거울 속에서 인간을 본다. 이동진도 마찬가지다. 그는 영화 << 캐롤 >> 이라는 거울 속에서 인간을 본다. 마이클 키멜의 지적은 고스란히 박영선 국회의원에게도 통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약자로 규정하고서는 소수 정당의 설움에 대해 울면서 말했지만, 이 통곡은 자기 기만'이다. 그녀는 고난의 피에타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없는 자의 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고백한 그녀가 한기총에서 쏟아낸 말들은 놀랍게도 다수의 입장(주류, 기독교, 한국인, 이성애)에서 소수(비주류, 이슬람, 외국인, 동성애)를 억압하는 말들이었다. 박영선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 >> 에 참석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하나님의 이름으로 여러분께 다시 한번 동성애법, 차별금지법, 인권 관련 법, 그리고 이슬람 문제 등을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강하게 말씀드립니다.    쉽게 말해서 소수자 차별에 찬성한다는 소리이다.

소수 정당의 설움에 대해서 말하던 사람이 정작 소수를 억압하는 군주가 되어 그들에게 유리 가루가 박힌 채찍을 휘두르는 것이다. 이동진과 박영선에게 필요한 것은 < 결핍의 거울 > 이다. 레즈비언은 영화 << 캐롤 >> 을 볼 때 캐롤이라는 여성을 보고,  박영선은 거울을 볼 때 자기애가 섞인 연민에 빠진다.  짐승은 죽을 때 자기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는다. 인간만이 자신의 죽음을 슬퍼한다. 박영선의 연민,  그 눈물이 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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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3-0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진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 전 진짜 한국문학 한국 평론에대해 너무 무지하긴 해요, 저 글은 말장난 아닌가요? 동성애적인 사랑이필요한 게 아니라 캐롤이 필요한 거래!!! 평론가란 놈이 뭔 말인지도 모르게 쓰니,, 저런 글 읽고 멋지다 잘 쓴다라고 하는 놈들도 있겠죠?! 이동진에게 외치고 싶다. 봐도 동성애 맞고 스미스가 작품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도 보편적인 사랑이 아니고 동성애라고! 동성애. 스미스가 보편적인 사랑을 작품에 쓸 봐엔 뭐하러 주체가 여자냐고, 이동진 이 양반 스미스 작품 안 읽어봤으니깐 보편적인 사랑 운운하는 거죠.저 시대에 스미스는 보편적인 글 따위나 쓰는 평범한 작가가 절대 아니였죠. 휴, 진짜 한국평론가들 죄다 태평양에다 내다버리고 싶다, 진짜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5 23:42   좋아요 0 | URL
이동진은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는 문장을 직조하는 능력은 있다고 보는데, 요게 요게 과하면 짜증이 나게 마련입니다. 사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이 영화를 보편적 사랑으로 생각해도 된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흥행을 염두에 둔 발언이죠. 영화 감독이 늘 하는 말이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자기가 만든 영화를 선전하듯이 말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05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군요. 동성애를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는 속마음이 있고요. 동성애를 다루면서 단지 상대가 동성일 뿐이라고 변명하는 작가들도 꽤 있는 듯합니다. 다수의 이성애에게 오해받지(?) 않기 위해.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5 23:44   좋아요 0 | URL
타인의 삶에 감놔라대추놔라 삶은 닭 놔라 하는 거 좀 인권 침해 아닌가요 ?
전 박영선 저 발언하는 거 보고 경악했습니다. 시바, 소수의 설움에 대해 그토록 대성통곡하며 표를 달라더니 막상 소수자를 채찍으로 휘두르고 있으니 유럽같았으면 혐오죄로 벌금냈을 발언입니다.. 아니 지가 뭔데 이슬람교에 대해 이래라저래라입니까..

samadhi(眞我) 2016-03-06 14:07   좋아요 0 | URL
제가 중딩 때 목사를 들이받은 것도 같은 이유죠. 목사가 기독교를 제외한 모든 종교가 독. 이라고 하였으니. 유일신을 추구하는 독선이 모순이라 생각해요. 가장 열려있어야 할 종교가 가장 닫혀있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00:00   좋아요 0 | URL
정말 중딩 때 들이받은 겁니까 ? 절실한 장로가 보면 마귀가 씌ㅕㅇ였다고 퇴마를 행했을거임..

samadhi(眞我) 2016-03-06 00:04   좋아요 0 | URL
네 제 인생에서 가장 겁없던 시절이었지요^^
아, 그렇게까지 하기도 합니까? 그때 교사들이 순진하고 유연한 사람들이 많았지요. 그 목사 포함 몇몇 빼고.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00:25   좋아요 0 | URL
아, 저희 어머니도 왕년에 종종 아픈 사람 집 가서 퇴마식 거행하고 그랬씁니다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슴돠..
별탈없었으니 망정이지 기도하며 막 귀신 빠져나가라고 등 치고 그러던데 사람이라도 죽었으면...

끔찍하네요...


근데 참.. 신기한게.... 정말 신기한게 어느날 우리집으로 여성 한분이 찾아왔어요..
어머니를 본 순간 이분에게 기도받으면 내 몸 속 귀신이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조건 왔다고 하네요..
한 열흘 정도.. 아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분 멀쩡해지기는 했어요... 몇 년 후 선물을 보내왔더라고요...고맙다고..
아직도 미스테리이기는 합니다..

만병통치약 2016-03-0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주변의 추천으로 청소년용(?) 19금 동성애 소설과 만화 (BL이라고 하더군요) 를 봤습니다 ❤️❤️❤️놀라운것은 역겹다가 아니라 야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동진도 모르고 캐롤도 알리딘에서 봤지만 이동진의 주장이 일면 이해가 갑니다 사정과 오르가즘이 제공되고 감정교류까지 된다면 ˝하필이면 캐롤이었다˝라는 표현이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이네요 (아 핸드폰 바꿔야지 이건 너무 ......)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00:22   좋아요 0 | URL
bl 인기죠.. ㅎㅎ 처음엔 저도 bl이 뭔가 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삼성이 돈으로 가난한 구단 선수 끌어다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슴돠..
이성애 영화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동성애 코드를 굳이 이성애 코드로 바꿔서
스카우트하는 게 영 거슬리더라고요.. ㅎㅎ

꼬마요정 2016-03-06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인이 <캐롤> 꼭 보라고, 너무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사람이 사랑을 하는데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떻냐고 우리끼리 그랬지요.

박영선.. 무섭습니다. ㅠㅠ

저 대학 다닐 때 길에서 큰소리로 저한테 예수천국 불신지옥 외치던 아저씨한테 성경을 믿지 않아요. 한마디 하고 악마로 몰렸습니다ㅠㅠ 아직도 기억나네요. 너는 악마다. 아 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11:30   좋아요 0 | URL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잔잔하고 좋습니다..

박영선, 정말 무섭습니다..



너는 악마다 에피는 정말... 압권이네요... ㅎㅎㅎㅎㅎ 경찰에 신고하지 그러셨스요..

표맥(漂麥) 2016-03-06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의 글 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11:3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공감을 얻기 위해 더욱 불철심야하겠습니다..
요즘 잘지내시죠 ?

자주 오는이 2016-03-0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편성 말씀하시니까 예전에 여우님이 보편성과 동성애, 종교를 연결했던 글이 생각나네요. 책에서 한 말인지 블로그 일기에서 그랬는지는 저도 까먹었습니다만. 이거 하나만은 인상깊었어요. 상냥하게 웃음짓는 다정한 이웃이 알고보니 그렇더라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호러물을 접할 때 왜 그런거 있지않습니까. 친절한 남자가 연쇄살인범이고 그런거요. 아무튼 보편성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썼던 것 같은데 제 기억력이 부실해요.ㅠㅠ 곰곰발님의 이글에 나온 보편성을 읽는 순간 딱 생각나서요. 개인적으로 박영선은 정치인으로서 능력이 너무 없어 보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11:35   좋아요 0 | URL
자주오는이 님 자주오시는군요.. ㅎㅎ 여기서 말씀하시는 여우 님은 파란여우 님이시겠죠 ? 저도 개인적으로 보편성, 대부분이 그렇게 말하니까 이런 표현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동진을 비판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주류 편입의 편한 욕망으로 영화를 들여다보기 때문입니다..



+

박영선은 햐.... 말을 못하겠습니다..

자주 오는이 2016-03-06 18:2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래전에 알라딘 고객센터와 한판 싸우고 나서 탈퇴했지만 책 이야기는 여전히 알라딘을 검색합니다.
자주 온다기 보다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그래서 가끔 오긴 하는데 오면 곰곰발님 서재는 자주 오지요.
깔깔한 글이 좋다고나 할까요. 고백하자면 곰곰발님 알라딘 서재 초기 글들이 지금보다 더 좋긴 합니다.ㅋㅋㅋ

여우님은 그 여우님이 맞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21:26   좋아요 0 | URL
초기로 돌아갈까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열성 고객이 아니라서 이곳저곳에서 책을 사는 데
그래도 리뷰를 참고할 때는 항상 알라딘 리뷰를 참고했던 것 같습니다.

알라딘의 자산은 서재인데, 오히려 서재를 더욱 키울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사장이라면 파격적으로 키울 거 가틈.. ㅎㅎ.



yamoo 2016-03-07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박영선이....그러니까 안철수하고 같이 묶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는 건가요??

박영선은 잘 몰라서뤼..

그나저나 이동진은 언제부터 대중에게 어필하는 평론가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2007년 무렵에는 알지도 못했던 평론가였습니다만...물론 제 입장에서..이번 캐롤에 대한 언급은 그가 지극히 이성애자 시각으로 영화를 봤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캐롤을 안 봐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글만 보면 그렇게 보이는 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7 18:55   좋아요 0 | URL
과반수보다 적다고 소수 정당이라는 발상 자체가 기가 막힌 거죠..
거대 야당이 소수 정당이라고 말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야무 님이 보시기엔 좀 답답할 것 같습니다.. 영화 캐롤 말이죠..
 
위험사회 (반양장) - 새로운 근대(성)을 향하여
울리히 벡 지음, 홍성태 옮김 / 새물결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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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 난 아저씨가 보고 있단다  :


 

 

 





존 맥클레인 형사  그리고 ,        김길태


 



 



 




                                                                                                                                                                                                                   영화 << 다이하드 >> 시리즈'는 내가 즐겨 보는 액션 영화'다      :     존 맥클레인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죽도록 고생하는 사나이.  실벳탸 스텔론이 용병이 되어서 베트남에서 싸울 때 브루스 윌리스는 형사가 되어서 뉴욕에서 흰 쫄티와 맨발로 악당과 싸운다. 전자는 해외 용병이고 후자는 자치 경찰'이다. " 아사리판 나와바리. 오오,  오호츠크 시밤바들아 "  이 두 마초가 닮은 점은  타자의 사유지1)   에서 폼 나게 총싸움(질)을 한다는 점이다한 방 쏘면 해결될 걸 열 방 쏜다. 어차피 그들은 돌아갈 고향이 있으니 싸움터가 심해 밑바닥 뻘보다 더 참혹한 폐허가 되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쏘가리도 아니면서......  닥치는 대로 쏜다.

미국이 내세우는 전쟁 전략은 언제나 동일했다. " 남의 나라에서 폼 나게 싸우기 " 미국 본토가 < 적 > 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경우는 일본 가미가제 공격과 알카에다 공격이 유일했다.  가미가제가 모더니즘적 증후라면 9.11테러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증후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카토미 전투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펼치는 대리전2)     이다. 영화 속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고개 숙인 남자'가 될 판이.  < 그 > 는 직장에서는   ① 골치 아픈 동료였고, 아내에게는 ② 무능한 남편이었으며,  딸에게는 ③ 유령'이나 다름없는 아저씨에 불과하다. 가정은 위기일발 상황에 놓여 있다. 나카토미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아내는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처녀적 이름으로 직장 생활을 한다.   

 

그러니깐 아내는 < 홀리 맥클레인 > 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결혼 전 이름인 < 홀리 제네로 > ​로 처녀 행세를 하는 것이다.   맥클레인 형사는 나카토미 빌딩 로비에 있는 방문자 명단에서 아내가 처녀적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살을 찌푸린다.  맥클레인 가문을 부끄러워하는 아내.  설상가상, 참기름처럼 생긴 회사 동료가 아내인 홀리를 " 홀리 " 는 더러운 꼴도 본다.  맥클레인'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아내로부터 제거(거세)된 상태'다.  지금 그의 페니스는 발기와 거세 사이에 있는 것이다잘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꼴린 것도 아닌 상태.  마치 휴대폰 표시창에 방전을 알리는, 깜박거리는 아이콘처럼 말이다.  그는 자신의 남근이 죽지 않았다3)   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존 맥클레인 형사, 추락한 자존심을 세울 수 있습니꺄 ?

 

이 영화에는 재미있는 역설이 돋보인다. 전쟁터의 주요 무대인 < 나카토미 빌딩 > 은 하이테크 벙커로 최고의 방재와 보안 시설을 자랑하는 건물이다. 그런데 테러리스트는 오히려 디지털화된 보안 시스템 때문에 보호받는다. 경찰은 나카토미 하이테크 보안 시스템 때문에 건물 내부로 진입할 수 없다. 빌딩 철문은 먹이를 문 악어의 입처럼 열릴 줄을 모른다.  다시 말해서   :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철통 보안 시스템이 역설적으로 적을 보호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역설은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하이테크가 오히려 위험을 강화하는 역기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기술 발전은 리스크의 파이'를 키운다.  초가집이 불타면 단순한 화재가 되지만  초고층 빌딩이 불타면 재앙이 되는 법이니깐 말이다.

 

대한민국은 며칠 동안 < 필리버스터 정국 > 이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테러방지법은 테러를 빙자한 테러빙자법이자 국민사찰법'이라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국민을 감시하는 주체는 " 빅브라더 " 이다. 그것은 푸코가 말하는 판옵티콘의 세계이니, 국민을 " 부처님 손바닥 " 위에 놓고 감시하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좋다,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안전하게 논다면야 불만은 없다만 < 부처님 손바닥 > 이 < 악당의 손아귀 > 로 바뀌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테러방지법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 애들아, 이 아저씨'가 보고 있단다. "  빅브라더는 빅데이터'를 먹고 사는 괴물이다. 사찰 행위의 핵심은 정보를 모으는 것이다. 가장 원시적인 방식은 쓰레기 봉투'를 뒤지는 것이다.

쓰레기 봉투 속에는 당신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구겨진 영수증, 정액이 담긴 콘돔, 다이어트 콜라, 생리대, 각종 상품 비닐 봉투 따위는 스토커에게는 보고(寶庫)다. 당신이 쓰레기 봉투에 버리는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정보'다. 하지만 빅브라더는 굳이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뒤질 필요가 없다. 검은 선그라스에 넥타이 맨 7급 공무원이 쓰레기통이나 뒤지려고 정보원이 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   대신 << 디지털화된 정보 >> 를 수집하는 쪽이 " 클리어 " 하다.  당신이 컴퓨터에 접속한 데이터와 교통 카드 내역 그리고 신용 카드 내역을 조사하면 < 다 > 나온다.  살해당한 시체는 반드시 흔적을 남기고 신용카드와 핸드폰은 반드시 정보를 남긴다. 국정원이라는 빅브라더가 욕망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화된 개인 정보'이다.

기술 집약 사회는 위험 사회인 것이다.  이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테러방지법을 없애거나 자신의 디지털 정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경찰이 어린이 살해범이었던 김길태를 공개 수배했는데도 불구하고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유는 김길태가 컴퓨터나 신용카드 혹은 휴대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디지털 흔적이 없다 보니 행방이 묘연한 것이다. 그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의사 진행 발언을 했던 국회의원들이 이와 관련된 책을 소개하고는 했는데, 아쉬운 점은 울리히 벡의 << 위험사회 >> 를 빼먹었다는 데 있다. 섭섭하다, 감시 사회'를 이해하는 데 이보다 좋은 책은 없다 ■




​                           

1)     나카토미 빌딩      :      람보는 베트남에서 싸우고 존 맥클레인 형사는 뉴욕에서 싸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존 맥클레인 형사는 미국이 아닌 일본 자본이 투자한 나카토미 빌딩'에서 싸운다. 나카토미 빌딩은 미국을 위협하는 아시아 신흥 자본 세력'을 상징한다. 그렇기에 이 < 자리 > 는 미국이라는 공간이 아니라 타자화된, 오리엔탈化된 공간이다.

2)     대리전 혹은 재현  :     이 영화는 2차 세계 대전의 주요 전범 국가가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미국이 상대해야 할(경계해야 할) 대상은 공교롭게도 일본 자본과 독일 테러리스트'이다.  나카토미 플라자 회장(제임스 시게타)는 맥클레인'에게 말한다. " 2차대전 때는 패했지만 지금은 워크맨이 미국을 뒤집었잖소 ? " 또한 헬기를 탄 경찰이 속삭인다. " 마치 2차 세계대전 같군 ! "

3)     die hard            :      다이 하드'는 여간해서는 죽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 영화는 발기 불능인 두 사내(백인 형사와 흑인 경찰)의 브로맨스 케미 액션 영화'다. 빌딩 밖에서 순찰을 하던 흑인 경찰은 백인 형사의 멘토이자 멘티이다. 그들은 모두 " 간댕거리는 자지 " 를  소유한 거세 직전의 불쌍한 형사들이다흑인 형사 알 파웰'은 실수로 13살 소년을 쏘아 죽인 후,   더 이상 권총(페니스)를 발사(사정 射精)하지 못한다. 그 또한 발기 불능'인 형사다사실 존과 홀리의 포옹보다는 존과 알의 포옹이 더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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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3-04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댓글에 이 책을 권해서 검색했더니 가격대가 쎄더라구요.,아쉬운대로 도서관에 있어 대출 예정입니다. 그리고....별거 아니지만 초가집이 불나면 화재지만 <- 요 대목이요, 제가 지금 뉴턴의 시계 읽는데, 1600년대 영국 대화재에 대한 글이 짧게 나오는데, 작은 빵집에서 난 불이 대형참사를 빚은 경우도 있더군요. 불은 크던작던 재앙인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4 18:22   좋아요 0 | URL
그렇죠. 도시에서 초갓집 불나면 전체가 타기 마련이죠.. ㅎㅎㅎ.
불은 크든 작든 재앙이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배운 게 많았습니다. 번역이 발번역이다 하는데..
뭐 새물결 번역 질이 후지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것이고.. ( 한 가지 더 보태면 새물결 책값이 비싸죠.. 개인적으로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중력 무지개.. 고거 10만 원대 판거 보십셔.. )

그래도 어쩐답니까... 대충 이해해가며 나아가야 할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4 18:28   좋아요 0 | URL
하튼 저는 이번 테러빙자법에서 제일 많이 생각난 책이 이 책이었슴돠..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뼈대가 생각나고 자세한 내용은 생각이 안나는데..
이참에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옛날에는 다독에 욕심이 생겼는데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짓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쇼생크탈출 20번 넘게 보았는데
아, 볼 때마다 다 다른 느낌이....

cyrus 2016-03-04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도서관에 《위험사회》를 빌렸습니다. 어제 대학생 개강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책의 첫인상이 대학교재 같았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5 08:49   좋아요 0 | URL
저도 다시 읽을까 하고 뒤졌더니 어디 있는지 안 보이네요.. 아마, 라면 박스 속에 박혀 있는 듯합니다..

samadhi(眞我) 2016-03-05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험사회」읽고 싶어지네요. 책 홍보(?)도 짝짝 달라붙습니다그려. 본질을 보지 못 하고 가탈을 부리는 쪼잔한 성격이라 발번역이란 말이 걸리긴 하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5 08:50   좋아요 0 | URL
제 글은 과장이 팔 할입니다.. ㅎㅎ.
번역이야 항상 걸리는 부분이니, 뭐... 어쩔 수 없습니다. 알아서 대충 넘겨짚어야함돠..

자주 오는이 2016-03-0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이하드에서 사실 나카토미 빌딩이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가 아니었나 저는 그렇게 봤습니다. 일본 자본이 미국 자본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을 점령한 그림으로 상상했습니다. 거기서 왠만해선 죽지 않는다는 미국식 영웅담으로 자본침식을 자위하려는 영화...뭐 사실 영화는 각자 자기 눈과 머리로 보는 게 아닌가 싶어요. 마초적인 영화라고 제 아내는 싫어합니다만 람보같은 영화에서도 영웅이 필요한 미국의 처절함을 본다고나 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11:37   좋아요 0 | URL
마자요.. 이 영화에서 미국의 적은 독일과 일본입니다..
당시 미국 경제에 불어닥친 공포는 일본 자본이었죠..
당시 일본이 미국의 빌딩 거의 모두를 소유했던 시절입니다..
참... 재미있는게 왜 하필 적이 일본과 독일`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의 축소판인 셈이죠..
시대가 1990년대일 뿐이지 사실은 1945인 셈이죠..

자주 오는이 2016-03-06 18:1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ㅎㅎ 미국, 일본, 독일의 공통점은 제국이라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1945년이 무력의 제국이었다면 1990년 신자유주의 본격가동부터는 자본의 제국이라는 점에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6 21:2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제국의전쟁인 셈입니다.. 영화 배경이 일본이 버블경제 터지기 전이니, 자료 찾아보니
일본이 무섭게 미국의 자본을 어마어마하게 먹었다고 하더군요.. 미국보다 달러를 많이 보유한 나라`라고나 할까요.. 그 위기가 반영된 영화여서 흥미롭게 봤스비다. 생각해 보면 대중문화는 항상 시대적 위기를 반영합니다.

yamoo 2016-03-0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의 역설을 잡아낸 곰발 님에게 추천 10개~~^^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7 18:53   좋아요 0 | URL
영화는 역설이 존재해야 재미가 있습니다. 시나리오 공부할 때 가르치는 것 중 하나가 역설입니다.
역설이 있어야 영화적 상황이 재미있고 풍부하게 된다고 말이죠..
 

 


 


​                                       


청기 내리고 백기 올려 :  






정치와 신파



ㅡ 오빠가 보고 있다

                                                                                                                                                                                                                                                                                                                                                                                                                   하, 세상이 수상하다 보니 " 악(惡) " 만 남았다. 그에 따라 드라마도 독해졌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했던가 ?  등장인물은 점점 영악해졌고 복수는 잔인해졌으니 그만큼 눈물도 많아졌다.   복수와 눈물은 비례한다. 이빨 < 악 > 물고 주먹 < 꽉 > 쥐고 일어선 자만이 통읍(慟泣)할 자격이 있다. 막장 드라마 이전에 신파'가 있었다.  연극 본위의 클래식한 예술성보다는 흥행을 목적으로 한 연극이 신파극이다. 신파의 주인공은 대부분 사랑에 속고 돈에 운다.  흥행 바람이 불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바짓가랑이 잡고 흐느끼는 " 눈물 바람 " 이다. 사랑 때문에 눈물 한 바가지 흘리지 않은 이 뉘 있으랴. 

눈물만큼 효과 좋은 무기도 없다. 착했던 이수일은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때문에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가 되어 돌아온다.  그런 < 그 > 가 심순애의 눈물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인에게 < 눈물 > 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만병통치약인 모양이다. 며칠 전 필리버스터에서 생긴 일을 복기하자  :  박영선이 필리버스터 의사 진행 발언대에 오르자마자 작정한 듯 박연 폭포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티븨 앞에서,  나는 당황스러웠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을 시청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통속 신파 드라마'가 송출된 것이다. 그것은 마치 현대 정치사를 다룬 기록 영화'가 사전 통보도 없이 아내의 유혹으로 바뀐 경우라고나 할까 ?  보다 잔인하게 설명하자면 정치를 이야기하는 데 스튜디오에 느닷없이 파리가 날아다니는 상황이었다.

어, 어어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신파 속 주인공인 박영선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일까 ?  그녀는 처절하게 울었다. 문제는 매를 맞기도 전에 아프다며 징징거린다는 데 있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픈 게 인지상정이지만, 내 성정이 못돼 먹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따듯한 << 공감 >> 보다는 차가운 << 반감 >> 이 들었다. 나는 그녀의 통증에 공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통증이 " 환상통 "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자면 채널 선택권을 박탈당한 느낌이 들어 억울했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기록 영화이지 싸구려 통속 막장 드라마'가 아니었다. 박영선은 자주 " 소수 정당의 설움 " 에 대해 말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 무대에도 그 버릇은 고치지 못했다. 

이 모든 비극은 과반의 의원 수'를 확보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니, 표를 달라는 읍소'다. 과반수를 넘기지 못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웃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의원 수 130명을 보유했던 더민주'가 < 소수 정당 > 이라면 정의당은 < 소수점 정당 > 이란 말인가 ?  김대중은 단 한번도 과반수 이상의 의원을 보유한 정당에 소속된 적이 없다.  평민당은 16명으로 출발한 정당이었고, 김대중은 당당하게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지날달, 29일.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필리버스터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박영선은 보수 기독교 단체인 << 나라사랑운동본부 >> 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열정적으로 토로했다. 차별을 금지해야 될 야당 정치인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것.

그녀는 말했다     :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관련법, 이거 저희(더민주)는 다 반대합니다. 누가 이것을 찬성하겠습니까 ?  특히 이 동성애법, 이것은 자연의 섭리와 하나님의 섭리를 어긋나게 하는 법,  이라고 말해서 우뢰맨 같은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보수 기독교 단체를 향한, 제대로 된 취향 저격 발언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대하지는 않는다. 또한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성애를 혐오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을 권리는 있지만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는 없다. 만약에 동성애를 반대한다면 그것은 타인의 사생활 간섭이다. 여기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테러방지법을 거부하는 이유가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간섭하는 데 있다면,

박영선 의원은 타인의 성적 취향(사생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동성애 반대는 명백히 타인에 대한 간섭이다. 그녀가 국회의사당에서 흘린, 분노에 찬 눈물의 의미는 새누리당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사랑이다. 초록은 동색인 법이다. 막장 드라마 속 여인의 증오는 대부분 한때 사랑했던 정인(情人)에 대한 사랑의 변질이다. 끝으로 이용마 MBC 해직 기자'가  트위트에 남긴 글을 소개하면서 이 페이퍼를 마무리하기로 하자 ■

 


 

박영선 선배


선배를 맨 처음 만난 건 2001년 5월쯤이었을 겁니다. 당시 경제부에서 금융권을 담당하던 제가 선배를 만난 건 어쩌면 대단한 행운이었습니다. 선배가 진행하던 <경제매거진>의 마지막 방송에 제가 갑자기 파견되어 방송을 했지요. 제 아이템은 구조조정과 관련된 노동자 문제였던 걸로 압니다. 선배는 제 아이템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셨고, 저 역시 <경제매거진> 폐지에 저항하던 박 선배의 심정을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인연이었는지 다른 팀원들과 함께 선배의 집에 초대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뒤 박 선배는 경제부장으로 영전했습니다. 저는 대단히 짧았지만 인상 깊었던 만남으로 인해 선배에게 인간적인 호의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선배가 경제부장으로서 보여줬던 모습은 너무 큰 실망이었습니다. 재벌의 이익을 옹호하는 논리에서 한 치의 벗어남이 없는 경제부 기사에 깜짝 놀랐습니다. 박 선배의 경제부 논조는 조중동의 반복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제가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지요. 박 선배와 제가 경제문제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함께 경제부에서 일을 한 적도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기대와 너무 다른 박 선배의 경제관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경제부를 운영하던 박 선배가 어느 날 열린우리당에 입당했습니다. 이것도 사실 놀랄 일이었죠. 야당과 비슷한 경제관을 가진 분이 갑자기 여당으로 갔기 때문이지요. 정치권 입문 배경에 관한 소문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제 기사 때문이란 소문이었지요. 박 선배와 관련된 한국IBM에 대한 검찰 수사 소식을 뉴스데스크 톱뉴스로 두 꼭지나 보도하자, 마침 입당제의를 받던 차에 화를 내고 떠났다는 미확인된 소문이 당시 파다했습니다.


그런데 박 선배는 저를 또 한 번 당혹하게 만들었습니다. 박 선배가 국회 재경위를 맡아 재벌을 비판하며 심상정·김현미 의원과 함께 주목받는 여성 의원 3인으로 거론되었기 때문이지요. 경제부장 시절 누구보다 재벌 비호에 앞장섰던 분의 갑작스런 변신이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막후에서 시민단체 출신 비서관이 박 선배에게 재벌 비판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그럴듯한 소문도 들렸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국회에서 좋은 일을 하면 그만이니까요.


그 뒤 정치권에서 승승장구하던 박 선배가 저를 다시 놀라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원내대표가 되어서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할 때입니다. 세월호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박 선배가 보여준 나이브함과 과단성에 무척 당혹했습니다. 주변에서 함께 논의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나 하는 의혹이 들 정도로 소통이 되지 않는 독단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연속 말이지요. 세월호 사안은 여야가 적당히 주고받을 가벼운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박 선배가 세월호 때 보여주었던 문제가 이후 정치과정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내에서 소위 비주류가 합법적으로 선출된 주류 당 대표를 흔들 때, 적당히 중립지대를 차지하면서도 비주류에 편향된 많은 행보들을 보았고, 안철수 의원이 탈당할 때 함께 나가지 않으며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급기야 이번에는 여야의 중간지대에 서서 필리버스터를 그만두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셨더군요.


박 선배는 항상 저를 놀라게 하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분입니다. 그건 아무래도 적절한 타이밍의 결단력과 과감한 추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박 선배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두고 보좌를 잘 받으면 추진력이 있어서 큰 일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독단으로 인해 대형 사고를 칠 수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나, 이번 필리버스터 중단 문제가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하기 전에 많은 소통이 필요합니다. 특히 박 선배의 개인적인 정무적 판단이 많이 작용한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박 선배에게는 조중동의 사고방식이 이미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열린우리당에서 재벌을 비판하던 때를 제외하면 박 선배의 모습은 사실 일관됩니다. 조중동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것이죠. 재벌 비판으로 잠시 가려졌을 뿐이지요.


이런 얘기가 이제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박 선배 주장대로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입니다. 다음달 투표할 생각이 뚝 떨어졌습니다. 제가 돌아가야할 MBC를 생각하면 야당이 과반을 차지해야 하고, 그럴 수 있다고 지금까지 스스로를 독려해왔지만, 필리버스터 중단으로 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생각입니다. 누가 바보에게 지휘봉을 맡기려고 하겠습니까? 야당이 여야 지지자 양측에서 모두 비난을 받으니 야당 심판론이 정권 심판론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오늘밤은 잠이 쉽게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할 책

 

울리히 벡, 위험사회  ㅣ 영화 << 다이하드 >> 디지털 사회와 그 적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5043  ) 

 

하이테크 첨단 사회에서는 << 빅데이터 >> 를 쥔 세력이 << 빅브라더 >> 가 된다. 하이테크 첨단 사회'에서 빅데이터에 자료를 제공하는 쪽은 소비자'다. 당신이 사용하는 휴대폰 사용 내역과 전자 결제로 이루어지는 각종 카드 내역(심지어 교통 카드 내역은 당신의 동선을 빅브라더에게 제공한다)이 모여서 빅데이터가 되고, 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빅브라더는 권력을 누린다. 내가 만약에 독재자'라면 각종 선거의 개표 방식은 수개표가 아닌 전자 시스템에 의한 개표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전자 시스템은 언제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디지털이란 0과 1의 세계로 이루어진 세계일 뿐이니깐 말이다. 울리히 벡은 바로 그 사실을 경고한다. 영화 << 다이하드 >> 에서 경찰이 빌딩 안으로 침투하는 데 애를 먹는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빌딩의 보안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데 있다. 안전 방어 시스템이 위험 요소로 작동하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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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03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우리가 그들을 위해서 청기를 올려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3 17:47   좋아요 1 | URL
필리버스터에 소개된 책 중 가장 자주 인용된 책이 1984인 것 같은데
저는 이게 좀 불만이네요..

테러방지법에 대한 적확한 예언서는 벡의 < 위험사회 > 입니다.
백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안전 장치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위험한 사회가 된다는 주장인데
안 읽으셨으면 꼭 읽어보십시오. 제가 사회학 책 뽑을 때 리치의 맥도날드 맥도날드화와 함께 항상 다섯손가락 안에 추천하는 책입니다..

cyrus 2016-03-03 17:48   좋아요 0 | URL
좋은 책을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3 18:04   좋아요 0 | URL
네에. 이 책 꼭 보십시오.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보고 정말 깨달은 게 많습니다..

cyrus 2016-03-03 18:05   좋아요 0 | URL
방금 생각났는데 작년에 중고매장에 《위험사회》를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사둘 걸 그랬습니다.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3 18:06   좋아요 0 | URL
캬... ㅎㅎㅎㅎㅎㅎㅎㅎ 아쉽네요..

기억의집 2016-03-0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평등주의자가 되어야합니다. 동성애, 차별금지, 인권문제 등등... 지난 번에 우리 모두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합니다란 책을 빗대 쓰려다 만 제목이었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3 18:05   좋아요 0 | URL
얼마나 웃긴 논리입니까. 테러방지법인 개인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면서 막상 그녀는 동성애자의 침대 속 이야기에 간섭을 하고 있는 겁니다...

물타기 한다고 표가 더 모입니까 ?

samadhi(眞我) 2016-03-03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영선이 나꼼수에 나왔을 때만 해도 꽤 멀쩡한 줄 알았지요. 그런데 그 이후로 쭈욱 새무리당 친구처럼 행동하는 것이 이상하다 여겼는데 위에 인용하신 기자의 얘길 들으니 나꼼수 때가 오히려 이상했던 거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4 18:18   좋아요 0 | URL
세월호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역시 정치가는 딱 하나만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박영선은 자기 가족 사찰당한 것 때문에 운 것이지, 사실 국민 사찰 때문에 울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갔습니다. 기본이 잘못된 것 아니것습니까..

수다맨 2016-03-03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댓글에도 썼지만, 더민주가 야당으로서 최소한의 이름값이라도 하려면 박영선 같은 사람들 출당 조치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김광진 은수미 같은 동료들은 사실상 피투성이 몰골로 싸우고 있는데, 박영선은 백기 들 생각이랑 울면서 한 표 구걸할 생각밖에 없는 것 같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4 18:18   좋아요 0 | URL
네. 이 페이퍼는 수다맨 님 댓글에 대한 긴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3-0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박영선이 동성애 반대했군요. 흘러가는 구름을 반대하는 격이네요 흠흠....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4 18:19   좋아요 0 | URL
꾸벅... 오히려 제가 배우는 게 많습니다. 이래저래 박영선에 대해 실망 만빵이네요.

Antikim 2016-03-0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영선은 더민주의 최종병기임을 깨달았습니다. 출당시키면 궁민당으로 가서 분탕질하고 언론에 기밀 흘리고 나대며 선거 망쳐줄 겁니다. 비장의 카드라고 아끼지 말고 빨리 썼으면 좋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4 18:20   좋아요 0 | URL
엑스맨이겠죠 ? 이용마 해직 기자의 말이 절절하네요... 세월호 때 잘못 결정해서 얼마나 큰 우려를 샀습니까..
 

 

 

 

 

 

 

 

 

 

 



 

 

 

 

 

 

                             

 

국회'에서  생긴  일




 

필리버스터 : 주먹이 운다

                                                      

                                                                                               록키 발보아, 그는 무명 복서'다.  경기 전적(前績)이라고 내세울 만한 기록조차 변변치 않다. 대전료로 근근히 먹고 사는 4회전 복서,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배운 게 주먹질이어서 용돈을 벌기 위해 뒷골목 건달 노릇을 하는 권투 선수. 그런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독립기념일을 맞이하여 << 무명 복서'에게 기회를 >> 이라는 이벤트'에 록키 발보아가 발탁된 것이다. 

무명 복서였던 그에게 헤비급 현역 세계 챔피언인 아폴리 크리드와 권투 경기를 치룰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필라델피아 변두리 출신인 복서에게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누가 이길까 ?   록키 발보아가 이길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현역 챔피언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관전 포인트는 도전자가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다. 이 영화가 흥행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 통쾌한 승리 > 에 방점을 찍지 않고 < 아름다운 패배 > 에 방점을 찍었다는 데 있다. 록키는 현역 챔피언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15회를 버틴다. 결과는 패배'다. 하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승자인 아폴리 크리드가 아니라 록키 발보아를 향한다.  록키 발보아가 갖춘 미덕은 패배했으나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의사당에서 펼쳐진 무제한 경기가 " 사실상 " 끝났다(최종적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더민주는 8회에 기권을 뜻하는 손수건을 링 위에 던졌다. 그만합시다 !  이 결정은 김종인과 박영선이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더민주 비대위'인 박영선은 불 보듯 뻔한 패배를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손수건을 던졌다고,    울면서 말했다.  처절한 울음이지만 감동은 없다. 지지 않기 위해서 잠시 후퇴한다는 설명이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   지기 전에 미리 포기 했기에 아직 진 것은 아니라는 논리'이다.  정말 그럴까 ?  < 필리버스터 > 는 승리를 위한 단계가 아니라 실패를 전제로 한 싸움이다. 질 것 뻔히 알면서도 싸우는 행위가 필리버스터'다.  과연,  이 사실을 필리버스터 지지자들이 몰랐을까 ?

지지자들이 보고 싶었던 것은 상대 선수를 링 위에 눕히는 것이 아니라 비극으로 치닫는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무모하게 돌진하는 장엄한 파토스'를 목격하고 싶었던 것이다. 지더라도 포기를 모르는 록키 발보아처럼 말이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8일 만에 중단된 필리버스터 경기는 그리스적 비극으로 끝났어야 했다. 실패하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고, 휘청거렸으나 무릎 꿇지는 않았다고,  비극이 때로는 아름다운 결과일 수도 있다고, 그래서 이렇게 버티다 버티다, 봄 끝에 지는, 혹은 끝물에 지는 마지막 봄꽃처럼 버텼다고 말이다. 김종인과 박영선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경기는 끝났다. 8회 기권패로 기록될 것이다. 감동은 잠시,  당신을 향한 혐오는 오래 남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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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6-03-02 0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고한 정운영이 ˝이론˝이라는 마르크스주의 잡지를 내면서 창간사에 `때로는 질 줄 알면서도 싸워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라고 썼던 기억이 나네요...
곰곰발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필리버스터는 `무모하게 돌진하는 장엄한 파토스`를 보여주고 `그리스적 비극`으로 끝났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제 박영선이 울면서 한 표 달라는 모습 보고 있으려니, 그동안의 비극적 저항이 한순간 `신파적 나가리`가 된 것 같았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2 06:02   좋아요 0 | URL
제 노트북은 일주일 동안 24시간 가동되었습니다. 잠을 잘 때도 켜놓고, 외출할 때도 켜놓고,출근할 때도 켜놓았습니다. 국회 방송 시청율에 도움이 될까 하고 말이죠. 시청율 또한 민의`이니깐 말이죠. 어제 처음으로 끄고 잤습니다. 오늘 일어나니 심상정 마지막 필리 연설이 시작되네요. 참담합니다..


박연선의 오열은 필리버스터는 표 구걸이나 하려는 앵벌이로 전락시켰죠..

다락방 2016-03-02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허무하더라고요. 오늘 심상정은 `모든 정치적 행위는 선거운동이다` 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은 옳죠. 옳으나, 박영선의 오열이 모든걸 다 무너뜨린 것도 사실입니다. 자연스레 표로 귀결될 수 있었던 것을 표달라고 울어버리는 순간 아, 그럼 그렇지, 하게 됐달까요. 김광진을 시작으로 해서 진심으로 진정으로 발언한 의원들의 순수한 의도마저 다 망쳐버렸어요. 하아- 진짜 속상하네요. 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2 15:25   좋아요 0 | URL
심상정이 한 말 가운데, 저는 가장 인상에 남았던 말이 이거였습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기보다는 선거로부터 나온다 !

이런 말 하면 욕 먹겠지만, 박영선이 오열하며 표를 달라했을 때 구걸 정치가 생각나더군요.
이런 전략이 과연 옳을까요 ? 종편이 물어뜯겠죠.

박영선 울면서 표 집결 호소 전략 !

기억의집 2016-03-02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말이요. 이 거 질거라는 거 뻔히 안 거였는데.... 누가 이게 이기는 게임이라고 한답디까! 짜증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2 15:26   좋아요 0 | URL
세월호 수습한 꼴이나, 끝까지 탈당이냐 잔당이냐를 놓고 고민한 것에서부터, 이번 필리버스터까지...
자격 미달입니다. 그녀의 열정은 믿겠으나 정무적 판단 능력은 낙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포스트잇 2016-03-0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잠결에도 듣다 보다 자다 하면서 일주일을 보냈네요. 어제는 껐습니다. 그런 마지막은 보기 싫더군요.
더민주의 저 무기력과 무능이 박근혜를 계속 살려주고 있습니다. 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2 15:28   좋아요 0 | URL
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요 ? 전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겠습니다.
역풍이 분다 ? 그래서 철회한다 ??!

즉, 어떻게 해서라도 철근 지지율 40%을 빼앗아오겠다는 것인데.. 이게 가능한가요 ?
나라가 망해도 1번찍는다는데 왜 선지 목표를 그 40%에 벌벌 떨면서 근심합니까..

stella.K 2016-03-0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필리의 끝은 어디까진가 했더니 결국 그렇게 되는 거군요.
이러다 짜고치는 고스톱이란 말도 나올 것 같아요.ㅠ

근데 곰발님 노트북 괜찮습니까?
안 쓰면 자동으로 꺼지지 않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2 15:29   좋아요 0 | URL
노트북 사양 설정에 따라 다르지 않겠습니까.
제노트북은 방송 켜두면 24시간 작동합니다...
화면은 꺼져도 소리는 나오죠..

samadhi(眞我) 2016-03-02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종인을 영입했을 때 이미 시작된 일이라는 생각에 확 열이 끓어오르더라구요. 민요 중에
˝가랑잎에 불 질러놓고˝ 라는 가사가 있어요. 딱 그 느낌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2 15:31   좋아요 0 | URL
김종인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잠기 구경하다 갈 요량으로 서서 구경하다가 어라, 재미있네..
하면서 약속 취소하고 본격적으로 앉아서 구경하려고 자리를 찾아 앉으려고 하는데
느닷없이 끝나버린 거리 공연 같다고나 할까요...

samadhi(眞我) 2016-03-02 15:49   좋아요 0 | URL
그 노래 제목이 얄미운 내 임아. 라는 건데요. 가사를 적어보자면(앞뒤 맥락이 있어야 그 느낌이 와 닿을 것 같아서요. ㅋㅋ 사람 마음 흔들어 놓고 내팽개칠 때 이 노래가 생각나요.)
˝길어야 백 년 백 년이오 길어도 백 년이오 그깟 백 년 못 채우고 먼저 가려 하시오 가랑잎에 불 질러놓고 아이고 아이고 얄미운 내 임아 떠난다고 그 고개 넘어갈 줄 아시오 흰 고무신 버릴 리가 없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2 15:57   좋아요 0 | URL
딱 가사에 나오는 그 심정이네요.
내 마음에 불싸지르고 빠이빠이야 ~
뭐, 이런 시츄에이션이겠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영선이 울면서 ˝ 소수 야당의 설움 ˝ 에 대해 말했을 때,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고, 왜 박영선이 훌륭한 정치인이 아닌가를 절실히 깨달았으며, 또한 그래서 더민주가 백전백패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명 넘게 의원을 보유한 정당이 소수 야당인가 ???!
김대중이 평민당을 이끌었을 때 의원 수는 고작 16명이었다.

수다맨 2016-03-03 05:21   좋아요 0 | URL
박영선 의원 18번이 `소수 야당의 설움`이죠. 저번에 열렸던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도 박영선 의원이 `야당이 숫자가 적어서 세월호 유가족들 제대로 도와주지 못했으니, 다음엔 반드시 야당을 찍으라`고 말하는 거 보면서, 이런 사람은 절대로 정치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올해만 해도 안철수랑 문재인 사이에서 간(!)만 보다가 결국엔 더민주 잔류하는 모습 보니, 무능한 데다가 철새 기질까지 다분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더민주가 그나마 야당다운 면모를 보이려면, 이런 인간들 당장 당에서 내보내야 합니다. 도무지 가치도, 쓸모도 없어 보입니다.
 

 

 

 

 

 

 

 





 

 

 

 

 

 


 

​                               


끝 나 면   끝 난 다




 

필리버스터와 천일야화

                                                                                                                                                                                                                                                                                                         샤흐르야르,  그는 아라비아의 < 왕 > 이다.  " 하아, 부우우럽다아아아아 ~  " 하지만 그는 세상을 다 가졌으나 행복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첫 번째 아내가 바람을 피우자 분노한 왕은 아내를 죽이고 두 번째 아내를 얻지만 두 번째 아내 또한 바람을 피우네.  

이 패턴(아내의 부정)이 반복되자 샤흐르야르 왕은 여성을 극도로 혐오하게 된다.  그래서 왕은 결혼 첫날/밤에 " 거사 " 를 치르고 나서 아내가 바람을 피우기 전에 미리 죽인다.  앞으로 벌어질 정염의 불씨를 애초에 꺼버리겠다는 발상.  혼례 가마는 곧 장례(식장)로 가는 꽃가마인 것이다.  이 기본적인 서사 - 뿌리'를 바탕으로 샤흐르야르 왕을 프로파일링하자면   :   그는 < 조루 > 였을 가능성이 높다.  뽀로로 주제가 1절'조차 완창하지 못할 능력을 가진 고개 숙인 남자이다 보니 왕비 입장에서는 한 대 차 주고 싶은 왕의 등짝.  어린 신부는 차가운 식혜도 아니면서 차갑게 식어버린,  등 돌린 등신(等身)을 보며 속으로 이렇게 외쳤으리라.   " 이런~ 등짝 ! "

왕이 LTE급 조루이다 보니 엑스타시를 경험하지 못한 왕비'는 젊은 남자 품에 안긴다(라고,   나는 당당하게 황당한 주장을 하는 바이다).  아라비아 구중궁궐 속 야사(野史)가 이러하니, 왕과 결혼한 젊은 여자'는 모두 죽는다. 하지만 왕의 청혼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왕이란 절대 존엄이자 절대 권력이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한 여자가 바로 세헤라쟈데'이다. 그녀는 첫날 밤에 왕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리트리버 귀처럼 축 늘어졌던 왕의 귀가 진돗개 귀처럼 봉긋 솟아올랐다.  일일 드라마 연속극의 탄생을 알리는 시발점'이다. 세헤라쟈데가 왕에게 속삭이는 드라마는 흥미진진하다. 재미꾸나. 왕은 넋을 놓고 귀를 기울인다.  드라마 속 출생의 비밀이 누설되는 직전에 세헤라쟈데는 느닷없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다음 이 시간에....... "  

그러니까, 다스 베이더가 아들인 스카이워커에게 " 내가 네 애비다 ! " 라고 외치기 전에 세헤라쟈데'는 방송을 끊는다. 드라마에 푹 빠진 경험이 많은 대한민국 시청자'라면 왕의 애타는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왕은 이야기의 끝을 알기 위해 곶감 항아리에서 곶감을 한 개씩 빼먹듯이 아내의 처형을 하루하루 미룬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것을 생선회와 비슷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회를 거듭할수록 신선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는 수밖에 없다.  막장 드라마는 바로 이 지점에서 탄생한다.   이번에는 레아 공주가 스카이워커에게 " 사실은......  내가 네 에미다 ! " 라는 대사를 내뱉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이내,  " TO BE CONTINUE...... "  

이런 식으로 네버 엔딩 스토리는 1001日이 흘러가고...   왕과 왕비 사이에 세 자녀'가 탄생한다.  아마도 왕은 드라마를 보시다가 김한길처럼 샛길'로 빠지신 모양이다. " 오랜만에 누워보는군. "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이 든 까닭일까 ?   왕은 자신이 지난날에 했던 과오를 크게 뉘우친다.  샤흐르야르 왕과 세헤라쟈데 왕비는 그 후,  백년해로했다는 이야기.

 

 

내가 최근 비상 시국인 대한민국에서 절찬리에 진행 중인 " 필리버스터 " 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 천일야화 >> 를 떠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 서사'는 꽤나 닮았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전시와 사변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선포1)   하면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에 붙이자 제2의, 제3의 세헤라쟈데 연합이 필리버스터'라는 드라마'를 만들어 맞불을 놓는다. 그들은 테러방지법을 지연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시청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아, 가혹하여라. 이야기가 멈추는 순간,  늙은 왕은 의사봉을 두드리며 자유와 민주'에게 사형 선고를 내릴 것이다.  

앞으로 시민의 팬티 속 속사정'까지 훔쳐볼 수 있는 감시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다.  << 천일야화 >> 와 << 필리버스터 >> 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 끝나면 끝난다 "  그렇지만 << 천일야화 >> 와 << 필리버스터 >> 의 결말은 전혀 다르다.  천일야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는 테러방지법을 방지하지 못한 채 새드엔딩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늙은 왕'이 계과천선할 것 같지는 않다.   누군가는 필리버스터 행위'를 두고 이렇게 비판할 것이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말이다. 이 비판은 옳다. 하지만 옳지 않기도 하다. 진짜 < 정의 > 란 못 먹는 감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찔러보는 행위가 아닐까 ?   다윗은 골리앗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골리앗에게 < 돌 > 을 던졌을까 ?  

끝나면 끝난다.  시청자는 드라마의 끝이 궁금하듯이, 필리버스터의 끝도 궁금할 것이다. 결말은 불 보듯 뻔하다.  이 드라마의 끝은 " 국가는 당신이 지난밤에 한 일을 알게 된다" ■

 

 

 

+

다음은 필리버스터 진행 중에 언급된 도서 목록이다

 

 

 

 

 


 




 

 

 

 

 

 

 

 

 

                                    

1) 전시와 사변에 준하는 비상 시국에 박근혜는 젊은이들과 만나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해맑게 웃고 있다.  박근혜가 손가락 하트'를 그리는 순간 정의화는 정희화'가 된다.  손가락 하트'가 이렇게 징그러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각하, 비상 시국입니다.  동촉하여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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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2-29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걸쭉하고 왁자한 얘기 즐겁네요. ㅋㅋ

며칠 전 세월호 충격으로 아이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키우고 싶었다며 먼 나라로 이민 간 언니(과 선배)와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지요. 언니 따라 나도 뜨고 싶다고 하며...
이 나라 시민, 서민들 마음 속에 비슷한 꿈들 품고 있겠지요. 희망을 얘기하기도 지치는 이곳을 떠나고 싶은 소망.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1 14:17   좋아요 0 | URL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떠나야지요.. 저도 여건되면 여기 떠납니다..
아이들에게 지옥인 나라는 변명할 필요 없이 지옥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지표 아니겠습니까..
누누이 하는 주장이지만 비장애인이 행복한 사회보다는 장애인이 행복한 사회가 진짜 행복한사회입니다..

새아의서재 2016-03-01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인 글이지만, 결론은 불보듯 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끝이 나면 다시 더 힘찬 시작이 있기를. 오늘 기사에서 보니 김남주씨도 읽어주셨더군요. 기사 속 김남주 시 읽고 울컥했어요. ㅜ ㅜ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1 14:15   좋아요 0 | URL
필리버스터 중단한다는 기사가 나왔네요. 뭔가, 야당은 이 현상을 잘못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