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이냐 짜장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보봐리 부인은

왜 불륜을 저질렀을까 ?



 

                                                                                                     소비 자본주의 사회를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선택 과잉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는 검정 고무신과 흰 고무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되었지만 소비 사회에서는 수백 종의 신발 中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 폭이 넓으면 그만큼 구매 만족도가 높아질까 ?  그렇지 않다. 사야 하는 상품은 하나인데 진열된 상품은 많으니까.  1/n 이다 보니  숫자 N이 클수록 소비자는 상품을 결정을 하는 데 애를 먹는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가격 대비 가성비도 꼼꼼하게 살펴야 하며 알뜰 구매를 했는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정가 주고 산 신발이 다음날 다른 사이트에서 50% 세일을 한다면 상품이 아무리 마음에 든다고 해도 구매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이 반복되면 자존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렇듯, 소비 행위가 반드시 엔돌핀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쇼핑 중독이 우울을 동반하는 이유이다.

어쩌면 우울한 마음 때문에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 때문에 우울한 마음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비 행위가 유쾌한 경험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자꾸 결정을 미루게 된다.  이러한 심리가 바로 결정(지연)장애'다.  결정을 최대한 미룬다고 해서 가장 탁월한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결정을 지속적으로 미루다 보면 나중에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높아진다.  그렇다면 돈이 많아서 상품을 구매하는 데 아무 제약이 없는 부자는 N의 폭이 넓기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될까 ?   정반대다.  부자일수록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 폭은 좁아진다.

왜냐하면 이건희는 1억짜리 수트를 구매할 뿐이지 199,000원짜리 수트를 살 것인가, 230,000원짜리 수트를 살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최상의 상품만 구매할 뿐이니 말이다.  상품 구매 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사람은 이건희이며 선택 폭이 가장 좁은 소비 형태를 보이는 이도 이건희'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적다. 또한 그에게는 상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되는 금액은 한갓 종이에 불과할 뿐이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결론은 소비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 구매에 따른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부류는 부자도 아니고 거지도 아닌 서민'이다.

역설적이지만 이건희와 거지는 N의 폭이 좁다는 점에서 동일한 소비 패턴을 보인다. 반면, 상품 선택 폭이 가장 넓은 쪽은 서민'이다. 내 가설이 맞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쪽은 알부자나 알거지가 아니라 서민이다.  공교롭게도 알부자와 알거지는 유산계급이고 노동자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이지만 소비 스트레스를 가장 많은 계급이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이며, 시스템이 기득권을 위해 굴러가는 방식인 것이다. 선택 과잉과 잘못된 선택에 따른 우울증은 비단 상품 소비 행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랑도 선택 기회와 결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유물론적 접근이 가능하다. 

플로베르의 << 보봐리 부인 >> 이라는 소설에서 보봐르 부인이 불륜을 저지르는 행위는 그녀가 선택한 상품(남편)이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 이탈 행위'이다. 사랑 행위와 소비 행위가 닮은 점이다. 바람둥이 남자가 한 여자에게만 사랑을 줄 수 없는 데에는 N(사귀는 여자)의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N이 클수록 구매 만족도가 낮아진다. 바람둥이는 한 여자만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제우스'는 1/N에서 < N > 의 폭이 넓기에 구매 만족도가 떨어지는 소비자'다. 

 

흔히 연애를 많이 해야 좋은 신랑/신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반대로 많은 연애 경험이 독이 되는 경우도 많다. 지금의 남편/아내를 과거의 애인과 비교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종종 검정 고무신과 흰 고무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옛날이 지금처럼 상품 백화점이 되어버린 시대보다는 행복했던 때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꼰대의 지랄같은 낭만적 회상일 수는 있으나 분명한 것은 선택 과잉 사회는 역설적으로 공허한 마음을 양산한다. 인간은 선택하는 동물이다. 사랑도 선택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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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0 1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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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0 17: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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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1 16: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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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6-08-31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느낌 있는 생각... 공감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0:50   좋아요 0 | URL
공감에 공감합니다.. ^^

yamoo 2016-09-0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엔날에 저도 생각했던 겁니다요...우엘벡 소설을 읽으면서 1/n생각을 했더랬죠.ㅎㅎ 우엘벡이 그랬잖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애는 소비와 같고, 결과적으로는 투쟁영역의 확장이라구요..ㅎㅎ 곰발 님의 표현을 우엘벡은 좀더 신랄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함돠~

엔날에 했던 생각을 곰발 님 서재에서 보니, 아주 반갑네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1:3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우엘벡 접근법입니다.
우엘벡 소설을 읽다 보며 왜.. 뭔가 허무에 빠지게 되지 않습니까.
그는 투쟁영역의 확장으로 보았고 저는 구매만족도`로 이해했고.... 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9-0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브랜드에 연연하는 경우가 있나봅니다. 선택의 폭을 좁혀주는 역할도 하니까요.. 그나저나 보봐리 부인은 그저 불쌍타는 생각도 드는데, 다시 읽어보면 다른 결론이 나올지 모르겠네요. 끝으로 이건희와 거지가 어떤 의미로는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시는 문장이 참 재미있습니다. 거지만도 못하다고 개인적인 생각을 하지만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2:45   좋아요 0 | URL
그럼요. 저는 명품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 품종이 별로 없는 상품이라고 정의합니다. 명품 보면 품종이 별로 없잖아요. 그렇기에 명품 사는 사람들은 구매에 따른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반면, 싼 옷들 보세요. 얼마나 산더미처럼 쌓고 팝니까. 싼 옷은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습니다.. ㅎㅎㅎ

거지는 이건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선택 폭이 좁죠.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깐 말이죠.. ㅎㅎ

clavis 2016-09-18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제 고민의 실타래가 여기서 풀릴라 카네요^^선택하는 사랑. . 인간은 그리 지어졌나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9:05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clavis 2016-10-09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오 대명문가 곰발님^^죄송은요..
늘 건필을 빌 뿐이옵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13:54   좋아요 1 | URL
대명문가가 되어 대부호가 되면 클라비스 님에게 클래식 음반 전집을 사 드리겠습니다..

clavis 2016-10-09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나라에 드실때 저를 꼭 기억해주시옵고 기왕이면 글렌굴드옹의 1981년 녹음 골드베르그 변주곡이 포함되어 있는것으로다가 부탁드립니다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16:53   좋아요 0 | URL
알겠사옵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과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기도하나이다..

clavis 2016-10-09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이 좋아하실것만같은 피아노ost 쳐봤는데 북플에는 영상을 올리기가 참으로 힘드네요 아라키 노부요시 풍의 사진같은건 참 올리기 쉬울텐데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17:07   좋아요 1 | URL
흙흙.......

clavis 2016-10-09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짜든동 함 올려보겠심다 클래식 대전집 장만에 만에 하나 보탬이라도~!!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17:2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얼릉 빨리 대문호가 되어야 겠습니다..

clavis 2016-10-09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부호도 잊지 마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도욬

곰곰생각하는발 2016-10-10 13:12   좋아요 0 | URL
대문호와 대부호라.... 꿈만 같습니다. 흙 !
 

 

 

 

 

 

원작이 있는 네 편의 영화

 

 


 

 

 

1.                  영화 << 터널, 2016 >> 에 대하여      :     바늘과 터널의 공통점은 ? " 구멍이 있다 " 가 정답일 것이다. 크기야 하늘과 땅 차이지만 어찌되었든 구멍은 구멍이다. 영화 << 터널 >> 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그래서 희박한 생존 경쟁을 뚫고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 인간군상에 대한 은유'이다. 터널 안에 갇힌 두 사람은 터널의 끝,  그러니까 구멍을 통과하지 못한 채 낙오된 낙타 두 마리'다. 이제 갓 사회인이 된 미나가 무거운 돌덩이를 안고 죽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며 아픈 대목이다.  무거운 짐(돌덩이)을 안고  그 무게에 압사되어 죽는 것은 88세대에 대한 뼈아픈 은유가 아닐까.  < 저녁이 있는 삶 > 을 잃어버린 과노동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결국 " 버티는 삶 " 밖에는 없다. 버티지 못하면 죽고, 버티지 못하면 죽고, 버티지 못하면 죽고, 버티면 겨우 살 수 있다. 단, 경제적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 당신의 목숨이 경제 성장에 있어서 비효율적이라는 계산이 나오면 구조는 중지된다. 세월호는 그 사실을 각인시킨 사건이다.




 

 

 

 

 

 

 

2.                  영화 << 덕혜옹주, 2016 >> 에 대하여      :      대부분 나라는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바뀌었다. 러시아 짜르 왕조는 민중 혁명을 통해 숙청 당했고 프랑스는 왕의 목을 잘라서 공화정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반면 대한민국은 왕정을 제거해야 할 구시대적 잔재가 아니라 왕정 시대의 왕족에 대한 향수와 존경을 드러낸다. 영화 << 덕혜옹주 >> 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일본에서 귀국한 옛 왕조의 옹주를 위해 마중나온 사람들이 대성통곡을 하며 흐느끼는 장면이었다. 공화정인 시대에 여전히 왕정 시대를 그리워하는, 이 지독한 센티멘탈을 단순히 한때 나라 잃은 백성의 회고적 회한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   몰락을 거듭했던 허진호 감독은 결국 막장을 찍은 것이다.  허진호는 < 그들만의 가족사 > 를 < 우리들의 역사 > 로 포장한다. 이 정도의 왜곡이라면 잘 만들어진 " 센티멘탈 " 을 찬양할 것이 아니라 " 감독멘탈 " 을 의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러한 노예근성은 박정희에 대한 애도와 박근혜에 대한 지지에서도 나타난다.

 

 

 

 


 


 

 

3.                 영화 << 채식주의자, 2009 >> 에 대하여  :  흡혈귀와 채식주의자는 정반대의 거울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동일한 상(象)이다. 그것은 뫼비우스의 띠이며 동전의 양면이다. 흡혈귀에게 물린 사람은 식물성을 멀리하고 동물성(피)만 찾게 된다. 반면에 한강의 << 채식주의자 >> 에서 채식주의자인 아내는 동물성(고기) 음식을 보면 구토를 일으킨다. 그들은 모두 특정 음식을 기피하다가 결국에는 거식증의 단계에 들어선다. 극우와 극좌는 나중에 하나의 얼굴로 조우하듯이 결국 두 부류는 전혀 다른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일한 이미지인 것이다. 뱀파이어가 붉은 피를 원한다면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푸른 피를 원한다. 색이 다를 뿐이다. 그녀가 알몸으로 베란다에 나가 해바라기를 하는 행동은 광합성을 통해서 자신의 붉은 피를 푸른 피로 교체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즉, 광합성이란 푸른 피를 흡혈하는 과정이다. 한강이 실패하는 지점은 바로 그것이다.

 

 

 

 




 

 

 

 

4.                영화 <<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 1957 >> 에 대하여   :  영화 << 헐크 >> 는 발기된 남근 캐릭터'이다.    툭툭, 힘줄이 솟고 근육이 팽창하며, 무엇보다도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혈류가 한쪽으로 쏠린 귀두 같다. 반면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 줄어드는 남자 >> 를 영화로 옮긴 <<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 >> 에서 날마다 줄어드는 남자는 헐크와는 정반대인 캐릭터라는 점에서 발기부전'인 남자다. 그는 BIG MAN에서 SMALL BALLS 이 된 남자로 몸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의기소침, 우울증, 신경쇠약에 시달린다. 1950년대 기혼 여성이 가정을 벗어나 직장을 얻기 시작하면서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여권 신장에 따른 남성의 의기소침으로 읽을 수 있다. 50년대 미국의 풍요로움이 좌파의 승리를 이끄는 동력이었다면 90년대 한국의 경제적 몰락(IMF사태)은 고개 숙인 남성을 대량 생산한다. 이 시절, 고개 숙인 남성의 복원을 담은 영화가 바로 << 실미도 >> 다. 이 영화에 대한 20자평을 말하자면 " put your head up !!! " 그들은 죽지 않기(발기부전) 위해 악을 쓴다. 그럴수록 몸은 지옥훈련을 통해 더욱 단단해진다. 실미도 대원이 내지르는 절규가 인상 깊다. " 우린 죽지 않아 !!! " 죽지 않는다는 다짐, 목숨인가 아니면 남근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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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8-30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미도가 발기부전의 발악하는 남성이미지..신선한 해석이네요..^^. 고종 나이 60에 낳은 막내딸.....에휴..딸애의 뒷일이야 어떻게 살 건지 알바 없다는 노욕이 섬찍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1:37   좋아요 0 | URL
왜 누구냐.. 얼굴 긴 배우가 이렇게 소리치잖습니까.

우린 죽지 않아 !!!!!!!!!!!!!!!!!!!!!!!!!!!!!!!!!


난 이 대사를 내 남근 세울 수 있어 !!!!!!!!!!!!!!!!!!!!!!!!!

이렇게 들리더군요..
실미도는 IMF로 인해 고개 숙인 남성이 대거 영화관으로 쏟아져나온 거라 봅니다..
가진 거라고는 몸밖에 없는 우리 할 수 있다... 이런 거..

clavis 2016-08-3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곰발님 글이 너무 재밌어요(짱 쩔어요ㅋ) 시사In으로 곰발님을 보냅시다 보냅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1:57   좋아요 1 | URL
제 힘으로 한번 시사인 뚫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기 연재루다가..

yamoo 2016-09-01 11:30   좋아요 0 | URL
저도 찬성입니다요!ㅎ

clavis 2016-08-3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백개
플러스 유효기간 없이 방부제 팍팍 쳐서 그대의 건필을 비는 화살기도 보냅니다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2:23   좋아요 0 | URL
화살 기도라 하시니 느닷없이 화살로 암살 기도하는 풍경이 떠오르네요.. ㅎㅎ

마립간 2016-08-3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플라톤-노자, 아리스토텔레스-장자, 디오게네스-양주`를 언급하면서 물극필반의 함께 언급하게 됩니다.

만약 `극좌- 온좌-온우-극우-(다시) 극좌`로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되었다면 양극단을 비판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론적으로) 양극단 역시 임의적이죠. 제 의견은 여기에 경험주의를 양념처럼 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2:22   좋아요 0 | URL
호오, 아주 흥미로운 분석이신데요. 마립간 님 언제 한번 페이퍼에
`극좌- 온좌-온우-극우-(다시) 극좌`로 뫼비우스 띠 구조를 한번 설명해 주십시오. 아주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기억의집 2016-08-3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네 영화중에서 하나도 본 게 없네요. 알라딘에서 주는 영화 할인권도 매달 그냥 사라지고. 덕혜옹주는 책조차 역사왜곡이 강한 건가요? 아니면 허진호 감독이 더 왜곡한 건가요? 저는 왜곡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 딸애가 엄마 덕혜옹주가 역사왜곡이 심하대!라고 말해서, 영환데 왜곡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을 드러내고 싶으면 다큐멘타리 기법을 선택했겠지,라고 대답해 줬는데... 이 페이퍼 보니 심각하게 했나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3:54   좋아요 0 | URL
일본이 조선 왕조에게 말하죠. 나라는 줘라. 대신 신분은 계속 유지해라.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품위유지비도 매달 넉넉하게 줄께. 오케이 ? 나라 주는 거지 ??! ˝ 넵 !!!! ˝ 이거 구한말 조선 왕조입니다.
철저하게 일본화되었던 구한말 왕조입니다. 넉넉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독립운동을 했다 ??! 감독은 이 사실을 몰랐을까요. 적어도 대자본이 들어가는 영화라면 기초 조사는 했을 텐데 말이죠..


원작 소설은 안 읽어봐서 모르겠군요. 뭐 도긴개긴이겠죠..

stella.K 2016-08-30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덕혜옹주를 허진호가 만든 줄 몰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엄청 욕을 먹는가 본데.
영화는 잘 만들었는데 역사 의식이 잘못됐다고...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몇년 전에 `비둘기 집`인가? 그 노래 불렀던 이석인가 하는 사람
이씨 왕조 후손이잖아요.
왕조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하던데 좀 깨더군요.
우리나라가 무슨 부자나라도 아니고 이씨 왕조 먹여 살릴 돈이 어디있습니까?
그런 것으로 봐 아직도 왕조를 꿈꾸는 사람이 있긴 있나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4:03   좋아요 0 | URL
박근혜가 대표적이지 않을까요. 왕조를 꿈꾸는...

왕조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면 공화정 버리고
왕정 시스템으로 되돌아가야죠.
신분제 부활하고.... ㅎㅎ..

수다맨 2016-08-3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까지만 호평을 받을 만하고 그 뒤로는 태작만 내놓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서사의 미비나 기법의 소홀은 그럭저럭 감안해 주더라도, 이른바 `왕정 찬양`이라는 독극물을 영화에 뿌리는 것은 솔직히 보기가 안 좋네요. ˝덕혜옹주˝를 보지는 않았지만 그 영화에 대한 소개글과 리뷰를 읽고 나니 솔직히 한숨만 나왔습니다.
실제로 대한제국 황실은 자주와 독립과는 거리가 멀었던, 매국에 일조해 기득권의 혜택을 누리기에 급급한 집단이었지요. 일제 강점기에 대다수 황실 후손들(영친왕, 덕혜옹주 등등)은 일본한테 지원금/은사금 받아먹어가며 장군 자리 차지하고, 귀부인이 되어서 호의호식했죠. 이런 부류들을 미화하는 것은 솔직히 무식의 극치라고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5:27   좋아요 0 | URL
동의. 저도 8월은 좋았고, 봄날은 그럭저럭 볼 만했으며 나머지는 평작이다가... 최근작들은 망작.
명성왕후를 국모라고 숭앙하는 것 자체가 역겹습니다.
그냥 권력 싸움에서 어떻게 해서든 헤게모니를 잡으려고 발악하는 정치적 술수일 뿐
과연 그들에게 애국심 따위가 있었을까요 ? 의문..

날 선선하니 한 잔 하셔야죠.. 조만간 자리를 만들어봅시다..

yamoo 2016-09-0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도 본 영화가 없네요. 아마 볼 예정도 없을 거 같습니다.
다만, 곰발 님의 해석은 정말 신선하네요...ㅎㅎ

곰발 님의 글은 영화 리뷰와 일명 `까는 글`이 아주 찰집니다. 항상 고맙게 잘 읽고 있습니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1:48   좋아요 0 | URL
엉터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세상을 범성론적 시각으로 바라보다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좆같다고 해야 하나요. 천박한 말이 아니라 범성론으로 보게 되면 세계가 혹은 인간이 좆같아집니다..
그게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도 주욱 인간을 좆같은, 세계를 좆같은 시선으로 볼랍니다.
 

 

 

 

 

 

 

 

 

 

 

 

 

 

 

 


 

 

                                                       

 

흡 혈   식 물 이   되 고   싶 은   여 자   :


 

 

 

 

 


 

채식주의자와 내 여자의 열매


   


 

                                                                                                    생각 없이 책장을 훑다가 낯선 제목이 눈에 띤다. 내 여자의 열매 ?!  내 남자의 열애'가 아니고 ?   이 책을 구매한 기억이 없는데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보면 책을 잔뜩 사서 구석에 쌓아두고는 이내 잊었던 모양이다.

 

나에게 신간 혹은 새 책은 아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사 놓고는 2,3년 후에나 읽으니 말이다. 그것은 마치 갓 잡은 생태를 비싸게 사서 냉동실에 넣어 두고는 몇 달 후에 꺼내 값 싼 동태로 소비하는 방식을 닮았다. 죽은 척하는 생태를 얼어죽을 동태로 소비하는 방식이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어쩌랴, 그게 내 한계인 것을.  사는 속도에 비해 읽는 소비가 현저하게 더디다 보니 발생하게 되는 저장 방식이다. 그래도 아예 읽지 않고 방치하여 결국에는 굶어죽는 북어의 운명보다는 낫지 않은가.  문득 한강의 << 채식주의자 >> 를 언급한 신문 기사에서 채식주의자가 단편 << 내 여자의 열매 >> 에서 서사를 확장한 것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 채식주의자 >> 를 읽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 채식주의자 > 란 영화를 본 적이 있고 팟캐스트 방송에서 여러 번 << 채식주의자 >> 를 다루었기에 줄거리는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흥미롭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여태 읽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만족하련다.  남성성을 육식성(폭력성)으로, 여성성을 식물성(비폭력성)으로 분류하는 이분법적 도식이 식상했을 뿐만 아니라 형부가 처제의 몸에 꽃을 그린다는 설정도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이 들었다.    꽃이 되고 싶은 여자와 꽃을 그리고 싶은 남자라......  이 얼마나 유치원한 수작인가. 

또한 딸이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사위가 보는 앞에서 딸을 때리는 아버지에 대한 묘사는 그로테스크하기보다는 짜증을 유발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꿈 장면이다. 시나리오 작법 중에 꿈 장면은 가급적이면 쓰지 말라는 경고가 있다. 실력이 모자란 사람은 이야기가 막힌다 싶으면 꿈 장면을 삽입하는 버릇이 있다고 하던데,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습작으로 썼던 시나리오를 보면 꿈 장면이 많았다. 꿈이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롭고 장면 전환에 유리하기에 " 인써트 " 효과로 자주 사용했던 것이다. << 채식주의자 >> 에서도 아버지가 개를 오토바이에 매달고 달리는 꿈 장면이 묘사되는데 그 장면을 꿈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단편 << 내 여자의 열매 >> 가 << 채식주의자 >> 의 원형이라는 데 호기심이 생겨서 읽어 보았다. 내용은 서로 도긴개긴이다. 남편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똑같다. << 내 여자의 열매 >> 에서 아내는 몸에 푸른 멍이 들기 시작하면서 이상 증세를 보인다. 말수가 줄어들면서 음식 섭취를 거부하고 급기야는 알몸으로 베란다에 나가 하루 종일 광합성(해바라기)을 한다는 내용이다.  나머지는 아내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어 판타지로 처리하는데,   결국 아내는 나무처럼 화분에 심어지고 그 나무에서 열매를 맺는다는 이야기.    나는 두 단편 모두 서사와 서술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은 결국 << 내 여자의 열매 >> 를 확장한 << 채식주의자 >> 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이가 없다는 것은 서사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이니까.  반면에 재미있는 사실도 발견했다. 두 단편은 묘하게도 흡혈귀 - 서사'와 닮은 구석이 있다. 흡혈귀와 채식주의자는 정반대의 거울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동일한 상(象)이다. 그것은 뫼비우스의 띠이며 동전의 양면이다. 흡혈귀에게 물린 사람은 식물성을 멀리하고 동물성(피)만 찾게 된다. 반면에 한강의 << 채식주의자 >> 에서 채식주의자인 아내는 동물성(고기) 음식을 보면 구토를 일으킨다. 그들은 모두 특정 음식을 기피하다가 결국에는 거식증의 단계에 들어선다.

 

극우와 극좌는 결국 하나의 얼굴로 조우하듯이 결국 두 부류는 전혀 다른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일한 이미지인 것이다. 뱀파이어가 붉은 피를 원한다면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푸른 피를 원한다. 색이 다를 뿐이다. 그녀가 알몸으로 베란다에 나가 해바라기를 하는 행동은 광합성을 통해서 자신의 붉은 피를 푸른 피로 교체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즉, 광합성이란 푸른 피를 흡혈하는 과정이다. 단편 << 내 여자의 열매 >> 에서 아내는 붉은 피 대신 푸른 피를 갈망(갈증)하는데 " 낭종처럼 뭉쳐 있는 나쁜 피를 갈아내고 싶다(224쪽, 내 여자의열매) " 고 고백한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아내의 몸 전체가 점점 거대한 푸른 멍으로 퍼져간다는 설정은 그녀의 몸에 붉은 피에서 푸른 피로 교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욕망은 자주 언급된다. " 이 지긋지긋한 피를 갈지 못했을까요(237쪽) " 그러니까, 아내는 식물이긴 하나 흡혈 식물인 셈이다. 바로 그 지점이 << 채식주의자 >> 와 << 내 여자의 열매 >> 가 완벽하게 실패하는 지점이다. 두 단편에 등장하는 아내들이 열망하는 것은 식물성이지만 공교롭게도 그 이미지는 흡혈 식물'이다. 한강은 여성의 순수한 식물적 욕망을 그리고 싶었으나 실패했다. 채식을 선언한 뱀파이어 이미지는 어색한 조합이 아닐까 ? 책을 펼친 김에 첫 번째 단편인 << 어느 날 그는 >> 도 읽었다.  범죄자처럼 생긴 남자 1)와 보통의 여자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동거를 한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설마......         살다 보니 권태가 찾아오고 여자는 바람을 피우고, 눈이 뒤집힌 남자가 여자를 죽이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 너무 뻔하잖아. "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소설은 권태를 느낀 나머지 여자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그 광경을 목격한 남자는 여자를 칼로 찌르는 것으로 끝난다.  이토록 뻔한 진행 앞에서 한숨이 나왔다. 더 이상 읽을 의욕이 생기지 않아 책을 덮었다 ■


 

 

                                                                                   
1)               소설은 시작하자마자 남자의 불길한 외모를 강조한다. " 넌 눈이 무섭게 생겼어 " 라거나 " 태식이 그 자식, 아무래도 무서운 놈이야. 언젠가 큰 사고를 저지를 거야.   그 눈깔 봤어 ?   못 봤으면 좀 자세히 봐. "  라거나. 언젠가 큰 사고를 칠 거란 말은 소설 속 현실이 된다. 이것은 독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유령은 브루스 윌리스야, 바보야 !  라고 극장 로비에서 스포일러를 흘리고 다니는 수작처럼.   잡히면 죽는다잉 ~       설령,  이 단편이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강조하기 위한 이야기라면 더욱 부실한 구조'이다.  이래저래 형편없는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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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6-08-2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론가들의 유식하고 뻔한 글보다도, 곰곰발님 리뷰를 읽고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흡혈귀의 미러링이 나무가 되고 싶은 여자`라는 대목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무릎을 쳤네요. 한강의 소설에서 나오는 육식성과 식물성의 모습은 일견 대립하고 길항하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전의 양면이자 짝패에 지나지 않아 보입니다. 제가 한강의 소설을 읽고서 갑갑했던 부분을 문장 하나로 요약해 주셨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1:33   좋아요 0 | URL
저는 채식주의자에서 보여주는 상징, 식물성이 그닥 시원하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식물성과 동물성이 뒤섞였거든요. 광합성은 결국 푸른 피에 대한 욕망이고 흡혈은 붉은 피에 대한 욕망 아닙니까. 결국은 피를 바꾸고 싶다는 욕망인데(뱀파이어는 죽은 피를 살아 있는 피로 바꾸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족속) 이거 뭐 서로 다이다이아닙니까..

엄격하게 말하자면 그녀가 되고 싶은 것은 식물이 아니라 육식성 흡혈식물입니다.

cyrus 2016-08-29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채식주의자》 여주인공의 꿈 장면에서 프랜시스 베이컨의 고기 그림이 생각났습니다. 곰발님의 식물 비유를 빌리자면 `식육 식물`로 봐도 되겠어요. 끝내 육식의 본능을 거부하면서 파괴하는 존재.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3:47   좋아요 0 | URL
식육 식물`` ㅎㅎㅎㅎ 그런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아내 자체도 식육적 인물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stella.K 2016-08-2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은 아버지만큼 글을 잘 못 쓰나 봅니다.
저는 채식주의자를 영화로 보다 말았죠.
그로테스크하기도 하지만 개연성도 없고 너무 작위적이라...
그런데 그놈의 상이 뭐라고 상만 아니었으면 저도 그책 결코 안 샀을텐데
영화는 영화고 문체는 어떨까 싶어서 샀는데 오늘 곰발님 글 읽으니까
이거 그냥 중고샵에 넘길까봐요.ㅠ
영화중에 무슨 파란 피도 나왔던 거 같은데...
암튼 그 영화 보면서 그로테스크는 아무 때나 쓰나 진짜 작위덩어리였죠.

아, 그러고 보니까 저도 젊을 때 한 때 그로테스크 쓰긴 썼다.
단편 시나리오에. 그때 김홍준 감독한테 칭찬 들었는데.
아, 뭐야..자랑이야 뭐야...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3:45   좋아요 0 | URL
그로테스크가 적절할 때 사용되어야지
막 쓰면 진짜 진상입니다..


아무나 김기덕이 되는 것은 아니죠..


채식주의자, 영화 보셨군요..
정말 욕나오는 영화였죠. 원작이 후졌다기보다는
연출을 정말 형편없이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언제 기회되면 슽렐라 님 시나리오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stella.K 2016-08-29 14:17   좋아요 0 | URL
곰발님 김홍준 감독 싫어하지 않으세요?
그분이 칭찬한 거라니깐요.ㅋㅋㅋㅋㅋ

김홍준 감독은 일반적이진 않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이나 좋아하고.
그런데 그분 강의는 정말 탁월했어요. 예술이었죠.
강의 끝에 유럽 단편 영화도 보여줬는데 진짜 좋았죠.
더 좋았던 건 그분이 장외 강의는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는 것.
그게 벌써 언제적 일인데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4:23   좋아요 0 | URL
제가 김홍준 감독을 왜 싫어합니까.
그의 장미빛인생을 좋아하는 1인입니다.
왜 영화 안 만드시나 모르겠습니다.
장미빛인생 참.. 좋았는데.

영화도 잘만들고 글도 잘 쓰는 사람은
아마도 박찬욱과 더불어
김홍준 감독이 아닐까 싶네요..
김홍준의 왜 우리가 알아야 할 90가지.. 이 책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곤 했죠..

stella.K 2016-08-29 15:30   좋아요 0 | URL
헉, 그러시구나. 실수...ㅠㅠㅠㅠㅠ
저는 그 장미빛 인생인가? 보다 말았거든요.
넘 어렵고, 지루하고. 뭐 지금 다시 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제가 그분을 뵀을 때가 스크린 쿼터 때문에 영화인들 머리 삭발하고
그때 감독님도 쥐잡아 먹은 머릴 해 가지고 들어오셨는데
무슨 부두 노동자 뭐 그런 이미지가 있었어요.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고 했건만.
아마 장외 강의를 하신 것도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강의를 할 수 없으니까 그랬던 것 같은데
근데 진짜 첫 시간부터 카리스마가 대단했죠.
나중에 제가 다니는 교회 엘리베이터에서 딱 마주쳤는데
머리 기르니까 완전 딴사람이더군요. 진짜 멋있었어요.
당시 따님이 초등부 주일학교 다녔는데 데릴러 가는 거라고.
예술하는 사람 교회 다니기 어려운데 그분은 나름 신실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한예종 강의하시나 모르겠어요.
사인이라도 받아둘 걸 그랬어요.ㅋㅋ

아, 그분 강의안 너무 좋아서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찾아보면 어디 있을 걸요?ㅋ

근데 우리가 알아야 할 90가지 그책 아직 가지고 있나요?
그러고 보니 그책 말씀도 했던 것 같은데
알라딘에서는 아예 검색이 안 되고 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6:20   좋아요 0 | URL
오호, 그런 인연이 있으셨군요.

책 제목은 정확하지가 않는데
김홍준 감독이 가명으로 영화책을 하나 써낸 적이 있습니다.
갑자기 제목이 생각이 안 나네요. 꽤 잘 팔린 책이었는데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7:04   좋아요 1 | URL
찾았습니다. 구회영이라는 필명으로 << 영화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 이라는 책을 내셨죠.
표지 보시면 아, 하실 겁니다..

2016-08-29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30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나기 2016-08-3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을 받았다해서
읽어봤던 작품입니다.
여러가지 리뷰를 봤지만 이 작품이
그렇게 상을 받을 정도가 되나하는
의심은 있었습니다. (내가 문학에 이해가
얕다는 자조로....ㅎ)
다른 어떤 리뷰보다 신선한 리뷰입니다.
내 여자의 열매도 한번 읽어봐야 되겠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1:24   좋아요 0 | URL
감사하비다. 저도 문학에 대한 식견이 부족해서
채식 읽기에 실패했지만, 저는 이 소설이 과연
칭찬을 받을 만큼 두루두루 미덕을 갖춘 작품인가는 아니라는 생각ㅇㄹ 합니다..
이웃분 중에 번역을 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 말씀에 의하면 이번 맨버커상 받은 번역책은 거의 재앙 수준이라고 합니다.
번역이 아니라 아예 번안을 했다고..

yamoo 2016-09-01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이런 비판적 리뷰를 많이 보고 싶은데, 써주는 분이 극소수라 참으로 심심합니다. 이런 글이 많아야 알라딘 서재가 재밌어 지는데 말이죠..

저두 채식주의자 1500원에 사서 읽다가 던져부렀어요~ 골발 님의 리뷰에 공감을 안할 수가 없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1:49   좋아요 0 | URL
청탁받고 쓰는 글이 아니기에 여기에서까지 굳이 이웃 눈치 보며 칭찬만 날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솔까말, 칭찬해서 나쁠 거야 뭐 있겠습니까. 전 체질적으로 마음에도 없는 칭찬 따위는 할 수가 없습니다.
 

 

 

 

 

군사부일체에서 빠진 것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페미니즘 논란에 대해 서로 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을 보며 이마에 한자 川 를 새기는 모양인데, 나는 이 분열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 갈등은 충분히 건설적이다. 계속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가는 혁명은 왕의 목을 칠 때 시작되며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그것은 이미 역사가 증명한 사실이다. 폭력으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 정권일수록 폭력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유포한다. 저항하는 세력은 곧 폭도'다. 바리케이트 너머 돌팔매하는 운동권에 대한 군부의 미러링은 곤봉으로 머리를 가격하거나 고문을 하는 방식이다. 어느 것이 더 위험한 폭력일까 ? 어쩌면 한국 사회가 메갈리아를 비판하면서 내세우는 " 극악한 폭력성 " 운운은 그동안 폭력으로 여성을 억압한 가부장의 엄살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랫동안 군사부君師父의 서열을 너무나 당연시한 나머지 이 서열에 여성이나 아이와 같은 사회적 약자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애써 외면했다. 만약에 배가 침몰하여 작은 보트로 옮겨야 한다면, 그래서 선별적 선택을 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누가 되어야 할까 ? 군사부 체제는 명확하다. 임금 다음에 스승이며 그 다음은 아비'다. 결국 침몰하는 타이타닉에 남는 사람은 여자와 아이이다. 남성 본위 사회가 만들어 낸 폭력성이다. 서양식 애티튜드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조롱의 대상이 된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동안 여성에게 가해진 잔혹사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을 시간'이다.

 

그런데 이 미러링을 남성은 견디지 못한다. 나는 여혐론자 아니거등요, 나는 잠재적 가해자 아니거등요, 나는 페미니즘은 존중하지만 메갈리아는 싫거등요. 이러한 혀 짧은 말투는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모두에서 쏟아내는 목소리'다.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지지하던 진보 논객마저 < 아니거등요 - 쓰리 콤보 > 를 남발하는 것을 보면 내로남불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독한 에고를 목격하게 된다. 그는 주류가 사회적 약자를 비난하면 사회적 약자 편에 서지만, 막상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남근을 비아냥거리면 참지 못하는 것이다. 그게 진보의 꼬라지'다,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을 정당화하기 위해 선택한 진보적 애티튜드일 뿐이다.

 

진보 논객으로 이름을 날렸던 박●●과 한●●을 보면 답이 보인다. 이제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젊은 여성을 바라보지 말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이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한마디하는 것만큼 꼴불견도 없다. 서로 남남일 뿐이고 남남으로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태도'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는 직장일수록 분위기가       족 같은 경우는 수없이 목격했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왜 한국인은 타인을 유사 가족 관계로 끌어들인 후 골프 치면서 여성 캐디에게 딸 같다며 젖꼭지를 만지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토록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을 화를 내는 것일까 ? 잠재적 가해자라는 말은 가해자라는 말이 아니라 가해자일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에 대한 각성이지 않은가 ?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독일인들은 왜 지금까지도 홀로코스트를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일까 ?  거의 대부분이 홀로코스트 이후에 태어난 그들이 말이다. 꼴도 보기 싫은 페미니즘을 멸종시키는 방법은 단 하나'다. 성차의 완전한 평등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페미니즘은 사라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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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8-28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페미니즘 소설을 읽으면서 남자는 있는 것 보단 없는 게 낫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해 보게되요.
그리고 여자가 만드는 이상사회 가능할 것만 같더군요.
무엇보다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켜 놓고 희생자는 어린이와 여성과 노인들이잖아요. 특히 여자들.
이 역사를 지금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더군요.
몇분에 5백명씩 밀려든다는 유럽의 난민들 그들 중 여자와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게될까
상상할 수가 없어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09:57   좋아요 0 | URL
군사부녀동일체`라고 하던지
어떻게 쏙 남자들만 뽑아놓고는 자화자찬을 하는지..
씁쓸합니다..

hellas 2016-08-28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거등요 대열에 참가한 남성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눈가리고 귀막고 아냐아냐하는건 성숙한 인간이 보일 태도는 아닐테니까요. 미성숙함을 드러내는것이 그동안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인정하는 것보다 낫다는 걸까.... 생각하게 됩니다....만. 버릴건 버리고 가야한다는 말에 무게를 싣고 있는 요즘입니다. -.,-

2016-08-29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6-08-28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오!브라보!!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09:56   좋아요 0 | URL
갑자기 존 포드 영화를 보고 싶네요. 리오브라보`라는 영화가.. 아마 포드 영화죠 ? 아니구나... 하워드 혹스랍니다.ㅎㅎ

clavis 2016-08-2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부산에 있을 때,요트경기장 안에 시네마 테크가 있었어요 바다가 보이는 그 곳에 들어서면 커피향이 훅~거기서 하워드 혹스를 처음 들었던..오늘 바람이 꼭 부산에 바닷 바람 같아요^^어쨋든..페미니즘이라는 말이 사라질 그 때까지,라는 말에는 브라보,브라비,브라바를 영원히 외쳐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0:09   좋아요 0 | URL
그럼요. 이젠 페미니즘으로 서로 싸우지 않도록 평등 사회 되면 가능하니..
페미니즘 꼴보기 싫다면 성차 해결에 서로 압장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스 할베.. 흙흙... 좋죠.

clavis 2016-08-2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트뤼포나 오즈가 무지 땡기는데 촌구석이라.. 관객 수 7천이 들었다는,그래서 재미없으면 니 탓이라는 ****영화를 보러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0:21   좋아요 1 | URL
무슨 영화입니까 ?



가을에... 오즈 좋죠. 봄 가을 하면 오즈입니다.. 아, 오즈 영화 보고 싶네...갑자기 꽁치의 맛이란 영화가 보고 싶네요...

clavis 2016-08-29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흙흙,오늘같은 날엔 안국동 아트선재에서 프랑소와 오종같은 걸 혼자 봐야하는데 떼지어 플로랜스 보고왔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0:21   좋아요 0 | URL
혹시 시네큐브에서 보셨나요 ? 아니다. 플로랜스면 일반 시지비 극장에서 걸렸겠구나...


그나저나 아직도 아트선재가 있나요... 문 닫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정독 도서관 아래 있는 극장 말씀하시는 거죠 ?

clavis 2016-08-30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흙.제가 하산한지 오래라..전 코아아트홀을 사랑했던ㅠ아 맞네요 그 집 낙원으로 이사간지 아주오래..광화문하고 여긴 넘 멀어용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1:25   좋아요 1 | URL
크아. 코아 ~ 한때 예술상영관의 대명사였는데...
어찌나 스크린이 작던지.. 하튼 이 영화관에서 영화 보면 절반은 못보죠. 앞사람 머리 때문에..

clavis 2016-08-30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그래도 제게는 짱 소중한 추억의 그장소..폴락,그녀에게,말도 못할 시간들이 방울방울..그땐 그게 좋아서 영화표와 포스터를 아주 진지하게도 스크랩북에 모아두었댔지용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1:59   좋아요 0 | URL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지금 그곳에는 뭐가 있을 까요. 종로 지나갈 때 설핏 보긴 본 것 같은데....
참. 서울아트시네마도 옮겼더군요. 서울 극장 한쪽에 전세 내서 그쪽으로 옮겼다더군요.
전 서울아트시네마 자주 갔었습니다. 항상 시간표 꿰뚫고 다녔는데..
이젠 열정이 식어서 동네 극장 아니면 안 가게 되더군요..

clavis 2016-08-3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에 영화의 전당을 꿰뚫고 올 작정입니다.그런데 너무 싫지 않나요 거대한 례술영화관이라니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2:21   좋아요 0 | URL
진상이죠. 진상.... 예술영화관이 너무 삐까뻔쩍하면.. 전 이상하게 반감이 들더라고요.
뭔가 좀 지린내도 나고, 어두컴컴하고.. 들락나락거리는 관객도 좀 머리도안 감고 맹한 사람들이 모이는 풍경이 예술영화관답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영화의 맨살 - 하스미 시게히코 영화 비평선 시네마 4
하스미 시게히코 지음, 박창학 옮김 / 이모션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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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비를 섭외하게나 :
 


 

 

 

 

 


 

왜 슈퍼맨은 항상 새옷일까 ?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4,50년대 헐리우드 영화'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미국 영화'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 작가와 고다르는 스튜디오를 거부하고 거리로 나와 맨살의 영화를 생산했지만, 나는 스튜디오 시스템 아래 만들어진 엄격함을 좋아한다.

카메라 동선은 검약을 미덕으로 하고, 빛은 정확한 계산 아래 다양한 각도로 투사되며 조율된다. 현대인은 현대 영화에 비해 4,50년대 영화가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반대'이다. 4,50년대 만들어진 미국 고전 영화는 공룡과 아바타를 컴퓨터로 그려내는 영화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카메라는 동선의 우아함 따위는 개나 준 지 오래이다.  무조건 스피드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제구력 형편없는 투수가 무조건 스피드로 승부를 보려는 것처럼 말이다. 편집도 마찬가지'다. 호흡이 너무 짧다. 현대 영화는 마치 ADHD 환자 같다.

처음에는 지독한 만연체 때문에 학을 떼다가 점점 빨려들 게 되는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도 같은 말을 한다. 그는 현대 영화 감독이 " 눈을 찍는 방법 " 을 모른다고 지적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어서 무릎 탁, 치고 아, 하게 된다. 아, 하고 나서 무릎 탁, 치면 어색하니 말이다. 비나 눈이 오는 장면은 로케이션 촬영으로 찍어야 한다는 믿음은 멍청한 생각이다. 설령, 실제로 눈이 내리는 장면을 야외 로케이션으로 찍었다고 해서 최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눈이 내리는 장면에서 주인공은 눈(雪)이다. 만약에 눈을 선명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그 촬영은 실패한 촬영이다.

눈 하면 생각나는 영화 << 러브레터 >> 는 공교롭게도 눈 내리는 장면을 형편없이 찍은 영화에 속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눈은 많이 내릴 뿐, 세세한 눈의 묘사에는 실패한다. 그저 무더기로 내릴 뿐이다. 비빔밥의 생명은 낱낱이 독립적인 밥알이듯이 눈 내리는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뭉쳐진, 떡진, 무더기로 내리는 눈이 아니라 눈송이 하나하나가 생생한 눈이다. 그런 점에서 << 러브레터 >> 의 설경은 실패한 촬영이다. 눈도 제각각 다른 결정체를 가지고 있듯이 성격도 가지가지'다. 훌륭한 감독은 영화 줄거리에 맞는 캐릭터(雪)를 원한다. " 어이, 조감독 ! 이 장면에 필요한 눈은 말이야.

부드럽지만 강단이 있고, 약간 성격이 급한 녀석으로 섭외를 하시게. 지나치게 얼굴이 허연 놈은 사절이야. 약간 잿빛이 도는 놈으로 섭외하라고. 탄광 출신으로 구하라고. 데려올 때 녹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 그렇다, 눈도 제각각 성격이 있는 것이다. 하스미 시게히코의 전언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특기부라는 부서가 있어서 비나 눈을 찍게 되면 이 사람들이 달려와서 그 작품에 어울리는 비나 눈을 내리게 했다고 한다. 스튜디오 시스템이기에 가능했다. 스튜디오 시스템을 정작한 영화사가 1년에 만들어내는 작품이 많기에 철저한 분업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비나 눈만 만들어내는 기술자가 존재했던 것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한다는데 비와 눈을 만든 지 어언 40년이면 도통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돌아가던 고전 영화에서 눈이나 비가 내리는 장면을 자세히 보면 광장히 아름답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무더기가 아니라 송이 송이 눈꽃송이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재현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튜디오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이러한 기술자들도 모두 사라졌다. 장인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눈이 오면 실제 눈이 내리는 장면으로 만족한다. 그런 눈은 아름답지 않다. << 러브 레터 >> 에 등장하는 설경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죽이 된 비빔밥을 보며 맛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리처드 브룩스 감독이 연출하고 콘래드 홀 촬영감독이 촬영한 << 인 콜드 블러드, 1967 >> 는 지금까지 내가 본 < 비 > 가운데 가장 입체적이고 선명한 비'다. 사형 선고를 받은 사형수가 비오는 창밖을 보며 지난 일을 후회하는 장면에서 보여지는 비는 탁월한 연기자'였다. 이 장면에서 비는 개성이 있다.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도 않는다. 빨리 떨어지는 빗방울이 있으면 유리에 붙어서 느리게 떨어지는 비도 있고, 액션에 반응하여 사선으로 튀는 리액션도 보여준다. 그뿐이 아니다. 사형수의 얼굴에 반사된 비는 필름이 열기에 녹는 것 같은 느낌도 전해준다. 이토록 입체적인 비를 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도 사형수의 얼굴에 반사된 비는 이제 곧 죽어야 하는 사형수의 마음을 형상화한다. 기가 막힌 장면이다. 또 한 가지 불만은 실내 장면이다. 모든 가전과 가구가 새것으로 번쩍거리는 모델하우스를 보는 듯하다. 세월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실내 공간은 실패한 공간이다. 훌륭한 미술 감독이 실내 공간을 만들 때 가장 신경을 쓰는 곳은 손잡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손때가 많이 묻은 곳이 손잡이니 손잡이를 보면 그 집의 세월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스튜디오에 소속되었던 기술 팀이라면 손잡이에 세월을 창조했을 것이다. 나는 종종 미국 슈퍼영웅들의 슈트가 지나치게 깨끗하다는 점에서 절망하게 된다.

언제나 새옷이다. 김치 국물 자국도 있고, 케첩 묻은 흔적도 있고, 다른 단추와는 달리 색깔이 다른 실로 꿰맨 단추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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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사기 전에 시공사에서 미리 꾸민 공간을 전시하는 것을 뭐라 하더라.. 생각이 안 나네..

2016-08-27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7:32   좋아요 0 | URL
아하.. ㅎㅎㅎ. 그렇군요. 올 여름 폭서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라고 문안 인사 올렸습니다. ㅎㅎ 제가 검토를 안 하고 일단 글을 올리고 보는 스타일이어서.... 얼른 고쳐야게 ㅆ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7: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네요..
저도 하루아침에 바뀐 날씨 보고 뭔가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이래도 되는 거니 ? 응 ??! 참.. 절기라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젠 감기 조심해야 할 계절이 온 건가요 ? ㅎㅎ 반가운 계절이네요.
어젠 정말 걷는 기분이 좋더군요. 일부러 많이 걸었습니ㅏ다.

지금행복하자 2016-08-2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경을 가장 자연스럽게 그리려면 여러 장치가 있어야한다고 했던 지인이 생각나네요~ 그림 그리시는 분인데.. 맨눈에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그대로 그리면 절대 자연스럽지 않는 거라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7:20   좋아요 0 | URL
바람이 예술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타르코프스키의 << 거울 >> 이라는 작품인데 여기서는 촬영 중에 우연히 돌개바람이 불어옵니다. 촬영 계획에 전혀 없던 바람이라네요.. ㅎㅎ

눈 오는 장면을 로케로 찍으면 떡진 장면이 됩니다. 그래서 눈 오는 장면은 오히려 장치를 사용할 수 있고 통제가 가능한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게 더 선명하고 좋죠.. 로케가 자연 풍경의 최고다, 라는 건 잘못된 것이라 생각됩니다..ㅎㅎ 영화 보면 좋은 바람을 연출하는 감독도 별로 없어요. 왜 바람은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흐르지는 않잖아요. 영화 보면 선풍기 바람 틀어놓고 바람이라고 우기면 할 말이 없습니다..

yamoo 2016-08-2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영화는 시간이 거꾸로 가는 거 같습니다. 저도 클래식한 영화들이 요즘 영화보다 훨씬 좋더군요~
인 콜드 블러드는 못본 영화인데, 꼭 찾아 보고 싶네요.
타르코프스키의 거울은 본 영화인지 가물가물합니다..

어쨌거나, 곰발 님의 영화 얘기는 언제나 내공이 느껴집니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7:37   좋아요 0 | URL
제가 소요한 영화서적만 300권이니... 돈으로 따지자면 얼마냐.. 그러니까.. 15000원만 잡아 도
450만 원 투자했네요.. 쓰벌... 그러니까 영화 관련 글은 450만 원을 투자한 결과라고나 할까요. 막 우기고 봅니다.. 후후..

위에도 언급했지만 현대 영화가 바람을 연출할 때 화딱지가 납니다. 바람은 한방ㅇ 향으로만 흐르지는 않지요. 시시때대 방향을 틀잖아요. 변덕 심한 사람처럼... 그런데 영화 속 바람은 항상 일정하죠. 대형 선풍기 틀어놓고.... 짜증나죠..

아, 정말 좋은 바람 연출 있습니다. < 사탄 탱고 > 인데 이 영화가 거의 8시간이 넘는 영화라...

아니면 토리노의말 추천합니다. 바람 연출이 탁월한 예였습니다. 약간 떡지기는 했씁니다만.. 나름 만족스러운 바람 연출..

samadhi(眞我) 2016-08-2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구 안 되는 강속구 투수들 보면 속 터지죠. 차라리 구속이 안 나오면 기대도 안 할 텐데 150을 가볍게 찍으면서 공이 하늘로 가거나 땅바닥에 꽂히면 욕이 터져 나오지요.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그렇군요. 영화에서 날 것으로 살아있는 눈이랑 비를 자세히 치어다보아야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7:38   좋아요 0 | URL
한화였던가요. 지난 번에 볼넷을 13개 남발하는 거 보고..
야, 이게 사회인 야구도 아니고...
맞더라도 볼넷은 주지 말아야 하는데... 일단 볼넷..
이게 무슨 프로양구입니까. 사회인 야구죠. 13 볼넷을 남발하는 프로야구라니..

samadhi(眞我) 2016-08-27 18:24   좋아요 0 | URL
볼넷 정말 싫어요. 차라리 거하게(?) 안타를 맞는게 낫지. 볼넷 주는 투수 되게 무기력해보여요.

stella.K 2016-08-27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군요.
영화 장면 다시 봐도 압권이예요.
어떻게 얼굴에 비가 떨어지는 게 반사될 수 있을까요?

진짜 드라마도 그렇고 모델하우스풍은 정말 인간미가 없어요.
어떻게 여기서 사람이 잠을 자고 밥을 먹을 수 있는지.
그럴 수 있다고 우기는 연출가들이 있다는 게 짜증나죠.
보는 사람이 좀 공감하며 믿게 해 줘야할 텐데...
그래도 여배우들 화장 곱게하고 잠옷 갈아있고 불 끄고 자는 씬은 없어져서 다행이죠.ㅋ

원더우먼의 옷도 항상 깨끗했어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9:3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왜 항상 웃이 깨끗하나고요.. ㅎㅎ
전부 새옷임.점 누빈 흔적도 있고 해야 좀 인간적인 것 아닙니까 ?

가끔 드라마 보면 거지가 입은 옷에새옷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는 그냥 다른 채널로.. 돌립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