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이냐 짜장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보봐리 부인은
왜 불륜을 저질렀을까 ?
소비 자본주의 사회를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선택 과잉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는 검정 고무신과 흰 고무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되었지만 소비 사회에서는 수백 종의 신발 中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 폭이 넓으면 그만큼 구매 만족도가 높아질까 ? 그렇지 않다. 사야 하는 상품은 하나인데 진열된 상품은 많으니까. 1/n 이다 보니 숫자 N이 클수록 소비자는 상품을 결정을 하는 데 애를 먹는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가격 대비 가성비도 꼼꼼하게 살펴야 하며 알뜰 구매를 했는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정가 주고 산 신발이 다음날 다른 사이트에서 50% 세일을 한다면 상품이 아무리 마음에 든다고 해도 구매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이 반복되면 자존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렇듯, 소비 행위가 반드시 엔돌핀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쇼핑 중독이 우울을 동반하는 이유이다.
어쩌면 우울한 마음 때문에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 때문에 우울한 마음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비 행위가 유쾌한 경험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자꾸 결정을 미루게 된다. 이러한 심리가 바로 결정(지연)장애'다. 결정을 최대한 미룬다고 해서 가장 탁월한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결정을 지속적으로 미루다 보면 나중에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높아진다. 그렇다면 돈이 많아서 상품을 구매하는 데 아무 제약이 없는 부자는 N의 폭이 넓기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될까 ? 정반대다. 부자일수록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 폭은 좁아진다.
왜냐하면 이건희는 1억짜리 수트를 구매할 뿐이지 199,000원짜리 수트를 살 것인가, 230,000원짜리 수트를 살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최상의 상품만 구매할 뿐이니 말이다. 상품 구매 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사람은 이건희이며 선택 폭이 가장 좁은 소비 형태를 보이는 이도 이건희'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적다. 또한 그에게는 상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되는 금액은 한갓 종이에 불과할 뿐이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결론은 소비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 구매에 따른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부류는 부자도 아니고 거지도 아닌 서민'이다.
역설적이지만 이건희와 거지는 N의 폭이 좁다는 점에서 동일한 소비 패턴을 보인다. 반면, 상품 선택 폭이 가장 넓은 쪽은 서민'이다. 내 가설이 맞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쪽은 알부자나 알거지가 아니라 서민이다. 공교롭게도 알부자와 알거지는 유산계급이고 노동자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이지만 소비 스트레스를 가장 많은 계급이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이며, 시스템이 기득권을 위해 굴러가는 방식인 것이다. 선택 과잉과 잘못된 선택에 따른 우울증은 비단 상품 소비 행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랑도 선택 기회와 결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유물론적 접근이 가능하다.
플로베르의 << 보봐리 부인 >> 이라는 소설에서 보봐르 부인이 불륜을 저지르는 행위는 그녀가 선택한 상품(남편)이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 이탈 행위'이다. 사랑 행위와 소비 행위가 닮은 점이다. 바람둥이 남자가 한 여자에게만 사랑을 줄 수 없는 데에는 N(사귀는 여자)의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N이 클수록 구매 만족도가 낮아진다. 바람둥이는 한 여자만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제우스'는 1/N에서 < N > 의 폭이 넓기에 구매 만족도가 떨어지는 소비자'다.
흔히 연애를 많이 해야 좋은 신랑/신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반대로 많은 연애 경험이 독이 되는 경우도 많다. 지금의 남편/아내를 과거의 애인과 비교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종종 검정 고무신과 흰 고무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옛날이 지금처럼 상품 백화점이 되어버린 시대보다는 행복했던 때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꼰대의 지랄같은 낭만적 회상일 수는 있으나 분명한 것은 선택 과잉 사회는 역설적으로 공허한 마음을 양산한다. 인간은 선택하는 동물이다. 사랑도 선택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