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악.버스로 15분 걸리던 사무실이
합사(3개 사무실이 연합으로 임시 사무실을 한시적으로 차렸음)로 인해
전철타고 버스까지 갈아타고 강남 한복판으로 출근하고 있는 중....
아카데미 결과가 나왔다. 타이타닉을 통해 오스카상을 거머쥐며 "난 왕이다. 껄껄껄" 이란 심히 건방진 소감을 발표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번에도 역시 아바타라는 걸출한 흥행 성공작을 발판으로 "난 여전히 왕이다. 껄껄껄."이런 소감을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몰랐지만 그 소감은 결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인연도 이런 인연이 있나. 그를 내내 무대 아래 좌석에 엉덩이 붙이게 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전 부인인 '캐서린 비글로우(http://blog.aladin.co.kr/mephisto/1015159 )' 였다. 그녀의 영화는 위의 페이퍼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다.(더불어 댓글을 보면 카메론의 화려한 결혼생활도 덤으로 알 수 있다.) 사실 그녀는 카메론의 전처 같은 후광으로 판단하기에 꽤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든 실력이 출중한 감독 중에 하나이다. 더불어 그녀의 영화들이 여성 특유의 감성이 아닌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딱지가 붙은 조금은 과격한 영화들이 진가를 발휘한다. 이번 오스카를 휩쓴 영화인 ‘허트 로커’ 역시 이라크 전쟁 폭발물 처리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조용한 영화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기타 전쟁영화들처럼 스케일이 웅장하고 화끈한 액션이 선보이는가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그렇다면 왜 아카데미 영감탱이들이 그녀에게 무려 6개의 오스카를 선사했을까. 허트로커 분명 전쟁영화의 장르를 표방하고 있으니, 꽤 진중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다. 조금은 과장된 전투액션씬이나 화려한 볼거리 대신 전쟁터, 그것도 한 순간의 살수로 시체도 못 찾을 정도로 갈가리 찢겨나갈지 모를 직종에 몸담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내면 깊숙이 들어갔다 나오는 방법을 취한다. 고로 전쟁영웅이나 람보 같은 인종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경쟁작으로 각축을 벌인 아바타와 비교한다면 흥행성적 또한 초라하다. 아바타가 전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엄청난 흥행에 성공한 것에 비해 이 영화는 흔히 말해 쪽박을 차버렸다. 국내에선 개봉조차 안했다.(장사가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럼 여기서 잠깐. 재미도 별로고 흥행도 성공하지 못한 영화가 왜 아바타를 눌렀을까. 물론 일반인의 시선과 아카데미 영감탱이들의 시선의 차이를 먼저 꼽을 수 있겠으나 허트로커라는 영화가 재미는 없을지라도 꽤 잘 만든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사실 내 기준으로는 꽤 잘 만든 을 넘어서 역대 전쟁영화 중 손에 꼽을 수 있는 위치에 포진시켜 놨다. 그러기에 이번 아카데미의 결과는 개인적으로는 대만족이다. 더불어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앞으로 더 많은 영화를 감독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수상은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싶다. 뱀꼬리1 : 이 기회에 케이블에서 그녀의 과거 작들이 특집으로 편성되길 내심 바라고 있다.
뱀꼬리2 : 그녀의 영화는 인트로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허트로커 역시 시커먼 배경에 하얀 글씨로 씌여진
"The rush of battle is often a potent and lethal addiction, for war is a drug."('전투의 격렬함은 마약과 같아서 종종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 -Chris hedges-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짧은 문구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뱀꼬리3 : 그리고......그녀는 꽤 미녀다.
소장님이 삐지셨단다. 일 때문은 아니고, 주말마다 산행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시며 직원들과 동참을 호소하셨는데, 참석률이 저조하였기 때문이란다. 하긴 주말이라고 직장에서 오는 등산인 들이 우글우글, 사무실 이름 들고 모여들어 우르르 산에 오르는 모습에 부러우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저질체력으로는 국가대표급인 나로서는 경사면을 오른다는 건 양 무릎도가니를 걸고 행해야 하는 모험이기에 차일피일 미루다, 이번만큼은 관악산이 아닌 새로운 코스를 간다 하기에 따라 나서기에 이르렀다. 토요일 아침 백 만년 만에 한강을 건너 독립문으로 향했다. 독립문에 무슨 등산코스가 있나 의아해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서울시가 야침 차게 준비하는 서울성곽 순례길이라는 새로운 코스가 만들어졌나 보다. 설명을 첨가하자면 조선시대 4대문을 경계로 빙글 둘러쳐진 성곽을 보수하여 산책 겸 등산코스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부 구간은 완성되었고 아마도 올해 말쯤 되면 완전하게 복원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잡은 코스는 인왕산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와 창의문(자하문)에서 살짝 숨을 고르고 다시 북악산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를 잡은 것이다. 독립문에서 시작하여 삼청공원 혹은 대학로 쪽으로 빠져 나오니까 서울을 1/4을 걸어서 완주하는 셈이다. 아침 10시에 모여 근처에서 김밥을 몇 줄 사고 생수 몇 통을 챙겨 오르기 시작했다. 뭐 이정도 경사야...하며 출래출래 성곽을 밟으며 가볍게 산책코스를 즐기며 인왕산 입구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리고 인왕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략. 캑캑...우허허헉....우엑우엑...후들후들.... 그래 내가 인왕산이 개방된 후 처음 등산을 하고 벌써 10년도 더 넘었고 난 늙었고, 체력은 저질이 되었고...기타 등등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몸을 가지고 있고...... 다리를 후들거리며 바위산을 오르고 올라 겨우 정상에 도달하니 서울 시내가 훤히 보인다. 전날 비라도 시원하게 쏟아져 내렸다면 아마도 인천까지 보이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겠으나 역시나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백두산 천지처럼 일 년에 겨우 몇 번만 사람들에게 시원한 전경을 비춰주는 것 같다. 뿌연 매연과 스모그로 자욱한 서울. 그 한복판에서 나 역시 숨 쉬고 살고 있다는 사실만 새삼스럽게 떠오를 뿐이다.
뿌연 서울 상공. 그리고 인왕산 정상에서 만난 비둘기 한 마리. 그렇게 인왕산을 내려와 자하문 앞 생뚱맞은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김밥을 까먹고 막걸리를 두 잔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여기서 그만뒀어야 했다. 여기서...하지만 소장님 꼬김에 근사하게 넘어가버렸다.
여기서 그만 뒸어야 했어~~ 여기서 그만 뒸어야 했어~~ 괜히 북악산 탔어~~괜히 북악산 탔어~ ‘메팀장. 인왕산 보다 북악산이 더 쉬운 코스야. 그리고 저긴 정상이 아니라 산 옆구리를 끼고 도는 거야. 그리고 그 뭐냐 등산 마치고 저번에 먹은 북경오리구이나 먹으러 가자.’ 산 옆구리를 타건 쉬운 코스건 간에 난 역시 먹는 것에 약했나 보다. 그놈의 북경오리구이에 홀딱 넘어가 그까이꺼 북악산 하며 자하문을 향하고 있었다. 일단 이 코스는 군데군데 군인 아저씨(수도방위사령부 소속)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입장할 때도 자신의 신분증과 더불어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목줄을 선물 받는다. 코스를 돌며 꼭 착용해야 한다고 한다. 아마도 군사시설이기도 하고 이 산을 넘으면 바로 가카의 서식처와 직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리하여 시작한 등산은 정말이지...정말이지.......
세상만사 오르막길~~~ 내리막길~~~ 오르는 계단만 900개. 경사는 45도 보다 가파르면 가파르지 결코 완만하지 않다. 그래도 경치는 일단 좋다. 왼쪽엔 난간. 오른쪽엔 성곽. 성곽을 넘어보면 그쪽의 서울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당연히 오른쪽은 촬영불가. 왼쪽은 촬영가능. 그렇게 숨에 턱이 차도록 오르고 또 올랐다. 일행보다 20분정도 늦게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캑캑 거리며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이런저런 여러 풍경들이 들어온다.
군인양반들이 키우고 있는지 방목하고 있는 노루(?) 몇 마리가 보이고, 그 옛날 무장공비 (김신조 사건) 넘어오다 총격전의 상흔이 남아있는 흔적, 기기묘묘하게 자리 잡은 바위와 온몸으로 웨이브를 시전하는 소나무까지..비록 오래간만의 산행으로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현상에 시달리긴 했지만 가급적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만든 등산로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서울 중심에 위치한 산 두 개를 오르락내리락하며 파김치가 되어 하산한 위치는 삼청공원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북촌마을. 몰골이 홈리스 몰골이었기에 주말을 맞아 한껏 예쁘게 차려입은 선남선녀 사이에 유난히 눈에 띄는 패션을 자랑하며 그곳도 모자라 인사동까지 관통을 하고 조계사를 거쳐 오리집에 도착했다. 독립문에서 시작해 산 두 개를 끼고 빙글 돌아 종로통으로 나오는 계단으로 따지면 2000개는 족히 넘고 거리로 따지면 서울의 1/4를 넘게 종주를 하고 바삭한 오리껍데기에 소주를 처묵처묵하며 토요일 하루 산행을 마치게 되었다. 고생은 했으나 코스만큼은 제법 괜찮았다. 남산코스는 제법 완만하고 가족끼리 산책으로 적당하도 하니 주니어와 마님을 끌고 남산코스를 한 번 돌아볼까도 생각해본다.
사실 이번 동계 올림픽을 즐겨보지 않았다. 왜 그러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이를 한해 먹을수록 초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와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부정적인 인식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선수들 목에 걸려있는 번쩍번쩍 빛을 발하는 금메달의 그늘을 그간 많이도 목격하고 경험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요즘은 많이 변한 것 같아 보인다. 은메달,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은 패배자의 비굴함보다 축제로써 그 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간간히 목격되곤 했다. 그리고 1등에서 3등까지 인정하는 고질적 사회성 역시 많이 희석되었음을 마주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여전히 이번 동계 올림픽 이후의 모습에서 어둡고 전근대적인 모습을 발견한 사진 몇 장이 내 기분을 잡치게 만들기 시작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연아! 연아! 를 외치는 그 날의 기쁨을.. 그리고 그 안에 비록 등수에 들진 못했지만 한 어린 소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피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소녀의 모습에서 어쩌면 우린 김연아의 과거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충분히 발전가능성과 더불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것인가 또한 기대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긍정적인 인식과 모습은 고국으로 돌아오면서 왠지 모를 서글픔으로 변질되버린 것 같다.
궁금하다. 메달을 따지 못했기에 그러했는가. 아니면 의자 몇 개 더 놔 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수천만 관중이 지켜보는 긴장감과 압박 속에서 부들부들 떨었을지도 모를 소녀의 가냘픈 두 다리는 이 자리에서 만큼은 피로감으로 떨렸을지도 모른다. 맛있게 지어진 밥에 숟가락 얹을 궁리만 하지 말고 겉치레로 보일지 모르더라도 어린 소녀를 위해 조그마한 의자 하나 놔줄 수 있을 배려가 아쉬울 뿐이다.
Invictus(Unconquered) 정복되지 않은 자들 by William Ernest Henley(1849 - 1903)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Black as a pit from pole to pole, I thank whatever Gods may be For my unconquerable soul. 저를 뒤덮고 있는 무지의 어둠으로 인해 온 세상이 지옥의 구덩이처럼 캄캄하지만 제어되지 않은 저의 영혼을 위해 신들께서 그 무엇을 마련해 두실지라도 저는 감사 드립니다. 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I have not winced nor cried aloud Under the bludgeonings of chance My head is bloody but unbowed. 잔인한 환경의 손아귀에 붙잡혀 쥐어 짜이면서도 저는 겁을 먹어 위축되거나 소리내어 울지 않았습니다. 우연의 곤봉에 난타 당해 제 머리가 피투성이가 되어도 저는 결코 머리를 숙이지 않았습니다. Beyond this place of wrath and tears Looms but the horror of the shade And yet the menace of the years Finds and shall find me unafraid. 분노와 눈물로 가득한 이 자리를 넘어서면 오직 어둠의 공포만이 어렴풋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세월의 위협은 지금도 앞으로도 결코 제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발견하지 못할 것입니다. It matters not how straight the gate, How charged with punishements the scroll,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천국의 문이 얼마나 곧게 뻗어있든 저승의 두루마리에 제 몫의 형벌이 얼마나 적혀있든 상관없습니다. 저는 제 운명의 주인인 것입니다. 저는 제 영혼의 지휘관인 것입니다.
이제 내년이면 80이라는 나이로 접어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새로운 영화를 선보인다. 작년 이맘때 체인질링과 그랜 토리노로 다시 한 번 내가 그의 광팬임을 일깨워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위의 시는 영화 속 등장인물이며 실제인물이기도 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권 운동가이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가 평소 즐겨 읊조리던 월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시라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만델라의 단편적인 지식만으로도 그와 너무나 어울리는 시다. 아마 그걸 알기에 감독은 자신의 영화 제목에 적임으로 보고 선정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