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결과가 나왔다.
타이타닉을 통해 오스카상을 거머쥐며 "난 왕이다. 껄껄껄" 이란 심히 건방진 소감을 발표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번에도 역시 아바타라는 걸출한 흥행 성공작을 발판으로 "난 여전히 왕이다. 껄껄껄."이런 소감을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몰랐지만 그 소감은 결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인연도 이런 인연이 있나. 그를 내내 무대 아래 좌석에 엉덩이 붙이게 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전 부인인 '캐서린 비글로우(http://blog.aladin.co.kr/mephisto/1015159 )' 였다.

그녀의 영화는 위의 페이퍼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다.(더불어 댓글을 보면 카메론의 화려한 결혼생활도 덤으로 알 수 있다.)

사실 그녀는 카메론의 전처 같은 후광으로 판단하기에 꽤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든 실력이 출중한 감독 중에 하나이다. 더불어 그녀의 영화들이 여성 특유의 감성이 아닌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딱지가 붙은 조금은 과격한 영화들이 진가를 발휘한다. 이번 오스카를 휩쓴 영화인 ‘허트 로커’ 역시 이라크 전쟁 폭발물 처리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조용한 영화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기타 전쟁영화들처럼 스케일이 웅장하고 화끈한 액션이 선보이는가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그렇다면 왜 아카데미 영감탱이들이 그녀에게 무려 6개의 오스카를 선사했을까.

허트로커 분명 전쟁영화의 장르를 표방하고 있으니, 꽤 진중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다. 조금은 과장된 전투액션씬이나 화려한 볼거리 대신 전쟁터, 그것도 한 순간의 살수로 시체도 못 찾을 정도로 갈가리 찢겨나갈지 모를 직종에 몸담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내면 깊숙이 들어갔다 나오는 방법을 취한다. 고로 전쟁영웅이나 람보 같은 인종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경쟁작으로 각축을 벌인 아바타와 비교한다면 흥행성적 또한 초라하다. 아바타가 전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엄청난 흥행에 성공한 것에 비해 이 영화는 흔히 말해 쪽박을 차버렸다. 국내에선 개봉조차 안했다.(장사가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럼 여기서 잠깐. 재미도 별로고 흥행도 성공하지 못한 영화가 왜 아바타를 눌렀을까. 물론 일반인의 시선과 아카데미 영감탱이들의 시선의 차이를 먼저 꼽을 수 있겠으나 허트로커라는 영화가 재미는 없을지라도 꽤 잘 만든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사실 내 기준으로는 꽤 잘 만든 을 넘어서 역대 전쟁영화 중 손에 꼽을 수 있는 위치에 포진시켜 놨다.

그러기에 이번 아카데미의 결과는 개인적으로는 대만족이다. 더불어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앞으로 더 많은 영화를 감독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수상은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싶다.

뱀꼬리1 : 이 기회에 케이블에서 그녀의 과거 작들이 특집으로 편성되길 내심 바라고 있다. 

   

   

뱀꼬리2 : 그녀의 영화는 인트로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허트로커 역시 시커먼 배경에 하얀 글씨로 씌여진

"The rush of battle is often a potent and lethal addiction, for war is a drug."('전투의 격렬함은 마약과 같아서 종종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  -Chris hedges-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짧은 문구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뱀꼬리3 : 그리고......그녀는 꽤 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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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3-0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이군요...블루스틸과 폭풍속으로...밖에 보지는 못했지만.. 그 두 영화만으로도 훌륭한 감독임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봅니다.. 허트로커는 개봉도 안했으니..어둠의 경로를 함 뒤져야 하는 건가요?

Mephistopheles 2010-03-09 11:14   좋아요 0 | URL
아마도 허트로커는..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의 후광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개봉할꺼라고 보여집니다..^^

다락방 2010-03-0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트로커는 개봉예정작이라고 뉴스에서 나오더군요. 곧 개봉할거래요.

그나저나 저는 항상 아카데미 시상식 하기도 전에 두근두근하곤 했었는데, 오, 이번엔 뉴스를 보고서야 비로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났다는 걸 알았어요. 도대체 저는 뭐하면서 살고 있는거죠? 어제 뉴스로 이 소식을 접하고 흐음, 씨네21 함 사서 봐야겠군, 했어요.

포인트브레이크는 덕분에 키에누 리브스를 발견하고 사랑하게 된 영화죠. 패트릭 스웨이지 때문에 봤다가 키에누 리브스한테 하트뿅뿅 해버렸다는. 아, 역시 여자의 마음은 갈대.

허트로커 꼭 보고 '싶'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3-11 09:57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재미없을지도 몰라요. 그런데...꼼꼼히 장면 하나하나 잡아가며 보면 의외의 수작이라고 느끼실 수 있을 꺼에요.

L.SHIN 2010-03-0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아바타, 영상적인 재미는 있었으나,
주제를 전달하기에는 아주 많이, 아주 많이- 미흡했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3-11 09:57   좋아요 0 | URL
주제나 줄거리는 익히 듣고 보아왔던 것이겠지만. 그래도 카메론 감독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면장면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Seong 2010-03-0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캐서린 비글로우의 사자후를 기대했었습니다. "I'm the Queen of the world!"

조금 아쉽더군요. ^.^;

Mephistopheles 2010-03-11 09:59   좋아요 0 | URL
그랬다면 볼만했겠죠..ㅋㅋ 그런데 카메론 감독이 자신의 전 부인이 오스카 감독상을 탈때 기립박수를 쳤다고 하더군요..부부의 연 이전에 동종업계 종사자로써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비연 2010-03-10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번엔 이 분이 감독상을! 제임스 카메론 감독, 좀 복잡한 심정이었을 듯^^

Mephistopheles 2010-03-11 09:5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워낙 결혼을 남들 몇배로 많이 하신 카메론 감독이라..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카스피 2010-03-10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가 비록 전 부부지만 두분 다 대단하시네요^^ 저도 K-19를 봤지만 여류 감독 작품인줄 몰랐네요

Mephistopheles 2010-03-11 10:00   좋아요 0 | URL
그녀의 대부분의 작품이 거친 남성세계와 폭력을 묘사하는데 치중하는데 그 와중에서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뛰어나신 감독이라고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