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동계 올림픽을 즐겨보지 않았다. 왜 그러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이를 한해 먹을수록 초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와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부정적인 인식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선수들 목에 걸려있는 번쩍번쩍 빛을 발하는 금메달의 그늘을 그간 많이도 목격하고 경험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요즘은 많이 변한 것 같아 보인다. 은메달,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은 패배자의 비굴함보다 축제로써 그 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간간히 목격되곤 했다. 그리고 1등에서 3등까지 인정하는 고질적 사회성 역시 많이 희석되었음을 마주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여전히 이번 동계 올림픽 이후의 모습에서 어둡고 전근대적인 모습을 발견한 사진 몇 장이 내 기분을 잡치게 만들기 시작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연아! 연아! 를 외치는 그 날의 기쁨을.. 그리고 그 안에 비록 등수에 들진 못했지만 한 어린 소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피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소녀의 모습에서 어쩌면 우린 김연아의 과거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충분히 발전가능성과 더불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것인가 또한 기대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긍정적인 인식과 모습은 고국으로 돌아오면서 왠지 모를 서글픔으로 변질되버린 것 같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93201143532130.jpg)
궁금하다. 메달을 따지 못했기에 그러했는가. 아니면 의자 몇 개 더 놔 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수천만 관중이 지켜보는 긴장감과 압박 속에서 부들부들 떨었을지도 모를 소녀의 가냘픈 두 다리는 이 자리에서 만큼은 피로감으로 떨렸을지도 모른다.
맛있게 지어진 밥에 숟가락 얹을 궁리만 하지 말고 겉치레로 보일지 모르더라도 어린 소녀를 위해 조그마한 의자 하나 놔줄 수 있을 배려가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