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팀장

H업체 소속인 그는 약간의 강원도 어투를 구사한다.
전화통화는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가 주로 구하사는 어휘는
`해주세요?'가 안통하면 `하세요' 가 주류를 이룬다.
오늘 전화에서도 챙겨야 할 부분을 자신이 못챙긴데 대한 화풀이로 우리
에게 전화 걸어 헛소리를 하다가 실장님께 말 몇마디로 눌렸다.
전화통화는 길게 길게 끄는 스타일이고 의사소통이 힘들다. 그러기에
그는 아는게 너무 없다. 화요일 회의에서도 실장님의 말을 빌리자면, 그
는 꿔다논 보리자루 혹은 마네킹이였다고 한다. 명색이 `갑'이고 자신이
총궐 책임자로 있는 입장으로 본다면, 이런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
내가 H업체의 대표라면 당장 내쳐야 마땅할 인간형이다. 그러나 그 H업체
도 지금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아니면 우리업계쪽에도
팽배한 학연이라는 클랜으로 지금의 권세를 누리는 걸지도 모른다.
모아니면 도..쓰레기라도 아쉬워서 쓰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이번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덤탱이 씌울려고 수작을
걸고 있다. 하지마라. 그러다 너 큰일난다. 우리는 관련자료 하나도 안버
리고 다 챙겨놓고 있단다...

야클님이 말한 전형적인 X형 인간이며, 머지 않아 퇴출을 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하지만 모르는 걸 인정하지 않고 얼마 되지 않는
자신의 밑천으로 지루하게 연명해 나간다면 할말은 없으나, 그렇게 일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충고 한마디.

이거 하지마...넌 이일과 안어울릴 뿐만 아니라 능력도 없으니까..
다른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

2. S팀장

같은 H업체에 다니고 있는 S팀장은 얼마전에 있었던 H업체의 인력파동때
M업체에서 스카웃이 되 온 사람이다. 외모는 연약해 보이고 강단이 있어
보이지 않으나, 그의 일처리 만큼은 존경할만 하다.
전화통화를 해도 5분을 안넘기고 간단하게 할말만 조리있게 한다.
아울러 맡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선 꼼꼼하게 검토하고 우리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리고 간혹 자기가 실수한 사항이 생기면, 그는 지체없이 관련업체에 전화를
하고 사과 후 수습방안을 제시해 준다.
일의 분배에 있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큼은 절대 남에게 미루지 않는 스타일
이며, 한쪽에 일량이 부하가 걸리면 분배를 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그와의 전화통화는 언제나 깨끗하며, 대화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겁기까지 한다.
서로 안바쁘면 만나서 소주나 한잔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 S팀장이다.

야클님이 말한 Y형 인간에 접근한 사람이라고 보여진다.

아는 것도 많은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하고싶은 말 한마디.

`S팀장 언제 소주나 한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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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4-28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k팀장 같은 사람은 안되어야 하는데요;;;

물만두 2006-04-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당사항없음입니다~만 님은 꼭 더 좋은 대장이 되시기를^^

플레져 2006-04-2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운 지식을 잘 활용하시는 메피스토님은 Y형?
Y형! 요즘에도 야근하세요? ^^

Mephistopheles 2006-04-2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 그러게요 저도 그럴려고 노력하는 하는데 말이죠..^^
물만두님 // 열심히 해야 겠죠..^^ 좋은 대장이 될려면...(말은 참 잘해요..ㅋㅋ)
플레져님 // 지금상태로는 50% 50%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풀타임 야근출전합니다.
박지성의 체력이 부러울 뿐입니다...^^

싸이런스 2006-04-28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타임 야근 출전...언어의 마술사 2

Mephistopheles 2006-04-28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어의 마술사는...무슨..^^ 여기 서재 하시는 분들 보면
다 덤블도어 수준들입니다.^^

2006-04-28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4-2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 확...보내버릴까 부다...ㅋㅋ 전 그냥 신경 안쓰고 사는데...늘건 줄건..^^
 

닷새의 시간이 있었다.
그것도 노상 야근을 하면서 다른일은 안하고 그일만 시켰다.
그러나 오늘 점심 후 잔여 일량을 파악했을 때....

2/3도 채 끝나지 않은 일의 진행을 보고 할말을 잃었다.
결국 고스란히 내가 떠안아 버렸다.

그나마 그려져 있는 베이스 도면도 엉망 그 자체....
나는 그 닷새 동안 댕자댕자 노닥거리면서도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면서 수정이 아닌 새로운 도면을 그리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 닷새동안 이미 그려진 도면의 수정항목임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안나가
있는 것이였다.

휴....나도 화낼 줄 알고 충분히 살벌하게 일 시킬 수 있는데....
왜 웃으면서 상냥하게 이야기 하면 제대로 말을 안 듣는지...

내 자신이 사회생활 시작을 지랄같이 시작했기에 내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랄맞은 상황을 안마주치게 할려고 부던히도 노력했는데....

역시 사람은 가끔 두둘겨야 제대로 굴러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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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4-26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북어하고 싶어라;;;
할일이 많을 수록 , 열심히 놀면서, 일 안 하고 스트레스 이빠이 받는 하이드는 북어하고 싶어라- . -_-a

바람돌이 2006-04-2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근 시키세요. 야근....
그동안의 메피스토님은 즐거운 퇴근을.... ^^

Mephistopheles 2006-04-2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ㅋㅋ 덕분에 웃네요 감사합니다..ㅋㅋ (매져키스트 같잖습니까...!!)
바람돌이님 //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더라구여..^^ 연대책임이라나 뭐라나..

야클 2006-04-26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조직이나 X형인간들은 있더라구요. 아무리 Y형인간으로 대접해줘도.

Mephistopheles 2006-04-2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60년대 미국의 경영학자 맥그리거(D.McGregor)는 인간의 유형을 X형과 Y형으로 구분했다. X형 인간은 본래 노동을 싫어하고 경제적인 동기가 주어져야 일을 하며, 명령받은 일밖에 하지않는 유형이다. 한마디로 엄격하게 감독하고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금전적 이해관계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이에 반해  Y형 인간은 일이란 놀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율적으로 일할 여건만 주어지면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일을 통해 자기실현을 이룬다. 다른 사람의 명령이나 강제나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즐겁게 일한다. 과거 대량생산 시대에는 X형 인간이 적합할 수 있었으나, 지금처럼 고객의 요구가 다양한 시대에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능력을 지닌 Y형 인간이 필요하다.

덕분에 공부했습니다 야클님 감사합니다..^^


mong 2006-04-26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힘내라 힘!!!(요)
(제가 달리 무슨 말을...ㅜ.ㅡ
추...추천이라도 =3)

비로그인 2006-04-26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저렇게 늦은 시간까지..
푹 주무시고 오늘은 좀 상큼한 기분이시길..^^

반딧불,, 2006-04-26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저는 둘 이 섞였는데 어쩌죠??
제 좋은 일만 먼저 하는 나쁜====33333!!

chika 2006-04-2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무실엔 z형 인간들만 있나봐요(무식한 치카 ㅡㅡ;) - 노동을 싫어하고 명령받은 일도 하지않고 이해관계를 따져 자기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즐겁게 놀기만 한다. - 이런 직원이 포진해있다니까요. 우쒸~!

paviana 2006-04-2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사람인척 하는 북어들이 있으니 자신의 정체를 잊지 않게 가끔 아주 가끔 패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ㅎㅎ

Mephistopheles 2006-04-26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 달리 무슨 말이라뇨...달려와서 일을 도와주면 되는 거죠...ㅋㅋㅋ
사야님 // 상큼하진 않지만...그런대로 좋아졌습니다..
반딧불님 // 저도 사실 저 두가지 인간형이 섞인 것 같습니다.
치카님 // 바람직한 직장입니다...ㅋㅋ
파비님 // 그러기엔 북어는 참으로 아까운 먹거리입니다.^^

플레져 2006-04-26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야클님 덕에 저도 공부~ ^^
공부하세요! 가 아니라 공부합시다! (ㅁㅍㅅㅌ님!) =3=3
참, 저는 대신 뭘 해드릴 능력이 없사오니 기합을 넣어드리겠삼~ 으라차차찻!

Mephistopheles 2006-04-26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황종료 되고 뒷북치는 플레져님..^^ 어찌되었던 감사합니다..ㅋㅋ ^^

瑚璉 2006-04-2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지는 모르지만 인지이론을 적용해보시는 것이...(상황종료후 뒷북을 치는 호리건곤)

Mephistopheles 2006-04-2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뭐 그렇게 대단한 이론을 적용할 만큼 엄청난 일도 아닌걸요..사람 사는게 다 그렇고 그런거라고 생각할려고요..^^
 

우리 사무실의 오너는 K소장이다.
10년 넘게 사무실을 꾸려왔으면서 수완도 꽤 좋은 편이시다.
거기다가 컴퓨터로 설계를 하실 수 있기 때문에 일이 바쁘면 팔 걷어붙이고
알아서 도면 수십장을 뽑아내는 괴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옛날 초창기 사무실에 실장으로 있는 사람이 있었단다.
S실장은 이곳에서 실장으로 오래동안 재직을 하면서 건축사까지 취득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거기서 발생했단다.
쉽게 말해 S실장이 은혜도 모르고 쿠테타를 일으킬려고 했었단다.
지켜보던 K소장은 가볍게 이를 제압하고 차라리 니 이름으로 사무실을 하나
오픈하라면서 같이 있던 직원중에 챙겨가고 싶은 사람들은 챙겨가라고 까지
했단다. 그리하여 결국 S실장은 자기 이름으로 사무실을 개설하고 S소장이
되었다.

이런 S소장은 요즘들어 지금의 사무실에 종종 놀러온다.
그래도 일을 배우고 보살핀 K소장의 안부를 물으러 오는 것이라면 참 사람
좋네 인간 되었네..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내 기준으로 S소장이 사무실에
놀러오는 이유는... 자랑을 할려고 오는 것이라는 판단이 앞선다.

설계비만 5억이 넘는 약간 큰 공사를 땄을 때도 놀러와서 자랑을 했고,
골프채를 하나 장만하고는 그걸 자랑할려고 놀러 왔었고, 얼마전 차를 새로
바꾸고서는 그 차를 자랑하기 위해서 놀러 왔었다. (어떻게 보면 귀엽다..)

그런 S소장이 오늘 불현듯 놀러 온 것이다. 이번에도 뭘 또 자랑할려고 왔
는진 모르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K소장은 오늘 현장에 일이 있어 사무실을
하루죙일 비우는 날이였으니까. 그래도 뭐가 아쉬운지 얼마전에 들어오신 이사
님을 붙잡고 소장실에서 뭔지 모를 자랑질을 했었으리라.

잠시 후, 나가면서 우연스럽게 내자리 옆을 지나가면서 꽂혀 있는 책을 보게
되었다.

`이상한 책이 많네....저건..뭐지..무협지인가..?? '



무협지 아니라 만화책입니다..라는 답변을 해줬고 만화책임을 확인하고는
슬쩍슬쩍 보이는 비웃음이 입가에 잠깐 머무르더니 사무실 밖으로 퇴장을
했다.

밖으로 나간 걸 확인한 이사님이 한말씀 하신다.

`S소장이 무식해서 그래 세상에 `총'으로 시작하는 무협지가 어디있어 `혈'이나
 풍...혹은 `협'이면 몰라도..'

가끔 얄미운 행동을 하셔도 저런 말씀을 하시면 제법 귀엽고 유머스러우신
분임에 틀림없다.

참고로 이사님은 얼마전 저 `총' 으로 시작하는 무협지로 오해를 받은 만화책을
빌려 보시다가 너무 어렵다고 중도에 포기하셨었다.



뱀꼬리1 :
꺼꾸로 꽂혀 있는 저 책이 제대로 꽂혀 있었다면 분명 빌려가겠다고 난리를
쳤을 S소장이다. 꺼꾸로 꽂혀있는 책은 에로틱 문학의 역사..

뱀꼬리2 :
제법 귀엽고 유머스러우신 우리의 이사님은 봄바람의 기운을 이기지 못하시더니
결국 오후 2시가 못되서 조퇴를 선언하셨다. K소장님이 안계시니까 가능한
일이리라.. 지금쯤 신나게 싸이클의 페달을 밟으면서 봄바람을 맞고 계시겠지.??
부러워 죽겠네 우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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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4-21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두> 라는 무협지 있는데... ^^

mong 2006-04-21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夢....이다 '-'

Mephistopheles 2006-04-2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 음 그렇군요...이사님~~ 야클님이 이사님도 무식하데요~~
라고 해야겠군요..^^
몽님 // 그럴 줄 알았어요..몽....밝히시기는...알라딘의 갈리라고 해드릴께요..ㅋㅋ

瑚璉 2006-04-21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표두"라는 무협을 하나 쓰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총림율사(叢林律師)"는 어떻습니까? 그도 아니면 "총각검"은...? (휙~)

Mephistopheles 2006-04-2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보고 쓰라는 말씀은 아니시겠죠...^^
만약 그러하시다면 주인공은 무조건 `壺裏乾坤' 님으로 하겠습니다...^^

토토랑 2006-04-2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으로 끝나는.. 호접몽인가 하는 무협지도 있었던거 같은데요 긁적 -_-;; 아닌가 조연의 이름이었던가? 총몽은 멋지지요 >.<

Mephistopheles 2006-04-2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랑님 안녕하세요 초면이네요...^^
찾아보면 설마 없겠습니까 총으로 시작하는 무협지가요..^^
그럼요 총몽은 대단한 만화지요.....

瑚璉 2006-04-21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종호의 '호접몽'이라는 무협이 실제로 있습니다만 자신의 '경혼기'나 '일대마도'만은 못한 듯 합니다.

Mephistopheles 2006-04-2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만큼이나 호리건곤님의 무협지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계시군요...^^
사형으로 모셔야 겠습니다.

마태우스 2006-04-2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다 책 꽂아두면 책을 별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괜히 와서 빌려달라고 하지 않나요???

Mephistopheles 2006-04-2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반대로 제가 책을 읽으라고 빌려주는 입장이랍니다...
주제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무실 사람들이 책을 너무 안읽거든요..^^

2006-04-22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4-2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확실히 요즘 만화는 더이상 변방이 아니라고 생각되요..^^
그만큼 좋은 만화가 나오고 있고요..^^
 

밤 11시.. 다시 시작되는 야근모드의 마무리를 짓고 있는 와중에 전화가 왔다.
마님이 전화기를 통해 말씀하신다.

`호호호 자기야..쥬니어가 이젠 영어도 읽어..!!'

뭔소리냐 했더니. 영어로 된 어떤 상품을 읽었다는 것이다.

작년 크리스마스때 모 업소에서 받아온 케익에 부록으로 딸려온 곰인형.



주니어의 관심품목은 자동차와 기차였기에 이녀석은 장난감 상자의 한쪽
구석탱이를 차지하는 찬밥 덩어리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어쩌다 어젯밤에 우연스럽게 주니어의 눈에 띄었고 잠깐의 상종가를
쳤었나 보다. 문제는 이 곰인형의 발바닥에 붙어있는 것이 어제밤 나를 달리고
달리게 만들었다.



일은 끝났기에 11시쯤에 가방을 챙기고 부리나케 달려서 사무실 부근의 그 매장
으로 달렸다. 걸어서 10분거리의 그곳에 도착을 한 나는 좌절... 주변에 사무실
이 많다 보니 확보한 물량을 다 팔아치웠나 보다. 제길슨....

잠깐 머리를 굴리니 집으로 가는 퇴근길에 2개의 매장을 지나치는 것이 생각났다.
도로변으로 뛰어나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어찌나 급했는지 난 기사아저씨에게
모님이 했던 실수를 따라할 뻔 했었다.

`아저씨 던킨 도너츠로 가주세요 ..빨리요..!!' 이런 실수 말이다.

집으로 달리는 택시안에서 지나치는 첫번째 매장의 위치가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집중해서 그 매장을 차안에서 살펴봤다. 아직 닫지는 않았으나 도넛가판대에 도넛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주인인 듯한 아주머니는 한참 매장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패스....마지막 집근처의 매장으로 향했다.

결국 집근처의 매장역시 문을 닫기는 마찬가지였고 나는 패잔병 행색을 하면서 집에
들어와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미리 좀 전화하면 안되냐고....

마님왈... 그럼 주니어가 11시쯤에 그 상품을 읽었는데 어짜라고......

할말이 없었다. 가뜩이나 매일 밤에 들어가고 회사 다녀올께가 아닌 집에 다녀오겠
습니다 생할모드인데... 잠자는 모습만 보게 되는 주니어에게 미안하기 그지없다.

망할놈의 도넛츠 가게는 왜 그렇게 일찍 닫고 그러는지 모르겠다..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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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4-2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던킨노너츠 사려면 최소한 9시 이전에 들러주는 센스... 아이들은 특히 그 한입에 쏙 들어가는 노너츠를 좋아하죠~
던킨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도서관 그만두고 이 가게를 열어?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하지요...유일하게 부러워하는 가게입니다.
(9시 넘어 들어가서 낭패를 본적이 한두번이 아니어요. ㅠㅠ)

물만두 2006-04-2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낮에 사두세요^^

瑚璉 2006-04-2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피 크림에 한 표!

sooninara 2006-04-2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왜 갑자기 입덧하는 마님이 생각날까요?
마님들 입덧하면 돌쇠들은 시간 상관없이 사와서 대령해야 하잖아요?
안그럼 평생 욕먹고 살던지..
오늘은 한박스 사두었다가 가져가세요.
주니어의 영민함에 추천 꾸욱~~~

chika 2006-04-2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웃다가 모니터에 커피 튈 뻔했사와욧!
아, 나도 덩킹 먹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ㅠ.ㅠ

Mephistopheles 2006-04-2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 그래도 동네에 있는 던킨은 9시 이후에도 선택폭은 좁아지지만 어느정도 구입은 가능했는데..이젠 그렇지도 않나 보더라구요..
물만두 // 할머니가 아침에 이미 사다 놓으신다더군요....ㅋㅋ
호리건곤님 // 너무 달지 않을까요.. ^^
수니나라님 // 글쎄 저는 집에서 찬밥이라니까요 뭐사와라 하면 사다줘야 하고 그러는...
치카님 // 치카님께 키스킨을 선물해 드려야 겠군요..모니터도 랩으로 뚤뚤 말아드려야 겠구요..^^

비로그인 2006-04-2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진 아빠에 이쁜 가족이예요..^^

Mephistopheles 2006-04-2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멋지진 않은 무성실한 아빠랍니다..결국 못샀으니까요..ㅋㅋ

토트 2006-04-2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부턴 꼭 상표를 떼세요..^^;;

Mephistopheles 2006-04-2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다고 통할까요...저상표 도넛을 좋아하는 건 마님도 마찬가지라....
이번 사태도 마님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추측하는 걸요...ㅋㅋ

조선인 2006-04-22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님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거에 저도 한 표!

마태우스 2006-04-2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한테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전 던킨 도너츠가 제 타입이 아닙니다...

Mephistopheles 2006-04-2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 예...마님이 저 도넛을 좋아하긴 합니다..ㅋㅋ
마태님 // 저한테 반대하다니요..^^ 저도 던킨은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단지 마님과 주니어가 좋아할 뿐이랍죠..^^
 

전쟁터를 누비고 다니는 용병들에게서는 화약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한다.
아무리 새옷을 입고 깨끗하게 목욕을 해도 피부 깊숙히 박혀있는 전쟁의 냄새를
지울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20대중반부터 시작한 나의 흡연인생은 결국 20대후반을 넘어서 30대를 넘은 지금
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끔 줄담배를 피워 물고 나면 나 역시 담배에 찌든 냄새가
내 후각으로도 느껴지기도 한다.

20대 후반 모임에 나가서 징하게 술을 먹은 적이 있었다.
약속된 시간보다 3시간이 늦게 도착한 나는 이미 일행들이 마신 술병을 보고 그날
의 이 모임의 방향을 알수 있었다. 해 뜰때까지 여기저기 다니면서 술먹는 자리가
될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동참을 한 나역시 열심히 달리고 달렸다.
혜화동에서 시작한 술자리는 좁지만 정말 많은 그 혜화동 골목의 술집들을 섭렵하
면서 막판 포장마차까지 진출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담배를 물고..불을 붙이고
빨아들이고 내뿜고...비벼끄고...똑같은 반복을 술자리에서 계속 해나가고 있었다.

옆에 앉은 여자후배녀석이 술이 오른 상태에서 내가 담배를 피는 모습을 장시간에
걸쳐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이 발견되었다. 뭘보냐..임마..!! 하면서 난 또 담배에
불을 붙였고 내말을 들은 그 여자후배녀석은 약간 꼬부라진 발음으로 이런말을 했
다.

`선배는 담배를 참 맛있게 피세요..'

술이 들어가긴 들어간 모양이다. 담배를 피지도 않은 그 녀석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정도면 그날 술자리가 지나치게 과했었다고 판단 되었다.
그런데 말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내 앞에 놓인 담배를 낚아 채더니만 말릴 틈도 없이
입에 물고 불을 댕겨버린 것이였다. 결과는 그날 먹은 술과 안주를 즉석으로 확인하
는 수순을 당연히 밟았고, 겔겔거리다가 다른 사람들보단 일찍 집에 들어가서 해를
보는 중도 탈락자가 되었었다.

이런저런일로 바뻐 모임에 참석을 못했던 나는 몇개월 후 그 모임에 참석을 했고
역시 또 그날도 해뜰때까지 술판을 벌이게 되었다. 나보다 더 늦게 도착한 저번 모임
에서 겁도 없이 담배를 물은 그 여자 후배는 앉아마자 가방에서 대뜸 담배를 꺼내 물
더니 아주 능숙하게 담배를 피워대기 시작했다.

`선배가 날 이렇게 만들어 버렸어...낄낄'

말도 안되는 누명을 나에게 뒤집어 씌우면서 그녀는 근사하게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결혼해서 애까지 있는 지금의 상태에서도 나는 담배를 계속 피고 있다. 하루에 한갑이
조금 모자르게 소비를 하는 걸 보면 그래도 옛날에 두갑 세갑을 피웠을 때보다는 많이
줄었다고 생각 되어진다.

그런데 오랜시간 지근거리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녀석을 올해안에 정리할 생각
이다. 남들처럼 건강을 생각해서..혹은 치솟는 담배값의 부담이라는 통속적인 변명보다는
좀더 근사하고 우아해 보이는 이젠 질려서...혹은 난 니코틴이 아니라 알라딘 중독이야~
라는 다소 거만한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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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4-2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거만해도 좋아요. *^^*

물만두 2006-04-2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거만 맘에 듭니다^^

chika 2006-04-2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거만, 이라니... 그거 (하나)만 맘에 든단 얘기 같잖아요~ ;;;;

세실 2006-04-2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생각 잘하셨어요~
마님과 어떤 거래를 하시려나? 어쨌든 거래는 필요합니다.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도 호호호~

세실 2006-04-2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기를 복돋아 드리기 위해서 추천 꾸욱~ 제 의지여요~

날개 2006-04-2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안 정리....라는 말이 살짝 걸리지만..^^ (아니, 왜 지금부터가 아니냐구요~)
뭐.. 꼭 이루시길!

비로그인 2006-04-20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만 피우삼. =_=

sooninara 2006-04-2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옆지기는 결혼 10년동안 한갑 피웠는데..ㅋㅋ
글고 메일 감사합니다^^

Mephistopheles 2006-04-2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 그래도 너무 거만하면 재수 없잖아요.....^^
물만두님 // 감사합니다...ㅋㅋ
치카님 // 음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군요..물만두님 앞의 감사 취소할까 생각중입니다..ㅋㅋ
세실님 // 아직까지는 정하진 않았습니다..뭘로 할까요..?
또세실님 // 감사합니다..
날개님 // 그게 좀 준비기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누렁이님 // 알겠삼~!
수니나라님 // 별말씀을요..저도 그정도면 펴도 될꺼 같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