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무실의 오너는 K소장이다.
10년 넘게 사무실을 꾸려왔으면서 수완도 꽤 좋은 편이시다.
거기다가 컴퓨터로 설계를 하실 수 있기 때문에 일이 바쁘면 팔 걷어붙이고
알아서 도면 수십장을 뽑아내는 괴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옛날 초창기 사무실에 실장으로 있는 사람이 있었단다.
S실장은 이곳에서 실장으로 오래동안 재직을 하면서 건축사까지 취득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거기서 발생했단다.
쉽게 말해 S실장이 은혜도 모르고 쿠테타를 일으킬려고 했었단다.
지켜보던 K소장은 가볍게 이를 제압하고 차라리 니 이름으로 사무실을 하나
오픈하라면서 같이 있던 직원중에 챙겨가고 싶은 사람들은 챙겨가라고 까지
했단다. 그리하여 결국 S실장은 자기 이름으로 사무실을 개설하고 S소장이
되었다.
이런 S소장은 요즘들어 지금의 사무실에 종종 놀러온다.
그래도 일을 배우고 보살핀 K소장의 안부를 물으러 오는 것이라면 참 사람
좋네 인간 되었네..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내 기준으로 S소장이 사무실에
놀러오는 이유는... 자랑을 할려고 오는 것이라는 판단이 앞선다.
설계비만 5억이 넘는 약간 큰 공사를 땄을 때도 놀러와서 자랑을 했고,
골프채를 하나 장만하고는 그걸 자랑할려고 놀러 왔었고, 얼마전 차를 새로
바꾸고서는 그 차를 자랑하기 위해서 놀러 왔었다. (어떻게 보면 귀엽다..)
그런 S소장이 오늘 불현듯 놀러 온 것이다. 이번에도 뭘 또 자랑할려고 왔
는진 모르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K소장은 오늘 현장에 일이 있어 사무실을
하루죙일 비우는 날이였으니까. 그래도 뭐가 아쉬운지 얼마전에 들어오신 이사
님을 붙잡고 소장실에서 뭔지 모를 자랑질을 했었으리라.
잠시 후, 나가면서 우연스럽게 내자리 옆을 지나가면서 꽂혀 있는 책을 보게
되었다.
`이상한 책이 많네....저건..뭐지..무협지인가..?? '

무협지 아니라 만화책입니다..라는 답변을 해줬고 만화책임을 확인하고는
슬쩍슬쩍 보이는 비웃음이 입가에 잠깐 머무르더니 사무실 밖으로 퇴장을
했다.
밖으로 나간 걸 확인한 이사님이 한말씀 하신다.
`S소장이 무식해서 그래 세상에 `총'으로 시작하는 무협지가 어디있어 `혈'이나
풍...혹은 `협'이면 몰라도..'
가끔 얄미운 행동을 하셔도 저런 말씀을 하시면 제법 귀엽고 유머스러우신
분임에 틀림없다.
참고로 이사님은 얼마전 저 `총' 으로 시작하는 무협지로 오해를 받은 만화책을
빌려 보시다가 너무 어렵다고 중도에 포기하셨었다.

뱀꼬리1 :
꺼꾸로 꽂혀 있는 저 책이 제대로 꽂혀 있었다면 분명 빌려가겠다고 난리를
쳤을 S소장이다. 꺼꾸로 꽂혀있는 책은 에로틱 문학의 역사..
뱀꼬리2 :
제법 귀엽고 유머스러우신 우리의 이사님은 봄바람의 기운을 이기지 못하시더니
결국 오후 2시가 못되서 조퇴를 선언하셨다. K소장님이 안계시니까 가능한
일이리라.. 지금쯤 신나게 싸이클의 페달을 밟으면서 봄바람을 맞고 계시겠지.??
부러워 죽겠네 우이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