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를 누비고 다니는 용병들에게서는 화약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한다.
아무리 새옷을 입고 깨끗하게 목욕을 해도 피부 깊숙히 박혀있는 전쟁의 냄새를
지울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20대중반부터 시작한 나의 흡연인생은 결국 20대후반을 넘어서 30대를 넘은 지금
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끔 줄담배를 피워 물고 나면 나 역시 담배에 찌든 냄새가
내 후각으로도 느껴지기도 한다.

20대 후반 모임에 나가서 징하게 술을 먹은 적이 있었다.
약속된 시간보다 3시간이 늦게 도착한 나는 이미 일행들이 마신 술병을 보고 그날
의 이 모임의 방향을 알수 있었다. 해 뜰때까지 여기저기 다니면서 술먹는 자리가
될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동참을 한 나역시 열심히 달리고 달렸다.
혜화동에서 시작한 술자리는 좁지만 정말 많은 그 혜화동 골목의 술집들을 섭렵하
면서 막판 포장마차까지 진출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담배를 물고..불을 붙이고
빨아들이고 내뿜고...비벼끄고...똑같은 반복을 술자리에서 계속 해나가고 있었다.

옆에 앉은 여자후배녀석이 술이 오른 상태에서 내가 담배를 피는 모습을 장시간에
걸쳐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이 발견되었다. 뭘보냐..임마..!! 하면서 난 또 담배에
불을 붙였고 내말을 들은 그 여자후배녀석은 약간 꼬부라진 발음으로 이런말을 했
다.

`선배는 담배를 참 맛있게 피세요..'

술이 들어가긴 들어간 모양이다. 담배를 피지도 않은 그 녀석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정도면 그날 술자리가 지나치게 과했었다고 판단 되었다.
그런데 말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내 앞에 놓인 담배를 낚아 채더니만 말릴 틈도 없이
입에 물고 불을 댕겨버린 것이였다. 결과는 그날 먹은 술과 안주를 즉석으로 확인하
는 수순을 당연히 밟았고, 겔겔거리다가 다른 사람들보단 일찍 집에 들어가서 해를
보는 중도 탈락자가 되었었다.

이런저런일로 바뻐 모임에 참석을 못했던 나는 몇개월 후 그 모임에 참석을 했고
역시 또 그날도 해뜰때까지 술판을 벌이게 되었다. 나보다 더 늦게 도착한 저번 모임
에서 겁도 없이 담배를 물은 그 여자 후배는 앉아마자 가방에서 대뜸 담배를 꺼내 물
더니 아주 능숙하게 담배를 피워대기 시작했다.

`선배가 날 이렇게 만들어 버렸어...낄낄'

말도 안되는 누명을 나에게 뒤집어 씌우면서 그녀는 근사하게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결혼해서 애까지 있는 지금의 상태에서도 나는 담배를 계속 피고 있다. 하루에 한갑이
조금 모자르게 소비를 하는 걸 보면 그래도 옛날에 두갑 세갑을 피웠을 때보다는 많이
줄었다고 생각 되어진다.

그런데 오랜시간 지근거리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녀석을 올해안에 정리할 생각
이다. 남들처럼 건강을 생각해서..혹은 치솟는 담배값의 부담이라는 통속적인 변명보다는
좀더 근사하고 우아해 보이는 이젠 질려서...혹은 난 니코틴이 아니라 알라딘 중독이야~
라는 다소 거만한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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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4-2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거만해도 좋아요. *^^*

물만두 2006-04-2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거만 맘에 듭니다^^

chika 2006-04-2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거만, 이라니... 그거 (하나)만 맘에 든단 얘기 같잖아요~ ;;;;

세실 2006-04-2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생각 잘하셨어요~
마님과 어떤 거래를 하시려나? 어쨌든 거래는 필요합니다.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도 호호호~

세실 2006-04-2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기를 복돋아 드리기 위해서 추천 꾸욱~ 제 의지여요~

날개 2006-04-2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안 정리....라는 말이 살짝 걸리지만..^^ (아니, 왜 지금부터가 아니냐구요~)
뭐.. 꼭 이루시길!

비로그인 2006-04-20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만 피우삼. =_=

sooninara 2006-04-2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옆지기는 결혼 10년동안 한갑 피웠는데..ㅋㅋ
글고 메일 감사합니다^^

Mephistopheles 2006-04-2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 그래도 너무 거만하면 재수 없잖아요.....^^
물만두님 // 감사합니다...ㅋㅋ
치카님 // 음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군요..물만두님 앞의 감사 취소할까 생각중입니다..ㅋㅋ
세실님 // 아직까지는 정하진 않았습니다..뭘로 할까요..?
또세실님 // 감사합니다..
날개님 // 그게 좀 준비기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누렁이님 // 알겠삼~!
수니나라님 // 별말씀을요..저도 그정도면 펴도 될꺼 같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