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지인 중 한 명이 아이 폰을 질렀다. 어때? 하는 나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너도 하나 장만해 봐. 신세계가 열린다니까.’  

아마 주변에 스마트 폰 혹은 패드를 구입한 유저들의 소감 중 이런 언급을 하는 사람들은 제법 많다. 그리고 길에서도 역시 많이도 마주친다. 버스나 지하철 혹은 길에서 카페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4인치가 될까 말까한 액정에 집중하며 투영되는 정보에 초점을 맞추곤 한다.

오늘 역시 이런 사람을 버스에서 마주쳤다. 그녀는 날 서린 외부 날씨에 걸맞게 검은 레깅스에 두툼한 외투와 모자까지 요즘 유행한다는 하의실종 컬러풀한 패션을 뽐내고 있었고, 좌석에 앉아 늘씬해 보이는 다리를 꼬고 무릎 위엔 아이패드를 올려놓고 그 액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버스에 타는 사람마다 그 생소한 기계에 한 번씩 주목을 하고 힐긋힐긋 쳐다보는 모습을 보였더랬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얼굴엔 자부심 서린 표정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모습이 감지된다.

열심히 아이패드에 집중하며 현란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던 그녀가 일순간 손가락이 멎고 고개가 한쪽으로 살짝 꺾이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건 내가 그녀의 바로 뒤쪽에 서 있었기에 확실하게 그 변화된 모습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난 단지 아이패드에 집중했을 뿐.)

아주 잠시 시간이 지나자 다시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그러다 잠시 또 같은 멈춤 현상. 이상하다. 혹시 무지 피곤해서 졸다 말다 졸다 말다 하나 생각했지만, 그 모습에도 일종의 법칙이 있었음을 세 정거장 쯤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가 착석한 자리는 사실 노약자석 이었다. 그리고 정거장 마다 들어차는 승객 중엔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간혹 끼어 있었다. 그러니까. 유행패선에 첨단기기로 무장한 그녀가 왠지 모를 그 이상한 행동은 아무리 봐도 자리지킴으로 보였더랬다.

아니다 아니야. 내가 그간 몸도 안 좋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그런 것인 것 같다. 그러니까 차도녀 스타일의 매력적인 패션에 신세계를 불러온다는 첨단 기계를 조작하는 그녀가 설마 그런 치사하고 졸렬한 모션을 취할 리가 없다. 단지 그 신세계를 이동하는 와중에 경험하느라 심신이 피로해서 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아주 우연스럽게 나와 같은 정거장에서 내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사선의 위치가 틀려져서인가 그리 미녀로 보이지가 않는다. 늘씬한 다리는 온데간데없고 자부심으로 봤던 표정은 자만심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역시 신세계를 불러온다는 스마트 폰과 스마트 패드는 단지 도구일 뿐이라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단지 도구만을 장만하고 접하게 될 신세계는 황금으로 번쩍이는 엘도라도 같은 모습일까. 내가 장담하건데 그건 쓰댕에 금도금을 입힌 허영 가득한 모습일 것 같다. 도구가 아무리 최첨단을 달려도 역시 그걸 쓰는 사람의 됨됨이가 근본이 되어야 함은 당연한 논리라고 보고 싶다. 꼭 그렇지만은 않는 요즘 세상이 참 못마땅하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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