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술을 받고 오늘 퇴원하여 이따구 페이퍼를 쓰고 자빠졌다.(춘님 따라 하기)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것도 좀 무리하게 굴렸는지라.(혹은 무리하게 안 굴렸는지라) 몸 여기저기 고장신호가 발생하기 시작하나 보다. 얼마 전 병원에서 받은 진단이 있는지라 수술 날짜 잡고 기다리다 마침내 그날이 와버렸다나 어쩠다나.

사무실에 하루 병가 내고 어제 오전에 입원 수속을 밟는데 웬 병원에 아픈 사람이 그리 많은지 입원실은 무슨 발정기 러브호텔 마냥 그득그득 들어차버렸다. 어쩔 수 없이 하루 입원하는 거 2인실로 예약하고 짐을 풀었다.

워낙 덩치가 크시다 보니 두 차례 환자복 뺀치 놓고 세 번째야 겨우 맞는 옷 착용하고 수술시간 기다리며 마님과 함께 입원실에서 노닥거리고 있자니 전화벨이 울린다.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수술실로 내려오시란다. 올게 왔군. 올게 왔어. 태어나서 수술이라고는 솜털 났을 때 받았던 고래 잡았던 게 다인데 이게 은근히 겁이 더럭 나버린다. 두 개 층을 내려와 굳게 잠긴 스탱 철문이 자동으로 열리자 수술복에 마스크까지 중무장 하시고 눈만 빼꼼하게 내미신 양반 두서명이 또 다른 침대로 안내한다. 마취실이란다. 근데 뭔 수술 받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마취실 간이침대엔 사람들이 더글더글하다. 자리 잡고 누워있자니 여기저기 간간히 이런 소리가 들린다. ‘자 항개도 안 아픕니다. 자...어떠세요. 엉덩이에 힘이 풀리고 나른해지시죠.....주절주절..’

나 역시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 벽을 보고 책상다리하고 몸을 최대한 동그랗게 만들라는 마취과 의사의 부탁에 참 애를 먹었다 곰이 몸을 둥글게 해봤자 어디 그게 쉽게 되나. 최대한 둥글게 몸을 만들자니 숨이 가빠온다. 숨 편하게 쉬란 말을 하더니만 그 선생 예고도 없이 마취바늘을 살짜쿵 내 척추에 쑤셔 넣어버린다. ‘감각이 어떠세요..?’ 란 질문에 ‘어버버..어버버..’ . ‘마취 받아보신 적 있으세요..?’ ‘아...뇨...’ . ‘혹시 찌릿찌릿하진 않으신가요.’ ‘아뇨 발이 차가워요...헤.....벌....레...’ ‘ 마취 제대로 되었습니다. 누워서 잠깐 대기하세요...’

나야 이렇게 손쉽게 마취를 받았다지만 옆에 누웠던 어떤 아저씨는 마취가 제대로 안되었는지 꽤나 고생을 하시나 보다. 으어억..으어억...단발마 비명을 내지르시고 연신 바늘 넣은 부분이 아프다. 가렵다..어쩌고저쩌고 하신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엉덩이를 꼬집어 봤는데 이미 이건 내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아니다. 정육점에 매달린 소고기 덩어리 탁탁 때렸을 때 그 느낌이다. 잠시 후 간호사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곰님!’ / ‘여기요!’

그리곤 침대 째로 날 도르르 밀고 수술실에 집어넣더니만 아주 잠깐 동안 철지난 유행가 경음악으로 두 곡을 들었을까. 수술 집도하신 의사 선생의 얼굴이 불쑥 내 눈 앞에 나타나신다. 물론 눈만 보인다. 

‘ 곰씨 수술 잘 끝났고요. 이따 마취 풀리면 살짝 아플 텐데 그때 간호사한테 연락해서 진통제 맞으세요..’

허허..참....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입원은 오전에 했지만 오후에 시작한 수술이 채 한 시간도 안 걸렸더라는... 그리곤 바로 입원실로 호송.. 잠시 후 나온 병원밥 아구아구 먹고 또 잠시 후 진통제 한 방 맞고 늘어지게 자고 퇴원했다.

별로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내가 경험했던 수술실의 풍경은 마치 닭 공장에서 기계에 매달리기를 기다리는 닭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나처럼 간단한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줄지어 침대에 누워 마취하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나오고 포장되어 입원실로 올려 보내지고....시간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밥 먹고, 약 먹고 회진 도는 의사님께 수술부위 보여주고.....

1월이라서 그런지 병원에 사람은 정말 정말 미어터진다. 나와 같은 병명, 혹은 나보다 더 심한 병 때문에 입원하신 분들이겠지만, 아마도 이 병원은 돈을 갈퀴로 긁어 담는 것 같다. 우리 아들도 지금부터 피터지게 공부시켜 ‘존씨네 홉킨즈 대학’ 같은데 보내서 의사나 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그게 공부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P.S. 그래도 입원이라는 걸 하니까 책이라도 읽었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을 다 읽었다..냐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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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1-1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술이시라나 좀 걱정이 되는군요.많이 편찮으시진 않으시지요?
그나저나 공장형 수술대라고 하니 예전에 본 구 소련의 수술이 생각나네요.그건 컨베이너 벨트에 환자들이 돌아가는 진짜 공장형 수술이었지요.아마 당시 소련의 선진 기술을 자랑하려던 의도였던것 같네요^^

Mephistopheles 2011-01-15 13:50   좋아요 0 | URL
사람 수술도 공장의 기계 부속품처럼..? 구 소련 답다는 생각이...

moonnight 2011-01-1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수술하셨군요. 괜찮으세요? ㅠ_ㅠ 수술보다 척추마취라니, 무서워요. 덜덜덜 ;;;;;;;
저도 수년 전 전신마취 해 본 적 있었거든요. 방금까지 주치의선생님과 인사했는데 마취과 선생님이 약 들어갑니다. 말씀하시자마자 의식불명 -_-;;;; 정말 신기하더군요. ;;;;
아직도 따끔따끔하시다니;;;; 주말동안 쾌차하시길 빌께요. (_ _);

Mephistopheles 2011-01-15 13:51   좋아요 0 | URL
근데 마취도 특진이 있더라고요. 경험많으신 베테랑 선생님이 하시면 얼마 더 받는다는..마취의 기억은 이번이 처음(아니 두번째)이지만 묘하더군요. 그리 유쾌하지도 않고...

세실 2011-01-1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현이 참으로 리얼합니다. ㅋㅋ
가벼운 수술같아 다행입니다. 추운 날 몸조리(?) 잘하세요.
빠른 쾌유를 빕니다!!

Mephistopheles 2011-01-15 13:52   좋아요 0 | URL
진짜 순식간에 끝나더군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대기실에 마취주사 맞고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겠죠...ㅋㅋ

마녀고양이 2011-01-1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일단 빠른 쾌유 바랍니다!

그런데 그 수술이여, 혹시 엉덩이 마취와 관련이 있는,
도우넛 방석이 필요하다는 혹시 그거 아닙니까? 하루 지나면 무지하게 아프다던데... ^^
다시 읽어보니 아닌거 같기도 하고... 깨끗하게 완치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되셔염~

Mephistopheles 2011-01-15 13:52   좋아요 0 | URL
음 정답은 저기 저 쌩뚱맞은 책과 굉장히 많은 연관이 있다지요..과연 무얼까요.

마녀고양이 2011-01-24 12:40   좋아요 0 | URL
제가 고민을 좀 했는데,,,,

아무래도 문신 제거? 아니면 왕자병 퇴치? 이런거 아닐까요?
여하간 경과 좋으신듯 하여 다행입니다. ^^

Mephistopheles 2011-01-24 12:48   좋아요 0 | URL
크하하 왕자병이라니요....머슴병이라면 모를까..

무스탕 2011-01-15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박 2일 입원에 척추마취라 하시니 어째 친근감이..;;
혹시 댁 가까우신 사당동옆 방배동의 ㄷㅎ병원에서 하셨나요?
간단해도 할거 다 한(마취하고 자르고 꼬매고) 수술이니 병원에서 하라는대로 다 하시고 잘 아물게 해주셔야해요. (경험자의 말이오니 믿으소서!)


Mephistopheles 2011-01-17 12:38   좋아요 0 | URL
정답입니다. 근데 수술 후 병원에 다시 오라는 시기가 굉장히 늦더군요. 그것이 좀 아리송.

진주 2011-01-1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술하셨군요.얼른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저는 오늘에야 알았어요. 메피님이 한 덩치 하신다는 걸요^^;

Mephistopheles 2011-01-17 12:39   좋아요 0 | URL
그게 그게....키도 크고 기골이 장대해야 하는데 옆으로만 퍼지다 보니..^^

마노아 2011-01-1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인의 발로 직접 걸어가서 바로 퇴원해서 이런 글도 올려주시고, 걱정을 하려다가 왠지 벌써 안심이 되어버렸어요. 그나저나 여전히 비밀주의 메피 님!!

Mephistopheles 2011-02-11 22:25   좋아요 0 | URL
어머 제 비밀주의는 이미 홀라당 발라당 다 까져버린지가 언젠데요 마노아님..^^

Kitty 2011-01-15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어디가 아프셔서 수술까지...ㅠㅠ
퇴원하셨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맛있는거 많이 드시고 얼른 회복하세요~
근데 정말 두 번이나 환자복 퇴짜놓으셨어요? 체격이 좋으신가보군요! ㅎㅎ

Mephistopheles 2011-01-17 12:40   좋아요 0 | URL
그게...맛있는 거...많이 먹으면 안되는지라...이제 풀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슬픈 이야기...환자복은...허벅지 두께 때문에...^^

웽스북스 2011-01-15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ㅜㅜ 수술하셨구나 ㅜㅜ 잘 끝난 것 같아 다행이지만,
그래도 건강 관리 잘 하세요 ㅜㅜ

Mephistopheles 2011-01-17 12:40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어제 남자의 자격 암 검사하는 걸 보니 남 얘기 같지가 았았다는..

다락방 2011-01-16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마취는 정말 끔찍한 것 같아요. 마취가 풀릴 때 아픈것도 아픈거지만, 저는 부분마취 하고 수술한 경험이 있는데, 마취가 될 때 막 심장이 벌렁벌렁벌렁벌렁 거리더라구요. 그 순간에 다시는 수술같은거 할 일 없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어요. 너무 끔찍해서 ㅜㅜ

메피스토님도 다시는 수술할 일 없으셨으면 좋겠어요!!

Mephistopheles 2011-01-17 12:41   좋아요 0 | URL
그니까 제가 경험한 마취의 느낌은...몸의 일부분이 무언가에 잠식당하는 느낌이에요..그게 전혀 좋게가 아닌 매우 불쾌하게..

산사춘 2011-01-17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큰 수술 하셨군요!
맛있는 거 그만 드시고(질투의 화신 춘) 얼릉 좋아지세요.
특히 메피님은 아프시면 아니됩니다. 알라디너들에게 할 일이 아주 많으삼.
전 마취는 안 받아받고 신경치료 받을 때 허리에 주사기 대여섯개 꼽았는데...
너무 무서워서 제가 의사선생님 물어 버리는 줄 알았어요.

Mephistopheles 2011-01-17 12:42   좋아요 0 | URL
오호호 보쌈-전-오징어물회...다음으론 양꼬치와 막걸리 한상으로 움직여야 풀코스인데 말이죠..^^ 마취는 주사 한방이지만 신경치료는...어...헉..물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 왠지 이해가 되가고 있다는...끄떡끄떡..

산사춘 2011-01-18 16:32   좋아요 0 | URL
진정 오징어물회를 물어버리고 싶어요.

Mephistopheles 2011-01-21 19:55   좋아요 0 | URL
오징어회는 물기만 하면 안되고요..삼켜야해요..암요...ㅋㅋ 다음엔 배 안부른 상태에서 오징어회부터 가야겠군요..

레와 2011-01-1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수술실에 대한 기억은 '아주 차갑다'입니다..
누운 침대도 차갑고, 공기는 곱절로 더 차갑고..
되도록 병원과는 친해지고 싶지 않아요.

쾌차하세요 메피님!

Mephistopheles 2011-01-17 13:33   좋아요 0 | URL
하긴 위생상 모든 장비들은 쓰댕이고 마감또한 차가운 타일 거기다가 수술등까지 허옇고..암튼 수술실 분위기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공간이긴 하지만 살벌하기까지 해요.

춤추는인생. 2011-01-1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윽 큰 수술하셨나봐요 ㅠ 전 마취할때. 눈동그랗게 뜨고 절대 절대 잠들지 않을거라 했는데. 진짜 달달하게 자고 일어났어요. 스르륵 잠드는 기분 전 좋아해요 ~~
하지만 마취많이하는거 몸에 좋지 않고 수술도 물론이지요. 메피님 어여 회복하시구. 건강 되찾으시길요.^^

Mephistopheles 2011-02-11 22:26   좋아요 0 | URL
근데....전신마취와 다르게 하반신 마취는 마치 내 몸뚱아리 반쪽이 내것이 아닌 느낌이 들어버리는 바람에..다신 경험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건우와 연우 2011-01-1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지 마세요, 날도 추운데....

Mephistopheles 2011-01-21 19:56   좋아요 0 | URL
음....그만큼 방만하게 방치한 신체활동에 대해 엄정한 댓가를 치루는 중이라고 밖에는요..^^

루체오페르 2011-01-2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소식을 늦게 알았네요.
어디가 아프셔서 받은건진 모르겠지만 수술까지 하셨다는걸 보니 꽤 컸던건가 본데
고생 많으셨네요. 잘 됬다니 다행이고 지금쯤 후유증 없이 다 나으셔서
건강한 메피님으로 돌아가셨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Mephistopheles 2011-01-29 20:06   좋아요 0 | URL
수술 이후에도 참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지금은 별 문제 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암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