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ily, Land of Passion : 열정의 땅, 시칠리아 - 전2권 - 본책 + <오디세이아> 영문판 Travel Inspiration Books
손경수 외 지음, 새뮤얼 버틀러 옮김 / 쇤하이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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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엔 흔한 여행에세이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단순한 호기심일뿐이었다. '심미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여행 가이드북'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처럼 느껴졌는데, 실제 책을 받아보니 왜 그렇게 표현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책의 실물을 보면 알겠지만 이건 단순히 이쁘다 라는 표현보다는 깔끔한 느낌인데 책에 실려있는 사진도판의 인쇄상태가 너무 좋아서 그 이쁨을 배가시켜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을 펼치기 전에 사진집을 한 권 읽었는데 생각보다 사진의 도판이 깨끗한 느낌이 아니어서 그런지 이 자그마한 책이 더 이쁘게 느껴진다. 사진이 그렇게 중요해?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멋진 사진을 보면서 한번쯤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소망이 더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은 시칠리아에 대한 여행에세이이면서 여행정보서이기도 하다. 시칠리아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아는 것은 별로 없는, 그래서 이탈리아 변방의 작은 섬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전부였다.

막연히 마피아가 연상되는 섬- 이게 다 영화때문이겠지만 - 일뿐이었는데 제주도 면적의 14배라고 하니 엄청나게 큰 섬이라는 놀라움도 잠시, 그 섬안에 너무나 멋진 거리와 건축물들이 많고 또 시칠리아 섬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7개의 섬 - 에올리에 제도의 섬 풍경사진을 보니 내 생에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7개의 섬을 천국의 조각들이라고 표현한다고 하니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된다. 게다가 조금 무섭기는 하겠지만 활화산의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하지 않을수가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섬의 곳곳을 둘러보기는 어려우니 승용차를 렌트하는 것이 좋고 또 작은 골목이 많아 렌트할 때는 소형차가 좋다라고 하는 등의 정보는 실제로 섬의 곳곳을 다녀보지 않고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다. 그리고 책자에는 가볼만한 명소의 소개와 함께 큐알코드가 찍혀있어서 구글지도와 연동하여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

 

지금 당장 시칠리아로 떠날수는 없겠지만, 이탈리아의 소도시들이 참 좋았던 것을 떠올려본다면 시칠리아 역시 한번쯤 시간을 쪼개어 가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는 이오니아해를 바라보며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읽는 호사스러움을 느껴보라는 의미에서 오디세이아의 영어버전이 함께 들어있는데, 멋내기에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한글버전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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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나 해 볼까? - 몸치인 그대를 위한 그림 에세이
발레 몬스터 지음, 이지수 옮김 / 예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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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레'나' 해 볼까,라는 제목에서부터 슬며시 느껴지는 것처럼 이 책은 진지함으로 발레를 대하기 위해 읽는 책은 아니다. 그러니까 정말 발레의 기초라거나 발레의 우아한 동작을 이 그림 에세이를 통해 배워보겠다거나 하는 사람들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반면 우아하고 유연한 몸을 가진 늘씬한 이들이나 가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발레가 우리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데는 이 책이 딱 알맞다. 블랙코메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공감할 수 있는 풍자에 키득거리며 읽다보면 어느새 책이 끝나버리고 마니까.

 

책을 읽고 나면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특별한 것으로만 느껴지던 발레가 일상으로 훅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그림 표현에서도 눈에 확 띄는 통통한 위엔위엔의 이야기는 뚱뚱해서 놀림받고 왕따당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짠한 마음이 들려고 하다가도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스스로 발레를 즐기고 있다는 것에 더 마음이 가고 그래서 오히려 더 크게 웃을 수 있었다. '위엔위엔, 너 정말 발레단에 있었던 거 맞아?'라는 물음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고, 판다가 발레한다고 놀린다는 말에는 또 내가 욱하게 된다. 그래도 이 사랑스러운 위엔위엔은 수많은 지적질은 잊어버리고 어느 순간 한동작이 훌륭하다는 선생님의 칭찬에만 빠져들어 우쭐해하고 자랑스러워한다. 아, 물론 이 책의 이야기들은 위엔위엔의 발레 시도 에세이는 아니다. 발레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위엔위엔의 에피소드가 많이 그려지고 있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발레를 배우는 일반 아마추어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맞다. 그리고 왠지 범접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세상이 있는 것 같았지만 한걸음 다가서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쁜 발레복에 대한 수다에서부터 실시간으로 sns에 자신의 모습을 담기위해 포즈를 취하는 무대 뒤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발레도 특별하기만 한 것은 아니야, 라는 마음이 들게 한다. 괜히 고고하고 도도한 자세로 근접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았던 발레가 어느새 친구와 수다를 떠는 시간같은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그림에세이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읽기에도 쉽고 가끔은 글을 읽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그 상황이 확 와닿는 장면들이 많아서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서 결코 발레가 배우기 쉽다거나 만만하게 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문가처럼 배워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으니 이 유쾌한 발레 그림에세이는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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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이야기 - 세계의 과거.현재.미래가 만나는 제7의 대륙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김한슬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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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이라고 하면 왠지 우리와 아주 먼 곳처럼만 느껴지곤 했었는데 사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내 고향 앞바다가 바로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바다가 아닌가.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인 - 이 기준조차 자기들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을 구분한 것이기는 하지만 - 의 관점에서 문명화된 유럽과 구분된 태평양 저 너머는 그들이 소유할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었고 그것은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근대와 현대의 구분이 모호할 때마다 나는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며 막연히 근현대라고 이어붙이고 정확히 현대의 개념은 어떻게 시작될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탄소연대측정법의 수치가 달라지는 특정한 날짜의 기준으로 시작하여 여러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데 그냥 간단히 이해를 한다면 1950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현대를 지칭하는 것에 많은 이들이 수긍을 하고 있고, 특히 저자는 이날을 기준으로하여 현대의 태평양 이야기를 하기 딱 좋은 날이라고 하고 있다. 프롤로그를 보면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데 사실 이게 어떤 연관성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아니, 책을 읽으면서도 각 장에서 주제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읽는 것은 흥미로웠지만 이것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태평양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인가, 라는 물음에 흔쾌히 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체를 다 읽고나면 그 연결고리가 조금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 나름의 역사와 문화를 갖고 생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의 섬은 발견하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듯 서구열강은 식민지로 영토확장을 이어갔고 그러한 인식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핵과 수소폭탄의 실험을 거리낌없이 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휴대용 소형 라디오 기술의 개발로 아시아의 기업들이 더 발전된 기술로 세계 진출을 하게 되고, 서핑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환경의 아름다움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 나포된 푸에블로호 -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롭게 읽혔는데 우리나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지금 현재의 정세와 맞물려서 그런지 더 자세히 읽게 된다 - 사건을 통해 이데올로기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외국인인 저자가 신탁통치안을 받아들였더라면 오히려 우리가 더 빨리 자주독립국이 되었을지도, 무심코 자를 갖다대어 그어버린 선이 우리를 지금까지 분단국가로 살게 해버릴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들이 더 마음을 아프게 찌르고 있다. 그리고 2015년도에 씌여진 이 책에서 저자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것도 범상치는 않다.

계속 이어지는 장의 주제인 식민지 시대의 종식이라거나 기후이변, 심해의 발견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전체적으로 각각의 주제로 이루어진 이야기같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태평양 지역에 대한 유럽인들의 자기중심적이고 차별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와는 달리 태평양 지역의 사람들은 고도의 문명과 기술을 갖고 있으며 자연환경의 파괴없이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문화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태평양 사람들이 오늘날과는 다르게 생태계의 일부로서 주변 환경에 녹아들어 자연을 매우 소중하게 다뤘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460)

 

"발보아가 태평양을 발견하고, 마젤란이 처음으로 태평양 횡단에 나선 이래로 서양인들은 5세기동안 끊임없이 넓은 바다로 진출해서 새로 찾은 영토에 소유권을 주장했다. 그들은 태평양에서 터를 잡고 고유한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을 착취하는 행위를 당연시했다. 수천년의 긴 세월 동안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던 태평양 원주민들의 터전은 서구의 침입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 이들도 배를 타고 머나먼 바다를 유랑하긴 했지만, 과거 서양인들이 그러했듯 영토를 확장하고 지배권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이 세력 확장에 나서지 않은 이유가 그저 주어진 삶에 맍고하며 더 큰 미래를 꿈꾸지 않는 소심하고 편협한 민족적 특성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며 동양인들을 내려다보곤 했다.... 그들이 먼저 동양에 진출했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의 영토를 침략할 권리를 가진 듯 행동했다. 그렇게 서구 열강의 거대한 태평양 제국이 탄생했다."(565-566)

 

잠수정 앨빈호가 심해의 생명체를 탐사한 것은 과학의 발전을 한단계 더 나아가게 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생명의 경이로움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태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이미 이십여년전에 언급된 쓰레기섬에 대한 짧은 이야기 역시 그 맥락일 것이다. 비약적일지 모르지만 지구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마지막 장을 장식하고 있다는 것도 그 연장선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념의 극한 대립은 점차 무너지고 있지만 자국의 경제를 위해 정치적인 대립을 하고 있는 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을지 모른다고 하고 있지만 결국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세계의 역사와 판도가 바뀌는 것처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다가올 세상의 중심은 태평양이다"라는 말은 여러 의미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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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 일과 사랑
툴라 카르얄라이넨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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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딱히 떠오르는 인물은 없었다. 그렇지만 '무민'이라고 했을 때 한번도 무민스토리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무민의 모습이 바로 떠올랐다. 그 귀여운 캐릭터를 창조해 낸 사람이 바로 토베 얀손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솔직히 '남성과 대등한 여성의 지위와 독립성, 창의성, 평가가 중요했고, 일에서도 삶에서도 평범한 여성이 역할에 굴복하지 않은' 토베 얀손의 삶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150여편의 도판이 실려있다는 것에 더 혹하는 마음에 책을 펼쳐들었다. 그래서 책을 받자마자 도판을 한차례 훑었고 무민의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꽤 흥미롭게 보기는 했지만 선뜻 그녀의 일생에 대한 글을 읽는 것은 그닥 관심이 없었다.

그냥 그렇게 그녀의 어린시절, 가족, 친구,화가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었는데 글을 읽어갈수록 점점 더 그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캐릭터로만 접해봤던 무민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게 되었다.

 

"먼 훗날 사람들은 우리가 흥미롭고 중대한 시기를 겪는 특권을 누렸다며 떠들어대겠지. 하지만 난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너무 엄청난 일이 벌어져서 자꾸 우리를 작아지게 하는 것 같아. 전쟁이 오래갈수록 사람들은 야심을 품을 만한 기력이 없어져. 점점 위축되고, 시야도 좁아지고, 국가주의적 화법과 표어, 구식 편견과 원칙, 그리고 자기자신에게 점점 얽매이게 돼"(92)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토베 얀손은 전쟁터로 끌려간 동생, 친구를 비롯한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전쟁터로 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두가 그들의 사망통지를 받을 뿐이라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그녀는 화가로서의 작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사랑하는 이를 잃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귀엽기만 한 무민 캐릭터의 모습과는 달리 초기의 무민은 새까맣고 입도 동물 주둥이처럼 길쭉하게 나와 돌연변이 늑대같은 모습이기도 했고 뭔가 좀 괴기스러운 분위기도 느껴지고 암울해보였다. 단지 겉모습만 봤을 때 그랬다는 뜻이다. 그런 무민의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토베 얀손이 핀란드의 하얀 겨울 숲을 보며 살았다는 것에 감사한다. 무민이 하얗고 뭉툭한 코를 가진 귀여운 캐릭터로 변모된 것은 하얀 눈이 나무 그루터기에 두텁게 쌓여있는 한겨울 숲을  바라보다가 '커다랗고 둥그런 흰 코'처럼 늘어져 있는 그루터기들을 발견해서 생겨난거라고 하니까 말이다)

 

"적어도 초반에는 자신을 위해 썼다. 책을 쓰면서 토베는 전쟁과 냉혹한 현실에서 벗어났다. 많은 핀란드인들이 집에서, 그리고 전쟁터에서, 약물과 특히 독한 술로 정신을 둔감하게 만들었다. 무민골짜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쓰면서 토베는 그토록 잔혹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모로코와 통가 왕국에 세우려 했던 예술가 공동체를 위한 구상과 비슷한 존재였던 것 같다."(139)

 

"토베는 무민 동화에 묘사된 자연이 가능한 한 현실적이기를 바랐다. 그랬기에 크기는 제각각이더라도 달은 항상 제대로 된 방향에서 떠올랐다. 무민들이 사는 세계는 바다와 폭우, 험준한 산과 동굴로 이루어졌지만 꽃이나 빽빽한 숲도 있었다. 무민 골짜기는 아늑하고 동네같으면서 안전한 환경이며, 모험이 전개되는 배경은 정확히 그와 반대된다. 예측불가능하고 위험천만한 바다와 산악지대는 온갖 재난이 닥쳐올 것만 같다. 무민 가족은 광활한 세상으로 나갔다가 평화로운 골짜기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오면서 늘 안심한다. 물론 돌아오기 위해서는 먼저 떠나야 하지만 말이다."(145)

 

예술가 공동체를 구상하며 그 이상향을 무민 골짜기에 넣었다라거나 무민동화에 묘사된 자연이 가능한 한 현실적이기를 바라는 그 마음은 무민의 이야기에서 바로 드러난다. 전쟁 상황과 떨어질 수 없는 당시의 세계는 모든 것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특히 2차세계대전때의 원자폭탄 투하의 공포는 '무민 골짜기에 나타난 혜성'에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버튼 하나로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깨달음은 무민 동화에 확실히 영향을 미쳤고 인류전멸의 위협은 이 책의 주제가 되었는데 어린이책의 주제로는 이례적인 것이기도 했다.

 

"행복이나 실망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해봐. ...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그에게 화를 내거나 그를 용서하지 못한다고 생각해봐. 잠도 못 자고, 추위도 못 느끼고 절대 실수도 저지르지 않고, 또 배탈이 났다거나 그게 가라앉지도 않고, 누군가의 생일을 함께 기뻐해주지도 맥주를 마시지도 못하고, 양심에 찔리는 기분도 못 느낀다고 말야........."(173)

 

토베 얀손의 삶을 이야기할 때 무민을 빼놓을 수 없는 건 당연하지만 무민의 이야기에도 토베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어린이가 보는 동화라고 무조건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그려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녀의 생각은 조금 위험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 깊이를 보게 된다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책을 다 읽고나니 이제 알겠다. "토베의 삶은 진정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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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도 모르면서 -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내 감정들의 이야기
설레다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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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있고 진지하게 읽어야하는 책이 아니라 조금은 가볍게 슬쩍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읽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뭔가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아질 때,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책은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때 말이다.

그래서 그림이 있는 에세이를 집어들었다. 시를 읽는 것보다는 좋을 듯 해서.

그런데 [내 마음도 모르면서]는 그렇게 쉽게 술술 책장을 넘기며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이라고는 할수가 없다. 책을 읽다가 저자 약력을 다시 보니 '사람의 마음에 대한 관심의 부산물로 미술심리상담사 자격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고통은 그림으로 전해질 때 조금씩 날아간다고 믿는 사람, 소소한 일상의 틈에서 나타나는 마음의 균열을 한 컷의 그림과 짧은 글로 표현'하는 설레다의 글과 그림은 읽으면 읽을수록 곱씹어보게 된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는 사전적인 개념의 마음이 아니라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되면서 깨닫게 되는 마음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그냥 사랑의 감정만 있다면 이건 기쁨에 넘친 누군가의 자랑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글들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스토리처럼 구성되어 있다. 사랑이 시작되면서 느끼게 되는 마음, 사랑이 깊어지면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이 더 커져간다. 그러나 그 사랑이 모두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기에 헤어지기도 하고 혼자 남겨진 이의 고독과 고통, 자책의 마음이 사람을 무너지게 해버리지만 이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마음도 자란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꼭지씩 읽다보면 감정의 흐름에 따라 깊이 빠져들게 되고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되고, 아픔을 겪고 있는 이에게 어떤 위안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된다. 이별의 슬픔에 빠져있는 이에게 무조건 벗어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그런 마음을 겪게 되면서 마음도 자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어렴풋이 느껴지던 그 마음은 설레다의 마음개념 사전처럼 정리된 것을 처음부터 차례로 다시 보고 있다보면 처음에 느꼈던 사랑의 감정을 잊어야한다고 강요하지도 않고, 집착하거나 미련을 남기는 것이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를 말하고 있지만 한걸음 더 성장하게 된다면 "지금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이젠 더 이상 그 시간이 아프거나 고통스럽지 않아요. 이제야 제대로, 비로소 그대를 그리워할 수 있게 되었나 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각 꼭지마다 짧은 글이 있는데 그에 대한 마음의 개념이 정리되어 있다. 처음엔 그냥 맞는 말이네 라거나 신선하네 라는 느낌이었는데 글을 조금씩 읽어가다가 문득 '놀라다'에 마음이 꽂혔다. "존재의 거울"에 대한 단상은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으니 그 모두가 나의 모습이었고, 나와 닮은 사람의 모습에서 보이는 내 싫은 모습도 자꾸만 눈에 거슬린다. "나 같이 괜찮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 발 떨어져서 보니 괜찮지 않음을 넘어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부분이 꽤 많다는 걸 알았을 때의 기분'이 바로 '놀라다'인 것이다. 사실 나도 그 순간, 놀랐다...

 

"좋든 싫든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일을 체험하며 점차 나에게 딱 맞는 삶의 자세와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겪다"의 개념이다. '비록 후회가 남을지라도... 인생이라는 질문에 정답을 없으니까"(281)라는 말처럼 나의 삶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 좀 더 나의 삶에 대해 진중해진다. 나의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더 깊이 느끼게 된다면 나의 마음도 자라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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