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이야기 - 세계의 과거.현재.미래가 만나는 제7의 대륙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김한슬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평양,이라고 하면 왠지 우리와 아주 먼 곳처럼만 느껴지곤 했었는데 사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내 고향 앞바다가 바로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바다가 아닌가.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인 - 이 기준조차 자기들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을 구분한 것이기는 하지만 - 의 관점에서 문명화된 유럽과 구분된 태평양 저 너머는 그들이 소유할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었고 그것은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근대와 현대의 구분이 모호할 때마다 나는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며 막연히 근현대라고 이어붙이고 정확히 현대의 개념은 어떻게 시작될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탄소연대측정법의 수치가 달라지는 특정한 날짜의 기준으로 시작하여 여러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데 그냥 간단히 이해를 한다면 1950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현대를 지칭하는 것에 많은 이들이 수긍을 하고 있고, 특히 저자는 이날을 기준으로하여 현대의 태평양 이야기를 하기 딱 좋은 날이라고 하고 있다. 프롤로그를 보면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데 사실 이게 어떤 연관성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아니, 책을 읽으면서도 각 장에서 주제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읽는 것은 흥미로웠지만 이것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태평양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인가, 라는 물음에 흔쾌히 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체를 다 읽고나면 그 연결고리가 조금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 나름의 역사와 문화를 갖고 생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의 섬은 발견하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듯 서구열강은 식민지로 영토확장을 이어갔고 그러한 인식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핵과 수소폭탄의 실험을 거리낌없이 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휴대용 소형 라디오 기술의 개발로 아시아의 기업들이 더 발전된 기술로 세계 진출을 하게 되고, 서핑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환경의 아름다움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 나포된 푸에블로호 -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롭게 읽혔는데 우리나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지금 현재의 정세와 맞물려서 그런지 더 자세히 읽게 된다 - 사건을 통해 이데올로기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외국인인 저자가 신탁통치안을 받아들였더라면 오히려 우리가 더 빨리 자주독립국이 되었을지도, 무심코 자를 갖다대어 그어버린 선이 우리를 지금까지 분단국가로 살게 해버릴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들이 더 마음을 아프게 찌르고 있다. 그리고 2015년도에 씌여진 이 책에서 저자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것도 범상치는 않다.

계속 이어지는 장의 주제인 식민지 시대의 종식이라거나 기후이변, 심해의 발견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전체적으로 각각의 주제로 이루어진 이야기같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태평양 지역에 대한 유럽인들의 자기중심적이고 차별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와는 달리 태평양 지역의 사람들은 고도의 문명과 기술을 갖고 있으며 자연환경의 파괴없이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문화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태평양 사람들이 오늘날과는 다르게 생태계의 일부로서 주변 환경에 녹아들어 자연을 매우 소중하게 다뤘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460)

 

"발보아가 태평양을 발견하고, 마젤란이 처음으로 태평양 횡단에 나선 이래로 서양인들은 5세기동안 끊임없이 넓은 바다로 진출해서 새로 찾은 영토에 소유권을 주장했다. 그들은 태평양에서 터를 잡고 고유한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을 착취하는 행위를 당연시했다. 수천년의 긴 세월 동안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던 태평양 원주민들의 터전은 서구의 침입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 이들도 배를 타고 머나먼 바다를 유랑하긴 했지만, 과거 서양인들이 그러했듯 영토를 확장하고 지배권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이 세력 확장에 나서지 않은 이유가 그저 주어진 삶에 맍고하며 더 큰 미래를 꿈꾸지 않는 소심하고 편협한 민족적 특성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며 동양인들을 내려다보곤 했다.... 그들이 먼저 동양에 진출했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의 영토를 침략할 권리를 가진 듯 행동했다. 그렇게 서구 열강의 거대한 태평양 제국이 탄생했다."(565-566)

 

잠수정 앨빈호가 심해의 생명체를 탐사한 것은 과학의 발전을 한단계 더 나아가게 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생명의 경이로움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태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이미 이십여년전에 언급된 쓰레기섬에 대한 짧은 이야기 역시 그 맥락일 것이다. 비약적일지 모르지만 지구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마지막 장을 장식하고 있다는 것도 그 연장선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념의 극한 대립은 점차 무너지고 있지만 자국의 경제를 위해 정치적인 대립을 하고 있는 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을지 모른다고 하고 있지만 결국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세계의 역사와 판도가 바뀌는 것처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다가올 세상의 중심은 태평양이다"라는 말은 여러 의미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는 것이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