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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의 소식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평점 :
루팡의 소식이 출간되었다. 그런데 난 이미 이 책을 읽은 것 같은데? - 다시 살펴보니 개정재출간이 맞다. 아니 그런데 기억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작가의 이름과 작품의 제목뿐이다. 물론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이름만으로도 그의 작품은 엄지척을 할수밖에 없지만 루팡의 소식은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은 떠오른다.
그래도 다시 책을 펴들 때 살짝 망설여지기는 했다. 괜히 어설픈 기억이 책 읽기의 몰입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때문이었는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나의 무딘 기억력에 그저 감사를 하게되었을 뿐 새로운 책을 읽듯이 재미있게 단숨에 읽어버렸다. 역시 냉정한 경찰조직과 비정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그 사건의 수사과정과 결말에 이르르면서는 마음 저 끝이 따뜻해지는 뭉클한 휴머니즘을 보여주고 있어서 마지막 책장을 넘길때쯤이면 괜히 감동에 젖어 행복한 시간을 보낸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루팡의 소식 역시 그렇다, 라고 한다면 스포일러가 되는 것일까? - 이건 나의 괜한 노파심이라 말하고 싶다.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어떤 결말에 이를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미모의 여순경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사건의 해결에만 집중하고 있다가 그녀의 한마디에 앗,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촌철살인의 한마디와 그녀의 정체는 내게 있어서는 말 그대로 획기적인 반전의 느낌이었다.
어쩌다보니 괜히 설레발치며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듯한 느낌인데 루팡의 소식이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런것이다. 경찰뿐 아니라 기자들까지 다 모인 회식자리에 중요인물들에게 메모가 전해진다. 십오년 전 자살로 마무리 된 사건이 살인사건이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것. 기자들의 눈을 피해 서둘러 모인 그들에게 전해진 또 다른 이야기는 공소시효가 24시간 남았고 그 시간안에 살인자를 잡아야 한다는 것.
현재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십오년전의 사건을 재조사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미 현장은 사라졌고 증거나 증인을 찾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일단 사건의 중심에 있는 세명의 인물을 소환한다.
자살인 줄 알았지만 살해된 것이라 제보된 사람은 십오년 전 고등학교의 선생님이고 살해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은 당시 학생이었으며 '루팡'이라는 작전계획을 갖고 교장실에 있는 시험지를 훔쳐내었던 세 친구 중 한 명. 경찰은 가장 먼저 그 세명의 신변을 확보하려하는데 가정 먼저 끌려온 기타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나타나게 된다.
공소시효를 24시간 남겨두고 시시각각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과 당시의 사건을 진술하는 기타와 다치바나의 이야기속에서 사건은 점점 그 핵심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실 처음 읽을 때는 그저 사건이 어떻게 이끌려가는지, 그 해결에만 관심을 가졌었는데 읽은 내용을 찬찬히 생각해보면 각 인물에 대한 성품이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또한 하나의 복선처럼 깔려있다는 것도. 그러니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히 짜여진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인정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량청소년처럼 떠돌다가 졸업을 앞두고 시험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험지를 훔쳐내려는 루팡작전을 계획한 세 친구의 이야기가 어떻게 살인사건을 해결하게 되는지, 그 곁가지로 친구의 우정이라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양면성과 추악함이라거나 권력자의 음모라거나 하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지만 그래도 루팡의 소식에서 가장 단단한 줄기는 사람이 사람에게 가질 수 있는 무한한 신뢰와 애정이 아닐까, 싶다.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바로 루팡의 소식을 펼쳐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