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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든 작품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가가형사 시리즈는 생각이 난다. 여러 시리즈를 조금씩 써나가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형사는 가가 아니겠는가. - 아니, 우리에게 그가 만들어낸 인물들 중 기억할만한 형사가 가가인 것일까?
아무튼 신참자에서 시작하여 간헐적으로 만나곤 했던 가가형사에 대한 기억은 그리 많지 않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굳이 장르소설로 읽는 편은 아니어서 - 그러니까 내 말은 그의 작품속에 드러나는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더 높이 사며 글을 읽는 편이라 형사의 추리가 대단하다고 기억하기보다는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가형사를 그냥 평범한 인물로 끌어내릴 건 아니다.
"돌이켜 보면 사소한 실수를 수도 없이 저질러 왔다. 가가는 그 하나하나를 끌어모아 진실이라는 성을 쌓아 올린 것이다"(448)
이처럼 사소한 실마리 하나를 잡고 성실하게 증거를 모으고 조사를 하여 드러나 있는 사실에서 그 사실이 품고 있는 진실을 밝혀내는 가가형사이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그런 가가형사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가가형사 개인의 가족사와 연결되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사실 왜 굳이 그의 가족사로 이어지는 이야기일까 싶기는 하다. - 글을 다 읽고 나면 역시 가족사가 나온 이유는 가가형사와 어머니 사이의 끈끈한 모자지간의 정,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구나, 싶어진다.
이야기는 센다이의 술집 주인의 회고에서 시작을 한다. 조용하고 참한 여인 한명이 일자리를 구해 찾아오고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녀는 별다른 문제없이, 또한 이렇다할 인간관계도 없이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가끔 찾아오는 손님 와타베와 조금 특별한 사이가 되고 그 후 그녀가 사망을 하자 그녀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와타베에게 연락을 하지만 와타베는 자신과는 관계가 없으며 대신 아들을 찾아 연락을 해 주겠다고만 한다. 혼자 조용히 생활하다 사망한 여인은 다지마 유리코, 바로 가가형사의 어머니이다. 와타베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가가형는 연락을 받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또다시 십년 후, 도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두 건의 살인사건이 어떤 연관을 갖는지에 대한 추론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사건의 해결점으로 다가서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역시 사건의 해결뿐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원전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인다. 누군가 정체불명의 인물이 신분을 숨기고 지내기 좋은 곳, 하청에 하청, 재하청이 이뤄지며 타인의 신분을 도용해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한 곳, 방사능 피폭에 경고신호가 울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발전기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원전은 연료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네. 그 녀석은 우라늄과 인간을 먹고 움직여. 인신 공양이 필요하지. 한마디로 우리 작업원들의 목숨을 쥐어짜야 움직인다 이 말이야."(364)
가가형사의 대단원의 막이 내리게 되었다는 이 작품은 아주 잘 짜여진 소설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아쉽다. 하지만 여러 에피소드가 담겨있는 이야기라고 본다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귀기울여본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 방향에서만 바라보면 본질을 알 수 없는 법이야. 사람이나 땅이나."(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