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도포라의 딜레마는 덩굴식물로서 자신의 잎 바로 위에 다른 잎을, 그리고 그 잎 위에 또 다른 잎을 쌓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데 있다. 잎 하나하나가 다른 잎들이 빛을 사냥하고 광합성 하는 일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라피도포라는 이 치명적인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며 생존하고 번식할까? 이 식물은 자기 잎들에 스스로 무수히 구멍을 내어 그 사이사이로 빛이 스며들게 해서 전체 잎의 광합성을 돕는다. 공동체(라피도포라) 전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개인(이파리)이 희생하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 한 셈이다. 놀랍지 않은가!

어떤 면에서 인간은 고약한 존재다.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뭉쳐 있다. 무지는 앎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편견은 흙이 되기를 거부하는 바윗덩이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식물에 대해서도 우리 인간은 편견에 싸여 있다. 아니, 식물에 관해 아는 게 별로 없으면서(정확히 말하자면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에)우습게 알고 무시한다. 식물은 우리에게 무시당해도 좋은 존재가 아니다. 편견의 두꺼운 껍질을 벗겨내고 ‘앎의 빛‘을 조금만 스며들게 해도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식물이 어떻게 땅속에 뿌리를 뻗어 나가며 양분을 빨아들이는지, 어떻게 잎을키우며 빛을 사냥하는지, 또 어떻게 꽃으로 곤충을 유혹하여 자기 씨앗을 널리 퍼뜨림으로써 종족을 보존하는지 알면 쉽사리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식물의 영리하면서도 우직하고 치밀하게 대비하는 모습에서 경외감마저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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