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미사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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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 느낌은 그저 단순하지만은 않다. 단숨에 읽어버리고 보름쯤 지난 후 이 책에 대한 느낌을 떠올리려고 하니 조금은 막막하다. 타이완 소설이나 영화를 많이 접한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이야기의 전반에 흐르는 청춘 로맨스의 느낌은 별반 다르지 않고 좀 더 유치한 적나라함이 있었다면 오히려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훨씬 더 좋아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가족, 연애, 치유, 미스터리를 모두 담은 웰메이드라고 하지만 이 모두를 담아내기 위해 장치한 연결고리가 필연적인 개연성없이 우연으로 점철되고 있는 것이 좀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그런 면에서 어찌보면 우연의 만남으로 인한 관계 설정이 지극히 동양적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잘 그려진 주제와 상관없는 영화적 설정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

 

생김새는 똑같지만 성격은 다른 쌍동이 자매 모디와 모나는 잠시라도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갖기위해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그것도 알려진 명문고인 뤼안고, 정재계뿐 아니라 연예인들이 입학하고 경제적 여유가 없다하더라도 공부를 잘 하면 입학할 수 있는 뤼안고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면 명문 사립고가 떠오르고 거기에다 매우 불량하지만 엄청 잘 생긴 인물의 등장은 어쩔수없이 꽃보다 남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불량하지만 공부도 잘하고 멋짐도 폭발하는 주인공 지웨이칭, 거기에 수업 첫날부터 우리의 모디와 지웨이칭은 옆자리 짝궁이 된다. 거기에 더해 모디의 언니 모나는 저녁을 먹기 위해 혼자 집을 나섰다가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지웨이칭과 마주치게 되고 학교에서와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모나의 모습에 그녀가 모디의 쌍동이 언니임을 모르는 지웨이칭은 혼란스러워하고...

솔직히 나이를 먹어 그런지 이런 이야기를 읽기에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도 지나쳐 그저 이 이야기의 끝이 무엇일까 궁금해질뿐이었다. 우연의 만남이 거듭해가면서 뭔가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단순한 청춘 로맨스물에서 미스터리를 풍기며 어린 시절의 상처받은 모디와 모나를 끄집어 내기 시작한다.

결말이 조금은 극단적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희생하고 또한 자기 자신을 용서하게 되는 모디와 모나의 모습은 그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가 소설보다는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더 유쾌하고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식스센스 같은 반전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치유의 과정이 더 잘 묘사되어 더 좋은 느낌을 전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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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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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어온 개미 한마리를 잡다가 거의 다 써가던 이 소설의 서평을 날려먹었다. 무심코 마우스를 잡고 키보드를 친 것은 나 자신이므로 그 무엇에 화를 낼수도 없어서 스트레스만 가득하고 새롭게 글을 쓸 기분이 나지 않는다.

글을 쓰다 잠시 멈추게 된 것은 개미를 잡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책에 적힌 정확한 인용을 쓰려고 그 페이지를 뒤적거리기 위해서였으니 더욱더 개미에게조차 분풀이를 못하겠는 것이다.

마음을 다시 돌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케이트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출판사 편집 조수로 취직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소개받은 메이슨 테이트의 사무실에 들어가게 된다. 테이트와의 면접에서 그는 케이트의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본다. 기계공장에서 일을 했다는 말에 프롤레타리아,라는 말을 내뱉는 테이트는 케이트가 왜 그걸 물어보는지에 대한 대답으로 '사교계 여자는 참아줄 수 없다'고 한다.

그냥 당연한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나는 이 에피소드가 케이트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케이트를 테이트에게 추천한 사람이 누구인지 새삼 언급되었을 때, 이 얄궂은 마음은 또 어찌할지...

 

뜬구름같은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이야기는 1969년 전시회를 찾아간 케이트가 사진 속 인물인 팅커 그레이를 알아보면서 시작된다. 아니, 시작된다는 그 시점이 중요하지는 않다. 그 인물이 찍힌 1930년대 말, 대공황이 끝나가는 시기의 뉴욕에서 살았던 젊은이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제일 것이다. 사랑뿐만이 아닌 삶의 모습 모두를 담아내고자 하는.

케이트는 룸메이트 이브와 재즈클럽에서 신사인 팅커를 만난다. 이브는 어떻게 해서든 팅커를 잡으려하고 팅커는 케이트에게 더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올바른 선택이란 원래 인생이 상실을 결정화시키는 수단이라는 것"(518)을 이해시켜주려는 듯 그들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사고후유증이 심한 이브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팅커는 이브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되고 결국은 그녀와 결혼까지 결심하게 된다. 케이트는 과감히 사표를 내고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되는데....

 

이 소설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으로 설명을 할수가 없다. 잘 짜여진 하나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물론 있지만 그 스토리를 읽는 도중에 인용되고 있는 수많은 책들의 이야기, 인물들과 내용이 오마주처럼 슬그머니 이야기속에 스며들어 감탄을 자아내고 있을 때 이것이 문학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은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 이 말은 그러하니 당신도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인생을 우리가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두서없는 여행으로 비유하는 것이 좀 진부하기는 하다. 현자들의 말에 따르면, 바퀴의 방향을 아주 조금만 틀어도 그 이후의 사건들에 연쇄적으로 그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결국 우리의 운명이 새로운 사람, 정황, 발견들로 다시 형성된다고 한다"(516)

이 소설의 이야기 역시 어떤 면에서는 조금 진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 방향을 아주 살짝 틀어놓기도 했을뿐 아니라 케이트와 이브, 팅커, 행크.... 그 시대를 살아간 젊은 청춘들의 틀어지는 운명에 대해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 좋은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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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은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의 꿈을 되돌아보면, 그 꿈을이루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토록 애착을 품는다는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아이는 해적이 되고 싶어 하고, 어떤 아이는공주가 되고 싶어 하고, 어떤 아이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팅커의 얘기를 듣다 보니 그가 별처럼 눈을 반짝이며 꾸었던 꿈은 아직도 그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것 같기도 했다. 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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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신과 완벽히 맞는 사람하고만 사랑에 빠진다면, 애당초 사랑을 둘러싸고 그런 소동이 벌어지지도 않을 거야."  477

* * *

사람들은 항상 누군가의 용서를 구하며 살아간다는 앤의 말이 옳았던 것 같다. 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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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밖에서 기다리는 일행에게로 가면서 딱히 대상을 정하지 않고 가볍게 감사 기도를 했다. 지금은 옆에 없는 옛 친구를 기분 좋게 돌아볼 수 있는 일이 생기는 건, 우연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봐도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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