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황세연 지음 / 마카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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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사실 대상에는 그리 큰 관심이 없었으나 이 소설에 대한 서미애 작가님의 심사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추리소설에서 요구하는 흥미로운 사건, 닫힌 공간,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들, 장면마다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으로 마지막까지 추리소설의 묘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장면마다 순간순간 보이는 넉살과 찰진 대사들이 만들어내는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대상이 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과연 어떤 스토리가 담겼길래 이런 찬사를 마다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더구나 추리소설의 묘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넉살과 찰진 대사들이 만들어내는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있다니. 블랙유머를 떠올리며 조금은 가볍게, 또 조금 더 재미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간 줄거리를 다 빼놓고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정말 재미있다. 사실 전개과정에서 묘사되는 것들이 어느 블랙코미디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그것이 비슷하다는 느낌보다는 이 소설에서 황세연 작가가 자신만의 분위기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져 그닥 나쁘지 않았다.

 

프롤로그를 시작하며 과거 회상신에서 전대미문의 괴이한 살인 사건. 오래된 흑백 사진 속에서 그 사건의 진범이 해맑게 웃고 있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책이 잔혹 스릴러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줄 알고 살짝 긴장을 했다. 하지만 곧이어 나오는 사투리 대화와 무려 16년간 범죄없는 마을에서 일어난 한밤중의 살인사건이 접목되면서 내내 유쾌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니, 유쾌하다고 표현하면 뭔가 좀 안맞는 느낌이고 블랙유머라고 해야할까...? 너무 어이없게 일어난 살인사건이 실제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사체유기인 듯 하면서도 시간이 지나가며 사건이 해결되기는 커녕 더욱더 많은 이들이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결국 마을 주민이 다 동원되어 살인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들은 살인사건의 실체에 대한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며 이야기의 끝을 짐작하기 어렵게 한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중간에 멈출 수 없는 책읽기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반전이라는 것은 살인사건에 대한 범인 찾기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대사 중간중간 훅 치고 들어오는 사회적인 문제나 사람에 대한 편견을 뒤엎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개밥을 훔쳐먹은 며느리가 결국 개에게 잡아먹혔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 주면서 사람들이 개나 소 같은 동물에게 밥을 주고 키워서 잡아먹는 것, 밥도 안주고 키우지도 않은 동물들을 산이나 들, 강이나 바다에서 잡아먹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지만 산다는 것 자체가 다른 생명을 먹어야만 가능하니 선과 악이 어딨겠냐(115)라는 심오한 대화뒤에 그와 상관없이 어린 은조는 그저 치킨을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술주정뱅이에 도둑질도 하는 빚쟁이 가난뱅이 신한국이 아이들을 위한 후원금은 꼬박꼬박 내는 인물(242)이라는 것도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하는 반전효과가 있다.

아니, 이렇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라는 걸 너무 강조하면 책을 읽으며 계속 마을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에서 반전을 의심하게만 될지 모르니 이 이야기는 그저 그 흐름에 맡겨 읽어나가시길. 분명 이야기 읽기의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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