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구판절판


"내일 죽을 거라는 말을 들으면 어쩔꺼야?"
"다르지 않겠죠"
"다르지 않다니, 어쩔 건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로킥과 레프트 훅밖에 없으니까요"
"그건 연습얘기잖아. 아니, 내일 죽는데 그런 걸 한다고?"
"내일 죽는다고 삶의 방식이 바뀝니까?" " 지금 당신 삶의 방식은 얼마나 살 생각으로 선택한 방식입니까?"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강철의 킥복서]-210쪽

"전혀 달라. 쓸모 있는 것과 쓸모 있을 법한 것과는 별개야. 훌륭한 사람과 훌륭할 것 같은 사람이 전혀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고. 요컨대, 쓸모 있을 것처럼 보이기만 하면 되는 거지. 그러니까 과학자들은 언제나 위험을 부채질하는 거야. 장래에 지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말하면, 더욱더 연구해주게나, 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겠어? 그래서 예산 딸 시기가 되면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소행성 충돌뉴스가 튀어나오는 거라고. 항상 그래왔어. 3백분의 1이라느니, 영문을 알 수 없는 숫자를 꺼내들고 겁을 줘서 돈을 모으는 거야.
군대나 첩보기관이 위험하다, 위험하다, 외치는 것하고 마찬가지지. 위험을 부채질해서 예산을 따내는 거지.
[소행성의 바마]
========= 이건 어째... 임기말, 선거즈음만 되면 튀어나오던 대북관련, 경제관련...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나 거기나 할 것없이 드러운 것들의 세계는...;;;-230쪽

소행성이 떨어지든 안 떨어지든, 세상은 끝날거야.
모두가 진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밖에 달리 생각할수가 없어.-233쪽

<빛이 있는 동안 빛속을 걸어라>는 소설이 있잖나. 그걸 흉내 내자면 '살길이 있는 한 살아라'고 할 수있겠지.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건, 권리가 아니라 의무야.
그래. 그러니까 모두들 남을 죽이고서라도 더 살려고 하는 거지. 자기만이라도 살고 싶어서 추하게 사는 거지, 우리는.
남을 밀어내고서라도 정신없이 살아가자는 거다.
재치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언짢은, 그렇지만 실감 나는 얘기거든.
[노인의 망루]-317쪽

살아남는다는 건 말이야, 그런 식으로 논리정연하게 '선택'이니, '선택될 조건'이니, 그런 게 아니고 보다 필사적인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발버둥치고, 몸부림치고, 아등바등하고. 살아남는다는 건 그런 걸 거야, 분명히.
[노인의 망루]-3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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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6-09-0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죽는다고 삶의 방식이 바뀔까? ....모르겠네요.^^;

chika 2006-09-0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생각과 행동은 다르니까 나도 잘 모르겠어요;;
 
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윤덕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8월
구판절판


이런 세상에서 중요한건...
상식이나 법률이 아니라...
얼마나 유쾌하게 사느냐, 라고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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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5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구판절판


복수다! 생트집이라고 욕을 해도 좋다. 재취업센터에 다니다 지쳐버린 자신과, 어깨를 늘어뜨린 채 휠체어를 밀고 있는 이구치를 위해 복수할 거라고 도요타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명감이라고 해도 좋았다.
사사로운 분노, 개인적인 원한, 뭐라 해도 좋았다.
공적인 이유로 일어나는 전쟁이나 내분에 비하면 훨씬 더 건전하다. 개미나 벌은 자신들의 집과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싸우지만, 자신의 원한 때문에 상대를 쓰러뜨리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복수가 훨씬 인간적이라고 도요타는 생각했다.
인간이 그렇게 위대해? 휴머니즘이란 말이 제일 싫어, 늙은 개가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261쪽

-플라나리아가 뭔데?
- 2센티미터밖에 안되는 작은 동물. 뇌도 없을 것 같은 원시적인 동물이지.
-플라나리아는 물이 없으면 못 살아. 그 녀석을 용기에 넣고 들어있던 물을 빼는 거야. 한 곳에만 물을 붓고 그곳에 불빛을 비춰. 그러면 물을 찾아 이동해. 당연하겠지. 그런데 그 실험을 반복하면 플라나리아는 불빛이 비치는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는 거야. 물이 없어도.
- 학습된다는 얘기군
- 맞아. 불빛이 비치는 곳에 물이 있다는 걸 기억하는 거지. 그 실험을 여러차례 반복했어. 어떻게 됐을 거라고 생각해?

- 어느때부터 움직이지 않는거야. 아무리 불빛을 비쳐도 이동하지 않아. 그래서 결국 물을 못 만나 죽어.

- 글쎄, 플라나리아가 싫증을 냈을 거라는 말도 있어. 똑같은 반복에 싫증이 난거야. 그 증거로, 용기 내부의 재질을 바꾸거나 상황을 바꾸면 다시 학습을 해. 아무튼 그 원시적인 동물조차 자실을 선택할 정도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 지겹다는 거지.

- 그럴듯한 얘기 아냐? 인간은 더더욱 그래. 몇십 년이나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똑같은 일을 계속하며 살아. 원시동물도 질려버리는 그런 반복을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알아? '인생이란 다 그런 거지, 뭐'라고. 그렇게 받아들여. 이상하지. 인생에 대해 뭘 안다고 그렇게 단정하고 받아들이는지 난 모두 이해가 안 가

- 좋지도 않은 곳에서 매일 똑같은 일을 하다가는 머리가 돌아버릴 거야. 반복해서 같은 실험을 당하는 플라나리아 신세가 되는거지..... 자네가 옳았다는 거야. 독립에 실패하고, 약간의 빚을 지고, 배신감을 맛보았다고 해도, 무작정 똑같은 매일을 사는 것보다는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거지.-271-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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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구판절판


단순한 이야기도 뼈대에 조금 손을 대면 무슨 말인지 알수가 없게 돼. 정의나 악, 그런것은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반전이 가능해.
파괴 활동을 계속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이야기도, 원주민과 개척자의 이야기도, 익충과 해충의 차이도, 모두 보는 각도에 따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달라지는거야.

-82쪽

- 오리엔티어링(독도법)이란 말, 알아?
- 지도를 보고 목표 지점을 찾아가는 거잖아. 나도 그 정도는 알아. 나이 들었다고 놀리나?
- 나이는 상관없어. 다시 말해 미래란 그런거야. 찾아내는거라고. 먹구름 속을 걸어서는 미래가 저절로 다가오진 않네. 자네도 잘 생각해보는게 좋을거야.
- 내가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나?
- 그 다음을 생각하라는 걸세. 자네뿐만이 아니야. 정치인도, 아이들도, 도무지 생각을 안 해. 반짝 생각하곤 끝이야. 흥분하고 끝, 단념하고 끝, 외치고 끝, 야단치고 끝, 얼버무리고 끝이지.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아. 텔레비전 보는 데만 익숙해져서 사고가 정지된 거야. 느끼기는 해도 생각하지 않아.-114-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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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1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노의 컬러풀 아프리카 233+1
미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6년 7월
절판


냉장고 안의 콜라 한 병

카리바 호수가 있는 잠비아 남부는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더운 기후로 유명하다. 게다가 그 해는 남아프리카를 내려친 최악의 가뭄으로 호수의 물이 말라붙고 있을 정도였다.
카리바 호수에 파도가 이는 게 신기할 만큼 이 곳에는 잔잔한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온몸이 금방 짠내 나는 땀에 절어버린다. 샤워를 하기 위해 물을 틀면, 온수기도 달려있지 않는 샤워기에서 일부러 끓인 것 같은 뜨거운 물이 쏴 쏟아졌다.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태양이 게스트하우스 지붕의 양철탱크를 펄펄 끓여 놓고 있었다.
첫날 저녁,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 콜린스와 플루덴스가 다음날 아침에도 도시락을 싸들고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왔다. 플루덴스가 내민 도시락 통에는 계란프라이와 토마토를 넣고 식빵을 3층으로 포갠, 아프리카에서는 고급요리에 속하는 "에그와 토마토 샌드위치'가 들어있었다. 그동안 아프리카인들이 얼마나 간소한 아침밥을 먹는지 목격해왔던 나는 그 샌드위치를 보자마자 마음이 울컥해졌다. 나는 "너희도 계란이랑 토마토 먹었니?"라고 묻고 싶었지만 대신 그 샌드위치를 정말로 맛있게 쩝쩝 소리를 내며 먹어주었따. 그리고 아침부터 땀흘리며 도시락을 쌌을 그들을 위해 게스트 하우스의 냉장고 안에 든 차가운 콜라 두 병을 주문했다.
-138-139쪽

그동안 내가 아프리카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아프리카 친구를 가장 기쁘게 하는 선물은 냉장고 안에 든 차가운 콜라 한 병이란 사실, 전기없이 한여름을 나는 게 얼마나 끔찍하게 힘든 일인지, 이 뜨거운 날씨에 냉장고도 선풍기도 없는 좁은 방에서 햇볕에 끓는 뜨거운 물을 마시는 사람들을, 21세기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에서는 물 한 병이 콜라 한병보다 비싸다. 대도시가 아니고선 슈퍼마켓에서 물을 사먹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물을 산다는 건 정말로 별나고 호사스러운 짓이다. 그나마 2-3백원밖에 안하는 콜라 한 병도 아프리카의 서민드에겐 값비싼 포도주 한 병처럼 큰 맘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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