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노의 컬러풀 아프리카 233+1
미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6년 7월
절판


냉장고 안의 콜라 한 병

카리바 호수가 있는 잠비아 남부는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더운 기후로 유명하다. 게다가 그 해는 남아프리카를 내려친 최악의 가뭄으로 호수의 물이 말라붙고 있을 정도였다.
카리바 호수에 파도가 이는 게 신기할 만큼 이 곳에는 잔잔한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온몸이 금방 짠내 나는 땀에 절어버린다. 샤워를 하기 위해 물을 틀면, 온수기도 달려있지 않는 샤워기에서 일부러 끓인 것 같은 뜨거운 물이 쏴 쏟아졌다.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태양이 게스트하우스 지붕의 양철탱크를 펄펄 끓여 놓고 있었다.
첫날 저녁,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 콜린스와 플루덴스가 다음날 아침에도 도시락을 싸들고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왔다. 플루덴스가 내민 도시락 통에는 계란프라이와 토마토를 넣고 식빵을 3층으로 포갠, 아프리카에서는 고급요리에 속하는 "에그와 토마토 샌드위치'가 들어있었다. 그동안 아프리카인들이 얼마나 간소한 아침밥을 먹는지 목격해왔던 나는 그 샌드위치를 보자마자 마음이 울컥해졌다. 나는 "너희도 계란이랑 토마토 먹었니?"라고 묻고 싶었지만 대신 그 샌드위치를 정말로 맛있게 쩝쩝 소리를 내며 먹어주었따. 그리고 아침부터 땀흘리며 도시락을 쌌을 그들을 위해 게스트 하우스의 냉장고 안에 든 차가운 콜라 두 병을 주문했다.
-138-139쪽

그동안 내가 아프리카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아프리카 친구를 가장 기쁘게 하는 선물은 냉장고 안에 든 차가운 콜라 한 병이란 사실, 전기없이 한여름을 나는 게 얼마나 끔찍하게 힘든 일인지, 이 뜨거운 날씨에 냉장고도 선풍기도 없는 좁은 방에서 햇볕에 끓는 뜨거운 물을 마시는 사람들을, 21세기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에서는 물 한 병이 콜라 한병보다 비싸다. 대도시가 아니고선 슈퍼마켓에서 물을 사먹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물을 산다는 건 정말로 별나고 호사스러운 짓이다. 그나마 2-3백원밖에 안하는 콜라 한 병도 아프리카의 서민드에겐 값비싼 포도주 한 병처럼 큰 맘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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