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인명구조대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품절


눈 앞에 손목을 자르려는 여자가 있어! 어떻게 말을 걸면 되지?

-지금 그대로 괜찮아
지금 그대로 괜찮아!
지금을 느껴봐! 너의 지금을 바라봐. 너는 지금, 무얼 바라고 있지? 말로 해 봐!

- 나는 더 행복해지고 싶어!
- 좀 전의 일을 떠올려 봐. 너는 지금 이대로 좋아. 그래도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다면 네가 변하지 않으면 안돼.

나를 바꾼다...어째서 나는 행복해 질 수 없지? .... 타인이 모두 거침없이 행동해... 표정이나 말로 나를 상처 줘...

- 그 사람은 너를 미워하니? 너를 공격하려고 했던거야?
틀림없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있지? 결점을 고치면 네 자신이 좋아질거야. 상대는 너를 위해 생각해서 말해 준 건 아닐까?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 괜찮아. 두려움에 떨어도 괜찮아. 두려우면서도, 머리 한켠에서 생각할 수 있다면.-304쪽

아나미는 변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엄습해 오는 어둠, 그것을 말로 바꾸는 것은 무리라고도 생각했다. 타인을 휘두르며 아무렇지 않게 상처 입히는 자신, 충동이 이끄는대로 남자와 자는 자신, 자신이 미움받는 인간이라는 것에 이유는 없다.-305쪽

- ... 나는 훌륭하지 않아...

- 아니, 훌륭해. 비꼬는 시선으로 자신을 보지마. 네 안에는 좋은 네가 있어.
- ... 좋은 내가 있어?
- 일을 하는 건 너무나 좋은 일이야. 게다가 너는 필요한 사람을 위해 일하잖아. 그것이 네가 있을 곳이다.
-... 그래도, 일에도 공허함을 느끼고 있는데?
- 공허함을 느끼는 건, 변화를 두려워 하는 또 다른 너야. 그래도 너는 그런것에 지지 않고 계속 일하고 있어. 자신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마음 한구석에서는 알고 있어. 괴로운 일이 있어도 일은 그만두지마. 잘될테니.
괜찮아...-306쪽

다른 사람이 경솔해 보이는 것은 네가 겉 혹은 속, 둘 중 한쪽만 보기 때문이야. 너는 중간을 보지 않아. 타인에게 나쁜면을 보면, 그것이 모든것이 되어 버려. 자신이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공격하는 거야. 그런데 인간은 흑백논리로만 판단할 수는 없어. 인간은 회색의 다면체거든.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에는 중간이라는게 있어. 불안정해서 싫은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바라봐. 좋은 사람이기도, 나쁜 사람이기도 한 너의 친구를. 따스하면서 심술궂은 네 자신을.
앞으로 익숙해지는 일만 남았어. 어중간한 안심, 어중간한 선의, 어중간한 악의, 사람이 사는 사회란 그런거야. 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너로 돌아와. 지금의 너는 훌륭해. 앞으로는 작은 행복을 하나씩 맛보기만 하면 돼. 자, 지금부터 시작이야.-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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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구판절판


1년 넘게 여행하면, 자연히 '여행을 하는 우리만의 방식' 같은 게 생길 것 같아요.

- 카오산처럼 크지는 않지만 남미에도 여행자 거리가 있어요. 그런데; 그곳에선 현지 음식은 안팔고 햄버거 가게나 피자집만 많아요. 여행자들이 다른 문화를 접하러 와서 익숙한 것만 찾고 있다는 거죠. 다른 것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또 지나치게 돈을 아끼려고 하는 것도 곤란해요. 그건 여행의 맛을 죽이는 셈이니까요.
흥정할 때 삿대질 하며 싸우지 말고, 떼쓰지 말고 현지 사람들을 존중해야해요. 돌아다니다보면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요. 한국 사람들 쌈닭이다. 비싸면 안사면 되는거지, 비싸다고 바가지 씌운다고 굳이 싸울 필요는 없잖아요?


- 역사나 문화를 조금씩 공부하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어 중동 지역은 버스비가 나라마다 많이 다른데 터키가 특히 비싸요. 터키는 주변국에서 석유를 안주기 때문에 미국을 통해 석유를 비싸게 공급받거든요. 그래서 버스비가 비쌀 수 밖에 없어요. 요르단은 사막뿐인데 왜 잘 살까? 이라크전 때 미국과 영국에 붙어서 떼돈 벌어서 그렇구나! 뭐, 이런 것들.
이곳을 지나치는 수많은 여행자 중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해요.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고. 그냥 무심코 '이 나라는 물가가 비싸다' 하고 마는 거죠.
어떤 가이드북을 보니 라오스가 외국 자본으로 도로 건설을 하면서 외국인에게 더블 프라이스를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섰던데, 이런 게 잘못된 시각이에요. 라오스는 2-30년 동안 무역이 금지된 나라였고 폭격으로 온 나라가 초토화됐어요. 이런 역사 인식 없이 가이드북을 만들고 그 책으로 여행을 하면서 라오스 사람들에 대해 멋대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봐요. 라오스 사람들이 잘못하는 게 아니에요. 책의 시각이 잘못된 거지.-42-43쪽

중동을 여행할 때 혹 이스라엘에는 안갔나요?

- 이스라엘은 들어가기가 애매해서 지나쳤어요. 여행이라는 게 여러 나라를 보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키부츠에서 일했다는 어떤 한국 친구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싸우다 이스라엘 경찰들과 함께 그들을 폭행한 일을 무용담처럼 말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슬픈 얘기죠. 여행이란 게 재미도 있어야겠지만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알아야 하지 않나요? 그리고 키부츠가 공동체라고 할 수 있나요? 팔레스타인을 배제하는 공동노동인데.....

결국 두 사라이 이스라엘에 가지 않은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만나 '팔레스타인 사람들 불쌍하지 않냐?'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다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단다.
-4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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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양장본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8월
구판절판


당신이 시간 속에서 길을 잃는다면 그것은 사막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과도 같다.

물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 시간이라는 사막이 당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한다면.-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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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절판


"책을 읽는다는 건 고독한 행위고, 또 시간도 걸리잖습니까. 그런데 일본사회는 바빠요. 사회생활도 해야 하고, 정상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 느긋하게 책을 읽을 시간 따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책 따위는 읽히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그런 느낌이에요.
-91-92쪽

예를 들어 제가 상사에게 회식에 못가겠다고 한다고 해요. '오늘은 얼른 집에 가서 저번에 줄 서서 산 비디오 게임을 하고 싶거든요'라고 거절합니다. 상사는 쓴웃음을 짓기는 하겠지만 '못 말리는 녀석이군. 저녀석 오타쿠라니까' 하고 말죠. 하지만 '오늘은 얼른 집에 가서 책을 읽고 싶거든요'라고 거절하면 어떨까요? 상사는 틀림없이 마음이 편안하지 않을 거고, 저에 대해 반감을 가질 겁니다. 비디오 게임은 획일적이고 본인의 사고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 안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남들과 다른 일을 생각하는 사람, 혼자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간주됩니다. 상사의 처지에서 보면 '저 녀석, 내가 모르는 데서 나 몰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같은 식이죠. -91-92쪽

요즘 '가치관의 다양화'니 뭐니 하지만, 저는 완전히 양극화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런 다양함이 존재하는 세계와 대다수의 보수적인 세계. 그 대다수의 보수적인 세계, 제가 지금 있는 환경도 그렇지만요, 그 세계는 지금 롤러로 밀듯이 무조건 한 가지 색깔로 칠해지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보수파에 속하는 평균적인 일본인은 다양한 쪽 세계의 사람이 뭘 하든 상관하지 않지만, 자기하고 같은 보수파에 속하는 사람이 책을 읽는 것은 미워합니다. 혼자서 다른 걸 하지마., 혼자서 다른 걸 생각하지 마, 하고 말이죠. 일본 사람은 인간관계를 귀찮아하면서도 또 고독에는 굉장히 약하지 않습니까.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다 함께 똑같은 일을 하는 데 있는 셈이에요. 저 사람도 나하고 같은 일을 하고 있어. 그러니까 난 고독하지 않아, 그런거죠. 그래서 자기만 다르다든지,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다른 일을 한다든지 하는 일에 많이 민감한 걸 겁니다"
-91-92쪽

"흐음, 그럴지도 모르겠네"



"무서운 이야기예요. 이 정도까지 모든 게 다 시각화된다는 건 획일화를 조장하는 일입니다. 원본을 접할 기회도, 접할 필요도 없어요. 얼마든지 복사할 수 있으니까요. 난해한 철학책이나 두꺼운 세계문학전집도 해설서나 축약판이 나돌아다니죠. 책 따위는 읽을 필요없어, 자, 여기 이렇게 간단한 게 있잖아, 같은 식이거든요. 읽지마, 봐, 라고 말이에요. 다 함께 똑같은 걸 보자, 그런 거예요"

-9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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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06-08-11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같은 구절에 밑줄긋기 하러 들어왔다가 추천만 하고 갑니다. 저 구절의 "일본"을 "한국"으로 바꾸어도 별 무리가 없지요? 슬프지만 나이 들면서 남한테 책 읽는다는 이야기는 안 하게 되더라고요. TV얘기 하면 화기애애해지지만 책 얘기하면 혼자 튀면서 분위기 썰렁해진달까;;;; 어쨌든 같은 부분을 좋아하는 분이 계셔서 좋으네요. 서재에도 한 번 놀러가야겠습니다.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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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건 주머니 속의 동전 한 닢이 전부였다. 나는 동전을 던져 결정하기로 했다. 만약 앞면이 나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필코 영국으로 갈 것이고, 뒷면이 나오면 <콜리어스>에 내 처지를 설명하고는 전도금을 되돌려 주리라.
공중으로 동전을 튕겨 올렸다. 결과는 뒷면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까짓 동전에 나의 미래를 내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은. -10쪽

보도 사진가로 산다는 것과 다정한 마음을 잃지 않고 간직한다는 것이 서로 양립할 수 있는가에 대해 자문자답을 해 보았다. 병사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장면은 빠뜨린 채 그저 한가하게 비행장 주변에 앉아 있는 모습만 찍은 사진은 사람들에게 진실과는 동떨어진 세게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전사자와 부상자까지도 여과 없이 찍은 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내가 감상에 빠지기 전에 그런 장면들을 한 통의 필름에 담아두길 잘했다는 판단이 섰다.



-47쪽

군의관실은 교회에 딸린 고아원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당직 군의관이 내게 자기 침대를 내줬다. 그날 밤 그에게는 잠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군의관과 나는 식사를 함께 했다. 한창 밥을 먹고 있는데, 수녀원장의 인솔을 따라 고아들이 열을 지어 교회 뜰 안으로 들어왔다. 고아들은 행진을 하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바로 '소년 파시스트의 노래'였다. 커피를 앞에 놓고 잠깐 졸음에 빠졌던 군의관이 눈을 번쩍 뜨고는 큰 소리로 통역관을 불렀다.
"수녀원장에게 가서 저 따위 짓은 이제 그만두라고 해. 지금 나더러 미국 식량을 먹여가며 미래의 파시스트를 기르란 말이야? 즉시 대열을 풀고 보통 아이들처럼 노는 법을 가르치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고아들 점심은 없다고 분명히 말해"
한동안 설전을 벌인 끝에 수녀원장은 교회를 빠져나갔다. 잠시 후 아이들은 마치 들판의 인디언처럼 신나게 뛰어놀기 시작했다. 하나의 새로운 민주주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잠시동안 군의관은 긴장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긴장한 표정을 하고 벌떡 일어나서는 수술실로 달려갔다.-121-123쪽

내 머리 바로 위로 포탄이 날아다녔다. 박격포탄은 휘파람 소리를 내고, 순양함은 쇳소리를 내고, 장갑차는 삑삑거리는 고음을 내며 서로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독일군 박격포도 휘익 하는 소리를 내며 내게서 불과 100미터도 안되는 언덕 위에 떨어졌다. 나는 덤불 속으로 더 낮게 머리를 파묻었다. 태양이 내 등을 비추어 따뜻한 온기가 전해왔다. 불현듯 '아! 공중을 날며 노래하는 것이 새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133쪽

셸부르의 독일군 사령관인 칼 폰 슈리펜 장군으로, 그는 우리가 생포한 최초의 고위급 독일군 포로였다. 나는 그의 사진을 꼭 찍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내게서 등을 돌리고 포즈를 취해주지 않았다. 그가 부관에게 말했다.
"언론의 자유랍시고 떠들어대는 미국신문이라면 지긋지긋해."

나도 독일어로 한마디 응수했다.

"나도 이제 싸움에 패한 독일군 장군을 찍는 일에는 넌덜머리가 납니다"

내 말에 격분한 그가 나를 향해 홱 돌아섰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에 담았다. 아마도 그보다 더 좋은 사진은 나올 수 없으리라!-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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