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취향 - 라오넬라 여행 산문집, 다시 여행을 말하다
고연주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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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취향,이라는 제목에서 단지 '우리'라는 말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나는 한없이 가벼운 대중적인 보편성을 떠올렸다. 여행에세이를 즐겨 읽기는 하지만 그런 책의 대부분이 자신의 방식으로 여행을 하며 느끼는 주관적인 이야기들일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의 취향,이라는 제목의 선택은 그러한 생각을 먼저 떠올리게 한 것이다. 물론 마음 한구석에서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타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있기는 했지만.

 

태어나서 이사만 서른 여섯번을 하고, 성인이 되어서 옮겨다닌 국가만 해도 몇개국일런지.. 저자에 대한 첫느낌은 진짜 길 위에서 생활하는 노마드, 여행 방랑자였다. 그러한 그녀의 여행이야기는 내가 평소에 읽던 낯설고 색다른 여행지에 대한 설렘을 담고 있거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즐거움과 삶의 벅찬 행복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길 위에서의 여행같은 삶의 이야기, 삶과 같은 여행 이야기가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우리는 국적도 없이 이름도 없이 직업도 없이 친근하길 바란다. 우리의 취향은 옅으므로 당신도 나도 많은 것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취향이 옅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떠나왔다는 취향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므로"

 

아, 그러니까 나는 미리 짐작하여 우리의 취향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책 첫머리에서부터 그녀는 우리의 취향이 옅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떠나왔다는 것을, 나의 주관적인 해석으로는 나 역시 언젠가 떠나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삶과 여행에 대한 취향을 공유하고 있다 믿을 수 있었기에 마음편히 책 속으로 그녀의 여행을 따라갔다.

 

그녀의 여행 이야기는 쉽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속에는 행복과 즐거움이 느껴지지만 그 사이로 또한 그녀의 외로움과 삶의 고단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영국에 도착했을 때의 이야기는 오히려 나의 마음을 더 옥죄이는 듯 했다. 언제나 낯선 곳에서 홀로 남겨졌다는 두려움은 지금도 무조건 피하고 싶은 상황인데 그녀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덩그러니 놓여진 상태를 너무나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십년의 세월이 흐른 후, 자신에게 영어를 알려주었던 이웃집 아저씨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 역시 너무도 담담하게 펼쳐놓는 것을 보니 그녀는 진정한 여행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곧 여행이고 여행이 삶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쉽지 않았을 그녀의 삶이 안타까웠었는데 항상 길 위에서 지내는 위태로움과 불안함이 그녀를 냉소적이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라는 물음에는 단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덮을 즈음에는 그녀가 그 어느곳에서든 사람을 만나려하고 그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따뜻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며 세상 구석구석의 아름다움과 따뜻한 마음들을 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매일 상상도 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재밌고 나는 제법 괜찮다. 대신 나는 조금 여유로워졌다. '힘을 내자'라든지 '일어서야 해'라든지 '나는 반드시 살아야만 한다'같은 말을 일기장에 적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 죽는게 조금 덜 두려워졌고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해졌다.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나는 이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선에서의 최악이나 최고도 아닌 미래를 상상할 줄도 알게 되었고 그 정도만큼 나를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것 정도도 알게 되었다."(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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