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도시 -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 유럽편 한 달에 한 도시 1
김은덕.백종민 지음 / 이야기나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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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라는 명칭은 처음 들어봤다. 물론 이런 유형의 숙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었지만 내가 그 얘기를 들은 것은 좀 오래전이었고 체계적인 체인망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무료로 비어있는 공간을 잠시 빌려 쓰는 나눔의 형태였다.

처음엔 그저 한 달에 한 도시에서 현지인처럼 생활한다는 것에 부러움만 가득했고 이 책에서도 왠지 색다르고 특별한 일상의 이야기들, 여행지에서의 낯섬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그런 묘한 설렘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했는데 이야기의 진행방향은 내 예상을 빗나가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특별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예상외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여러가지 장점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 외에도 이들은 세계 여러 나라 각 지역의 현지 주거형태에 머물면서 각각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색다른 재미라고 하고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리 많은 여행을 다닌 것은 아니지만 각 지역의 호텔마다 샤워시설과 수도꼭지 트는 방식이 미묘하게 차이가 있어서 숙박하면서 그 사용법을 익혔던 것조차 기억에 남아 있으니 정말 현지인들이 실제 살고 있는 주거의 형태에 직접 들어가 생활해보는 것은 얼마나 흥미로울까 싶어진다.

 

'한 달에 한 도시'는 결혼 1년차 부부가 그 맛있다고 소문난 아르헨티나의 스테이크 맛을 직접 보기 위해 떠나야겠다는 핑계(!)로 2년동안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이야기인데, 특이한 사항은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여행기가 아니라 에어비앤비라는 숙박시설을 이용하여 한 도시에서 한 달 이상 머무르며 현지인처럼 생활하며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숙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각 지역의 특색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고, 이 책의 많은 부분이 부부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들의 느낌에 대한 것이다. 글은 부부가 공동으로 쓰고 있지만 좀 더 여성성을 지닌 남편 백종민의 글이 많고 젊은 부부가 겪을만한 의견차이와 감정차이에 따른 싸움에 대해서도 흘려넣고 있어서 이 책은 여행에세이면서도 부부의 생활에세이가 되기도 하다.

 

여행에세이를 읽으면서 멋진 풍경 사진과 세계 각국의 훌륭한 문화유산과 전통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는데, 그와는 조금 다르게 유명관광지에서 약간 벗어난듯한 곳에서 한달을 숙식하면서 동네 사람들과의 친교를 나누는 이야기 역시 기대이상으로 마음에 남는다.

"사람들은 세계여행을 떠난 우리를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부르며 '부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여행을 위해서 어떤 것을 포기해야 했는지 알고 있을까? 불안과 절박함이 그림자처럼 항상 다라다닌다는 것도 알고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가 여행하는 이유는 '행복'이다. 안정된 생활보다는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었던 욕망이 강렬했고 그 욕망을 따라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었다."(312)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지만 역시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이 여행생활자이든 생활여행자이든 '행복'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인 나는 그 '행복'이 내게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이들이 스페인에서 크루즈를 타고 미국으로 가기 직전의 일정까지 기록되어 있다. 뉴욕을 거쳐 남미를 여행하고 - 애초에 이 부부는 아르헨티나의 기가 막히게 맛있는 스테이크 맛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여행을 시작한 것이기에 위험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반드시 여행하리라 생각되는 남미를 지나 아시아를 여행하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에어비앤비에 대해서는 왠지 남미 사람들의 화끈한 친교와 아시아 사람들의 정 넘쳐나는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어서 이들의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진다. 그들은 꽤 괜찮은 여행자라 생각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행이 곧 일상이 되는 순간을 기다려 왔다. 낯선 나라에서 눈을 뜨고 문밖을 나서면 책에서만 보던 풍경이 펼쳐지는 그런 날들을 말이다. 전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이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날들이 하루하루 반복되자 여행은 정말 일상이 되었지만 우리의 마음은 무뎌졌다. 감사한 마음도 서로를 배려하겠다는 마음도 가물가물해졌다. 그때 찾아온 반가운 손님과 뜻밖의 기회가 이탈리아를 특별한 곳으로 만들어 주었다. 여행자의 자격은 새로움에 설레는 마음가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행자의 자격은 떠나던 순간의 마음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느냐에 달린 것일지도 모른다."(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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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4-10-17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이 곧 일상이 되는 순간을 꿈꾸기는 하지만, 불안과 절박함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생활은 제게 무리네요. 아쉬움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이 제 타입.

chika 2014-10-17 10:13   좋아요 0 | URL
흠,,, 불안과 절박함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생활....은 저도 무척이나 두려워하는 생활이네요 ㅠㅠ
지금은 딱 일주일만 여행을 떠나도 완전 만족할 것 같은 기분이예요. 휴가같은 휴가를 보낸지 너무 오래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