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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다는 착각 - 오해와 상처에서 벗어나는 관계의 심리학
니컬러스 에플리 지음, 박인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좀 쌩뚱맞을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것은 감정보다는 오히려 지능에 가깝다,라는 문장이 뇌리에 박히듯 남아있다. 그러니까 나의 학창시절,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 후배가 그 미묘한 변화에도 어떤 감정인지를 (그나마) 가장 잘 아는 것이 나라는 것을 후배가 인정했었는데 나는 그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세심해서 그렇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것은 감정에 대한 섬세함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상대방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의 지능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더 타당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은 '오해와 상처에서 벗어나는 관계의 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것처럼 결국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론에서 침팬지와 유아의 비교실험에서 얻은 결과물, 즉 "우리 인간은 엄지 손가락이 마주 보고 있어서 혹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재주가 있어서가 아닌, 다른 이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알아서 지구를 정복했다."(20)라는 말은 우스개소리처럼 한번 웃고 넘겨버리기에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해봐야하는 문장이 아닌가 싶다.
이 이야기는 총 4부분으로 나뉘어있는데, 첫부분 '오해의 탄생'은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믿으며 오랜시간동안 알고 지낸 지인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선입견과 오해일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사물에도 마음이 있는가? 라는 물음으로 시작되는 두번째 부분에서는 비인간화와 의인화에 대한 심리학적 실험의 결과를 통해 드러나는 유의미한 차이점들을 흥미롭게 펼쳐놓고 있다. 스스로의 인식으로는 별차이 없다고 느끼고 있겠지만 실제로 사물에 마음이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있다면 그에 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 선입견과 오해에 빠져있는 부분들을 수많은 실험 결과들을 정리한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없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오해와 선입견이 있지만 또 그것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같이 손을 흔들어 줄 것이라 믿고 더 자주 손을 흔든다면 삶은 더 유쾌해질까? 가까운 이웃을 생각없는 사물로 보기보다 일상에서 좀 더 자주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당신은 더 행복해질까?"라는 물음의 답은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106)는 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타인의 마음은 절대 펼쳐진 책 같을 수 없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하려는 비결은 상대의 보디랭귀지를 해독하는 능력이나 관점을 수용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스스럼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게끔 공들여 관계를 맺는 것이다"(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