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몸이 너무 힘들어서 일찍 퇴근했다.

며칠 동안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더니,
거기다 맨날 술 마시고 글 쓰고 골고루 한다고 심각한 수면 부족이 더해져,
오늘 하루 종일 몸이 힘들었다.
심하게 편도선이 부었다. 목이 퉁퉁 부었다.
말할 때 마다 통증이 느껴져서,
특수 목사탕(비싸다는 말이다. 약사 아저씨가 좋다고 줬는데 디따 비싸다.이럴 땐 사탕을 깨물어 먹는 나의 습관이 참 맘에 들지 않는다)을 하루 종일 먹었다. 지금도 먹고 있다.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사당역에서 내렸다.
집에 가서 푸~욱 쉬어야지....생각하다가,
사당역에 내린 김에 잠깐 서점에 들르면 좋지 않을까...로
방향을 선회. 구두소리를 쿵쿵 내며 지하철 계단을 올라, 씩씩하게 책창고로 갔다.

우울할 때,
힘들 때,
아플 때,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책창고에 도착.

일단 사장님께 인사를 하고,
( 난 어디 가나 인사 하나는 참 잘한다.
누가 그랬더라? 조직생활은 인사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 간다고...난 가끔씩 이렇게 불리기도 한다. 아....그 인사 잘 하는 애?)
천천히 책을 둘러 보기 시작했다.

자.....그럼 오늘 산 책을 소개합니다.
( 책을 집은 시간적 순서, 왜 샀는지, 뭐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런 것도 다 쓰려 했는데, 너무 졸린다. 그냥 리스트만 공개.)

1.<생명이 다할 때까지 내일을 노래하리>
- 미우라 아야코 자서전이다. ( 그 유명한 "빙점" 작가)
- <길은 여기에>도 사두고 아직 못 읽고 있지만,
책을 발견한 순간 주위에 아무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 뺏길새라 집었다. 아.... 경쟁이 습관화 되었나 보다.
- 출판사 : 창해

2. <머피의 성공방법 100가지>
- 오시마 준이치 지음/ 김길연 올김/ 청림출판
-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이런 책을 가끔 읽어줘야 한다.

3. <일본 디자인의 신화 가메쿠라 유사쿠>
- 박효신 지음 / 디자인하우스
- 그냥 읽고 싶었다.

4.<상식, 혹은 희망 노무현>
- 우리 시대의 인물읽기 2
- 쓴 사람들 : 강민석, 노건호, 노무현, 명계남, 문성근, 박재동,
손혁재, 유시민, 이광호, 장봉군, 정혜신, 천정배,
최민희, 화미남자
- 출판사 : 행복한책읽기
-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우리 시대의 인물읽기 1)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 <김기덕, 야생 혹은 속죄양>(우리 시대의 인물읽기 3)은
작년에 사두고, 아직 읽지 않았다. 지금 내 책장에서 맨날
하품을 하며 기약 없는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 장정일과 김기덕 사이의 노무현 읽기.
- 02년 3월에 나온 책. 읽기가 좀....두렵다.

5. < 태극기는 바람에 펄럭인다>
- 조영남 지음 / 디자인하우스
- 오늘의 대박.
- 이 책 읽고 싶었는데, 새 책 사기는 좀 돈이 아까웠다.
- 조영남 아저씨 그림들 보는게 재미 있구만.
동양화 수준이 장난이 아닌데...ㅋㅋ
- 인간 조영남.
어떻게 히트곡 하나 없으면서 계속 TV에 나오는지,
왜 저런 아저씨한테 여자가 꼬이는지 평소 궁금했다.
- 이 책을 읽으면 좀 이해가 될까?

졸리다....
이 글을 쓰며 특수 목사탕 6개를 먹은 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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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벌식자판 2004-11-19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도선이 부었을 때 소금물로 입안을 행구면 좋다고 들었습니다.

한 번 해보세요.
 
신 천하무적 홍대리
홍윤표 지음 / 바다출판사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신 천하무적 홍대리>(홍윤표 지음/바다 출판사)를 읽다.

만화책을 돈 주고 산건....
솔직히...처음이다.

난 만화책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왜일까?
문자 중독증?
그건 아닌 것 같고....

이유 1 : 집 근처에 만화가게가 없다.
이유 2 : 주위에 만화책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게 이유였다.

<신 천하장사 홍대리>를 읽게된 건,
알라딘 서재 "세벌식 자판"님의 리스트를 보고 땡겨서...

다른 회사원들은 회사원의 일상을 어떻게 그려낼까?
그것도 코미디로...
궁금했다.

즉흥적으로 <신 천하장사 홍대리>를 클릭.
점심 시간에 주문했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책이 배달되었다.
정말 빠르다....
꼭 책이 짜장면 같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있는 지은이 홍윤표의 소개를 빌려왔다.

홍윤표 - 1967년 출생으로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 코오롱 상사에서 1997년까지 근무했으며 현재 외국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겨레 출판만화학교 전문반 2기 수료했고 지금은 우리만화 발전을 위한 연대모임 회원이다.

1999년 펴낸 <천하무적 홍대리>로 직장인 만화열기를 불러 일으켰다. 2000년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만화가로 나섰으며, 현재 프랑스에 머물면서 만화를 그리고 있다.


학교 선배구나...
반갑다기 보다.... 좀.... 씁쓸했다.
다른 학교 출신들 처럼 조직 생활에 목숨 좀 걸어 보자구...
내가 못 그러니까 남들이 그렇게 하는 것 좀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좋겠다.뭐 그런 생각이....

<천하무적 홍대리>는 인터넷 경향신문에도 연재가 된다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가 처음 만난 홍윤표의 만화 <신 천하무적 홍대리>.

<신 천하무적 홍대리>를 읽는 남자들은 그냥 재미있다고 할 것 같다.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재미있고 맛깔스럽게 버무려 놓았다.

그런데...
나는 <신 천하무적 홍대리>를 읽으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씁쓸...

웬디 수녀가 그 유명한 명화들을 보면서,
남자 평론가들은 보지 못한 여자 피사체들의 좌절과 어그러진 욕구를 잡아내듯, 여자 동료가 없는 홍대리네 회사를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홍대리네 회사에는 딱 두명의 여자 직원이 있다.

한 명은 홍대리네 팀의 "말숙씨".
다른 한명은 사장 비서.

말숙씨의 대사는 오직 하나.

" 홍대리님, 우편물 왔어요! "

그렇다.
아직까지도 대기업에 여자들은 거의 없다. 그것도 상사에...
상사에 있는 여직원들은 대부분 사무보조직이다.
말숙씨 처럼 우편물을 나누어 주고, 전표를 치고,
홍대리네 부장의 지시로 홍대리에게 수당을 준다.

요즘엔 "out sourcing" 바람까지 불어,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여직원들은 용역이다.
협력회사 직원들이다.

내가 지금 회사에 입사했을 때,
여직원들(이렇게 부르는 것 싫지만, 누구나 이렇게 부른다. 아무도 "남직원"이란 말은 쓰지 않는데...)은 나를 아주 거북스럽게 대했다.

내가 오기 전까지,
여자들은 서류를,
남자들은 영업을 담당했다.

아주 자연스러운 "이분법"이었다,

그런데...
내가 오면서 그 균형이 깨졌다.

여자애들은...
나를 불편해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친해졌다.

지난 여름....
팀 나들이 가서 술을 마실 때,
여자애들이 말했다.

"대리님 처음 왔을 때, 너무 어색했어요."
난 그런 기름 같은 존재였다.

예전 회사에서도 그랬다.
내가 입사했을 때,
그 회사는 사무직 여사원들을 분사시켰다.
그룹 공채로 입사해서 협력사 직원으로 소속이 바뀐다는게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그 때....
우리 팀에 있었던 Y는 한동안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내가 말을 시키면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단답형의 대답만 했다.

내가 출장 갔다온 경비 전표를 치는걸 굉장히 자존심 상해했다.
남자 신입사원들꺼는 아무렇지도 않아하면서...

회사를 다니면서
상사와의 갈등 보다 그런 갈등들이 더 힘들었다.

앞서가는 삼성은 발표했다.
신입사원 공채에서 무조건 30%는 여자를 채용 한다고....

그런데...
우리 나라의 조직문화는 아직 철저하게 남성중심적이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다.
여태까지 남자들만 있었으니까....

언제쯤 홍대리네 사무실에 남자 반 여자 반이 동등한 역할로 근무하고 함께 고민하는 그런 세상이 올까?

오늘은 고3들이 수능을 본 날이다.
다들 집에서 얼마나 임금님 대접을 받으며 시험을 보러 갔을까?

그 와중에 우리 사무실에선,
여상 3학년인 고딩 세명이 헉헉 거리며 일을 배우고 있었다.

우리 윤화, 미나, 정화는 꼭 일한 만큼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여직원"이란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홍대리 사무실에서 처럼
우편물을 나눠주고, 경비를 나눠 줄 때 한번 나타나는 말숙씨가 아니라,
조직에서 같이 쑥쑥 성장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만화책을 읽고 너무 광분했나?
양성이 함께, 즐겁게 일하는 조직을 꿈꾸며...

p.s ) 홍윤표는 회사 생활을 접고 프랑스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정도의 만화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 홍윤표를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다. 홍윤표는 독신이 아니라, 아내에 초등학생 아들이 있다.)
만화만 그리고 살면서,
또는 소설만 쓰고 외국에서 살면서
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려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지는 않을까?

별 쓸데 없는 걱정을 다하는 수선.

수선이의 도서관

www.kleinsu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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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1-1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가 더 많은, 그래서 여자 상사가 더 많은 회사만 다녀서 실감은 잘 안 나지만...끄덕끄덕 그렇죠...근데 정말 홍윤표씨는 어찌 생계를 유지하려나

세벌식자판 2004-11-18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하무적 홍대리 2권인가 3권인가에 보면 작가 Q&A 코너가 있습니다.

(책 끝에 있는데 1~2페이지 분량이지요.)

거기서 왜 여직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냐는 질문에

윤표님께서 뭐랬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여직원들 생활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리지 않았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따로 아이디어 쏘스를 얻기 힘들어서 손을 대지 않았대나 뭐라나....





그나저나...

"세벌식 그 자식 믿고 책을 샀는데... 두고 보자!!!" 라고 생각하신건 아닌지...

어째 뜨끔뜨금 합니다. (^-^;)a

kleinsusun 2004-11-1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벌식 자판님! 별 걱정을...ㅋㅋ

재미 있었어요.

제가 씁쓸했던건 만화 자체가 아니라,

대부분의 여자 직원들이 비정규직이거나 사무보조직인 현실이예요.



윤표님이 안 그릴라고 안 그린것도 아니고.

원래 영업팀(만화에서는 사업개발팀인가요?) 에 여자가 거의 없어요.



덕분에 좋은 책 읽었어요.감사!

세벌식자판 2004-11-19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헤헤헤... ^^;
 

중학교 땐가?

아마도 사회 시간에 1차 집단과 2차 집단에 대해 배웠다. 1차 집단과 2차 집단의 구분은 중간/기말고사,각종 모의고사 등 온갖 시험의 단골 출제문제였다.

1차집단 - Gemeinshaft(공공사회) 2차집단 - Gesellshaft(이익사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참고 : 중학교 때 공부 디따 잘했다.)

1차 집단은 구성원 간의 대면 접촉과 친밀감을 바탕으로 결합되어 구성원들이 전인격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는 집단(예:가족)을,

2차 집단은 구성원 간의 간접적인 접촉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적인 만남을 바탕으로 결합되어, 구성원들은 전인격이 아닌 인격의 일부만을 토대로 의식적, 인위적 상호 작용을 하는 집단(예: 회사)을 말한다.

내가 신입사원이었을 때, 정확히 말하면 97년 1월 부터 IMF가 터진 11월, 10개월 동안 난 회사가 왜 2차 집단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적어도 구성원들의 "친밀감"에 관해서는...,

우리팀의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우리팀은 일명 "카츄샤"라 불렸다. 왜? 다른 팀과 달리 멋대로였다. 한마디로 "헐렁했다".

우리팀에서는 아무도 "대리님", "과장님" 이런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다 "형"이라고 불렀다. (예외 : 팀장한테는 "부장님"이라고 불렀다.)

최초의 여자 사원이었던 나. 아무도 나를 "성수선씨"라고 부르지 않았다. 다 "수선아!"라고 불렀다. 오버하는 선배들은 "우리 수선이"라고 불렀다.

술먹고 지각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당시의 지각이란 의미는 5분,10분 이런게 아니라, 오전 10시~11시를 일컫는다.)

술먹고 지각하는 사람들이 허다했는데, 별로 뭐라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런 분위기였다. " 누구 아직 안왔어? " " 네.전사한 것 같은데요."

지각한 사람은 멋쩍게 들어오지도 않았고, 장렬히 전사한 지난 밤의 기억을 뽐내기라도 하듯 당당하게 들어왔다. 그리고....점심시간에 다함께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퇴근시간이 지나면 사이 좋게 사무실에 남아서 "전투 테트리스"를 했다. 비슷한 실력끼리 파트너가 되어 "전투 테트리스"를 피 터지게 하고, 어깨동무를 하고(드라마 <야인시대> 처럼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술을 마시러 갔다.

나는 최초의 여자사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귀여움"을 받았다. 내가 가끔 싸가지 없는 행동을 하거나, 돌출행동으로 팀장을 놀라게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선배가 없었다.

그저 "허허" 또는 "하하".

그런데.... 그렇게 "단란"하던, 1차 집단의 "친근감"을 우습게 여기던, 형님과 동생들만 있었던 우리팀은 11월에 진정한 2차 집단으로 탈바꿈했다.

IMF가 터지면서, 우리팀은 "부도 사고"를 당했다. OEM(위탁생산)으로 당시 우리팀의 제품을 생산하던 중소기업에서 부도를 냈다. 와장창.

액수가 작지도 않았다. 금액도 기억한다. 13억.

우리팀은 13억을 날렸다. 회사에서 난리가 났다.

모두들(신입사원이었던 나만 빼고) 업체 찾아 가고, 감사팀에 불려가고....신경전이 시작되었다.

감사팀에서는 왜 "담보" 없이 거래를 했냐고 추궁을 했다.

이 때, 나는 2차 집단이 뭔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담당 임원, 팀장 다 오리발을 내밀었다. 몰랐다고 했다. (듣는 내가 더 놀랐다. 모르긴...)

그 당시 담당 과장이었던 사람은 사고가 터지기 얼마 전, 개인적인 이유로 퇴사를 했다.

그래서.... 그 과장을 "형님"이라 부르며 시키는 일만 묵묵히 했던 대리가 "독박"을 썼다. 그 착하디 착한, 미련하기까지 했던 대리는 "권고사직"을 당했다.

회사 사람 모두, 적어도 우리팀 사람은 모두, 그것이 "부당한 처사"라는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침묵했다.

사태는 그렇게 수습되었다.
그 때, 내게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이래서....회사는 2차 집단이구나....
99년에 회사를 그만 뒀다. 유학을 간다고 설치다가 얼마 안되는 퇴직금을 다 쓰고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

02년에 회사를 또 그만 뒀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설치다가 슬그머니 또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참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저 멀리 아프리카에 가 있는 지혜, 저 멀리 마드리드에서 정신 없이 일하고 있는 소연 언니, 나의 Morrie 김영하 상무님. 모두 회사가 맺어준 소중한 인연이다.

그렇게 정을 나누고 정을 주면서, 머리 나쁜 나는 자꾸 까먹는다.

회사는 2차 집단이라는 것을....


그래서... 자꾸 기대하고, 자꾸 실망하고, 자꾸 배신감을 느낀다.

그래서.... 맨날 힘들어 한다.

오늘 팀장하고 면담을 하다가 확실히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쓸데 없는 일을 했는지를...

얼마 전에 <천하무적 홍대리>를 보니,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씁쓸한 내용의 만화가 있었다.

출근길의 홍대리는 갑자기 나타난 UFO에 납치를 당했다. 그 UFO는 홍대리를 대전에 내려놓고 사라졌다. 대전에 홀로 남겨진 홍대리. 서울까지 올라와 사무실에 출근하니 오후 네시. 지금이 몇시냐는, 왜 늦었는지 말하라는 부장의 닥달 앞에 홍대리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홍대리의 처절한 독백.
" 말하고 미친 놈 되느니...."

그래. 홍대리의 말이 맞다.
나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약지 못한 내가 바보지... 그렇게 미련하게 일하고 알아주지 않는게 서운하다고 울먹거리면 뭘 어쩌겠다는거냐?

내가 잠시 미.쳤.었.나.보.다.
욕 먹지 않을 만큼만 일하고,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건전한 취미생활로 날리면서 그렇게 약게 살아야지....
난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미련할까? 다시 <마피아 경영학>을 읽어야 하는걸까?

오늘의 면담은... 뭐 하나 건진게 없는 밑지는 장사였다. 바보, 바보, 바보!!! 건지기는 커녕 이래서 "여자"는 안된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예수님도 유다한테 배신당했다. 하물며..... 인간이 인간한테 기대를 한다는게.... 다른데도 아니고 회사에서,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아 달라고 한다는게... 말할 수 없이... 진짜로... 진.정. 웃긴다.
우하하하하하!
회사는 2차 집단이다. 기대를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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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4-11-17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페이퍼의 글과 홈피의 글들 모아서 책 내셔도 되겠습니다. *^^* 구독료는 못드리니 추천한방!

세벌식자판 2004-11-1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어째 섬뜩합니다.

역시나 사회는 무서운 곳... 그래도 뛰어들어야 하는...



에효~~~ 내일 걱정은 내일 해야지!

더마릴라 2004-11-1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깊이 공감합니다.

회사는 2차 집단. 매번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상처입을때 '기대를 버려야지'라고 마음을 먹으면서도 쉽게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저도 누군가에게는 실망을 안겨줄수도 있겠죠..

에고고.


kleinsusun 2004-11-1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 이렇게 조직생활을 힘겨워 하면서 다른 대안이 없으니 자꾸만 반복해야 하고...힘들다."

친구가 말하길.... " 매 맞는 아내들하고 같은 속성 아닐까?"

그날 친구랑 싸웠습니다.ㅋㅋ

릴케 현상 2004-11-1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문입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 - 함께살기 최종규의 헌책방 나들이
최종규 글 사진 / 그물코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모든 책은 헌책이다>(최종규 지음/그물코)를 읽다.

이 책을 읽은건 몇달 전이다.
오래 전 부터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한 번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달 전 월마트의 서적 부분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샀다.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매장에서 책도 싸게 팔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책은 다 정가다. 즉, 일반 서점과 다를 바가 없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월마트 평촌점.
월마트 평촌점의 서적 부분 바이어(회사 마다 다른데 보통 바이어라고 많이 부르고, 카데고리 매니저라 부르기도 한다)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어떤 사람인지....

대형 할인매장의 바이어들은 매출액이 아니라, 마진율로 평가를 받는다. 물론 경쟁이 심한 식품 부분에서는 무조건 싸게 팔아서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는 제품도 있다.(예: 새우깡, 코카 콜라, 라면 등)

편의점의 서적 진열대를 본 적이 있는지?
느낌표 선정 도서와 잡지들로 도배가 되어 있다.
뭐 편의점에서 책이야 구색 맞추기 아이템일 뿐일 테니까...

그런데 월마트 평촌점의 서적 코너는 참으로 신기하다.
좋은 책들이 참으로 많다( 훌륭하지만 안 팔리는 책들.베스트셀러 되기를 포기한 좋은 책들).이 서적 코너의 바이어는 두둑한 배짱을 가진 천하무적 홍대리 같은 사람인가? 아니면 잡화나 의류와 겸업을 하면서, 서적은 그냥 고객 봉사 아이템으로 생각하는걸까?
어쨌든 훌륭하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는 헌책방 소식지 발행, 인터넷 헌책 동호회 활동등을 하며 '헌책방 운동'을 해온 최종규의 헌책방 안내서다.

서점도 잘 가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헌책방'은 낯선 곳이다.
2년 전까지 나도 그랬다.
'헌책방'은 그냥 기억 속에 가물가물한 그런 곳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딱 한번 헌책방을 가봤다.
왜냐면 큰 맘 먹고 산 민중서림 에센스 독한사전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교실에 있는 사물함에 사전을 넣어 두고 사물함을 잠그지 않고 집에 갔다. 그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사전이 없었다.

그 사전은 그 당시 정말 비쌌다.
고등학생이 제 2외국어를 하려고, 그렇게 비싸고 두꺼운 사전을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제 2 외국어가 시간표에 들어 있으니까 수업시간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학력고사를 볼 때는 가사나 공업(기술인가?)을 선택했고, 제 2외국어는 찬밥이었다. 독일어 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평소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다 한번씩 재수없게 걸리면 독일어를 평생 혐오하게 될 정도로 맞아 터지곤 했다.

사전이 없어졌을 때, 난 큰 충격을 받았다.
사전을 사고 일주일도 안되서 도둑을 맞았으니...
난 똑 같은 사전을 사고 싶었다.
하지만....또 사기는 너무 비쌌다.
고민 끝에 나는 헌책방에 갔다.

그런데.... 그 헌책방엔....
놀랍게도 내 사전이 있었다.
큼직한 글씨로 내 이름도 써 있었다. "성수선".

난 왜 내가 내 사전을 또 돈 내고 사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난 헌책방 아저씨에게 말했다.

수선 : 아저씨, 이거 제 사전이예요.
주인 : 내가 어제 이 사전을 다른 학생한테 샀는데....
수선 : 아저씨는 "장물"을 산거예요. 그러니까 이 사전을 돌려 주셔야 해요.
주인 : 내가 장물인지 어떻게 알어. 내가 돈을 주고 샀으니까, 이 사전은 더 이상 학생 책이 아니고 내꺼야. 그러니까 학생은 다시 돈을 주고 사야해.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난 내 사전을 얼마 안되는 내 금쪽 같은 용돈을 주고 다시 사야하는 어이 없는 해프닝을 겪어야 했다.

그 후, 한번도 헌책방에 간 적이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2년 전, '절판'된 책을 구하려고 출판사에 전화를 하고, 대형 서점에 전화를 하고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거의 포기 단계에서 '헌책방'을 찾게 되었다.
네이버에 '헌책방' 이라고 치고 검색을 했는데, 뜻밖에 굉장히 많은 사이트가 있었다. 그 인연으로 프리첼 '숨어있는 책'에 가입해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헌책방에 다니는 것이 행복한 취미생활이 되었다.

'헌책방 나들이'.
정말 재미있다.

2년 전, 헌책방 나들이를 하기 전에
헌책방은 참고서나 사전을 파는 구리구리한 곳인지 알았다.

그런데....
다시 찾아간 헌책방은 보물창고였다.

막 쌓여 있는 먼지 쌓인 책 속에 보물이 얼마나 많은지....
절판된 책들도 많이 있다.
그 책들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이란....


또, 책값도 정말 싸다.
만원만 들고 가도 세권은 살 수 있으니....

헌책방 주인 아저씨들하고 얘기하는 것도 재미있다.
신촌 <숨어있는 책>, 사당동 <책창고> 등 꽁짜 자판기 커피를 대접하는 곳들도 많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쓴 최종규.
참 괴짜다.

책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를 보자.

지난 2003년부터는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 유고와 원고를 갈무리하면서,인터넷에 '함께살기(http://hbooks.cyworld.com)'라는 모임을 꾸리고 있습니다.우리 나라에서 아직 안 나온 남다른 우리 말 사전과 우리 말 이야기책을 엮을 생각도 품고 있습니다.헌책방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 돈을 벌면,일본 헌책방 나들이를 아내와 함께할 생각이랍니다.

최종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소신껏 사는 참 아름다운 남자다.
이틀 전 금요일,
최종규와 그의 마누라 강은숙과 술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75년생 동갑내기인 아름다운 부부.
나 보다 어리지만, 난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다.
이 아름다운 부부를 존경한다고.

같이 있으면 부끄러울 정도로 배울 점이 많았다.
그 아름다운 부부는 둘 다 아주 검소하다.
세상의 정해진 틀에 자신들을 맞추려 노력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하며
술도 신나게 마시고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으며 씩씩하게 사는 그 부부가 참 보기 좋았다.

최종규를 보면서 난 계속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를 떠올렸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이렇게 내 가까이에 자신의 꿈을 위해 세상의 허위와 조건을 과감히 내팽겨치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 헌책방 나들이 가세요!"

정.말. 재.미.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에는 서울 곳곳의 헌책방 정보들과 주소/전화번호, 그 근처의 맛있는 곳까지 상세한 안내가 있다.
집에서 가까운 헌책방을 주말에 찾아
모르면 평생 놓칠 수 밖에 없는 재미를 느끼시길...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알면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읽으며
가슴에 와닿았던 위기철의 <벼룩의 간> 머리말 중 한 꼭지를 빌려와 글을 마치겠다. ( 최종규는 자신이 들린 헌책방에서 무슨 책을 샀고, 그 책이 어떤 책인지를 소개하고 있다. 사당동 책창고에서 만난 위기철의 <벼룩의 간>이 소개되어 있고, 머리말 중 한 꼭지를 옮겨 적었다.)

우리 주변엔 책 한 권을 살 경제적 여유도, 그것을 읽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이웃들이 너무도 많다.그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정작 그들이 이 책의 독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골라 읽게 된 독자가 있다면,각박한 현실을 살고 있는 이웃들과 함께 읽어주기를 꼭 좀 부탁드리고 싶다.

수선이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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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4-11-1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최종규아저씨....영화 <와호장룡>의 '호'역할로 나왔던 장진닮은 싸나이.

더마릴라 2004-11-15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절판된 책을 손에 넣었을때의 그 즐거움!

정말 이루 말할수 없죠.

로드무비 2005-02-2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뒤늦게 발견하고 참 재밌게 읽고 가요.
헌책방을 못 가서 슬픈 사람 로드무비.^^
 
아는 여자 (2disc) - 할인행사
장진 감독, 이나영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 여보,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
" 우리집도 컴퓨터도 사고, 인터넷도 좀 깔고, 신문도 좀 보고 했으면 좋겠네..."
" 그런거 안 봐도 사랑이 뭔지 알쟎아.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

<아는 여자>를 보고 이 대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왜냐?
주인공들이 한 얘기도 아니고.
잠깐 등장하는 도둑과 도둑 부인이 나누는 얘기다.

주인공 동치승(정재영)에게서 사랑 타령을 들은
도둑은 잠을 자다가 부인에게 묻는다.

" 여보,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부인은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맨날 사랑,사랑, 사랑 타령을 하지만,
사랑이 뭐냐고 물었을 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는 여자>.
참 엉뚱하고 재미있다.

이 영화는 작품의 전체 concept을
"엉뚱함"으로 맞춘 듯 하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흐르는 "엉뚱함".

유쾌하다.

영화의 첫장면에서 동치승(정재영)은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새벽 숲길을 걷는다. 아름다운 화면에 흐르는 동치승의 독백.

"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새벽 숲을 걸어 보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위대함을 모를 것이다."

그 독백이 끝나자 마자,
동치승의 여자 친구는 말한다.

" 우리 그만 만나자."

방금 전 사랑의 위대함을 감동에 차 얘기했던 동치승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허공을 가로지르는 2단 발차기를 한다.

" 그 얘기 하려고 사람 여기까지 나오라고 했냐? "
" 그래, 헤어지자. 이 옷 달라고 입고 나오라고 했냐? (쟈켓을 벗어 던지며) 이런 옷 입는 사람이 요즘 어디있냐?"
" 그래, 갈테면 가라."

그 장면은....
동치승이 난리치는 그 코미디 같은 장면은 동치승의 상상이었다.

곧 동치승은 말한다.
"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잘 지내...."

이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이별할 때,
실제로 많은 남자들이 동치승 같겠지?
웃으면서 행복하라고 말해 주지만,
머릿 속에는 2단 발차기를 하며 욕을 해 주고 싶은 마음,
배신감과 분노로 가득하겠지?

정재영과 이나영의 어늘한 말투,
장진의 엉뚱하고 어눌한 시나리오,
그냥 사랑 한 번 해보면 될 것을
사랑은 커녕 아는 여자 하나 제대로 없으면서
맨날 사랑이 뭔지 묻고 묻고 또 묻고 고민하는 주인공 동치승.

진.짜.... 웃긴다.

이 영화에서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장면.

돌팔이 의사의 오진에 거기서 더 넘겨 짚은 동치승의 오버로
동치승은 자신이 시한부라고 믿게된다. 남은 시간은 3개월.

동치승은 한이연(이나영)에게 묻는다.

동치승 : 만약 세달만 살 수 있다면 뭘 할꺼예요?
한이연 : 세달요? ...... 꼭 세달을 더 살아야 해요?
그냥 지금 죽으면 안되구요?
동치승: (독백) 그렇다.
제일 힘든 건 죽음을 기다리는 일이다.

자살을 결심한 동치승은
비장한 각오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동치승은 비장한 표정으로 달리며 독백한다.

" 오늘 나는 삶을 마감한다."

다음 장면.
한이연(이나영)이 김치냉장고를 보며 좋아하고 있다.

동치승(정재영)의 이어지는 독백.
" 5등 상품은 김치냉장고였다."

우하하하.
난 이런 엉뚱하고 웃음이 터지는 영화가 좋다.

남자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사랑 타령을 하는 설정도 좋다.

그런데....
사랑이 뭐지?
집착, 미련,타성,외로울 때 느끼는 허기....
이런 감정들과 구별되는 사랑이란 뭐지?

다행이다.
이런거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그렇게 재탕 삼탕하는데도 여전히 사랑이 주제인 영화,소설을 좋아하니까,
영화 감독들도, 배우들도, 소설가들도
굶지 않고 산다.

앞으로 나도...
많이 쓸 수 있다. 쭈~욱.

그런데...
진짜 사랑이 뭐지?

연애를 많이 해봤다고 해서,
사랑을 제대로 해 봤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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