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015B 7집 - Lucky 7 [재발매]
공일오비 노래 / 오이일이뮤직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10년만에, 딱 10년만에 015B의 7집이 나왔다.
너무도 반가웠지만,
어렸을 때 헤어진 동생을 만난 것처럼
맨발로 뛰어나가 부둥켜 안고 싶었지만,
막상....듣기가 두려웠다.
실망하면 어쩌지?
늙은 소방차 같은 우스꽝스런 컴백이면 어쩌지?
옛 연인을 한번쯤 만나고 싶어 하면서도
행여나 실망할까 두려워
그저 기억의 진공관을 보듬으며 만족하는 사람들의 심정처럼
그렇게 015B의 새로운 앨범을 듣는 건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망설임 끝에 어제 015B의 앨범을 듣고 난...행복했다.
건재한 015B!
그들의 건재함에 가슴이 짜~안했다.
11곡의 곡들 중,
제일 필이 확~ 꽂히는 곡은 [나 아파],[성냥팔이 소녀]와 [I hate you]다.
타이틀곡인 [그녀에게 전화가 오게하는 방법]은 대표곡이라기 보다는
팔려야 하는 앨범의 상업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노래 상당히 "재미있다".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우리 아직 끝난 거 아니지?
제발, 제발 전화해줘" 말하는 랩의 마지막 가사는
웃기면서도 허를 찌르는 뭔가가 있다.
02년 월드컵 때, 황선홍을 보면서 "섹시함"을 느꼈었다.
열살 넘게 차이나는 어린애들 하고 같이 뛰는
68년생 황선홍에게 뿜어져 나오는 근접하기 어려운 포스와
돌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씩~웃을 줄 아는
노련한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섹시함.
말이 되는 비교인지 모르겠는데,
015B의 랩에서 어떤 여유로움과 섹시함이 느껴진다.
올해 화이트데이에 내게로 배달된 꽃바구니를 쳐다 보면서
옆에 앉은 K대리가 말했다.
(※무용담 : 꽃바구니 3개가 배달되었다. 음하하!)
"아...성과장님, 아직 건재하네요.
난 여자 신입사원들도 많은데 혹시나... 썰렁하실까봐
성과장님꺼는 따로 하나 사왔는데... 필요 없겠네요.하하"
한참 잘나가는 여자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내가 상대적 빈곤함을 느낄까봐 걱정했던 K대리의 배려와
그가 남긴 잊을 수 없는 말.
"아직 건재하네요!"
며칠 전 종합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차트에 또렷이 써있는 "만 33세"를 보고 흠칫 놀랐다.
새삼....나이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며칠 동안
한 일도 별로 없는데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하는 생각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우울함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거 맞아? 하는 강박에 시달렸다.
건재한 015B의 새로운 앨범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
우울함을 확~날려준 선물 같은 앨범이다.
고마워, 015B! 망가지지 않아줘서... 이런 선물을 줘서...
우린 여전히 건재하다.
건재한 015B, 건재한 성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