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주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는지,
몸을 너무 혹사 시켰는지,
그래서 몸이 제발 신경 좀 쓰라고 반항을 하는건지,

어쨌든......아.프.다.

목이 아프다. 편도선이 퉁퉁 부었다. 심술 처럼....
열이 난다.으슬으슬 떨린다.
자꾸만 콧물이 난다. 크리넥스 한 통을 다 쓸 것 같다.

아프다.
그리고...... 외롭다.

누가 만화책이랑(펑펑 울 수 있는 순정만화)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다 주면 좋겠다. 그래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만화책을 보고 싶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참 애교가 많으시네요. 막내예요?"

난 첫째다.
딸만 셋 중에 첫째.

난 참 책임감이 강하다.미련할 만큼.
엄마 아빠한테 어리광을 부려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밖에 나가면 더 까부는 것 같다.
까불 까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촐싹거림.

아프다.
자꾸만....센티해 진다.

얼마 전에 만난 시 하나가 자꾸만 아른거린다.

올 겨울엔 나도
빨랫줄에 간신히 매달린 흰 치마 같은
금욕의 처절함을 해제하고
이글이글한 정사를 치뤄볼 것이다.

어떻게 - 슬픔의 체위를 바꾸면서
어디서 - 헤어지지 않을 곳에서
누구랑 - 헤어지지 않을 사내랑
왜 - 헤실헤실 웃는 아기를 가질까 해서
뭔가 꽉 잡고만 싶어서.

-<립스틱과 매니큐어> 중에서,신현림



아프다.
나도....뭔가 꽉 잡고 싶다.

아프다.
싸구려 감상이 뭉개 뭉개 피어난다. 담배 연기 처럼.

아프다.
누구한테 막 징징거리고 싶다.

아프다.
내가 밍키라면 아기로 변신하고 싶다.

아프다.
빨리 이 지랄 같은 우울함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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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11-2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신현림 시는 이글거려요... 해질녘 마다 아픈 몸들이 많은 걸 알고는 시집으로 내놓고... 아플때 잘 아프시구요, 낫거든 많이 즐거우시길... 즐찾하고 자주 오겠습니다~ ^^

kleinsusun 2004-11-2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저....근데 이 글을 보고 친구가 아이스크림이랑 삼계탕, 만화책 10권을 주고 갔어요.

감동했어요. 크리넥스 한통을 다 쓰면서 골골 거리는 토요일 오후도 아름답네요.ㅋㅋ

야클 2004-11-20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바쁘게 사셨나봐요. 푹쉬세요. 그나마 내일이 일요일이라 다행이군요. 근데.... 열나고 몸이 으슬으슬할때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세요? 신세대네요. *^^*

kleinsusun 2004-11-20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감기 들고 집에 있으면 아이스크림이 넘 먹고 싶어요.ㅋㅋ

크리넥스 한통과 베스킨라빈스 한통을 다 비우는 토요일.

프레이야 2004-11-2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에 열나고 목이 타니까 아이스크림 먹고 싶겠네요. 전 억지로 따뜻한 걸 마셨지만요^^ 어서 낫기바래요. 몸이 알아서 쉬어가라고 붙잡나봐요.

kleinsusun 2004-11-2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몸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럴까....몸한테 미안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4-12-28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