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목요일, 오후 2시쯤.

택배가 왔다고 해서
"주문한 책도 없는데...뭐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소포를 찾으러 나갔다.

뜻밖에도....인천공장의 P대리가 보낸 소포였다.

뭘까? 잔뜩 궁금해하며 소포 상자를 뜯었다.
순간....눈물이 핑 돌았다.

P대리가 직접 십자수를 뜬 앙징 맞은 쿠션이었다.
정성들여 뜬 십자수는 어떤 그림이냐면....
수줍게 뽀뽀를 하고 있는 전통혼례복을 입은 신부와 신랑!

쿠션에는 분홍색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올해 꼭 좋은 인연 만나서 행복한 날들 보내세요."

생일도 아니고, 크리스마스도 아니고....
정말 뜻밖의 선물이었다.

P대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문자를 보냈더니
곧 답장이 왔다.
"과장님같이 밝은 분이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을 가지면
넘 좋을것 같아요.^^ 늘 건강하세요~"

그녀의 문자에서 어떤... "진정성"이 느껴졌다.
어찌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고맙기도 하고
또한...미안하기도 했다.

솔직히....난 P대리한테 별로 잘해 준 일도,
밥 한번 사준 적도 없다.
도대체 내가......이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나?

태교에 좋다고 해서 십자수를 했다는 그녀.
신부의 연지, 곤지에 알록달록한 실로 십자수를 놓으며
나를 떠올렸을 그녀.

십자수를 뜨는 P대리의 모습을 떠올리자 마음이 짜~안 했다.
아.....그녀는 왜 이렇게 나를 감동시키는 걸까?

P대리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입사를 해서
일주일간 사내교육을 같이 받았다.

마지막 날 회식을 할 때,
P대리는 이런 질문을 했다.
"어렸을 때 꿈이 뭐였어요?"

난 P대리의 쌩뚱 맞은 질문에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네? 왜...요?"

P대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띄고 말했다.
"회사원 할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요. 하하"

근무지가 틀려서 P대리를 자주 만나지 못했다.
일년에 3~4번 밖에는.
그럼에도...가끔 P대리를 보면 기분이 좋았다.

쌩뚱 맞게 어릴 때 꿈을 물어 준 그녀가 고마웠다.
내 한몸 챙기기도 힘든데,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늦지 않게 통근버스 타는 것 만도 버거운데,
만삭의 몸으로(그것도 둘째 아기!) 씩씩하게 회사를 다니는
P대리를 보면 어떤 경외심 마저 들었다.

아...난 P대리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까?
P대리 문자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서
초대를 해야 하나? 음하하하.

곧 출산휴가가 시작되는 P대리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보내야 겠다.
또.... P대리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

이런 감동적인 선물을 받은 나는
How happy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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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5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25 0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2-25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선님이 워낙 착하시니깐 없던 선물도 생기네요. ^^

kleinsusun 2007-02-25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대략 난감". ㅋㅋ
어쨌든... 감사합니당.^^

프레이야 2007-02-2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참 아름다운 사람이 곁에 있군요.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어릴 적 꿈을 물어준 사람, 참 따뜻하네요.

kleinsusun 2007-02-2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네...P대리는 정말정말 따뜻하고 고운 사람이예요.
저는 P대리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요?^^

2007-02-25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2-25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근사해요, 수선님.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많다는 건, 내 스스로가 괜찮은 사람이라는게 제 결론이예요. 수선님이 근사한 분이시니, 주변에 따뜻한 분이 있는거예요. 게다가 그 따뜻함을 느끼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시다니. 이 얼마나 멋진 분이신가요!

앞으로도 쭈욱~ 아름답고 행복하게 지내셔요!!

아영엄마 2007-02-26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으셨군요.(저는 아직 십자수 못 배웠지만 열심히 수 놓아서 완성하고 나면 아까워서 선물로 못 줄 것 같아요. ^^*)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보내주신 분께 그 행복한 기분을 담은 선물로 화답하시어요.

릴케 현상 2007-02-2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니... 정말 좋으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