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사랑하는 친구 혜원이와 함께
우리의 영원한 스승 레기네 선생님을 찾아 갔다.

언제나 변함 없이 제자들을 꼬~옥 껴안아 주시는 선생님처럼
선생님의 고풍스럽고 단아한 주택은 뭐 하나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였다.

오랜만에 독일어를 하려니 버벅버벅...
관사와 동사가 마구 헛갈렸다.

평생을 독일어를 가르켜 오신 선생님은
졸업한지 10년이된 제자들의 말도 그냥 듣지 않으시고
틀릴 때 마다 하나하나 고쳐 주셨다.
심지어...고쳐 주시면서
"다시 한번" 말해 보라고 하셔서 당황하기도 했다.

아....이렇게 늘 기다려 주시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게,
학생 때랑 똑같이 대해 주시는,
늘 변함 없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게
너무도....행복하다.

선생님은 혜원이에게 아이들이 잘 크냐고 물어 보시고는
약간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쳐다 보셨다.

"우리 수선이는....왜 아직 richtiger Mann(right man)을 못 만나니?
곧 만나야 할텐데..."

난 선생님의 걱정을 덜어드리려 활짝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In der nahe Zukunft werde ich mit meinem Freund Sie besuchen."
( In the near future I'll visit you with my boyfriend.)

뜻밖에 선생님은 남친이랑 방문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In der nahe Zukunft"란 표현에 너.무.도 좋아하셨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아직도 기억하니?
넌 역시....좋은 학생이야!"

학교 다닐 때도 안 받아보던 칭찬을
졸업한지 10년이 되서 받다니.... 눈물이 핑~돌았다.
무엇보다...."meine Studentin" 이란 말에 마음이 짜~안했다.

난 언제나 선생님의 학생! 언제까지나.

우리는 선생님이 만들어 주신 스프와 샐러드,
맛있게 구워진 독일 소시지와 와인을 마시며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5시간 동안!

선생님은 계속 물어 보셨다.
"뭐 더 먹을래?"

우린 배가 터질 것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애완동물처럼 냠냠 맛있게 먹었다.
선생님이 너무도 좋아하시는 걸 알기에...

선생님, 사랑해 주셔서 너무도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베풀어주신 사랑을 저희도 베풀며 살께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저희 곁에 있어주세요.

저는 언제나 당신의 학생입니다. 언제까지나!
Ich bin Ihre Studentin immer noch! Fur i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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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7 0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12-2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수선님이 못하는 게 있을까요? 독일어까지도! ^^ 수선님이 무척이나 부러워요. 언제까지나 학생으로 남고 싶은 선생님이 계시다니.. 참 따뜻하고 행복한 정경입니다. 좋은 시간이었겠어요. ^^

다락방 2006-12-2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멋진 까닭은 멋진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군요!!
좋은 사람 곁엔 늘 좋은 사람이 머무는 법이랍니다 :)

비로그인 2006-12-29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젠가 꼭 불어로 선생님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싶지만... 그런 날이 올까요?^^;;

2006-12-30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01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1-0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uten Rutsch ins Neue Jahr!

2007-01-05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