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도시락
- 이영춘 -
춘천시 남면 발산중학교 1학년 1반 류창수
고슴도치같이 머리카락 하늘로 치솟은 아이
뻐드렁 이빨, 그래서 더욱 천진하게만 보이는 아이.
점심시간이면 아이는 늘 혼자가 된다.
혼자 먹는 도시락,
내가 살짝 도둑질하듯 그의 도시락 속을 들여다 볼 때면
그는 씩- 웃는다
웃음 속에서 묻어나는 쓸쓸함.
어머니 없는 그 아이는 자기가 만든 반찬과 밥이 부끄러워
도시락 속으로 숨고 싶은 것이다.
도시락 속에 숨어서 울고 싶은 것이다.
'어른들은 왜 싸우고 헤어지고 만나는 것인지?'
깍두기 조각 같은 슬픔이 그의 도시락 속에서
빼꼼히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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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매체를 통하여 왕따라는 단어를 들을때마다 그 시절 기억속에 묻힌 친구가 없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왕따라는 단어가 없었고 일본의 이지메가 먼 이국의 단어처럼만 느껴지던 시절이지만 눈길이 미치지 않던 어느 한구석 홀로 밥을 먹던 누군가는 있었으리라. 김치와 된장, 고추 투성이인 반찬통을 함께 열어 풀어헤치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 삭이고 눈물짓던 누군가는 있었으리라.
구태여 과거의 기억으로 회귀할 필요도 없을것 같다. 지금 당장 회사 동료들중 전체의 흐름과 분위기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홀로 도시락을 먹어야하는 이는 없는지 둘러볼 일이다. 그의 깍두기 조각같은 슬픔을 볼 눈을 품고 살아왔느냐는 질타에 갑자기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가 가볍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