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걱정

- 기형도 -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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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선잠결에 얼핏 들리는 부엌의 달그락거리는 설겆이 소리만으로도 아늑히 행복해지던
그 시절, 내 유년의 아랫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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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12-10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대로... 시를 닮아가는 삶입니다... 짠해요.

icaru 2004-12-10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밥처럼 방에 담겨 있는 그 느낌...알듯도~~

hanicare 2004-12-1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가을의 일요일. 이불 너머로 들리는 엄마의 도마소리. 더 자도 된다고 토닥토닥 귓전을 도닥여주는 빗소리.엄마품같이 따뜻한 이불 속.그런 기억이 떠오르네요.

stella.K 2004-12-1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이리도...!

Laika 2004-12-1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유년의 아랫목으로 돌아가고 싶네요....

잉크냄새 2004-12-1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그런 시절이 있었죠. 하니케어님의 글을 보니 다시금 따스했던 이불속 풍경이 떠오르네요.

진주 2004-12-10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파란여우 2004-12-1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랫목...밥그릇...그리고 문여는 소리..엄마의 발자국...그립습니다.

잉크냄새 2004-12-14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년의 기억은 엄마와 관련된 소리로 참 많이 연상되어지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