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人(송인) 님을 보내며 정지상 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비가 그친 긴 제방에 풀빛은 가득한데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남포에서 당신을 보내는 마음 슬픈노래가 절로 납니다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은 언제나 마를 것인가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이별의 눈물은 세월이 가도 푸른파도를 적시는구나
<봄비>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送人>...오랜만에 님의 서재에서 다시 만나다니~
이 한시를 보면 항상 떠오르는 시가 <봄비>이기에 이리 한 자락 읊어보고 갑니다~ 냉.열.사의 넋두리.....^^*
푸르른 소멸·48- 증명사진 - 박제영 -
초로의 저 사내는 특별한 단골이다 일년 중 이맘때 꼭 한번 증명사진을 찍으러 오는데 벌써 이십 년째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물으면 대답 대신 웃음으로 넘기곤 했는데 아내 무덤에 해마다 증명사진을 묻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바로 작년의 일이다웃으세요 요즘은 증명사진도 웃으며 찍는 게 유행이랍니다(웃는 낯으로 만나셔야지요)선생이 봐도 이제 몰라보게 늙었지?
낙화
- 이 형기
가야 할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겨울 강가에서
- 안 도현 -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갈 대 - 신 경림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