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워커 리더십

H그룹은 정주영의 '하면 된다'는 철학에 근거하여 가끔 군 출신 비전문가들을 중용하곤 했다. 신입사원 시절 팀장이 그룹사 예비군 동대장 출신이었다. 군 출신들은 그들의 비전문성을 감추기 위해 설명서 수준의 보고서를 요청하였고 달달 외운 지식을 그들의 주특기인 브리핑으로 포장하였다. 윗사람들에게는 종종 사람에 충성할 줄 아는 그들의 충성심과 폭력성으로 조직을 장악하는 능력이 특출나게 비쳤고 그것을 워커 리더십이라 칭송하곤 하였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일단 죽이 맞은 그들은 워커 리더십에 물광,불광을 내기 시작했고 가끔 회의실에서는 정강이 조인트 까는 퍼포먼스도 펼쳐지곤 하였다. 승승장구한 워커는 중국 공장 총경리를 거쳐 퇴직후 중국에 공장을 차리게 되었는데 워커식 경영에 대한 소문은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가 퇴출된 결정적인 이유는 화장실 청소가 불만족스럽다는 이유로 중국 직원에게 화장실 변기를 혀로 핡게 한 만행이 폭로되고 나서이다.


2.마라톤 리더십 혹은 경영

그는 아들의 후계 구도를 정리하려는 MK의 전략적 선택에 의하여 그룹 부회장직에서 밀려난 인물이다. 그가 계열사 사장으로 밀려난 후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분은 인사평가였고 참 스포츠스럽게도 인사고과에 마라톤 기록을 포함시킨 것이다. 최소 10킬로 단축 마라톤에서 특정 시간을 넘기지 말아야 진급의 마지노선을 건널 수 있는 참 42.195킬로같은 평가기준이었다. 취임 초기 전사에 마라톤 붐이 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직장인의 목줄을 제대로 거머쥘 줄 아는 리더십이었다. 나도 그때의 분위기에 휩쓸려 퇴근후 3주 정도 매일 5킬로를 달리곤 하였다. 그의 이런 방식은 마라톤 경영 이라는 용어로 재계에서 꽤나 유명했는데 인터넷 기사를 찾던 중 충격적인 내용을 보게 되었다. 우리 회사로 오기 전 회사에서 먼저 시행한 이 평가로 진급을 준비하던 비슷한 연배의 직장인이 퇴근후 마라톤 연습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이었다. 그날 퇴근후 어둠속을 달리다 문득 달리기를 그만두었다. 그 사망사건이 조명되면서 마라톤 평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되었고 그도 한 발짝 물러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방심하면 안된다. 그는 다시 등산 경영이라는 경영지침으로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고 그 해 가을 주말마다 팀별로 참 많은 산을 기어올랐다. 진급전 퇴사를 결정하게 되어 그의 평가를 제대로 받아볼 기회는 없었다. 다만 마라톤과 등산으로 단련된 그의 이른 부고를 신문지 부고란을 통하여 접하게 되었다.


3.똥 리더십

설명이 필요없겠다. 똥파리를 불러 모을 필요도 없다. 그저 구리면 된다. 똥파리가 알아서 끼고 알아서 깐다.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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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3-09-19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매일 5킬로미터를 달리셨다니!
그런데 마라톤 연습 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군요.

사실 마라톤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면서 10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일이, 아니 달려야 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달리기는 딱 3~5킬로미터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은 장거리 말고 단거리 달리기를 연습하고 있어요.

잉크냄새 2023-09-20 09:33   좋아요 0 | URL
저 시기에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우리나라 각 지역 축제에 단축마라톤이 무지하게 많다는 거죠. 전 잘 참가하지 않았는데도 몇몇 지역 단축 마라톤을 뛰었습니다.
 

간디가 열거하는 '나라를 망치는 7가지 사회악'이 있다.


원칙 없는 정치      Politics without principle

노동 없는 부        Wealth without work

양심 없는 쾌락      Pleasure without conscience

인격 없는 교육      Knowledge without character

도덕 없는 경제      Commerce without morality

인간성 없는 과학   Science without humanity

희생 없는 신앙      Worship without sacrifice


간디가 1930년대 인도의 상황에 빗대어 서술한 글인데, 조선 총독이 수장으로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다. 윤의 당선을 두고 유시민은 저런 자가 수장으로 뽑힐 수 있는 것도 민주주의고 저런 자의 망나니짓을 막을 수 있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상상하지 못한 악을 대면한 기분이다. 한비자는 <망국론>에서 여러 징표 중 한 개인이 나라를 망칠 수 있음을 지적했는데 이것 또한 정확히 조선 총독인 윤을 지목하고 있다. 


다섯째, 군주가 고집이 세서 화합할 줄 모르고, 간언을 듣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며, 사직은 돌보지 않고 제 멋대로 자신만을 위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뉴스로 전해진 한일회담에 분노를 넘어 허탈하고 서글픈 마음이 든다. 그 서글픈 나라에 일년째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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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1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22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추억의 한 편을 차지하고 있던 어떤 이들의 죽음은 세월이 무상함을 문득 다시금 느끼게 한다. 라디오를 통해 팝송이란 걸 처음 듣고 빠져든 이후, 그 숱한 노래들 중에서도 "Let me be there" 라는 하나의 노래로 기억되던 그녀의 부고를 오늘 접했다. 올리비아 뉴튼존이 오늘 세상을 떠났다. 그 부고를 접하고 학교 앞 문방구 먼지 낀 창 너머 낡은 테이블 위에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던 그 시절 브로마이드 속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몇 십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그녀는 영원히 아름답고 젊은, 가슴 설레이던 사진속 그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대 잘 가라.....


Wherever you go
Wherever you may wander in your life
Surely you know
I always want to be there
Holding you hand
And standing by to catch you when you fall
Seeing you through
In everything you do
Let me be there in your morning
Let me be there in you night
Let me change whatever's wrong and make it right
Let me take you through that wonderland
That only two can share
All I ask you is let me be there
Watching you grow
And going through the changes in your life
That's how I know
I always want to be there
Whenever you feel you need a friend to lean on, here I am
Whenever you call, you know I'll be there
Let me be there in your morning
Let me be there in you night
Let me change whatever's wrong and make it right
Let me take you through that wonderland
That only two can share
All I ask you is let me be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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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도 싫었던 상상 이상의 괴물이 드디어 태어났다. 표면화된 공약만으로도 전율이 느껴지는데 이면에 감춰진 더러운 욕망은 얼마나 음흉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을까. 어느 어두운 룸싸롱에서 폭탄주를 마시며 병뚜껑 룰렛을 돌려 복수의 대상을 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 복수의 칼날은 정치권이 끝나는 날, 일반 대중을 향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를 선택한 이들,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했던 그들의 성향이 쉽게 바뀌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성격처럼, 혈액형처럼, 손금처럼 이미 정형화된 속성이 되어 버렸다. 아직은 만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로 철새 챨스가 날아가기 전 장담했듯이 손가락을 꺽어버리고 싶은 날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올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날이 오기 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들의 도끼 자루만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쇠에서 나온 녹에 스스로 무너지도록....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신영복 < 나무야, 나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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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 <섬집 아기> 1절





오늘 문득 책을 읽다 <섬집 아기>란 동요에 2절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바닷가 작은 둔덕 위 낡은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가 봄 볕에 잠드는 서정적이고 평화로울 것 같은 이 노래를 조용히 불러보면 뒤끝이 쌉싸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속울음을 참고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그 느낌은 근원적인 어머니의 부재가 가져오는 서글픔이고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하여 이 노래를 부르고 나면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지던 시기도 있었다. 오늘 2절을 조용히 따라 불려보며 허전하고 쓸쓸했던 풍경이 따사로이 가난한 풍경으로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 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 <섬집 아기> 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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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0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1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을데려가는人 2021-08-25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요즘 간간히 서재에 들어오시는군요! 잘 지내시죠? 갑자기 옛날 생각 나서 들어왔는데, 요즘 글들이 있어서 넘 반갑네요 :) 섬집아기 2절이 이런 거였네요~~ 안심이 되네요 ㅎ

잉크냄새 2021-09-08 15:55   좋아요 0 | URL
와 이게 얼마만인가요? 마음님
마무리하지 못한 여행기를 적어보고자 다시 들어왔는데 이게 영 씌여지지가 않네요.
그래도 조금씩 천천히 여행기는 마무리해볼까 해요.
가끔 댓글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