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실업 과목은 수산업이었다. 대부분의 인문계가 상,농,공업이었던 것에 반해 수산업이었던 이유는 신생 학교에 실업 교과 선생까지 배치할 수 없어 수산업고에서 대체 선생으로 선임해 수산업 과목을 배당하기 위해서였다. 임시 선생은 중학교 선배이기도 하여 말도 편하게 하대했다. 그가 처음 교실에 나타났을 때 당시 유행하던 주윤발식 바바리코트를 펄럭이며 안주머니에서 팔각 통성냥을 꺼내 들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가 다소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은 능글맞기까지한 개인 성격도 한 몫 했지만 성적으로부터 자유로운 위치에 있던 이유가 더 컸다. 그는 전국 인문계중 수산업을 배우는 학교는 2개 학교 뿐이고 시험 출제자 모두 자기 선배이니 대입시험은 족보로 충분하다고 말하곤 했다. 수업은 주로 삼천포로 빠져 바다 이야기로 흘러들어가곤 했고 그의 수업은 지친 우리들에게 꽤나 재미를 보장했다. 그래도 물고기와 그물에 대해서는 아직도 꽤 기억난다.


그는 선장이라도 된 듯한 포즈로 우리를 제군이라고 부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다소 과장된 목소리로 모두에게 물었다. "제군들, 삼각측량법에서 이 지역 세 가지 포인트가 어디인 줄 아는가?" 삼각측량법은 기하학의 삼각형을 이용하여 위치와 거리를 측정하는 기법이다. 바닷가 마을에서 그 중 하나는 등대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자신의 위치를 제외한 한 포인트가 어디일까는 의견이 분분하였다. 주로 지대가 높고 눈에 잘 띄어야 하는 특성을 갖추어야 함은 당연지사. 당시 학생들 답변에 그 곳이 포함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의 의기양양한 답은 인상적이었다. "그 한 곳은 언덕 위의 성당이다. 그러니까 제군들의 위치는 등대와 성당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마을에서 꽤 높은 언덕 위에 천주교 성당이 있었다. 어린 시절 눈만 오면 비료 포대를 들고 눈썰매를 타러 가던 곳이다. 다른 건물도 아닌 성당이 우리 위치를 정한다는 것은 그 당시의 우리에게 꽤나 인상적이고 낭만적인 일이었다.


그 이후로 친구들 사이에 작고 의미심장한 변화가 한 가지 찾아왔다.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의 땡땡이야 흔한 일이었지만 가끔은 그 목적지가 등대와 성당이 보이는 바닷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당시는 동해안 철조망이 아직 철거되기 전이었고 경계병이 실탄을 장착한 시절이었다. 그래도 개구멍을 통해 바닷가로 들어가서 우리의 위치를 자리매김하는 등대와 성당을 보며 모래밭에 누워있곤 했다. 탐조등 불빛과 군인들의 욕설을 피해 도망치곤 했지만 뭔가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몰아치면 몰래 바닷가로 들어가 말없이 등대와 성당을 쳐다보다 돌아오곤 했다. 조명이 거의 없던 시절 소울음 소리와 불빛으로 어린 시절을 사로잡던 등대와 약간은 어색하지만 왠지 포근하던 성당의 십자가 불빛이 우리의 위치를 자리매김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왠지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가끔 그 위치를 가늠해 보곤 한다. 등대는 건축 규제상 지금도 시야가 확보되어 있지만 천주교 성당은 성당과 바다 사이에 더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밤새 꺼지지 않는 네온빛으로 그 역할을 잃고 말았다. 두 건물 다 100년이 넘었다. 그 긴 세월 배 뿐 아니라 누군가의 길라잡이를 해주며 늙어가고 있었다 생각하면 왠지 정겹고 짠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배들도 GPS로 그 위치를 파악한다. GPS도 원리상 삼각측정법이기는 하나 자신을 제외한 두 가지 포인트가 어디인지 알 수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리의 위치도 그렇게 변한 것은 아닐까. 타인 혹은 사물과의 관계로 자리매김하던 우리의 위치도 지금은 네비게이션처럼 단독으로 설 수 있다는 믿음 속에 살고 있다. 관계로 규정되던 人이 이제는 그 의미를 상실하여 관계를 알 수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철저한 홀로서기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 사이가 허기처럼 허전할 때면 가끔 마음 속 등대와 성당이 그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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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5-06-14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닌 성당도 당시 산동네가 있었던 곳의 중심에 지어졌던 탓에 당시만 해도 이정표처럼 동네 어디서든 다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다시 가보니 그 산속까지 다 아파트와 빌라가 들어가버려서 상대적으로 무척 작아보이더라구요. 바닷가에서는 좀 들어간 동네라서 등대는 없었지만 그 청춘시절엔 학교는 싫었고 노래하고 여자애들도 함께 어울릴 수 있었던 성당이 그야말로 등대였던 것 같습니다. ㅎㅎ 제 위치를 알게 해주는...

잉크냄새 2025-06-15 10:14   좋아요 1 | URL
예전 높은 건물이 없던 시절에는 동네 조금 높은 언덕에 위치한 성당은, 특히 해질녘에는 성경의 어느 한 페이지처럼 성스러운 모습을 풍기는 때가 있었죠. 제가 저 성당을 기억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성당 오르는 언덕 길 잔디밭에 앉아서 바라보면 제가 짝사랑하던 여학생의 집 파란 대문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은 파란 대문을 보다가 성당 종소리에 울컥해 성당 미사에도 잠시 참여한 기억이 나는군요. ㅎㅎ
 

한국 최초의 주행가능거리 기능에 나도 지분이 있다!

당연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기능들이 있다. 너무나 당연해서 그 존재마저 부정당해 버리기도 한다. 차량 운전석이나 센터페이샤에 보이는 주행가능거리도 그 중 하나이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기능이 한국 차량에 최초로 적용된 것은 그랜저XG (1998년)부터이다. 그랜저XG나 에쿠스(1999년) 등 주로 기함급 대형세단에 선행 적용된 것이 밀레니엄(2000년)을 전후한 시기였으니 이 간단한 기능이 최초 구현된 것은 불과 25년 전이란 것이다. 전자 기능의 함축적 의미인 TRIP COMPUTER 란 명칭으로 공급되던 ECU를 생산 납품하였는데 개발 초기 여러 어려움은 물론 양산시까기 꽤나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시험생산부터 양산 적용 단계가 나의 주요 업무였으니 한국 최초의 주행가능거리 구현에는 꽤나 지분이 있는 셈이다.


삼각대 들고 일단 뛰어!

차량 부품은 안전에 관한 특성상 제품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가장 엄격한 편이다. 최고 안전 부품에 해당하는 AIR BAG이나 ABS는 물론이거니와 직접적인 안전 부품은 아니더라도 자동차 실부하 상태에서의 전기전자적 성능을 검사하기 위하여 차량 출시전까기 엄격한 실차 테스트가 진행된다. 주행가능거리에 대한 실차테스트는 어떠했을까. 그냥 물리적이고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이었다. 테스트팀은 연구소, 신뢰성, 생산기술팀으로 구성된다. 평가팀은 운전, 기록, 예비로 역할 분담되며 교대로 한다. 뒷자석과 트렁크에는 휘발유가 든 흰색 통이 가득 실린다. 그리고 전국 곳곳을 달리며 기록하는 것이다.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등등 몇달에 걸쳐 달린다. 리터당 주행가능거리를 측정하기 위하여 휘발유가 떨어져 차량이 쿨럭쿨럭 요동을 치며 정지하기 직전까지 기록을 정리하며 달린다. 차량이 정지하면 안전 삼각대를 들고 전력질주하여 세우고 차량에 측정할 리터수만큼의 휘발유를 주유하고 또 정지할 때까지 달리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쿨럭쿨럭 요동칠 때 먼저 갓길로 피해야 하는데 가끔 차선에 그냥 정지해버리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렇게 원시적인 방법으로 주행가능거리는 구현되어졌다. COMPUTER이란 세련된 명칭 뒤에 감춰진 무식한 방법으로.


에쿠스, 너의 본적은 전남 나주여! 

아마 이 시기는 주행가능거리 기능이 점진적으로 전체 차종으로 확대되던 시기일 것이다. 그때 실차 테스트가 진행된 모델은 에쿠스 페이스리프트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실차테스트엔 자동차 회사에서 시험차를 제공하는데 신차의 경우 차량 디자인 유출을 막기 위하여 검은색 위장막으로 차량을 감싸고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다. 에쿠스가 출시될 당시에는 소형차가 대세였고 대형 SUV가 출시되기 전이라 당시의 위용은 어마어마했다. 특히 위장막으로 둘러싸인 모습의 이질감은 차량이 아닌 장갑차로 종종 오해를 사기도 했다. 당시 실차테스트 기간에 직장 동료의 부친상이 있었다. 장지는 전남 나주의 시골집이었다. 교통비도 아끼고 월차도 아낄겸 전남 나주 방향으로 테스트 진행 방향을 정하였다. 평소 테스트팀이 아니었던 난 삼각대를 들고 뛴다는 조건으로 테스트팀에 합류하였다. 몇십 킬로 단위로 삼각대로 들고 뛰며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조금씩 취기가 오른 우리는 장주인 친구의 위신을 세워주자는데 뜻을 같이 하였고 시험차의 위장막을 벗겨버리고 장례행렬 선두차로 시험차를 사용하기로 결정해버렸다. 사실 시험차 위장막 제거는 차량 디자인 정보 유출로 징계감이었다. 장례식장이 사람이 많은 병원이었다면 그런 결정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는 전남 나주의 어느 장지길에 황금빛 에쿠스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저 집 아들 성공했나봐...사장이라고 부르던데...' 동네사람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과 웅성거림을 뒤로 하고 에쿠스는 당당하게 진흙탕 길을 8기통의 위력을 발휘하며 가뿐히 넘어갔다. 부친상을 치르고 온 동료의 말에 따르면 나주 고향 마을에서 에쿠스는 대통령이나 타는 한국에 몇 대 없는 차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거기다 방탄 기능까지 있다고...그리고 얼마뒤 에쿠스가 정식 출시되었다. 제네바, 파리, 도쿄, 디트로이트, 뮌헨 등 세계 5대 모터쇼에 첫 선을 보였을 것이다. 모터쇼에 참석한 MK회장은 알고 있었을까. 회심의 역작인 에쿠스가 그 위용을 처음 드러낸 곳은 제네바도, 파리도 아닌 전남 나주의 황톳빛 장지길이었음을... 화려한 모터걸이 아닌 상복입은 아낙들에 둘러싸여 한국형 대형 세단의 그 황톳빛 태동을 맞이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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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25-05-14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미있는 에피소드네요. 역시 글을 잘 쓰세요.

잉크냄새 2025-05-14 18:32   좋아요 0 | URL
포겟터블님, 오랫만이네요.
그냥 오래된 기억들 주절주절 펼치고 있습니다. 여행기도 주절거려 보려는데, 이건 영 신통치 않네요. 자주 뵈요....

감은빛 2025-05-14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 글 너무 재미있어요.
주행가능거리 기능에 이런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더니!
삼각대 들고 뛰어다니시는 잉크냄새님의 모습을 상상하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았는데, 세계 최초의 자동주차 기능도 우리나라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구요.
그 기술을 큰 자동차 회사에 팔았는데, 여러 이유로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고.

차량 디자인을 잘 알지 못해 에쿠스가 어떤 차인지 찾아보았습니다.
장갑차로 오해를 받을 만한 차였군요.
동네에 오래 회자될 이야기 거리 하나 남겼군요.

잉크냄새 2025-05-14 18:42   좋아요 1 | URL
장갑차 오해는 비유가 아니라 실제 경찰서에 신고된 적이 꽤 있었던 사건입니다. 도로에서 시험차를 목격한 운전자들이 이상한 사람들이 시커먼 커버를 씌우고 차를 탄다고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어 경찰차가 출동한 경우도 있어요. 고속도로 순찰대가 오면 거의 검문당했고요. ㅎㅎ 아마 차가 어떻게 생겼냐는 경찰 질문에 대부분 장갑차 같다고 답변한 모양입니다.

지금은 SUV도 많이 나오고 대형차가 많아서 그리 커 보이지 않는데 출시 초기에는 꽤나 육중하고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페크pek0501 2025-05-18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본인이 일하는 분야에서의 경험담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합니다!!!
에쿠스는 한때 부의 상징이었죠.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잉크냄새 2025-05-18 20:39   좋아요 0 | URL
ECU 라고 하는 현장 아니면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사용해서 그렇지 내용은 별로 전문성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ㅎㅎ 경험은 일하는 분야에서나 가능한 것이지만요.

에쿠스 초창기에는 가격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크기에 압도되곤 했죠.
 

재작년부터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집에서 동쪽 바다를 제외한 세 방향으로 네 가지 루트를 잡아 왕복 30km의 코스를 기분과 바람에 따라 번갈아 가며 주행중이다. 같은 코스를 일 년 이상 다니다보니 주변 풍경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익숙해진 만큼 또 세세한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한 번의 계절이 되풀이되던 작년에는 유독 국도변에 핀 꽃들에게 눈이 가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꽃의 생멸이 빈번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빈번함 만큼이나 많은 꽃들이 생멸 주기를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벼운 눈맞춤을 이어가던 중 그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다소 미안함을 느꼈고 작년 늦여름부터 눈맞춤하던 이들의 이름을 알아보았다. 집으로 돌아와 망막에 맺힌 상을 되살려 식물도감을 찾아보며 하나하나 기록하다보니 꽤 많은 꽃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왜 시인이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는지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나의 의미가 된다는지 그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올해 다시 자전거를 타고 나선다. 작년에 미처 이름을 불러주지 못한 초봄에서 한여름까지의 꽃들에게 다시 이름을 불러줄 시간이다.


<작년 한해 늦여름부터 초겨울까지 국도변에서 만난 꽃들의 이름 -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 꽃들도 아직 꽤 많다>


<들국화라 통칭되는 가을 국도변의 국화 종류가 이리도 많더라. 실제 들국화란 명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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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4-12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쁜 꽃이 아주 다양하군요. 관찰력만이 알아낼 수 있는 게 있지요. 글 쓰는 사람은 모름지기 관찰력을 갖고 세세히 기록하는 자세가 필요한 법. 저도 배우겠습니다.^^

잉크냄새 2025-04-13 10:33   좋아요 1 | URL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냥 지나쳐 버리던 꽃들이 이름을 불러주니 제게 다가와 하나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봄 날의 꽃들도 그 의미를 되찾아 볼까 합니다.

transient-guest 2025-04-15 0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소에는 차를 타고 다니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시절엔 하루에 6-7마일씩 아침에 걷고 달리고 했었는데 정말 다양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감도 좋아지는 걸 느꼈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살던 동네는 10마일 반경 잡고 속속들이 길을 다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잉크냄새 2025-04-15 17:08   좋아요 1 | URL
꽃이 북상하는 속도가 4킬로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꽃의 북상 속도가 아닌 자연과 리듬을 맞춰 걸어가야 하는 사람의 속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속도에서만 자연은 그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고 사람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한 번 속도를 맞춘 길은 오래도록 그 길을 보여주더군요.

감은빛 2025-04-15 1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자전거를 언젠가는 꼭 배워야지 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재작년에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해 잠깐씩 연습하다가 며칠 만에 그만뒀고,
작년에도 또 시도하다가 며칠 만에 그만둬 버렸네요.
올해는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꽃들이 참 예쁘네요.
주말에 달리기 할 때 양쪽 천 변에 벚꽃이 멋지게 피어 있었어요.
힘든 몸 상태를 잊으려고 일부러 꽃을 보면서 달렸는데,
그 자리에 그렇게 어여쁘게 피어 있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잉크냄새 2025-04-15 17:12   좋아요 0 | URL
사실 자전거를 못 타신다는 예전 글에 잠시 의심(?)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ㅎㅎ

걷기도, 달리기도, 자전거도 그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있지만 잠깐만 눈을 돌리고 허리를 숙이면 수줍은 듯 펼쳐진 작은 세상들이 보이게 되더군요. 저도 자전거 페달링이 힘에 부치면 도로변의 꽃들에 눈 맞추며 잠시 숨을 고르게 됩니다.

감은빛 2025-04-23 12:56   좋아요 1 | URL
잉크냄새님의 의심을 받았군요. ㅎㅎ

며칠 전에 저에게 잠깐씩 자전거를 가르쳐줬던 친구들이
저는 자전거를 아직 ‘못‘타는 것이 아니라
탈 수 있는데 아직은 조금 서툴러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 상태
라고 다시 정의를 내려주더군요.

저는 제가 혼자서 언제든 원할 때 탈 수 없으니 ‘못‘타는 것이 맞다고
우겼습니다만, 그 녀석들이 아니라고 해서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ㅎㅎㅎㅎ

잉크냄새 2025-04-23 20:24   좋아요 0 | URL
자전거 처음 배울 때가 문득 생각납니다. 어스름 저녁녘 학교 운동장에서 몇 번이고 넘어지며 배우던 때가 그립네요. 그때 뒤에서 잡아주던 친구가 누구인지 궁금해지기도 하고,,,,참 행복했던 기억중 하나입니다. ㅎㅎ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들의 한 줄 성명


https://drive.google.com/file/d/16mSC2T0fRUyLH6jZDcoww3_dTiOdxYWg/view?fbclid=IwY2xjawJPMkRleHRuA2FlbQIxMAABHVzybVN0xBXI77WUUMFtERz3PY9kM_9zB4UECaTiiqvsSL25AhLVT2Q-ww_aem_-tUMf_ISwjPxefxDmwSUoQ&pli=1



기억하고 연대하고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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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3-26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 톡방에 공유되었길래 이동 중에 조금씩 봤어요. 어제 밤에 큰 아이는 여기서 자신을 가르쳤고 지금 가르치고 있는 예고 문창과 선생님들과 현재 대학교 문창과 교수들을 다 찾아서 그 분들이 쓴 글을 공유해줬어요.

잉크냄새 2025-03-26 19:52   좋아요 1 | URL
여기저기서 누군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의미있는 것 같아요. 직접 동참하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기억하고 연대해주는 것이 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한 줄 보태고 싶어도 순 욕만 나올것 같아 신영복 선생님의 글로 한 줄 성명을 대신해 봅니다.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페크pek0501 2025-03-27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인가 신문에서 한강 작가가 파면 촉구에 대한 한 줄 성명을 내놓은 것을 봤네요. 작가 수백 명이 모여 추진하는 것인데 한강 작가한테 연락했더니 메시지를 보내왔대요.

잉크냄새 2025-03-27 20:05   좋아요 1 | URL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문학쪽에서 움직였다는 부분도 의미심장하네요. 용기는 몸뚱아리가 아닌 심장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한해 몇 권의 책을 읽겠다고 다짐하고 독서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일학년 부터이다. 일주일에 한 권을 목표로 하여 매년 50권을 목표로 잡았으나 2020년까지 한 번도 달성한 적이 없었다. 매년 평균 30권 전후였으며 중국 생활 동안에는 팔년을 통틀어 30권 정도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었는데 그때의 생활 패턴 변화가 독서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코로나 시국부터 목표를 달성하기 시작하여 오년째 연속하여 달성하였다. 2024년에는 읽다보니 어느새 97권으로 마무리하였다. 독서인생의 화양연화라 할 만한 시기였다. 올해도 일단 목표는 50권이다. 다섯 수레의 책은 과연 몇 권이나 될까. 


93권+시리즈(3권)+반복(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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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5-01-08 0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굿럭! 입니다. 제가 읽은 것도 몇 권 보입니다만 전혀 모르는 책이 참 많습니다. 평생 읽어도 다 못 읽을테니 조급한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고전-문학은 한번 정도 다 읽어보는 것이 거시적인 목표입니다. 이렇게 아예 책을 정해놓고 한 해의 독서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잉크냄새 2025-01-08 20:07   좋아요 1 | URL
네, 출판되어지는 책에 비하여 개인이 읽는 책은 정말로 미미하다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가 인당 독서량은 적어도 출판은 세계7위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책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지고 있죠. 전 어떤 책을 읽다 주파수가 흐르는 방향대로 읽어가고 있어요. 그래도 편식하지 않으려고 계획은 좀 세워봅니다.

파란놀 2025-01-08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화책도 읽어 보셔요.
<이거 그리고 죽어>라는 만화책이라면
어른도 어린이도 함께 눈을 밝히면서
이 삶을 아름답게 돌아보는 밑자락을 살피는 길에
반가이 맞이할 만하리라 봅니다.

잉크냄새 2025-01-08 20:0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숲노래님.
저도 가끔 만화를 읽는데 리스트에는 별도로 정리하지 않고 있어요. 추천하신 책은 한 번 알아봐야겠네요.

마힐 2025-01-08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목표 달성 축하 드립니다! 아마 올해도 쉽게 목표 달성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쉬우면 목표가 아닌데... 차라리 100권으로 목표를 좀 더 올리시는게 어떠세요? ㅎㅎ

잉크냄새 2025-01-08 22:39   좋아요 1 | URL
원래 목표라는 것이 이상과 현실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게끔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죠. 그래서 한발 두발 나아갈수록 그 괴리를 점차 줄여가는 것이긴 한데,,,, 그냥 50권으로 하고 나머지는 제게 주어지는 선물같은 덤이라 생각하고자 해요.ㅎㅎ

감은빛 2025-01-11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97권이라니. 대단하네요. 제가 읽어본 책은 별로 없네요. 읽지는 않았으나 제목은 익숙한 책들도 있고, 아예 처음 알게된 책들도 많네요. 목표 초과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잉크냄새 2025-01-11 19:56   좋아요 0 | URL
100권을 한번 넘어보고 싶었는데 좀 아쉬운 면이 있어요. 그래도 페이퍼에서 언급했듯 독서인생의 화양연화이고 다시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여요.

페크pek0501 2025-01-13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훌륭한 기록이네요. 올리신 책 중 제가 읽은 것은 고작 네 권이네요.
저는 1년에 30권만 읽겠습니다. 그리고 기록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어요.
좋은 페이퍼 올리셨습니다. 감사히 보고 갑니다.^^

잉크냄새 2025-01-13 18:11   좋아요 1 | URL
책읽기도 관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한번 어떤 패턴에 익숙해지면 계속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네요. 갑자기 줄어들거나 하면 영 개운치가 않아요.
저도 기록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글을 쓴다는 것이 어렵네요. 당분간은 읽는 것에 집중하게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