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하나,

안경을 이마 쪽으로 올린다.

눈은 아래로 내려본다.

늙는 것이 죽어도 싫은 이들이다.


둘,

안경을 콧등으로 내린다.

눈은 위로 치켜뜬다.

늙는 것에 순응하는 이들이다. 

- p150




느리게 걷고,천천히 말하며,기분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한 거다. 행복은 추상적 사유를 통한 자기 설득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감각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 p330




사랑은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딱 그만큼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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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 <섬집 아기> 1절





오늘 문득 책을 읽다 <섬집 아기>란 동요에 2절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바닷가 작은 둔덕 위 낡은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가 봄 볕에 잠드는 서정적이고 평화로울 것 같은 이 노래를 조용히 불러보면 뒤끝이 쌉싸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속울음을 참고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그 느낌은 근원적인 어머니의 부재가 가져오는 서글픔이고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하여 이 노래를 부르고 나면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지던 시기도 있었다. 오늘 2절을 조용히 따라 불려보며 허전하고 쓸쓸했던 풍경이 따사로이 가난한 풍경으로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 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 <섬집 아기> 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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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0 15: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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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1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은 한 번 일어나면 자신을 완성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그 마음이 완성될 때까지, 그 마음을 위해 활동하거나 부림을 당할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야, 당신은 그 마음의 완성을 꿈꾸지 않을 만큼 현명해져야 할 겁니다.


<여행 생활자> p.86

 

사는 게 막막할 때가 있다. 아니 늘 막막하다. 다만 그걸 견딜 수 있을 때와,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


<여행 생활자>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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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다 그런 거라고 치더라도 쿠퍼는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야 했다. 거기서 죽는 게 옳았다. 하지만 쿠퍼는 블랙홀에서 살아남았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내려면 영화를 조금 더 보는 게 좋겠다. 토성 주변에서 발견돼 의식을 되찾은 쿠퍼에게 귀한 손님이 찾아오는데, 바로 딸 머피다. 이 이상한 재회 장면에서, 각자가 머문 공간의 중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아빠 쿠퍼는 여전히 젊은 반면 딸 머피는 할머니가 되어 있다. 그리고 머피는 이제 죽을 참이다.


처음부터 쿠퍼가 초점인물이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당연히 쿠퍼의 관점에서 이 장면을 볼 것이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그 장면은 어쩐지 머피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 둘러싸인 채 병상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머피는 블랙홀에 들어간 쿠퍼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살아온 일생의 모든 순간을 동시에 바라보고 있으리라. 죽음이란 그렇게 시간의 흐름 바깥으로 나간다는 뜻이니까.


그렇다면 그 순간, 사랑하는 아빠를 보게 된다면 과연 그는 어떤 모습일까? 당연히 우리가 영화에서 본 바로 그 모습, 딸보다 훨씬 젋은, 그러니까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의 그 모습이리라. 그러고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딸만 생각하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아빠 쿠퍼라는 캐릭터도 어쩐지 이해된다. 그저 무조건적으로 아빠를 사랑하는 딸의 환상속에서나 존재하는 아빠의 모습에 가까우니까. 여기에 이르면 영화는 어린 시절에 헤어진 아빠를 평생 그리워한 딸이 병상에 누워 다른 가족들에게 들려주는 아빠 이야기로 느껴진다.


<시절일기> p146~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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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자면 말이죠, 그 순간 내게 필요한 책은 한 권이면 충분하니까 한 오만 원 정도만 있으면 거기에 꽂힌 책들은 다 살 수 있는 거예요. 물론 한 번에 모두 다 살 수는 없지만, 원한다면 어떤 책이든 다 살 수 있어요. 지금 당장 내게는 한 권의 책이면 충분하니까요. 제게는 미래라는 것도 그런 의미예요. 당장 바로 앞의 시간이 미래인 거죠. 지금부터 30년까지, 이런 식으로 집합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집합적인 미래를 대비하자면, 지금 내게는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해요. 그러자면 얼마나 벌어야만 하는지 계산이 나와요. 그래서 당장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읽지 않고 일단 돈을 버는 거죠. 하지만 저는 그런 집합적인 미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눈앞의 순간, 지금뿐이에요.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저는 이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책을 다 살 수 있는 사람이에요. 어떤 영화도 볼 수 있으며 어떤 노래도 들을 수 있어요. 제가 가진 돈이 그 정도는 된단 말이죠. 물론 자가용 비행기를 살 정도의 부자는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 바로 한국에서 파는 음식들은 거의 다 사서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부자는 됩니다. 지금 당장 저는 이처럼 풍요로운데, 왜 한데 묶이지도 않는 미래의 각 순간들을 하나로 묶어놓고 그 순간마다 필요한 돈을 모으려고 애를 쓰겠어요? 한 번에 그 순간 모두를 내가 살 수도 없는데 말이에요. 카프카의 <변신>은 팔천오백 원 정도예요. 지금 이 순간 한 권의 책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거의 거저나 마찬가지예요. 지금 이 순간의 세상에는 이런 것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청춘의 문장들 + > p15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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