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망을 생각하게 되자 갑자기 무서워졌다. 룬투가 향로와 촛대를 요구할 때 나는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나는 그가 아직도 우상을 숭배하고 있으며 한시도 잊지 않고 있구나 하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말하는 희망이라는 것 역시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우상이 아닐까? 다른 점이라면 그의 희망은 절박한 것인데 비해 나의 희망은 막연하고 아득한 것이라는 점뿐이다.

  몽롱한 가운데 눈앞에는 해변의 푸르른 모래밭이 떠올랐다. 짙은 남색 하늘에 바퀴처럼 둥근 황금의 보름달이 떠 있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희망은 본디 있다고 할 것도 아니고 또 없다고 할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저절로 생겨난 것처럼. 


<아Q정전. 광인일기>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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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소금을 집어넣으면 간이 맞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소금에 음식을 넣으면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소. 인간의 욕망도 마찬가지요. 삶 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 속에 삶을 집어넣으면 안 되는 법이요

<지구별 여행자> p.93


인도 여행만을 고집함으로써 나는 다른 많은 것들을 놓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들은 이 생에선 내가 걸어갈 필요가 없는 길들이었다. 그리고 굳이 걸어갈 필요가 없는 길들까지 다 가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또 어떤 길들은 다음 생을 위해 남겨둬야 할 길들이었다. 

<지구별 여행자>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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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12-31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잉크냄새 2021-01-02 15:42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우리는 주로 자신이 우위에 설 희망이 없는 문제에서 평등을 주장한다. 절실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절대적 평등을 내세우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런 시험에서 공산주의자란 좌절한 자본주의자란 것이 드러난다. 


<에릭 호퍼 자서전> p83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동물농장> p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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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20-12-29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지지부진하나마 잡고 읽고 있는 책 중에 하나가 불평등 트라우마 라는 책인데요~ 저자의 원작이 평등이 답이다, 란 책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라고 한다면 그게 평등한 건가 안 평등한 건가 ㅋㅋ 민음사 시리즈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직접 읽고 확인하는 것으로 하죠머 ㅋ

잉크냄새 2020-12-30 15:24   좋아요 0 | URL
세계문학전집은 민음사가 뽀대가 납니다.
가끔 서점 가면 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코너에서 서성입니다.
 

아날로그는 이제 낙후된 삶의 방식이다. 아날로그는 다 죽게 되어 있다. 아날로그는 더 이상 디지털 문명의 대안이 될 수가 없다. 아날로그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슬픔과 기쁨, 고난과 희망을 챙겨서 간다. 디지털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곧바로 간다. 그래서 디지털은 앞서가고 아날로그는 시대의 뒷전으로 밀려난다. 나는 아날로그가 끌고 나가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의 고난과 희망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김 훈 < 밥벌이의 지겨움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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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20-11-2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오랜만에 알라딘 왔는데 반가운 이름이 있어서 들어왔어요! 아날로그.. 우린 옛날 사람이 된 걸까요 😂😂

잉크냄새 2020-11-28 13:54   좋아요 0 | URL
와 오랜만입니다. 그래도 반겨주는 이가 있어서 좋네요.
이 마을에서 십년 세월도 옛날이라면 우리도 옛날 사람이 된 거겟죠.

icaru 2020-12-2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책 읽었던 생각이 나네요. 그 책 제가 샀을 때는 표지 겉에 책커퍼처럼 불투명 종이가 씌워져 있었는데요. 운전을 안 한다고 했던 작가의 글.. 풍경을 놓친다고 했던가.. 그건 자전거 기행인가... ㅋㅋ읽었던 게 다 섞여버렸네용 ㅎ

잉크냄새 2020-12-30 15:23   좋아요 0 | URL
요즈음은 신작을 읽기보다는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꺼내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전작주의는 아니지만 김훈 작가의 책은 꽤 많은 편이라 저도 이책인지 저책인지 헷갈리네요. ㅎㅎ
 


야간 비행의 매력은 내 어깨 높이로 별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올려다 보이던 아득한 별들이 내 눈높이로 내려앉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하늘을 날아서 닿을 수 없던 그곳에, 구름 위를 날아가거나 어둠 속을 헤엄쳐가 닿을 수 있으리라는 상상에 파묻히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지막 야간 비행을 떠난 쌩떽쥐베리를 만나리라는 부푼 기대에 잠드는 시간이다.

- 18년 4월 네팔 카투만두행 비행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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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20-11-2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지네요^^ 어린왕자가 떠나는 여행같아요ㅋㅋㅋ

잉크냄새 2020-11-27 20:05   좋아요 0 | URL
우리는 아직도 어린왕자를 찾는 세대군요...ㅎㅎ

icaru 2020-12-29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퓰리처 수상 사진인 줄....요 ^^
그니까 맨눈으로 포착하신 거잖아요 저 광경 캬---!!

잉크냄새 2020-12-30 15:21   좋아요 0 | URL
요즘 나오는 아이폰12 정도면 더 선명하게 찍힐려나요??? ㅎㅎ
자세히 보시면 별들이 먼지처럼 보일겁니다. 사진 가운데 붉은 빛은 아미도 비행기 날개 끝단 같네요.

프레이야 2021-01-15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생떽쥐삐리의 문장인가 했어요. 야간비행에서 저 문장이 있었던가 이러며요 ^^ 비행기로 국경을 넘는 일도 못한 지 일 년이 되었네요. 이전 사진들 뒤적여 보며 위안 삼지요. 모두 힘든 날들 잘 건너가기를요. 반가워요 잉크냄새님.

잉크냄새 2021-01-26 17:44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옛 주인들이 이렇게 안부 물어 부시니 그저 반가울 따름입니다.
코로나가 세계 지형을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국경을 넘는 행위 자체가 가지는 의미에도 분명 차이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