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일년이 넘은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여행을 마칠 즈음 간략한 여행 사진을 올려야지 마음 먹은지 일년이 지난 것이다. 여행중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간략한 감상을 적어보며 그 지난 시간을 다시 한번 되뇌이던 즐겁던 작업이 노동이란 느낌으로 변한지 일년이 지났다 말이다. 알라딘은 간혹 옛 서재지기들의 소식이 궁금하면 한번씩 접속하곤 했는데 그들의 소식마저 소원해진 지금 알라딘 10년이란 글이 자꾸 떠올라 행여 누군가 반가운 손님이 흔적이라도 남겼나 들려보는 요즘이다. 내 서재마저 서성거리며 훓어보는 느낌이다.
1. 사천성 성도 ( 四川省 成都)
- 성도는 도시 자체의 매력보다는 지우자이고우(九寨沟)와 티벳을 가기 위한 하나의 교두보같은 도시였는데 2007년 출장시 천진에서 홀로 날아와 이틀을 보낸 이래 세번째이다. 특히 티벳을 들어가기 위한 허가증을 받기 위해 혹은 같이 여행할 동료를 찾기 위해 많은 서양인들이 머물곤 한다. 짧았던 첫 여행을 제외한 두번의 방문은 티벳을 가기 위함이었으나 허가증의 문제로 두번다 좌절되었다. 첫번째는 3월이라 티벳 방문 자체가 막히는 시기였고 두번째는 몇몇 지정 국가에 허가증 발급이 안된 시기인데 한국을 포함하여 영국, 네덜란드 의 3개국이 제외되었다. 달라이라마에 대한 우호적 발언이 문제시된 시기였다. 아마 성도 여행은 이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합리화일진 몰라도 두번째의 시도가 좌절된 후 더 이상 독립하지 못한 티벳을 점령국인 중국을 통해 들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한 때문이다.
<사천 경극 - 아마도 여포랑 초선일 겁니다>
2. 사천성 캉딩 (四川省 康定)
- 차마고도의 시발점이 되는 도시이며 본격적인 동티벳의 시작이다. 캉딩에서 출발한 천장공로가 신두챠오(新都桥)를 기점으로 천장북로와 천장남로로 나뉘어진다. 도시의 입구는 청동상의 마방들의 행렬이 줄지어 여행객을 맞이한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그리 넓지 않은 물길을 따라 형성된 마을이라 물소리가 밤새 정겹다. 2500미터 이상의 고도에 위치한 도시라 본격적인 고산증이 발병되는 고도이므로 자신의 신체 상태를 잘 확인후 관련 상비약을 챙기길 추천한다. 리탕으로 가는 길은 위에서 언급한 천장공로를 거치는데 정규버스를 타는 경우 천장남로를 경유하고(8시간) 장족들이 이용하는 비정규버스(일명 빵차)를 타는 경우 천장북로를 경유한다(22시간). 개인적으로 천장북로를 추천하고 싶다. 설산과 초원과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하루종일 담고 갈수 있는 길이다.
<캉딩 - 차마고도 마방 행렬>
<천장북로 어디메쯤>
3. 사천성 리탕 (四川省 理塘)
- 중국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도시로 대략 4000미터 이상이며 티벳의 라싸보다도 높게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티벳 침략시 최후까지 항전한 장족 전사의 마을로 라싸의 저항 운동이 많이 약해진 현재도 저항 의지가 가장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분신을 하는 수도승의 다수가 이곳 출신이라고 한다. 장족 남녀는 신장히 훤칠하고 기골이 장대하며 흡사 인디언을 대하는 느낌이다. 티벳의 고유 장례풍속인 천장 ( 시체를 잘라 독수리에게 주는 의식)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매주 특정 요일에 행해지는데 사진 촬영은 금지된다. 한족에 대한 중오심이 상당히 깊은 곳이라 감시 카메라를 장착한 공안 차량이 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으므로 한족과 흡사한 한국 여행객으로서는 행동에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언덕길을 절대 뛰어오르지 말자 한번 집 나간 숨이 돌아오는데 한참 걸린다.
<리탕 - 언덕배기>
<리탕 - 장족 결혼식장 - 삼일동안 축제를 벌이네요>
4. 사천성 따오청 (四川省 稻城)
- 도시 자체의 매력보다는 신비의 절경 야딩(亚丁)으로 들어가는 전초기지의 의미가 큰 도시이다. 사천성 청두를 시발점으로 접근하는 방법 (20시간)과 운남성 쿤밍을 통하여 접근하는 방법(28시간)의 두가지 루트를 통하여 들어온다. 단순히 지나가는 도시로 여기기에 아쉬운 점이 많은데 초저녁 그리 넓지 않은 광장에서 이루어지는 장족의 전통 춤사위에는 거의 모든 동네 사람들이 나와 춤을 추는데 그 광경이 정겹고 아늑하다. 그리 가깝지 않지만 바오처를 예약하면 하루 코스로 다녀올수 있는 놓치기 아쉬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따오청 - 장족 춤사위>
<따오청 - 야딩 가는 길>
5. 사천성 야딩(四川省 亚丁)
- 20세기초 소설을 통해 한장의 사진이 알려지면서 서양인들 사이에 샹그릴라로 불려지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비경으로 전해진 곳이다. 서양의 한 여성 탐험가에 의하여 그 모습을 드러내기전 반세기 동안을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이상향으로 여기지던 곳이다. 따오청을 통하여 3시간 가량 4000고지를 넘나들며 도착한다. 교통이 불편하여 아직 많은 여행객들에게 노출된 곳은 아니다. 만년설산의 봉우리를 바라보며 4500 고지 이상을 오르면 유우해, 오색해가 찬란한 모습을 드러내는데 아름답다거나 신비하다거나 하는 단어 하나로 표현하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진다. 저녁에는 동네 맥주집을 꼭 가보길 추천한다. 허름한 술집의 다듬어지지 않은 무대와 장족 무희의 다듬어지지 않은 춤이 오히려 가장 어울린다는 느낌에 술을 홀짝이게 될것이다.
<야딩 - 우유해(정상 호수)>
<야딩 - 그냥 어디메쯤 >
6. 운남성 샹그릴라 (云南省 香格里拉)
- 원래 지명은 중띠엔(中甸)이나 중국 정부에 의해 샹그릴라로 이름 붙여진 도시이다. 사천성의 야딩이 모습을 드러내기전 소설에 소개된 이상향의 도시로 소개되며 개명이 이루어진 도시. 그 자체의 아름다움 또한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다. 처음 발을 디딘 시기가 겨울이었기에 여행자 그림자조차 찾기 어려운 황량한 벌판을 혼자 돌아다니던 기억이 아득한데 이번 방문은 여름철을 맞아 동티벳으로 들어가려는 여행자의 발길로 활기가 넘친다. 야딩의 풍경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아 샹그릴라의 여름은 그저 골목을 거니는 것으로 끝낸다.
<샹그릴라 - 어느 작은절 옆에서>
<샹그릴라 - 송찬림사>
7. 운남성 따리 (云南省 大理)
- 여행을 하다보면 유독 짐을 풀고 다시 싸는 일이 버거운 도시가 있다. 계획한 모든 여행을 다 마무리하고도 아무 계획없이 머물게 되는 도시, 나에게 있어 따리가 그러하다. 따리 또한 세번째의 만남이다. 백족과 결혼하여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청년이 반갑게 맞이해 주는 곳, 그저 친구를 찾아가듯이 자연스러운 발길로 찾아가는 곳, 그곳이 따리이다. 고구려인지 고려인지 가물가물한데 한민족의 한 지류라는 백족의 마을. 남서쪽의 소수민족과 달리 동북아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흰 옷을 즐겨입고 음식마저 비슷하여 편안함을 느끼는 백족의 마을이다. 따리 자체만 하더라도 주변에 많은 볼거리가 있어 한번쯤 소일하며 머물러 볼만한 도시이다.
<따리의 밤>
<따리 - 이안 감독의 야외 연극 무대로 매일 저녁 따리 고성에서 행해진다. 리장에 장예모 감독의 연극이 있다면 따리에는 이안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