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이란 말을 난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나보다 윗줄이신 분들이야 내가 걍 무시하니까 상관없고, 아랫줄인 사람들에게는
조금만 더 젊게 생각하고 이해하면 세대차이라는게 꼭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대차이 나는 고루한 기성인간이 되기를 거부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아주 사소한 청소년 두발 문제로 일상의 감성의 누적이 세대차이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는 세대차이라는 현실을 인정해 버려야 할 듯하다.
우리집에 기숙하는 두 남자아이들...
그 중 사춘기니까 건들지 말라고 당당하게 선포하다 한 방 먹은 상대적으로 큰 남자
아이는 이발하는 걸 아주아주 싫어한다.
뒷머리는 목을 다 덮고 앞 머리는 눈 밑으로 내려와 찔릴 것 같은데도 이발 좀 하라고
하면 들은 척을 안하는 것이다. 그 긴머리가 슬슬 눈에 거슬려 이래저래 기회만 보다
결국 미용실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으나 얼마나 자를 것인가를 두고 결국 논쟁이
벌어지고 말았다.
"좀 단정하고 짧게 깍지... 안 덥냐?"
"머리 깍는 것도 양보한 건데 짧게 깍으라는 건 인정 못하겠는데요?"
"중1인데 그렇게 머리 기르고 다니면 학교에서 뭐라 하지 않냐?"
"뭐라고 하는 사람 없는데요. 다들 알아서 잘 기르는데 오히려 집에서 잔소리가 더 심해!"
"더워 보이고 눈 찌르고 불편하지 않냐?"
"난 괜찮다는데 왜 그러세요?"
"그럼... 얼마나 자를건데? 자르기는 할거냐?"
"내가 알아서 자를께... 아빠는 자꾸 나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향이 있어..."
이런...'인권'이란 말에 그냥 찌그러졌다.
청소년 두발 자유화니 뭐니 해도 내 굳은 머리통에는 중학생의 짧고 단정한 머리만 들어
있었지 큰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머리스타일에 대해서는 아무 정보도 없었다.
그리고 짧고 시원한것이 좋다는 논리는 내 논리일 뿐이고 큰 남자아이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항임을 난 이발을 하러 가서 알아버린 것이다.
두발 자유를 학교에서 시행해도 아마 부모들은 애들 머리를 왠만하면 짧게 깍을 것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를 붙여도 결국 자신이 편하게 생각하는 두발 스타일일 테니까..
더 웃긴건...미용실에 가서 이발을 하는데, 미용사가 하는 말이다.
" 어느 정도로 자를까요?"
왜 그걸 나에게 물을까? 이발하는 애에게 묻지않고...
"쟤가 원하는 만큼 잘라주세요..."
결국 머리만 다듬는 선에서 이발은 끝났다.
만족해 하는 큰남자아이와 왠지 씁쓸한 내 마음의 교차...이게 세대차이 아니면 뭐가
세대차이인 것일까? 인정하면서도 뭔가 감성에 맞지 않는 이러한 차이들을 생각하면
아... 멀고도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