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노동자 - 뉴딜이 기획한 가족과 여성 아우또노미아총서 56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지음, 김현지.이영주 옮김 / 갈무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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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미국 전역을 덮친 대공황은 많은 사람을 실업과 가난의 소용돌이로 몰아갔다. 당시 미국 대통령 허버트 후버는 ‘작은 정부’ 중심의 자유주의를 고집했다. 후버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은 불난 집에 부채질만 하는 꼴이 됐다. 물가는 계속 폭락했고, 실업자도 날로 늘어나 수천만 명에 이르는 파산자가 속출됐다. 후버의 뒤를 이은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대공황으로 무너진 미국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들고 나왔다.

 

루스벨트는 가난한 하층민을 상징하는 ‘잊힌 사람(The Forgotten Man)’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잊힌 사람들을 위한 뉴딜 정책’을 천명했다. 뉴딜 정책은 국정 운용과 경제의 틀 자체를 변화시켰다. 루스벨트 정부는 전통적인 자유방임주의 경제정책 대신 정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 케인스 경제학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연방정부의 기능과 권한을 확대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쳤다. 또한,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등 노동자의 복지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역사학자들은 뉴딜 정책이 대공황으로 위험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출했을 뿐만 아니라 근대적 복지국가체제의 기틀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뉴딜 정책 신화’에 가려진 진실은 언제나 밝혀지게 마련이다. 그 진실은 시간이 지나서야 명백해진다. 뉴딜 정책의 일부 사회보장제도가 실제로는 여성과 흑인의 삶을 보장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경제의 ‘경’ 자도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글로 설득력 있게 쓴 책이 1983년에 나왔다. 이탈리아의 여성 운동가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집안의 노동자》(갈무리, 2017)이다.

 

이 책에서 코스따는 루스벨트 정부가 시행했던 여러 가지 정책들과 그 결과를 제시한다. 루스벨트 정부가 경제성장의 기폭제로 내놓은 것은 테네시강 유역 개발 계획(TVA)이다. 뉴딜 정책 일환으로 추진된 TVA는 테네시강 본류와 지류에 26개 대형 댐을 건설하고 남부 내륙 운하를 설치하는 대형 토목공사였다. 루스벨트 정부는 공공 일자리를 만들면 노동자의 임금이 향상되고, 내수 소비가 살아나서 생산과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뉴딜 정책이 창출한 일자리 대부분은 ‘백인 남성’이 차지했다. 정부는 백인 남성‘에게 가족과 국가를 재건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했다. 흑인 남성은 여전히 열악한 근로환경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렇다면, 여성은? 여성은 ‘집안의 노동자’로 전락했다. 여성의 재생산노동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집안일, 가족을 돌보는 일,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 등의 가족과 사회가 유지되는 데 필수적인 노동을 의미한다. 대공황의 여파로 망가진 경제는 가족의 해체를 불렀다. 돈이 없어서 자식에게 일을 시키거나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 증가했다. 정부는 경제위기가 초래한 가족 해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에게 집안의 노동을 직접 담당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겼다. 정부는 여성에게 ‘가정학’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며 가사노동을 ‘사랑으로 하는 노동’으로 포장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코스따는 여성을 위한 뉴딜 정책이 여성에게 ‘집안의 노동자’ 역할을 부여한 전략적 기획이라고 지적했다. 그리하여 ‘남편은 바깥일, 아내는 집안일’이라는 성별 노동 분업이 미국 사회에 강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정부는 가족 이데올로기와 자본주의 체제 유지를 위해 여성의 노동을 착취했다. 이렇게 여성의 가사노동은 ‘특별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 ‘당연히 여성이 해야 하는 일’로 여겨지게 되고, ‘집안의 노동자’는 뉴딜 정책 신화에 가려져서 ‘잊힌 여성(The Forgotten Woman)’이 되었다.

 

남성의 노동력은 가족 내 가사노동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여성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남성에 의지하게 되고, 여성의 가사노동 및 임금은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없다는 전제로 설정된다. 뉴딜 정책 시기의 미국 여성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받는 차별뿐만 아니라 ‘집 밖의 일’을 얻는 기회조차 받지 못했고, 저임금을 받는 이중, 삼중의 차별까지 겪었다. 남성 노동자 파업에 동참하거나 파업을 주도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순히 노동에 따른 보상을 받기 위한 일이 아니다. 재생산노동을 남성들의 임금노동 하위에 위치시키면서 가사노동을 여성들에게 전가하고 여성 노동력을 ‘0원’으로 만드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저항이다.

 

《집안의 노동자》는 뉴딜 정책 시대의 남성과 여성의 성별 분업 구도가 어떻게 재생산되는지를 치밀한 분석을 통해서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역작이다. 《집안의 노동자》을 읽으면 지금도 변함없는 여성 노동 문제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노동자로 제대로 인정받고 존중받으면서 일해본 적이 없다. 물론, 한때 ‘알파 걸’, ‘슈퍼 우먼’ 같은 일하는 여성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유행했지만 사회는 ‘집 밖의 노동자’가 되어 일하고 싶은 여성에게 ‘집안의 노동자’ 역할을 포기하지 말라고 강요한다. 결혼과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 여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여전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가는 재생산노동의 책임을 여성에게 일차적으로 부여하면서 여성 노동력을 비정규직 형태로 노동시장에 흡수하려는 정책을 고집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여성들은 성별 분업을 조장하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 맞서 자신을 저항주체로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될, 힘겹지만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여성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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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8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3-29 13:45   좋아요 0 | URL
네.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여성에 참정권을 준 국가입니다. 뉴질랜드 내에서도 여성 참정권 획득을 위한 운동이 펼쳐졌는데요, 미국과 영국 페미니스트들의 참정권 운동이 많이 알려져서 그런지 이 중요한 사실을 다룬 자료를 찾기가 어려워요.

sprenown 2018-03-2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아때문에 어쩔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요즘은 집안일만 하는 여성이 더 눈총받는거 같아요^^.비정규직이나 시간제라도 돈벌어오기 바라죠. 씁쓸한 현실..

cyrus 2018-03-29 13:50   좋아요 1 | URL
문제는 비정규직, 시간제 근무 여성을 위한 고용 보장이 열악해요. 기본적인 노동 3권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회사가 많아요.

AgalmA 2018-04-01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육아, 가사 일을 여성이 잘 한다고 본성이나 특성으로 틀로 만든 경향이 있죠. 생물학 보면 호르몬상의 차이는 분명 있는 거 같지만 사회 생활 속에서 같이 분담하는 문화를 만들었다면 이렇게까지 고착화되진 않았을 겁니다.
여성이 사회생활에 진출하니 어디 얼마나 잘 하나 감시 & 평가가 아니라 서로서로 도와야죠. 평등과 평화 말로만 떠들게 아니라^^;;

cyrus 2018-04-01 19:43   좋아요 1 | URL
여성이 취업하는 과정을 보면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이 많아요. 특히 면접 때 남성 면접관은 여성 구직자에게 결혼 계획이나 남자친구 유무를 묻습니다. 회사는 결혼하는 여성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걸 꺼려하죠. 여성 직원은 일처리가 미숙하다는 남성 직원의 편견도 여성의 ‘가정주부화‘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나 문장을 발견하게 된다. 마리아 미즈《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알쏭달쏭한 단어’가 있다.

 

 

 

 

 

 

 

 

 

 

 

 

 

 

 

 

 

토지 없고 가난한 인도 여성의 노동과 우유가 빨려 나가가는 이런 과정, 오웰적인 신조어 전통에서 (‘흥건하게 되는’ 것은 도시이고, ‘진액이 빨려나가는 것’은 촌락과 여성이다) ‘우유홍수작전’이라고 불리는 과정에 대한 분석은 인도에서 자본주의 우유 생산에 연루되어 있는 가난한 여성에 대한 극도의 착취와 유럽 공공시장에서 우유의 과대생산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짧게라도 살펴보아야 온전한 분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85쪽)

 

 

오웰적인 신조어 전통? 이게 무슨 말인가? ‘오웰’은 그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을 가리키는 듯하다. 이제 남은 건 ‘신조어 전통’이라는 생소한 표현이다.

 

 

 

 

 

 

 

 

 

 

 

 

 

 

 

 

 

 

 

 

 

 

 

 

 

 

 

 

 

 

 

 

 

 

 

 

 

 

 

 

 

 

 

 

 

 

 

 

 

 

* [에디터스 컬렉션] 조지 오웰, 김병익 역 《1984》 (문예출판사, 2018)

* [스페셜 에디션] 조지 오웰, 이기한 역 《1984》 (펭귄클래식코리아, 2014)

* 조지 오웰, 권진아 역 《1984》 (을유문화사, 2012)

* 조지 오웰, 박경서 역 《1984》 (열린책들, 2009)

* 조지 오웰, 김기혁 역 《1984》 (문학동네, 2009)

* 조지 오웰, 이기한 역 《1984》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 조지 오웰, 김병익 역 《1984》 (문예출판사, 2006)

* 조지 오웰, 정회성 역 《1984》 (민음사, 2003)

 

 

 

 

오웰의 대표작 《1984》빅 브라더는 국민의 사고를 지배하고 독재를 강화하기 위해 ‘신어(Newspeak, 新語)’를 만들어낸다. 을유문화사 판본의 역자는 ‘Newspeak’를 순우리말 ‘새말’로 옮겼다. 소설의 부록으로 실린 『신어의 원리』라는 글에 따르면 신어는 미래의 전체주의 국가인 오세아니아의 공용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은 신어를 만드는 일을 한다. 신어가 만들어지면서 기존에 쓰던 표준 영어(구어, Oldspeak)는 줄어들어 폐기된다. 예를 들어 ‘자유’라는 표준 영어를 폐기하면 통치 체제에 대한 국민의 저항의식이 줄어든다. 신어 정책에 지배당한 국민은 전체주의 독재자로부터 위협받는 자유를 지켜내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아예 자유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상태가 된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역자는 ‘신어’를 ‘신조어’라고 번역했다. 물론, 신어와 신조어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신조어는 말 그대로 ‘새로 만든 말’이다. 빅 브라더가 고안한 신어 중에 두 개 이상의 단어를 합쳐 새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하지만 신어 창안의 목적은 ‘이단의 뜻을 가진 표준 영어를 삭제(폐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을 '정책'으로 바꿔 쓰면 단어의 의미가 비로소 명확해진다. 따라서 ‘오웰적인 신조어 전통’은 《1984》가 보여준 ‘신어’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역자가 《1984》의 부록을 알고 ‘오웰적인 신어 정책’ 또는 '《1984》의 신어 정책'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알쏭달쏭한 단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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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8-03-28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해당 페이지를 찾아보니 실제로 그렇게 씌여있군요 ㅎ ㅎ 번역이 좀 아쉽네요!

cyrus 2018-03-29 13:52   좋아요 0 | URL
읽다 보면 원문을 직역한 듯한 긴 문장도 보여요. ^^;;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 여성, 자연, 식민지와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아우또노미아총서 45
마리아 미즈 지음, 최재인 옮김 / 갈무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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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을 받든, 존경을 받든 어떠한 형태로라도 절대 잊히지 않을 마르크스가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았다. 마르크스는 사회주의를 자본주의 발달의 필연적인 산물로 규정했다. 즉 자본주의에서 사회의 생산력은 급속히 성장하지만, 자본가에 의한 노동자의 착취라는 생산 관계의 모순을 심화하여 빈곤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와 같은 모순 극복을 위해 생산수단의 사유폐지와 노동자 계급의 계급투쟁을 강조했다. 엥겔스《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두레, 2012)이라는 책에서 원시 사회는 사유재산 없는 모계사회였지만 잉여재산과 상속 때문에 가부장제 사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일부일처제의 탄생은 부계제도에 기초한 가족의 출현을 동반했으며 계급사회의 출현을 촉진했다. 과거에는 남성과 여성의 일이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생산 활동은 가정에서 분리된다. 그래서 가정과 일이 분리되는 ‘성별 노동 분업’이 생겼다는 것이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해석이다.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인 독일의 사회주의자 클라라 체트킨, 아우구스트 베벨 등은 “여성해방의 첫 번째 전제는 모든 노동자 여성을 계급 투쟁에 참여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노동자 계급의 투쟁과 혁명만이 사회를 바꿀 수 있고, 계급이 해방될 때 곧 여성이 해방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들은 노동자 계급을 배제한 채 참정권을 요구하는 부르주아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를 비판했다. 그러나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계급 해방 이후의 노동자 여성을 가사노동과 양육 등 보살핌 노동을 전담하는 존재로 보았다. 여성 평등권을 주장한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제를 견고하게 해주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의 여성해방론은 가부장제 철폐를 위한 실천적인 여성 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1986년에 나온 마리아 미즈《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자본주의 체제의 여성 착취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생명 생산’으로 명명되는 여성의 노동을 협소하게 바라보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만 비판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본주의 체제와 가부장제가 결탁하여 서구 여성, 제3세계 여성을 착취하는 구조를 보지 못하고, 오로지 평등만을 주장하는 주류 페미니스트들에게도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마리아 미즈의 비판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자본과 권력 모두 쥔 남성(서구 남성, 아시아 남성, 제3세계 남성)은 여성(서구 여성, 아시아 여성, 제3세계 여성)을 ‘가정’에 묶어두어 가부장적 권력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여성은 결혼하는 순간, ‘주부’가 된다. 미즈는 가사노동을 하는 여성이 ‘가정주부화’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가정주부가 된 여성은 저임금 또는 무임금 노동을 하게 되고, 남성 노동과 여성 노동 간의 임금 격차는 커진다. 여성의 가정주부화가 진행되는 자본주의 체제는 성별 노동 분업을 강화한다. 이 불편한 문제를 외면하면 여성의 사회 · 경제적 불평등이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경제’ 체제 안에서 여성의 삶이 착취 받지 않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여성 운동이 진행되어야 한다. 또 성장중심주의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미즈는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생태주의적 관점으로 대안 경제모델을 제시한다. 그 대안 경제모델의 핵심은 ‘자급’이다. 여성은 여성 노동을 착취하는 다국적 기업의 제품, ‘가정주부’,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여성성 모델을 강조하는 상품 등을 소비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의식주에 필요한 기본적인 생필품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급’은 ‘완전한 자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완전한 자급사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미즈도 이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부분적 자급’ 활동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출간 이후로 지금까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자급 활동이 많이 알려졌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대안 생리대’는 여성의 몸을 위한 자급 활동 중 하나이다. 자급 활동은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즈는 자급 경제모델 내에서 남성도 가사 노동에 대한 책임을 분담해야 하며 여성과 함께 자급 활동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사노동은 고된 노동이라기보다는 여성이 전담해야 하는 부차적인 활동으로 이해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성한테 가정은 쉼터지만 여성들은 자신의 일터인 집안에서 일해야만 한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긴밀히 결합하여 서로를 지탱하는 사회 구조는 타의에 의해 가정에 속박당하는 여성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여성해방의 첫 단추는 전 세계에 꽉 묶인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매듭을 풀어주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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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7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3-28 10:48   좋아요 0 | URL
세상이 문명사회 이전으로 회귀해도 남성의 경쟁심, 지배 욕구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

마립간 2018-03-2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에도 단편적으로 언급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문명지향적입니다. 여성들은 농촌에서 도시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합니다. 여성이 (남녀평등적) 페미니즘을 위해 그런 사회(, 예로 부탄으)로 이주한다면 보편적 사건이 아닌 예외적 사건이죠.

cyrus 2018-03-28 16:4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여성들은 문명지향적인 존재이며 열심히 일해서 정당한 대가를 받기를 원하고, 사회적 지위 상승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일부 남성들은 여성이 가사노동보다 ‘집 밖의 일’에 관심을 보이면 경계하고 반대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다른 한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알프레트 쿠빈 지음, 홍진호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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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트 쿠빈(‘알프레드 쿠빈’으로도 표기할 수 있다, Alfred Kubin)은 국내에서는 생소한 화가다. 쿠빈은 칸딘스키와 함께 첫 번째 ‘청기사’ 그룹전에 참여했고, E. A. 포도스토옙스키의 작품 등을 위한 삽화를 제작했다. 쿠빈은 괴생물체, 지옥, 인간의 욕망과 타락 등 상상과 무의식의 세계를 기괴한 그림체로 표현했다. 그래서 쿠빈의 그림은 어느 하나 불쾌하지 않은 게 없다.

 

쿠빈은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권위적인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고, 친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여동생과 재혼했는데, 두 번째로 맞이한 아내 역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섬약한 감수성을 타고난 데다 병약한 쿠빈에게는 학교생활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견디기 힘들었다.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쿠빈은 어머니의 무덤에 찾아가 그곳에서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1900년대 초반부터 쿠빈은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창 잘 나가던 중에 쿠빈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다. 가족의 죽음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진 쿠빈은 또다시 우울증에 빠졌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친구와 함께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쿠빈은 우울증에 억눌려 잠잠했던 창작 욕구를 마음껏 발산했고, 그는 4주 만에 자신의 유일한 장편소설 《다른 한편》을 완성했다. 이 소설은 1909년에 발표되었다.

 

기괴하고 환상적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소설답게 환상적인 세계와 초자연 현상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 소설의 주인공은 무명이며 직업은 화가다. 어느 날 주인공의 친구 클라우스 파테라는 자신이 세운 ‘꿈의 왕국 페를레’에 주인공을 초대한다. 주인공과 그의 아내는 아시아 대륙에 위치한 꿈의 왕국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정착하여 생활한다. 꿈의 왕국은 외부 세계의 침입을 차단하는 벽으로 둘러싸인 폐쇄된 지역이다. 꿈의 왕국을 드나들 수 있는 문도 하나뿐이다. 꿈의 왕국에 사는 ‘꿈의 주민들’은 과거지향적인 사람이다. 그들은 옛 것을 좋아하며 나날이 진보하는 현대 문화를 거부한다. 파테라는 꿈의 왕국 지배자다. 그러나 그를 만나기가 좀처럼 힘들다. 주인공의 아내는 파테라를 직접 마주친 이후로 이상 증세에 시달린다. 꿈의 왕국에서의 생활에 염증을 느낀 주인공은 아내와 함께 이곳을 떠나기로 하지만, 실패한다. 주인공과 이곳 주민들은 알 수 없는 마력을 뿜어내는 파테라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 출신의 억만장자 허큘레스 벨은 꿈의 왕국에 들어온 ‘외부인’이다. 그는 이곳에서 사업을 펼쳐보려고 했으나 파테라는 미국인을 무시한다. 자신의 사업 계획이 틀어지는 상황에 못마땅한 미국인은 꿈의 왕국을 지배하려는 야심을 드러낸다. 그는 ‘루시퍼’라는 이름의 단체를 만들어 꿈의 주민들에게 ‘이성’과 ‘진보’의 가치를 전파한다. 또 주민들의 삶을 통제하는 파테라를 비난하는 선전을 펼친다. 미국인은 대대적인 여론몰이를 통해 선동을 일으켜 주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한다. 꿈의 왕국에 내부 분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상식을 뛰어넘는 기이한 일들이 발생한다.

 

소설 1부, 2부는 주인공이 꿈의 왕국에서 생활하면서 겪게 된 일련의 경험들을 비교적 평이하게 묘사하면서 전개된다. 3부 3장부터 이야기는 ‘범상치 않은 전개’로 흘러가고, 독자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3부 3장 제목은 ‘지옥’이다. 3부 3장은 평화로운 꿈의 왕국이 지옥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민들은 알 수 없는 마력에 이끌리듯 이상 증세를 보인다. 사람을 죽이는 난폭한 행동도 이어진다. 꿈의 왕국 전역에 ‘잠 중독’이 전염병처럼 퍼진다. 이 병에 걸린 주민들은 잠들어 버린다. 그들이 잠든 사이에 동물과 곤충들이 왕국을 점령한다. 꿈의 왕국은 ‘동물의 세계’로 변하고, 퇴폐적 욕망에 사로잡힌 주민들은 무질서한 삶을 살아간다.

 

이 소설에서 주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건 무의미하다. 번역본의 ‘해설’ 편에 《다른 한편》을 둘러싼 여러 가지 해석들이 소개되어 있다. 나는 이 소설에 대한 기존 해석을 거부하고,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싶다. 나는 이 소설이 초현실주의자들이 주로 사용한 창작 방식인 자동기술법(Automatisme)으로 쓰였을 거로 생각해본다. 주인공의 꿈을 묘사한 2부 5장 마지막 장면(부제는 ‘꿈의 혼란’, 211~214쪽)과 3부 3장 ‘지옥’ 편을 읽어 보면 초현실주의 작품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마치 꿈을 꾸듯 작업을 했다. 그들은 논리와 합리, 이성이 무의식을 구속한다고 봤다. 그들이 선호한 자동기술법은 미리 계획하고 다양한 조건을 철저히 계산하는 표현 방식에서 벗어나 무의식 상태에 자신을 내려놓고 표현하는 방식이다. 꿈의 왕국이 몰락하는 과정은 예기치 않은 변모의 연속이다.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 앞에 무너지는 왕국의 모습에서 살아있는 모든 것이 파괴되어 ‘무(無)’로 귀결되는 허무적인 패배주의를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은 이미 낡고 닳아서 힘없는 파테라의 권력을 파괴하는 동시에 죽음에 대한 공포를 환기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무시무시한 악몽에서나 볼 법하다. 그런데 주인공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이 무시무시한 사건들을 관찰하면서 담담하게 묘사한다. 기괴한 상황과 아무 상없는 것처럼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인공의 모습은 거대한 세계 하나를 파괴하는 인간 내면의 잔혹성과 대비돼 더욱 잔인하게 느껴진다.

 

《다른 한편》에 관통하는 그로테스크한 매력은 섬뜩하거나 혐오스러운 것을 순수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쿠빈의 예술적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 소설이 보여준 그로테스크는 하나의 고정된 개념으로 간단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그로테스크는 우스꽝스러운 것과 괴기스러운 것 둘 모두를 포괄하는 넓은 범주다. 따라서 《다른 한편》이 발산하는 그로테스크한 매력은 이중의 의미로 구조화되어 있다. 하늘에서 추락한 기구의 파편을 ‘거대한 고래’라고 착각하는 주민들의 반응(294~296쪽), 꿈의 왕국 주민이자 은행가인 알프레트 블루멘슈티히의 죽음(310쪽)은 이 소설의 그로테스크를 보여주는 적절한 장면이다. 쿠빈은 자신의 소설 속에서 죽고 죽이는 게 우스운 일이 된 부조리함을 연출한다. 《다른 한편》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알프레트 쿠빈’이 누군지 모르는 독자라도 상관없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당신도 소설의 ‘마력’에 이끌려 끝까지 다 읽게 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소설의 백미는 단연 3부 3장이다. 이 장의 제목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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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초에 시작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 독서가 이제 막바지에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인 4월 2일에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4월에 읽을 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

 

 

 

4장(『가정주부화의 국제화 : 여성과 새로운 국제노동분업』)은 ‘여성의 가정주부화’ 문제제3세계 여성의 삶과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합니다. 18세기 자본주의 진전으로 일터와 주거가 분리된 근대 가족이 형성되면서 남자는 나가서 일하고 여자는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분업’이 이뤄졌습니다.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여러 가지 경제적인 이점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을 정점으로 수직적 국제 분업체제를 가속하여 제3세계를 주변부로 편입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자본주의 분업 체제에서 노동이 소외되는 것은 추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동화의 진전과 글로벌 아웃소싱의 확산은 노동비용을 낮춰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왔습니다. 마리아 미즈제3세계 국가를 자본주의 세계 경제에 통합시키는 ‘신국제노동분업’ 전략이 제3세계 여성의 존재를 ‘가정주부’로 규정하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제3세계 여성 노동 문제는 세계 자본주의의 노동분업 구조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가정주부라고 하는 이런 신비화는 새로운 국제노동분업의 우연한 부산물이 아니다. 이는 이 노동분업을 순조롭게 기능하게 만드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이는 세계시장을 위해 착취 혹은 극도의 착취를 당하고 있는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가정주부화는 저임금을 정당화한다. 여성이 조직화되지 못하도록 한다. 여성을 개별화한다. 이는 관심을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이미지로, 말하자면 남성의 부양을 받는 ‘진짜’ 가정주부로 쏠리게 만든다. 가정주부화는 대다수 여성에게 실현될 수 없는 일일 뿐 아니라, 여성해방의 관점에서 보면 자기 파멸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4장 261~262쪽)

 

 

‘가정주부’가 된 여성은 열심히 일해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여성의 노동력은 남편의 소득을 보조하는 활동으로 규정되고, ‘저비용 고 비율’로 취급합니다. 세계 시장은 ‘가정주부화’된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합니다. 기업들은 최대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상품 대부분을 제3세계 여성으로 생산합니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여성은 ‘높은 생산성을 가진 노동력’을 가지고 있지만, 적정한 생활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합니다.

 

 

 

 

 

 

 

 

 

 

 

 

 

 

 

 

 

* [품절] 로버트 H. 프랭크, 필립 쿡 《승자독식사회》(웅진지식하우스, 2008)

 

 

 

국제노동분업은 생산성을 향상할 뿐만 아니라 승자독식 시장(Winner-Take-All)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매우 단순한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는 가난한 여성 노동자들은 ‘패자’가 되고, 그녀들의 노동을 관리 감독하는 남성들은 ‘승자’가 됩니다. 승자독식 시장 속에서 여성은 거대 자본의 이윤추구에 동원되어 노예 노동을 감수하며 생계를 이어나갑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생활하는 제3세계 여성들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미즈는 제3세계 여성 문제를 미온적으로 바라보는 자유주의 페미니즘과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또 그녀는 ‘순종적인 아시아 여성’이 성매매에 동원되는 섹스관광산업제3세계 여성의 성적 착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제라고 말합니다.

 

5장(『여성에 대한 폭력과 계속되는 자본의 원시적 축적』)은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는 과정에서 자행되는 강압적인 폭력 및 성폭력의 원인을 분석합니다. 경제적 지위가 낮은 여성은 ‘결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부와 자본을 가진 남성의 가부장적 통제에 받게 됩니다. 임금노동조차 할 수 없는 인도 여성은 결혼 계약에 불리한 상황에 놓입니다. 결혼 예정인 인도 여성은 남편 집에 ‘결혼 지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결혼 지참금을 내지 못하면 신부는 남편과 남편 가족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합니다. 현재 인도에서는 신부에게 받는 결혼 지참금은 엄격히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결혼 지참금에 만족하지 못한 남편과 남편 가족들이 아내를 해코지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아내를 죽음으로까지 몰아갈 정도로 해악이 심한데도 인도인들은 신부 측의 결혼지참금 지불을 인도 고유의 결혼 풍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남편이 아내를 학대하거나 아내를 살해하는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인도 여성 페미니스트들은 결혼지참금 살해 반대 캠페인을 진행했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강간’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렸습니다.

 

 

 

 

 

 

 

 

 

 

 

 

 

 

 

 

 

 

 

* 로버트 라이트 《도덕적 동물》(사이언스북스, 2003)

* 데이비드 버스 《욕망의 진화》(사이언스북스, 2007)

 

 

 

진화생물학자 또는 일부 진화론자들은 강간이 ‘남성의 생물학적 본능’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남성은 본능적으로 성적 탐닉을 원하고, 자신의 성적 욕구를 분출하기 위해 여성을 학대합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남성의 유전자 번식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여성의 성 심리, 행동이 자연 선택을 통해 미리 프로그램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죠. 데이비드 버스는 매력적인 여성을 선호하는 남성이 번식에 성공하는 것을 개체 진화에 중요한 요소로 봤습니다. 그리고 강간이 남성에게 하나의 적응 전략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미즈는 강간 문제를 생물학적 근거로만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인간 사회에서 모든 성폭행 등의 범죄는 ‘남성의 타고난 가학성’과 ‘성적 본능’이 아니라 불평등한 남녀관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강압적인 노동관계를 통해 여성 노동을 갈취하는 것은, 따라서,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부분인 셈이다. 폭력은 자본주의적 축적 과정에 필수적인 것이지, 주변적인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그 축적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남녀관계를 이용하고, 강화시키고, 심지어 발명해내야 했다. 세계 모든 여성이 ‘자유로운’ 임금노동자, ‘자유로운’ 주체가 된다면, 이윤을 착복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제3세계에서부터 제1세계까지 가정주부, 노동자, 농민, 창녀 등 모든 여성이 공유하는 점이다. (5장 363쪽)

 

 

‘불평등한 남녀관계’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여성에 향한 남성의 폭력과 노동 착취는 ‘자본주의적 축적’을 위한 수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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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8-03-2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거의 완독하게 되는군요 더구나 대화와 토론을 병행한 알찬 독서여서 부럽네요! 저도 이제 읽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흥미롭군요.^^

cyrus 2018-03-27 11:51   좋아요 0 | URL
사실은 지난 주말에 다 읽었어요. 독서모임 아니었으면 이런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을 거예요. ^^

sprenown 2018-03-27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축하합니다. 좋은 경험이었을거 같아요.이런 사회학 관련서는 개념의 혼란과 이해부족으로 혼자읽기 어려운거 같아요. 제대로 완독하고 이해한다면 독서범위와 지식과 사고의 폭이 확장되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테지만.^^ 저도 기왕 손댔으니 끝까지 읽어 볼랍니다. 제대로 이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ㅎㅎ

cyrus 2018-03-29 13:55   좋아요 1 | URL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이해하려면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해요. 전 읽는 순서가 뒤바뀌었는데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읽다가 마르크스 사상을 공부하게 됐어요. 공부하면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도 덤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

sprenown 2018-03-2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직한 독서방법이네요 저도 그러면 좋겠지만 당장은 힘드네요 ㅎㅎ 이제 겨우 2장 읽고 있는데 ..앞으로 자근차근 독서범위를 넓히고 특히 사회과학서에 더 관심을 가져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