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초에 시작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 독서가 이제 막바지에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인 4월 2일에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4월에 읽을 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

 

 

 

4장(『가정주부화의 국제화 : 여성과 새로운 국제노동분업』)은 ‘여성의 가정주부화’ 문제제3세계 여성의 삶과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합니다. 18세기 자본주의 진전으로 일터와 주거가 분리된 근대 가족이 형성되면서 남자는 나가서 일하고 여자는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분업’이 이뤄졌습니다.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여러 가지 경제적인 이점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을 정점으로 수직적 국제 분업체제를 가속하여 제3세계를 주변부로 편입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자본주의 분업 체제에서 노동이 소외되는 것은 추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동화의 진전과 글로벌 아웃소싱의 확산은 노동비용을 낮춰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왔습니다. 마리아 미즈제3세계 국가를 자본주의 세계 경제에 통합시키는 ‘신국제노동분업’ 전략이 제3세계 여성의 존재를 ‘가정주부’로 규정하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제3세계 여성 노동 문제는 세계 자본주의의 노동분업 구조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가정주부라고 하는 이런 신비화는 새로운 국제노동분업의 우연한 부산물이 아니다. 이는 이 노동분업을 순조롭게 기능하게 만드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이는 세계시장을 위해 착취 혹은 극도의 착취를 당하고 있는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가정주부화는 저임금을 정당화한다. 여성이 조직화되지 못하도록 한다. 여성을 개별화한다. 이는 관심을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이미지로, 말하자면 남성의 부양을 받는 ‘진짜’ 가정주부로 쏠리게 만든다. 가정주부화는 대다수 여성에게 실현될 수 없는 일일 뿐 아니라, 여성해방의 관점에서 보면 자기 파멸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4장 261~262쪽)

 

 

‘가정주부’가 된 여성은 열심히 일해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여성의 노동력은 남편의 소득을 보조하는 활동으로 규정되고, ‘저비용 고 비율’로 취급합니다. 세계 시장은 ‘가정주부화’된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합니다. 기업들은 최대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상품 대부분을 제3세계 여성으로 생산합니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여성은 ‘높은 생산성을 가진 노동력’을 가지고 있지만, 적정한 생활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합니다.

 

 

 

 

 

 

 

 

 

 

 

 

 

 

 

 

 

* [품절] 로버트 H. 프랭크, 필립 쿡 《승자독식사회》(웅진지식하우스, 2008)

 

 

 

국제노동분업은 생산성을 향상할 뿐만 아니라 승자독식 시장(Winner-Take-All)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매우 단순한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는 가난한 여성 노동자들은 ‘패자’가 되고, 그녀들의 노동을 관리 감독하는 남성들은 ‘승자’가 됩니다. 승자독식 시장 속에서 여성은 거대 자본의 이윤추구에 동원되어 노예 노동을 감수하며 생계를 이어나갑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생활하는 제3세계 여성들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미즈는 제3세계 여성 문제를 미온적으로 바라보는 자유주의 페미니즘과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또 그녀는 ‘순종적인 아시아 여성’이 성매매에 동원되는 섹스관광산업제3세계 여성의 성적 착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제라고 말합니다.

 

5장(『여성에 대한 폭력과 계속되는 자본의 원시적 축적』)은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는 과정에서 자행되는 강압적인 폭력 및 성폭력의 원인을 분석합니다. 경제적 지위가 낮은 여성은 ‘결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부와 자본을 가진 남성의 가부장적 통제에 받게 됩니다. 임금노동조차 할 수 없는 인도 여성은 결혼 계약에 불리한 상황에 놓입니다. 결혼 예정인 인도 여성은 남편 집에 ‘결혼 지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결혼 지참금을 내지 못하면 신부는 남편과 남편 가족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합니다. 현재 인도에서는 신부에게 받는 결혼 지참금은 엄격히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결혼 지참금에 만족하지 못한 남편과 남편 가족들이 아내를 해코지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아내를 죽음으로까지 몰아갈 정도로 해악이 심한데도 인도인들은 신부 측의 결혼지참금 지불을 인도 고유의 결혼 풍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남편이 아내를 학대하거나 아내를 살해하는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인도 여성 페미니스트들은 결혼지참금 살해 반대 캠페인을 진행했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강간’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렸습니다.

 

 

 

 

 

 

 

 

 

 

 

 

 

 

 

 

 

 

 

* 로버트 라이트 《도덕적 동물》(사이언스북스, 2003)

* 데이비드 버스 《욕망의 진화》(사이언스북스, 2007)

 

 

 

진화생물학자 또는 일부 진화론자들은 강간이 ‘남성의 생물학적 본능’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남성은 본능적으로 성적 탐닉을 원하고, 자신의 성적 욕구를 분출하기 위해 여성을 학대합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남성의 유전자 번식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여성의 성 심리, 행동이 자연 선택을 통해 미리 프로그램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죠. 데이비드 버스는 매력적인 여성을 선호하는 남성이 번식에 성공하는 것을 개체 진화에 중요한 요소로 봤습니다. 그리고 강간이 남성에게 하나의 적응 전략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미즈는 강간 문제를 생물학적 근거로만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인간 사회에서 모든 성폭행 등의 범죄는 ‘남성의 타고난 가학성’과 ‘성적 본능’이 아니라 불평등한 남녀관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강압적인 노동관계를 통해 여성 노동을 갈취하는 것은, 따라서,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부분인 셈이다. 폭력은 자본주의적 축적 과정에 필수적인 것이지, 주변적인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그 축적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남녀관계를 이용하고, 강화시키고, 심지어 발명해내야 했다. 세계 모든 여성이 ‘자유로운’ 임금노동자, ‘자유로운’ 주체가 된다면, 이윤을 착복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제3세계에서부터 제1세계까지 가정주부, 노동자, 농민, 창녀 등 모든 여성이 공유하는 점이다. (5장 363쪽)

 

 

‘불평등한 남녀관계’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여성에 향한 남성의 폭력과 노동 착취는 ‘자본주의적 축적’을 위한 수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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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8-03-2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거의 완독하게 되는군요 더구나 대화와 토론을 병행한 알찬 독서여서 부럽네요! 저도 이제 읽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흥미롭군요.^^

cyrus 2018-03-27 11:51   좋아요 0 | URL
사실은 지난 주말에 다 읽었어요. 독서모임 아니었으면 이런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을 거예요. ^^

sprenown 2018-03-27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축하합니다. 좋은 경험이었을거 같아요.이런 사회학 관련서는 개념의 혼란과 이해부족으로 혼자읽기 어려운거 같아요. 제대로 완독하고 이해한다면 독서범위와 지식과 사고의 폭이 확장되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테지만.^^ 저도 기왕 손댔으니 끝까지 읽어 볼랍니다. 제대로 이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ㅎㅎ

cyrus 2018-03-29 13:55   좋아요 1 | URL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이해하려면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해요. 전 읽는 순서가 뒤바뀌었는데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읽다가 마르크스 사상을 공부하게 됐어요. 공부하면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도 덤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

sprenown 2018-03-2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직한 독서방법이네요 저도 그러면 좋겠지만 당장은 힘드네요 ㅎㅎ 이제 겨우 2장 읽고 있는데 ..앞으로 자근차근 독서범위를 넓히고 특히 사회과학서에 더 관심을 가져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