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나 문장을 발견하게 된다. 마리아 미즈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에 ‘알쏭달쏭한 단어’가 있다.
토지 없고 가난한 인도 여성의 노동과 우유가 빨려 나가가는 이런 과정, 오웰적인 신조어 전통에서 (‘흥건하게 되는’ 것은 도시이고, ‘진액이 빨려나가는 것’은 촌락과 여성이다) ‘우유홍수작전’이라고 불리는 과정에 대한 분석은 인도에서 자본주의 우유 생산에 연루되어 있는 가난한 여성에 대한 극도의 착취와 유럽 공공시장에서 우유의 과대생산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짧게라도 살펴보아야 온전한 분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85쪽)
오웰적인 신조어 전통? 이게 무슨 말인가? ‘오웰’은 그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을 가리키는 듯하다. 이제 남은 건 ‘신조어 전통’이라는 생소한 표현이다.
* [에디터스 컬렉션] 조지 오웰, 김병익 역 《1984》 (문예출판사, 2018)
* [스페셜 에디션] 조지 오웰, 이기한 역 《1984》 (펭귄클래식코리아, 2014)
* 조지 오웰, 권진아 역 《1984》 (을유문화사, 2012)
* 조지 오웰, 박경서 역 《1984》 (열린책들, 2009)
* 조지 오웰, 김기혁 역 《1984》 (문학동네, 2009)
* 조지 오웰, 이기한 역 《1984》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 조지 오웰, 김병익 역 《1984》 (문예출판사, 2006)
* 조지 오웰, 정회성 역 《1984》 (민음사, 2003)
오웰의 대표작 《1984》에 빅 브라더는 국민의 사고를 지배하고 독재를 강화하기 위해 ‘신어(Newspeak, 新語)’를 만들어낸다. 을유문화사 판본의 역자는 ‘Newspeak’를 순우리말 ‘새말’로 옮겼다. 소설의 부록으로 실린 『신어의 원리』라는 글에 따르면 신어는 미래의 전체주의 국가인 오세아니아의 공용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은 신어를 만드는 일을 한다. 신어가 만들어지면서 기존에 쓰던 표준 영어(구어, Oldspeak)는 줄어들어 폐기된다. 예를 들어 ‘자유’라는 표준 영어를 폐기하면 통치 체제에 대한 국민의 저항의식이 줄어든다. 신어 정책에 지배당한 국민은 전체주의 독재자로부터 위협받는 자유를 지켜내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아예 자유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상태가 된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역자는 ‘신어’를 ‘신조어’라고 번역했다. 물론, 신어와 신조어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신조어는 말 그대로 ‘새로 만든 말’이다. 빅 브라더가 고안한 신어 중에 두 개 이상의 단어를 합쳐 새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하지만 신어 창안의 목적은 ‘이단의 뜻을 가진 표준 영어를 삭제(폐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을 '정책'으로 바꿔 쓰면 단어의 의미가 비로소 명확해진다. 따라서 ‘오웰적인 신조어 전통’은 《1984》가 보여준 ‘신어’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역자가 《1984》의 부록을 알고 ‘오웰적인 신어 정책’ 또는 '《1984》의 신어 정책'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알쏭달쏭한 단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